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
4화
조성현이 아무리 실패한 아버지였다고 해도, 자신의 딸이 학원에 다녔는지 안 다녔는지는 기억할 수 있다.
그가 기억하기로 채윤은 이 나이는 물론 앞으로도 쭉, 피아노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상식적으로 피아노를 전혀 배우지 못한 7살짜리 아이가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게 가능한 일일까?
혼란스러웠다.
“저… 아버님?”
“아, 예. 선생님.”
“앞으로도 채윤이는 계속 직접 픽업하시게 되는 건가요?”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제가 계속 픽업할 것 같긴 합니다.”
조성현이 답했다.
지난 생, 그가 채윤이에게 해주지 못했던 모든 것들을 해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채윤이와 함께 등원하고 하원 하는 일이다.
출근 시간이 아슬아슬 하지만 어차피 매니저 일이라는 게 시간이 조금 들쑥날쑥한 일이다.
조성현이 현장보다는 사내에서 많이 일하는 편이긴 했지만, 가끔 지각한다고 해도 박중원은 이해해줄 것이다.
물론 최선은 지각하지 않게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겠지만.
“그러면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
“네, 감사합니다.”
조성현은 교사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렸다.
회사 차를 끌고 나온 참이었다.
내일은 오전 11시부터 스튜디오로 가야 해서 일부러 그가 회사 차를 끌고 나왔다.
개인차가 없었으니, 회사 차를 끌고 다닐 수 있으면 그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아빠가 운전한다!”
채윤이는 조성현이 그녀를 가볍게 안아 조수석에 앉히자마자, 신이 난 것인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운전석에 오른 그는 주머니를 뒤져 무선 이어폰을 낀 후 자신의 어머니, 이수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아들. 무슨 일이야.
웬일로 전화했냐는 듯, 의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원래 조성현은 전화를 잘하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일이 바쁜 탓도 있었고, 애초에 일 처리를 전화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전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탓도 있었다.
“채윤이 내가 픽업해서 간다고요.”
-네가? 갑자기 무슨 일로?
이수현은 조금 놀란 목소리로 물어왔다.
조성현은 신난 얼굴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채윤을 힐끗 봤다가 입을 열었다.
“그냥, 엄마가 시간 좀 내보라고 했잖아. 시간 낸 거지.”
-네가 언제 내 말을 들었다고… 그래도 이렇게 시간 내서 채윤이 픽업하고 그러니까 얼마나 좋니 그래.
이수현의 목소리 톤이 조금 올라간다.
기분 좋은 목소리.
아들, 손녀 걱정이 많았던 그녀였기에, 조성현이 채윤을 데리러 유치원에 다녀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좋아하는 것이다.
“아, 맞다 엄마. 채윤이 피아노 학원 안 다녔었죠?”
-학원? 7살이 무슨 학원이야. 그때는 그냥 놀아야지.
“그치?”
조성현은 그렇게 답을 하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채윤이가 너무 피아노를 하고 싶은 나머지 조성현에게 비밀로 하면서까지 다녔던 건가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근데 정말로 안 다닌 모양이다.
머릿속이 심란해졌다.
분명 방금 본 광경은,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을 할 만한 광경이었으니까.
‘피아노 학원은 안 다녔으면, 다른 누구한테 피아노를 배운 건가?’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의 침묵이 너무 길었던 것인지 이수현이 먼저 말을 이었다.
-왜? 채윤이가 피아노 학원 다니고 싶데?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유치원 와보니까 채윤이가 피아노 치고 있길래 한 번 물어봤어요.”
-그래…? 나도 채윤이가 피아노 치는 건 못 봤네. 어때? 너도 따지고 보면 예체능 쪽이잖아. 좀 잘 치는 것 같아?
좀 잘 치는 것 같냐고?
그 말을 듣고, 조성현은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그냥 이 업계에서 몇 년 종사했던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음악가로 봤을 때.
아니,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같은 생각을 했을 거다.
‘그건 그냥 잘 치는 정도가 아니었지.’
물론 뭐 어릴 때부터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우고 콩쿠르에까지 나가는 아이들과 비교를 하게 되면 아닐 수도 있지.
