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90)
390화
서울 오케스트라의 마에스트로인 진현수는, 후우 하고 숨을 내뱉었다.
평범한 주말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새로운 마음이 드는 것은 아마… 오늘 있을 미팅 때문이리라.
원래라면 평소보다 조금 더 늦게 일어나 여유롭고 느긋하게 주말 아침을 즐기다가 출근을 했을 터인데.
오늘은 어째서인지 조금 일찍 눈이 떠졌다.
연주회가 있는 날 아침 눈을 뜨는 것 같은 기분.
진현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냉장고로 향하면서도 스스로가 어이없어 실소를 내뱉었다.
“무슨 꼴이냐 이게.”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갈증이 해소되며,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자신의 서재로 향했다.
여러 악보들과, 수많은 음반들, 그리고 서울 오케스트라와 함께 찍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 서재는 그의 오랜 음악 생활을 나타내고 있었다.
서재에 있는 책상 앞에 앉아, 진현수는 눈을 감았다.
조채윤이라는 이름이 며칠 내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천재라는 건 너무 확실했고, 그 아이의 재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생각해볼 필요도 있었다.
덕분에 평소의 그를 생각해본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인 ‘미튜브 채널 구독하기’까지 했다.
그가 구독한 채널은 당연히, 채윤이와 조성현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미튜브 채널.
영상을 보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한가득이었고, 동시에 신경화 교수의 마음이 너무 잘 이해가 되었다.
그녀가 어째서 조채윤이라는 아이를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이렇게 재능 넘치는 아이가 과연 한국에 얼마나 있을까.
‘손에 꼽지.’
그리고 그런 아이 중 하나가 신경화 교수가 된 거다.
채윤이가 미래의 신경화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진현수는 알고 있었고.
만약 아이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신경화가 조금만 도움을 준다고 해도, 그 위치에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거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생이니…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
진현수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재능은 너무 탐나고, 좋은 연주자가 맞지만.
그렇다고 채윤이의 나이가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일단 한 번 만나보기로 결정하긴 했지만, 여전히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
신경화의 말처럼, 대중들이 클래식에 더 접근하기 쉽도록 만드는 방법이 될지.
아니면 클래식의 격을 낮추다 못해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
서울 오케스트라는 그냥 길거리에 널린 악단이 아니었다.
의미 있고, 한국에서 최고라고 불릴 수준을 가지고 있는 관현악단이다.
그런 서울 오케스트라가, 어린 아이와.
그것도 초등학생과 함께 무대를 한다는 것을 과연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결국 진현수는 찬물을 한 모금 더 마신 후, 데스크탑을 켰다.
그는 익숙하게 조성현과 채윤이의 미튜브 채널로 들어가, 영상을 하나 재생했다.
마침 오늘, 영상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10분짜리 영상.
영상을 재생하자마자, 조성현과 채윤이가 차로 이동을 하며 조잘조잘 떠드는 장면이 나온다.
-“채윤아. 지금 우리 뭐하러 가고 있는 거지?”
조성현이 채윤이에게 질문을 던진다.
카메라가 채윤이의 얼굴을 비췄다.
아이는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녹음하러!”
채윤이의 신난 목소리와 함께, 조성현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무슨 녹음하러 가고 있는 건데?”
-“앨범… 녹음?”
왜 자꾸 물어보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 채윤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의문형으로 답을 끝내는 채윤이를 보며, 조성현이 웃음을 보인다.
그는 채윤이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응. 우리 앨범 작업하는 거 녹음하러 가는 길이지. 나중에 구독자님들한테도 보여줘야 하니까 물어본 거야.”
-“아! 안녕하세요! 우리 노래 잘 들어주세요!”
채윤이가 그제서야 카메라를 의식하고 꾸벅 고개를 숙이면서 말한다.
운전석 쪽에서 여성의 웃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마, 매니저의 웃음소리겠지.
진현수는 그 웃음소리를 듣고 나서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채윤이가 등장하는 영상을 볼 때마다 항상 미소 짓거나, 아니면 경악 어린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진현수가 보기에 채윤이의 영상은 귀여운 모습뿐만 아니라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 되는 재능을 뽐내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가 미소를 보이고 있을 때.
그의 입꼬리가 계속 씰룩거렸고, 영상은 계속해서 재생됐다.
앨범이 나올 것이라는 소개를 잠시 한 후, 앨범 녹음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뮤즈?”
진현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성현의 영상을 통해 보았던, 걸그룹의 멤버가 나온 것이다.
짧은 소개가 자막을 통해 등장한다.
‘뮤즈’라는 걸그룹 소속의 민하영.
이번에 데뷔를 한 ‘뮤즈’ 또한 조성현의 프로듀싱을 통해 데뷔한 만큼, 친분은 꽤 깊었다.
영상에 자주 등장하기도 했고.
조성현이 민하영의 보컬을 듣고, 디렉팅을 하는 장면이 짧게 지나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채윤이의 연주 녹음 장면.
당연히 채윤이도 보컬을 녹음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장면은 당장 나오지 않았다.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진현수는 채윤이의 연주 녹음을 정신없이 들었다.
