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0)
40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조성현과 채윤은 손을 잡고 나란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자신의 손가락 두 개를 잡고 있는 채윤은, 신난 얼굴이었다.
분명 친구들의 관심은 낯설었지만,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은 모양.
“채윤아.”
“네에?”
“뭐가 그렇게 좋아?”
“헤헤….”
채윤은 한 차례 웃더니, 이내 조성현의 손가락을 잡고 있던 손을 가볍게 흔들어 신남을 표현했다.
“친구들이 채윤이 피아노가 좋다고 했어요!”
조성현은 멈칫거렸다.
채윤의 입에서 나온 ‘친구들’이라는 표현은 쉽게 들을 수 없었으니까.
그는 채윤이와 함께 장을 보러 가서 영준이를 봤을 때 채윤이 어떤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영준이가 인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채윤이는 별로 친하지 않다고 했다.
그런 아이의 입에서, 친구들이라는 말이 나온 것 자체가 조성현은 굉장히 기뻤다.
“친구들이 채윤이 피아노 좋다고 해서 기분 좋았어?”
그렇게 물으니, 크게 고개를 끄덕거린다.
정말 기분 좋은 모양.
하긴 채윤이가 가장 좋아하고 관심을 보이는 게 피아노였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인어공주 된 기분이었어요.”
채윤이 말한다.
그리고 그 말에, 조성현은 생각에 잠겼다.
‘인어공주가 된 기분이었다.’
채윤이에게 인어공주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는 조성현이었기에, 그는 그 말을 쉽게 넘길 수 없었다.
“채윤아.”
“네에?”
“채윤이는 다른 사람들이 막 채윤이가 피아노 치는 거 들어줬으면 좋겠고 그래?”
“우음….”
채윤은 고민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네…니요…?”
자신 없는 목소리로, 아이가 말한다.
그 말에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방금 아이의 반응으로는 당연히 좋다고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좋은 건 또 아닌가 보다.
“왜 네니요야?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그래?”
“싫진 않은데….”
“그럼?”
“채윤이 피아노는 채윤이 건데… 그래도 친구들이 좋아하면 채윤이는 좋고….”
채윤이 더듬더듬 이야기해나갔다.
조성현은 걸음을 옮기며, 차분히 채윤의 설명을 듣고 최대한 이해하려 애썼다.
“채윤이만 하고 싶은 연주도 있고, 다른 사람들한테 들려줘도 괜찮은 연주도 있는 거지?”
그렇게 물어보자, 채윤이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성현은 채윤의 말에 조금 놀랐다.
아이는 조성현의 생각보다 뚜렷한 자기 가치관이 있었다.
이제 7살인 채윤이었지만, 표현이 미숙할 수는 있어도 자신의 뜻이 확고하다는 것.
조성현은 그 부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게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럼 채윤아.”
“네에?”
“나중에 채윤이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 연주할 수 있게 되면, 하고 싶어? 채윤이가 들려줘도 괜찮은 연주라면.”
“채윤이는 피아노 좋아요.”
동문서답이었지만, 그 말은 즉, 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조성현은 부드럽게 웃으며 채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면서.
* * *
집에 돌아와서, 조성현과 채윤은 함께 피아노를 쳤다.
채윤이 가장 많이 웃기도 하고, 또 진지한 얼굴을 보여줄 때도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동시에 조성현도 즐거운 시간이고.
애초에 원래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조성현이기도 하고, 채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데 그가 행복한 것이 당연했다.
따라란.
채윤은 짧은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여 건반을 두드렸다.
아이는 조성현과 지난번에 함께 했던 ‘바람의 왕국’의 OST 중 하나인 ‘같이 낙엽놀이 할래?’를 연주하고 있었다.
채윤은 피아노가 오고 난 후, 계속해서 같은 곡을 연주 중이었다.
마치, 아는 곡이 그것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조성현은 그런 채윤을 지금까지 지켜보았다.
이유는 분명했다.
초반, 완전히 ‘같이 낙엽놀이 할래’를 익히기 전을 제외하고는.
‘계속 다른 음악이 되고 있으니까.’
같은 곡이지만, 채윤은 계속해서 그 속에서 변화를 주고 있었다.
때로는 인트로 부분을 통통 튀는 듯한 느낌으로 변주하기도 했고.
또 때로는 기본 멜로디만 가만히 두고, 다른 모든 것을 변화시키며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계산해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본능적으로 자신이 치고 싶은 대로 치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게 그저 신기하고, 또 채윤을 조금이라도 더 알기 위해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조성현이었다.
피아노 뒤에 있는 소파에 앉아 가만히 채윤이 연주하는 것을 듣던 조성현은, 이내 흥미로운 듯한 얼굴로 채윤을 바라보았다.
방금까지 잔잔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조금 역동적으로 바뀌었다.
낙엽의 계절, 가을이 표현할 만한 역동적인 느낌이 아니었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 혹은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의 생기 넘치는 역동적임.
그게 단순히 놀라워서 조성현이 흥미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채윤이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느낌으로 연주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했을 때, 단 한 번도 정확히 일치한 적은 없었다.
때로는 멜로디를 제외한 모든 음이 달랐고, 때로는 단 하나의 음만, 혹은 박자감만 다르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아이는 계속 다른 연주를 했었다.
‘근데….’
지금은, 며칠 전에 연주했던 것과 일치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또 바뀌는 분위기.
뜨겁다.
열정적이다.
생기 넘치는 역동감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조성현은, 채윤이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는 가만히 있던 두 팔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가 음악적으로 아는 게 없었다면 그저 원곡과는 다르게 치네, 신기하다 정도로만 받아들였을 수 있겠지만….
