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00)
400화
후우웅.
창문을 여니, 더운 바람이 훅하고 들어오며 조성현의 머리칼을 훑었다.
조성현은 점점 더워지는 날씨를 피부로 느끼다가 다시 창문을 올렸다.
장현아는 힐끗 그를 보았다가 입을 열었다.
“에어컨 끌까요?”
운전석에 있던 그녀는 조성현이 에어컨이 과해서 창문을 열었다고 생각하는지, 그렇게 물었다.
조성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괜찮아요. 딱 적당했어요. 그냥 바람 한 번 느껴보고 싶어서 열어본 거라서요.”
조성현은 가볍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의 말에 장현아는 에어컨 쪽으로 손을 뻗었다가 다시 핸들을 잡는다.
그녀는 운전하며, 며칠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주기 시작했다.
“앨범 반응이 생각보다 좋더라고요. 뭐, 차트인을 하진 못 했지만… 그래도 평가 자체는 굉장히 좋아요.”
“다행이죠. 욕하는 사람이 없으니.”
“에이, 어떻게 욕을 하겠어요. 안 좋은 평이 달리더라도, 보통 앨범에 대해서 이해를 잘 못 하겠다는 평이 대부분이지, 막 욕을 하는 평은 없더라고요.”
장현아가 운전하며 말한다.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매일 음원사이트에 달리는 댓글과, 미튜브에 달리는 댓글, 그리고 다른 커뮤니티들의 반응도 살피고 있는 중이었다.
뮤즈가 데뷔했을 때나, 지난번 조성현이 서예나의 곡에 피쳐링으로 참여했을 때보다 훨씬 더 자주 확인을 하는 편이었다.
혹시나 채윤이에 대해 욕을 하거나, 뭔가 안 좋은 평이 달릴까 자주 확인을 하게 되었던 것.
다행히 악평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장현아의 말처럼, 욕을 하는 이는 없고… 대신 곡이 오묘하다고 평가하는 이들은 몇 있었다.
그래서 메인이 곡이냐 연주냐고 이야기하는 이들.
클래식 곡인지, 아니면 가요인지 모르겠다는 평을 하는 것이다.
조성현은 굉장히 냉정한 평가라고 판단했다.
사실, 맞는 말이니까.
이 곡의 정체성이 무어냐라고 묻는다면, 장르적으로는 딱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가 힘들다.
대신 조성현은 채윤이와 자신에 대한 곡이라고 곧바로 말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 이게 클래식을 지향하냐, 대중가요를 지향하냐고 물었을 때 할 말은 없다.
조성현은 흠 하고 소리를 한 번 내고는 입을 열었다.
“현아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저요? 어떤 게요?”
“곡이요. 이해를 잘 못 하겠다는 평이 좀 있잖아요.”
조성현이 물었다.
장현아는 슬쩍 백미러를 통해 조성현을 바라보았고.
마침 조성현도 장현아를 바라보고 있었기에 둘은 거울을 통해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장현아는 조성현의 눈을 잠시 보다가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답변을 해나갔다.
“저야 뭐… 음악에 있어서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굳이 뭘 나눠야 하나 싶긴 했어요. 뭔가 예리하게 분석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평가는 그래서 이게 클래식이냐, 아니면 재즈냐, 대중가요냐… 뭐 이런 평을 내리고 있지만.”
장현아는 거기서 말을 멈추고, 손을 들어 슬쩍 머리를 쓸어 넘겼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무어라 표현하면 좋을지, 잠시 생각을 하던 그녀는 이내 말을 이었다.
“이번 앨범에서 중요한 게 과연 그런 걸까. 한 번 고민해보면, 딱히 장르적 구분이 그리 대단치 않다고 생각되거든요.”
장현아가 말한다.
그녀도 조금 말이 꼬이는지, 복잡하게 말을 했지만… 조성현은 그녀의 말을 잘 알아들었다.
이번 앨범에서 중요한 게 장르적 구분은 아니다.
그건 확실히 말 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음악에 있어서 장르적 구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장르라는 게 왜 있겠는가.
조성현은 그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장르적으로 무언가를 구분하고 싶지 않았고.
그걸 실천했을 뿐이다.
그래서야 앨범의 정체성을 알 수 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글쎄.
왜 꼭 앨범의 정체성을 음악의 장르로 나누어야 하는가.