하지만 적어도 일반적인 아이들을 기준점으로 놓고 보았을 때, 분명 대단한 연주였다.
“응. 피아노 잘 치더라. 우리 채윤이.”
그가 그렇게 말을 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채윤이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에게 미소를 보이고는 통화를 이어나갔다.
-채윤이 이것저것 다 잘해. 말도 잘 듣고, 얼마나 예쁜지 몰라. 너도 좀 예뻐해 주고 그래.
“알았어요.”
-아, 그리고 시간 날 때 장이나 봐. 냉장고에 김치랑 물밖에 없는 게 말이 되냐.
“예, 알았습니다. 오늘 집 들어가면서 장 볼게요.”
조성현은 웃으면서 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려 채윤을 바라보았다.
채윤은 그저 방긋방긋 웃으며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함께 차를 타고 가서 기분이 좋은 건지, 아니면 피아노를 잘 친다고 말해서 기분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채윤아, 아까 친 곡 무슨 곡이야?”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곡이었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채윤이도 어디서 듣고, 피아노를 치는 영상이라도 봤으니까 그걸 따라친 것일 텐데.
“전화!”
“응?”
“아빠 전화 노래!”
여전히 웃으며, 그녀가 말한다.
그리고 그 순간.
딴따라 딴. 따란.
조성현은 움찔 몸을 떨었다.
귀에 꽂힌 이어폰을 통해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약간의 위화감이 그를 덮쳤지만 뇌가 상황을 인식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여서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어, 성현아. 퇴근했다고 들었는데 미안하다. 혹시 유미 픽업할 수 있냐? 부탁할 사람이 너밖에 없다. 진짜.
박중원의 목소리.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가 정신을 차렸다.
뒤에서 빵 하는 소리가 들려서, 그는 엑셀을 밟으면서 입을 열었다.
“팀장님, 솔직히 저 퇴사한다니까 마지막으로 굴리려고 하는 거죠?”
-너밖에 없다니까. 유미가 나 아니면 네 케어 밖에 안 받는 거 잘 알잖아.
박중원의 말에 조성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온 지 이제 이틀 차인데, 너무 빡센 거 아닐까.
오랜 기억을 더듬어 이제 겨우 업무파악을 한 상황인데 말이다.
그는 채윤이가 있는 쪽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픽업 가능은 한데, 지금 저 딸이랑 같이 있어요.”
-유미 그런 거 신경 잘 안 쓰잖아. 괜찮아. 딸이랑 같이 가는 게 뭐가 큰 문제라고.
좋은 직원이 되기 전에,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만약 여기서 박중원이 그냥 어떻게든 해달라고 말을 했으면 거절을 했을 거다.
하지만 채윤이와 함께 가라는 말에 조성현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갈게요.”
그렇게 답한 성현은 전화를 마치고, 채윤을 바라보았다.
“채윤아.”
“네에?”
채윤이 눈을 깜빡거린다.
그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맺혔다.
“아빠가 진짜 미안한데, 일을 좀 해야 할 것 같아.”
“채윤이랑 가치?”
“응. 같이.”
“채윤이는 좋아요!”
손을 번쩍 들고 하는 말에, 조성현은 웃음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가자.”
“네에!”
채윤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거린다.
조성현은 결국 유미를 데리러 작업실로 향했다.
작업실 근처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딴따라 딴. 따란.
조성현의 전화벨이 울렸다.
그는 멈칫거렸다가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그 전화를 받으면서, 그는 자신이 이 곡을 어디선가 들어보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채윤이가 아까 유치원에서 쳤던 피아노.
그것과 매우 닮았다.
‘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자마자, 이어폰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어디에요? 나 이제 슬슬 내려가면 되나?
“아, 유미씨. 저 코너만 돌면 되니까 지금 내려오면 딱 시간 맞을 것 같아요.”
-그럼 지금 내려갈게요.
“맞다 유미씨.”
-네, 오빠.
“제가 급하게 오느라고 딸하고 같이 왔는데, 괜찮으려나요?”