짧은 부분만 공개가 되었지만, 수준이 낮은 연주는 아니었다.
영상은 채윤이의 연주 녹음을 보여주며 마무리가 되었고.
잠시 후 쿠키 영상까지 나왔다.
소리는 나오지 않고, 채윤이가 보컬 녹음하는 장면을 몇 초 동안 보여준다.
‘채윤이의 보컬은, 앨범을 통해서 확인해주세요!’
라는 자막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영상은 그제서야 완전히 끝났다.
진현수는 허허 웃었다.
영상을 잘 만든 것도 있지만, 결국 계속해서 영상을 보게 만드는 이유는 하나다.
조성현과 채윤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너무 대단해서.
진현수의 경우는, 채윤이의 재능에 반해버렸다.
영상을 통해서 보는데도 불구하고, 아이의 재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었는데.
‘실제로 만나면 얼마나 더 대단할까.’
그건, 한 번 만나봐야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진현수가 슬쩍 시간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출근 해야 할 시간이었다.
* * *
조성현과 채윤이는 장현아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함께 이동을 하고 있었다.
옆에는 촬영 기사인 한아름이 함께하고 있었다.
보통 이렇게 외부 일정이 있을 때는 한아름이 함께한다.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작업 촬영 같은 경우에는 거치 카메라로 촬영 후 편집하는 게 대부분.
“다들 엄청 멋지겠지?”
채윤이가 묻는다.
조성현은 아이의 물음에 글쎄 하고 답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서울 오케스트라의 단원들과도 만나서 연주 호흡을 맞춰보기로 했다.
전부와 함께하는 건 당연히 아니었고, 대여섯 명 정도만 올 거라고 들었다.
거기에 진현수가 더해지고, 조성현과 채윤이, 장현아와 한아름까지 하면 총 열 명 정도가 함께 모이는 자리였다.
채윤이는 서울 오케스트라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나는 모양이었다.
서울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미튜브를 통해 연주회 영상을 보긴 했으니까.
자신이 평소에 보던 연주 영상의 주인공들과 만나는 것이니, 채윤이로서는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나보다 연주 잘 할텐데… 그런 사람들이 다섯 명이나 오면 너무 무서운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아이의 얼굴은 절대 무서워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물론 약간의 걱정이 서려있긴 했다.
다들 자신 때문에 모이는 건데, 혹시 자신이 연주를 못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다.
“아빠랑 같이 열심히 연습 했잖아. 걱정하지 말고, 가서 연습한 대로 연주하면 될 것 같은데?”
조성현은 걱정하는 채윤이에게 말했다.
아이는 자신의 연주를 듣고 사람들이 실망하는 걸 원하지 않았고, 그런 걱정 때문에 지난 밤 조성현과 함께 열심히 연습했었다.
조성현은 개인적으로 준비가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전혀 걱정하고 있지 않았다.
사실, 굳이 서울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를 하는 것에 있어서 목매고 있지 않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는 말일 거다.
채윤이는 너무 하고 싶어 하는 게 눈에 보이지만, 조성현은 내심 갈등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함께 무대를 하게 된다면 너무 좋은 일이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에 있어서 약간의 겁이 났다.
아마 서예나와 함께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없었더라면 더 심했을 텐데, 그나마 그런 경험이 있어서 겉으로 대수롭지 않게 반응할 수 있는 것 같다.
“잘 할 수 있겠지?”
“당연하지.”
채윤이는 항상 잘해왔고, 이번에도 잘 할 수 있다.
조성현은 그런 확신을 담아 말을 건넸고, 채윤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 아빠가 있는데. 잘 할 수 있어.”
아이의 말에 조성현은 멈칫거리며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말한 것과는 약간 의미가 달라서 당황한 것이다.
조성현은 묘한 얼굴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채윤이는 아빠가 없더라도 잘 연주할 수 있을 거야.”
그가 그렇게 말을 하자, 채윤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고개를 홱 돌렸다.
아이는 조성현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무런 답도 없이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채윤이의 눈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조성현의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거였다.
“아빠는 같이 연주 안 하는 거야?”
아이의 질문에서, 조성현은 약간의 불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불안감이 담긴 질문에, 오히려 자신이 놀라서 얼른 입을 열었다.
“아니, 아빠도 할 텐데. 지난번에 콩쿨이나, 유치원 졸업식 때 했던 것처럼. 아빠가 없더라도 채윤이는 잘 할 수 있으니까 한 말이야.”
그가 말했다.
아이가 느끼는 불안감이 어떤 종류의 불안감인지 조성현은 너무 잘 알 수 있었기에, 그는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동시에 목소리에 힘을 실어서, 확신을 주기도 했고.
“… 그래도 나는 아빠가 있어야 해. 아빠랑 같이 연주하면 더 재미있는걸.”
조성현의 목소리에 담긴 부드러움이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채윤이는 약간 안심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이는 금방 얼굴이 밝아져서, 조성현과 함께 연주하면 얼마나 즐거운지 떠들었다.
차 안에는 금방 채윤이의 즐거운 목소리와, 잔잔한 미소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들은.
“도착했습니다.”
서울 오케스트라와 진현수 지휘자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