“이건… 그 정도가 아니잖아.”
조성현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슬그머니 소파에서 일어났다.
평소라면 조성현이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내도 반응을 했을 채윤이였지만, 아이는 자신의 연주에 빠져서 조성현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리고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조심스럽게 아이의 뒤에 다가갔다.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다행히 채윤은 자신의 연주 소리만 들리는 것인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연주해 나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처럼, 온 세상이 잠을 자려고 준비하는 것처럼.
채윤이의 연주가 이어진다.
영화 OST, ‘같이 낙엽놀이 할래?’의 원곡과 가장 비슷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그냥 완벽히 일치한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다를 뿐이었다.
그저, 같은 것을 조금 다른 시야로 바라보고 있을 뿐.
‘같이 낙엽놀이 할래?’라는 곡이 본래 말하고자 하는 것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표현해내고 있었다.
다만, 아주 조금.
조금의 그리움과 슬픔이 담겨 있을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단하고.
힘 있게.
차갑지만 동시에 따듯하다.
채윤이가 생각하는 겨울은,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채윤이의 연주가 끝났다.
조성현은, 그제서야 참았던 숨을 토해내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자신이 바라보는 그 네 개의 계절을.
아이는 피아노로 표현해냈다.
채윤이 가만히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바로 앞에 있는 조성현을 보고, 채윤은 놀라서 힉엑? 하는 요상한 소리를 냈다.
“푸하하.”
조성현이 그런 아이를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채윤아.”
“네에?”
“방금, 왜 그렇게 친 거야?”
아이가 어떤 생각으로, 또 지금까지 왜 단 한 번도 같은 연주를 하지 않았는지.
그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딸이니까.
아마 채윤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다른 방식으로 다른 계절들을, 다른 시간들을 표현해본 것일 거다.
그리고 방금은 그동안 시도해본 연주들을 전부 더해, 사계절을 연주한 거고.
하지만,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다.
생각하는 게 맞는지.
“낙엽만 좋아하면… 다른 애들이 외로우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야기하는 채윤.
그것을 듣고, 조성현은 미소를 지었다.
“예쁘네. 우리 딸.”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미소와는 달리, 속은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지금까지의 걱정과는, 조금 달랐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조성현도 음악 쪽으로 재능이 완전 없는 편이 아니었다.
없었다면 애초에 작곡가로서 활동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자신의 손으로 음원차트 1위를 하는 곡을 만들지도 못했겠지.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의 음악적 재능은 뛰어난 편이었다.
문제는…….
채윤이의 재능이, 조성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클 것 같다는 점이었다.
이러다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고양이가 되는 건 아닐까?
조성현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 * *
회사를 그만두고 처음 맞는 아침.
조성현은 눈을 떴다.
피곤한 느낌은 없었다.
어제 그리 늦게 자지 않는 것도 있었고, 기분 탓인지 아니면 뭔지, 몸이 가벼웠다.
채윤이는 여전히 자고 있었고, 조성현은 그런 아이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조심스럽게 토닥여주며, 아이를 보던 조성현은 채윤이 자신의 품을 파고들자 미소를 보이며 안았다.
채윤이는 잠시 동안 조성현의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다가 눈을 떴다.
“채윤아.”
“네에….”
아직 졸린 듯, 잠긴 목소리가 작게 울린다.
조성현은 채윤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후 말을 이어나갔다.
“할머니 집 갈까?”
주말에 부모님이 집에 찾아가기로 했다.
퇴사한 것을 정식으로 이야기해야 했으니까.
지나가듯 회사 그만두고 채윤이랑 같이 놀 거라고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제대로 말한 적은 없었으니까.
내일은 영준이, 그리고 영준이의 부모님과 함께 한강에 가기로 했으니 오늘 가는 게 제일 좋았다.
“할머니 집…?”
“응.”
“저는…좋아요….”
채윤이 여전히 졸린 목소리로 답했다.
그녀는 그래도 할머니 집에 간다는 말에 부스스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조성현이 피식 웃으면서, 아이의 뒤를 따랐다.
부모님의 집에 가서, 조성현은 함께 늦은 아침을 함께했다.
식사를 끝낸 후.
그는 입을 열었다.
“저, 회사 그만뒀어요.”
조성현의 말에 이수현과 조재욱이 서로를 잠시 돌아봤다.
이어지는 약간의 침묵.
조성현이 평소 보여주었던 모습이 있고, 자기 아들을 가장 잘 아는 이수현과 조재욱이기에.
현명한 선택을 내렸을 거라 믿기에.
그들은 퇴사했다는 것을 가지고 무어라 하지 않았다.
그저.
“이제 뭐 할 거야? 퇴사도 했겠다. 자유롭겠네.”
이수현이 물었다.
조성현은 힐끗, 거실 바닥을 뒹굴고 있는 채윤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공부 좀 하려고요.”
채윤이의 재능을 어떻게든 따라가려면, 공부는 필수였다.
“채윤이가 음악 좋아하니까, 저부터 제대로 배워볼까 해서요.”
“왜. 너가 직접 가르치게?”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성현이 채윤이의 재능을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은 찾아온다.
‘그때가 되면 지금처럼 가르쳐주긴 어렵겠지.’
그게 5년이 될지, 아니면 내일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자신이 가르쳐주고 싶었다.
아이가 나중에 자랐을 때, ‘이때 정말 행복했었지’ 하고 떠올릴 수 있도록.
저 어린 딸에게, 아빠와 함께한다는 즐거움을.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게.
“아빠니까요.”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