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89)
389화
조성현은 장현아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로 나온 이야기는, 사실 그리 대단한 주제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꼭 한 번씩은 진행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었기에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누었고.
장현아는 할 일이 있었기에 먼저 자리를 떴다.
조성현도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작업실로 향하며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서울 오케스트라에 가서 마에스트로 진현수를 만나는 것이 바로 내일이기에, 미튜브 촬영을 허락받으려면 사실 지금도 늦은 감이 없잖아 있었다.
‘애초에 바로 며칠 전에 잡힌 일정이라서 언제 물어봐도 좀 늦긴 했겠지만….’
당일에 물어보는 것보단 오늘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게 그나마 좋겠지.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진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통 이야기를 할 때 신경화 교수를 끼고 하는 편이었기에, 마에스트로 진현수에게 전화를 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번에 한 번 전화가 걸려와서 짧게나마 인사를 나눈 적은 있지만, 그게 전부.
그렇기 때문에 조성현도 조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신호음이 얼마 울리지 않아서, 진현수는 전화를 받았다.
-네, 진현수입니다.
“안녕하세요. 조성현입니다.”
조성현이 걸음을 옮기며 통화를 이어나갔다.
-성현씨. 무슨 일이세요?
진현수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반가움과 의아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당장 내일 만날 텐데, 무슨 일로 연락했을까 싶었던 거다.
“내일 미팅 건으로 여쭤볼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아, 네 편하게 물어보세요.
진현수가 알았다는 듯, 가벼운 목소리로 말을 한다.
그는 때때로 신경화 교수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다.
말투도 어느 정도 비슷하다.
오랜 친구라더니, 저도 모르게 서로 닮아간 것일까.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랑 채윤이가 미튜브 채널을 하나 운영하고 있어서요.”
-알고 있습니다. 영상 몇 개 봤어요.
“저희가 혹시 가능하면 서울 오케스트라와 미팅을 하는 걸 촬영을 해도 될까 싶습니다. 미튜브 채널에 올릴 수 있게요.”
조성현은 그렇게 말하며 슬쩍, 자신의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불을 켜고, 자리에 앉으니 그제서야 진현수가 말을 이어나간다.
-그건… 저도 확인은 한 번 해야 할 텐데, 어렵진 않을 것 같네요. 다만 촬영이 어느 정도 제한을 받을 순 있어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조금만 촬영할 수 있으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약간 고민을 하다가 답을 하는 진현수의 말에, 조성현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미튜브 촬영에 엄청나게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되도록 많은 영상을 남기고 싶긴 했다.
그게 전부 자신과 채윤이에게 추억이 되는 것이니까.
구독자들과 함께 그 순간과 감정들을 나누는 것도 너무 좋지만, 조성현이 미튜브를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채윤이였다.
아이와 함께하고 싶은 것들이 많고, 그걸 기록해둘 수 있기에 미튜브를 하는 것.
채윤이가 좋아할 모습이 영상에 담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성현은 얼굴이 밝아질 수밖에 없었다.
-좋아요. 그럼, 일단 저도 확인 한 번 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진현수와의 통화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얼마 되지 않아 진현수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진현수 지휘자님: 촬영 허가는 받았고, 내부 직원분들 얼굴은 나오지 않게 부탁합니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할 때는 자유롭게 촬영해도 될 것 같고요.
진현수의 문자를 받은 조성현은, 가벼운 미소와 함께 곧바로 장현아에게 연락했다.
촬영 허가가 떨어졌다는 문자를 보낸 지 몇 분 되지 않아, 장현아에게서 답장이 날아왔다.
-장현아: 네 선배님. 그럼 촬영 준비도 해둘게요.
그렇게 촬영까지 준비가 되고.
아직 채윤이의 하교 시간이 되려면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회사에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오늘은 일찍 퇴근할까 싶은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똑똑.
누군가 작업실의 문을 두드렸다.
조성현은 의아한 얼굴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
“네, 들어오세요.”
이내 문이 열리고, 반가운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형. 오랜만이에요.”
언젠가 조성현과 함께 서예나의 앨범을 작업하고, 지금은 Pan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아이돌 그룹, ‘헤임달’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최우진.
그가 작업실 문을 닫으며 인사를 건넸다.
마지막으로 본 게 음악 방송에서 짧게 본 것 뿐이기에, 조성현은 반갑게 그를 맞았다.
“어서와. 오랜만에 본다.”
“그러니까요. 자주 연락드려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바쁜 거 다 아는데 무슨.”
조성현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헤임달은 이제 막 데뷔해서 정말 정신이 없을 타이밍이었다.
조성현이 직접 프로듀싱 한 ‘뮤즈’와 데뷔 일이 그리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었고.
데뷔 성적 자체는 ‘뮤즈’가 조금 더 높았지만, 스케줄 자체는 헤임달 측에 더 많았다.
여러 가지 사정이 섞여 있기도 했고, 헤임달도 신인 그룹으로서는 굉장히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기에 여기저기서 잘 부르는 것이다.
멋쩍게 웃어 보이는 최우진을 보며, 조성현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쩐 일이야?”
그의 질문에, 최우진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고 잠시 망설였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고민을 하는 그를 지켜보며, 조성현은 조용히 기다렸다.