-와. 오빠 딸이 있었구나. 나 왜 몰랐지? 아무튼 전 좋아요. 내려갈게요.
금방 유미의 작업실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유미가 탈 문을 열어주기 위해 버튼을 누르는데, 채윤이 조금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채윤아, 괜찮아?”
“어, 어… 잘할 수 있는데!”
긴장했는지, 조금은 굳은 몸으로 반응한다.
조성현은 가볍게 웃으며 차에 올라타는 유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오빠.”
“안녕하세요. 유미씨.”
“대박.”
조성현은 갑자기 숨을 들이켜며 말하는 유미의 행동에 힐끗 그녀를 돌아보았다.
유미는 조수석에 있는 채윤을 보고 눈을 반짝반짝 거리고 있었다.
“안녕. 우리 예쁜 공주님은 이름이 뭐예요?”
“조채윤입니다!”
“언니는 정유미입니다.”
유미가 채윤의 말투를 따라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녀는 몸을 앞으로 길게 빼더니 채윤에게 젤리를 내밀었다.
유명한 곰돌이 젤리.
“이거, 채윤이 먹어요. 아빠 주지 말고. 알겠지?”
유미의 말에 조성현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채윤은 심각해진 얼굴이 되었다.
그녀는 조성현과 유미를 번갈아 보았다.
뭐가 그렇게도 고민이 되는 걸까.
당연히 젤리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던 조성현은 젤리를 받지 않는 채윤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채윤은 결국 고개를 들어 유미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빠는 주면 안 돼요…?”
“헐.”
채윤이 조금 슬픈 듯한 목소리로 물어보자 유미가 당황한 듯한 소리를 냈다.
조성현도 조금 당황해서 그녀를 힐끗 보았다.
“아냐, 채윤아. 언니가 미안해. 아빠도 나눠줘.”
그제서야 채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감사함니다. 언니.”
채윤이 밝은 얼굴로 유미에게 인사하고는 젤리를 받아 봉지를 뜯었다.
그녀는 신중하게 색색별로 있는 젤리를 노려보다가, 하나를 입에 집어넣었다.
그러다 아차 싶었던 건지 멈칫거리다가 슬쩍 고개를 돌려 조성현을 바라본다.
“아빠….”
“응?”
“아빠는요. 무슨 색?”
채윤이 물어온다.
무슨 색 젤리를 좋아하냐는 뜻인 것 같았다.
자신에게 기어코 젤리를 나눠주겠다는 마음이 느껴져서, 조성현은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너무 사랑스럽지 않은가.
‘이런 애를 두고….’
자신은 왜 그랬을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조성현은 입을 열었다.
“아빠는 역시 빨간색…”
말을 하고 있는데, 채윤이가 움찔 몸을 떤다.
“아, 아빠도 빨간 젤리 좋아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하는 걸까.
묘하게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 채윤이의 입안에서 빨간 젤리를 본 조성현은 황급히 말을 바꿨다.
“…보다는 초록색이 좋더라고. 아빠는 빨간색 젤리 별로 안 좋아해.”
조성현이 그렇게 말을 하자, 채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면서 초록색 젤리를 찾아 조성현에게 내밀었다.
“자! 아빠 줄게요!”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젤리를 주는 게 얼마나 귀엽고, 또 행복한지.
그건 아이를 가진 이들만 알 수 있을 거다.
조성현이 웃으며 채윤이에게서 젤리를 받아먹었다.
“채윤이는 그럼 아빠가 싫어하는 빨간 젤리 먹을게요!”
그렇게 말하며 또 빨간색 젤리를 입에 집어넣는 채윤이.
유미는 그 귀여운 모습에 숨을 죽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오빠, 채윤이 너무 귀여운 거 아니에요? 착하기도 하고. 진짜 누가 봐도 오빠 딸인 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닮았고.”
“닮았어?”
“네. 오빠 닮아서 엄청 예쁘잖아요.”
그 말에 조성현은 채윤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가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맑은 눈이 빛나고 있었다.
확실히 자신과 닮은 것 같았다.
“…그러게.”
음악에 대한 재능도, 자신을 닮은 것일까.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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