결국 최우진은 큼 하고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희가 이제 슬슬… 다음 앨범을 준비해야 하는 타이밍이라서요. 미니 앨범으로 곡을 2개에서 많으면 4개 정도 수록하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최우진이 말했다.
거기까지만 듣고도, 조성현은 최우진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앨범 제작을 하는데, 프로듀싱을 해줄 수 있겠냐는 거겠지.
아니나 다를까.
최우진은 슬쩍 소파에 앉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음, 그 앨범 프로듀싱을 형이 맡아주면 좋을 것 같아서, 혹시 형 생각은 어떤가 물어보러 왔어요.”
또 다른 앨범 프로듀싱 제안이다.
조성현은 일단 가장 먼저, 앨범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팀장님은 뭐라고 했는데?”
최우진과 헤임달을 담당하고 있는 팀장은 일단 박중원이었고.
이 부분에 있어서 아마 박중원도 최우진과 같은 생각이라면 박중원에게 먼저 연락이 왔었을 거다.
그게 아니니까 최우진이 직접 연락한 거겠지.
“박 팀장님은 형 스케줄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고민을 좀 더 해보자고 하셨는데, 제가 한 번 물어보기만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최우진이 그렇게 말을 하고, 조성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박중원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서, 당장 확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조성현 개인적으로도 사실 고민이 되는 일이었다.
스케줄이 너무 바빠서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당장 해야 할 일이 많은 건 아니었으니까.
뮤즈의 앨범 작업도 다 끝났고.
다른 작업을 하는 것도 없다.
이번에 내는 조성현과 채윤이의 앨범도 더 이상 그가 직접 작업을 해야 하는 부분도 없었고 말이다.
남는 건 채윤이와 함께 하는 연주뿐인데, 이건 아직 할지 안 할지 확실하지도 않고….
‘하게 된다고 해도, 앨범 프로듀싱을 할 시간이 엄청 부족하진 않겠지.’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있다.
하지만 과연 조성현 자신이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시간이 아무리 남는다고 해도, 그가 집중해서 일을 못 한다면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니까.
“음… 앨범 프로듀싱은 고민을 조금 더 해봐야 할 것 같은데. 다음 주 중에 답해줘도 괜찮을까?”
“물론이죠 형. 부담 안 가지셔도 되고, 그냥 편하게 생각해주세요.”
“알았어.”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아무래도, 근 시일 내에 박중원과 한 번 만나야 할 것 같았다.
* * *
조성현은 평소보다 조금 여유 있게 퇴근해서, 채윤이의 학교 앞에서 아이를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채윤이가 조성현에게 달려와 안겼다.
“아빠 안녕!”
“응. 채윤아. 학교는 어땠어?”
“그냥 똑같았어.”
채윤이는 그렇게 말하며, 힐끗 뒤를 돌아보며 조성현의 눈치를 살폈다.
조성현은 아이가 자신의 눈치를 보는 것을 알아차리고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또 무슨 일이 있었길래 눈치를 보는 걸까.
채윤이와 함께 나온 아이들은, 조성현도 다 아는 아이들이었다.
영준이와 현서, 그리고 언젠가 채윤이가 언급한 적 있었던 박준호라는 아이.
영준이와 현서는 평소와 비슷했는데, 준호는 조금 달랐다.
누가 봐도 물어볼 게 있는 얼굴이었다.
조성현은 안고 있던 채윤이를 내려주고, 준호와 채윤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까 영준이랑 현서한테 서울 오케스트라 만나러 간다고 이야기했는데, 준호가 들어버렸어.”
자신이 또 잘못한 것인 줄 알고, 채윤이는 그것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채윤이와 단둘이 여행을 갔을 때, 돈까스를 먹으면서 아이는 당시 조성현이 하던 작업을 자랑하듯 말해버렸고.
그때 조성현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을 한 이후로 채윤이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눈치를 보았다.
조성현은 피식 웃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아빠 눈치를 보고 그래. 잘했어.”
그는 그렇게 말을 하며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채윤이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진다.
아이의 얼굴이 밝아진 것과는 별개로, 준호는 여전히 물어볼 게 많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말해보라는 듯, 준호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고.
준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저씨.”
“응. 준호야. 말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도 돼.”
“진짜로 내일 서울 오케스트라에 가서 진현수 지휘자님 만나요?”
“응. 그럴 것 같아.”
“… 진짜였어.”
박준호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이의 표정을 보고 조성현은 가볍게 웃었다.
준호의 아버지가 신경화 교수와 함께 서울 예술대에서 교수로 있다는 걸 조성현도 알고 있었다.
진현수가 누군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서 아마 더 놀랐을 거다.
“가서 미튜브 촬영도 할 거야. 나중에 영상 올라오면 봐봐.”
“영상까지 올려요?”
“응. 아마도?”
조성현의 답에, 준호가 입을 벌렸다.
그렇게, 잠깐의 헤프닝이 있고 난 후.
조성현과 채윤이는 함께 집으로 향했다.
“저녁은 뭘 먹을까?”
채윤이한테 그렇게 물으니, 아이는 눈을 가늘게 뜨며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아빠는 지금 저녁이 중요해?”
“… 그럼?”
“내일 서울 오케스트라 만나러 가는데, 집에 가자마자 얼른 연습 해야지.”
아이는 짐짓 진지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말에, 웃음기 서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조성현과 채윤이는 그날 저녁을 늦게 먹어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연습한 만큼.
준비는 완벽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