애초에 지금 있는 음악의 장르들도, 원래 있던 음악의 장르들을 벗어나고, 변형하다 보니 생긴 것들 아닌가.
구분과 기준은 항상 필요한 법이지만, 그렇다고 형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그게 조성현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정체성이었다.
조성현은 장현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받아들였는데, 장현아는 그의 그런 행동을 어떻게 생각을 한 것인지 빠르게 다시 입을 열었다.
“너무 신경 쓰진 마세요. 채윤이가 연주를 못 했다거나, 노래를 못 불렀다는 평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다 앨범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괜찮아요. 신경 많이 안 쓰니까, 걱정 마요.”
조성현은 장현아가 빠르게 하는 말을 끊으며 답했다.
그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
앨범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평하는 이들이 잘못되었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음악적 견해나 취향은 각자 전부 다른 법이니까.
조성현과 채윤이도 음악에 있어서 완벽히 일치하진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하고, 맞출 수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성향이 같은 건 아니라는 거다.
조성현과 채윤이도 그런데, 어떻게 다른 이들이 그들과 음악적 견해와 성향이 같기를 바라겠는가.
이해를 못 하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면 될 일이다.
그저 아쉬울 뿐이지.
‘나나 채윤이가 아쉽지 않지.’
상대가 조금 아쉽게 됐을 뿐인 거다.
조성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채윤이의 연주와 노래를 잘 즐기지 못했다면, 그보다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앨범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꽤 계시고… 어, 구독자분들도 꽤 늘었으니까요.”
유미와 함께 진행한 방송의 여파일까, 아니면 앨범 발매가 되어서 그런 것일까.
최근 10만을 돌파했던 구독자 수는 며칠이 되지 않아서 벌써 11만에 근접하고 있었다.
확실히 10만 구독자 수를 돌파하고 나니, 오르는 속도가 꽤 붙었다.
“10만 구독자 돌파 기념으로 프로젝트 진행하는 거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일단 웹툰 건은 그림작가 분을 구하고 있는 중이고… 그 외에 다른 프로젝트는 뭐가 좋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장 밀고 싶은 건, 역시 해외여행이긴 한데….”
“약간 이르긴 하죠?”
“네. 조금 망설여지긴 하네요.”
장현아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했다.
아직 채윤이와 함께 해보지 못한 것들이 워낙 많기도 하고.
사실 언어적인 부분 때문에 더 그렇기도 했다.
조성현이야 매니저 일을 하면서 때때로 영어로 소통을 할 일이 있었으니 조금이나마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채윤이는 그런 게 아니었으니까.
거기에 예산 문제까지 더해, 장현아도 여러 가지 고민이 있을 거다.
조성현은 푸후 하고 숨을 내뱉는 장현아를 보면서 픽 웃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일상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니까요.”
“그래도, 더 좋은 영상을 보여드리고, 좋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싶은 게 욕심이니까요.”
“좋은 욕심이지만, 때때로는 과한 욕심이 오히려 일을 망칠 수도 있으니까요. 너무 막 스케일이 커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조성현은 그렇게 말하며, 힐끗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목적지에 다 온 상태였다.
장현아는 슬쩍 차를 세우고 고개를 돌려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조언 감사합니다. 선배님. 잘 고민해볼게요.”
“네,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저도 미팅 때문에 근처 올 일 있었는데요.”
장현아가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들고.
조성현은 웃으며 살짝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그는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
그의 눈앞으로, 신경화 교수의 집이 들어오고 있었다.
* * *
띵동.
벨을 누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신경화 교수가 문을 연다.
그런 그녀의 옆으로 돌체가 함께하고 있었다.
“요즘은 돌체가 먼저 성현씨 오는 걸 알고 기다리는 느낌이에요.”
“그런가요?”
“농담 아니라, 진짜로요. 돌체가 소파에 누워있다가 슬쩍 현관 쪽으로 가길래 와봤더니, 성현씨가 바로 초인종을 누르더라고요.”
신경화가 그렇게 말을 하며, 들어오라는 듯 고갯짓을 한다.
조성현은 미소를 지으며 돌체에게 살짝 손을 흔들었다.
채윤이가 함께였다면 돌체를 굉장히 반기며 열심히 쓰다듬었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조성현 홀로 신경화 교수의 집에 온 참이었다.
최근 신경화 교수의 집에서 개인 레슨을 하고 있기에 찾아온 것.
조성현은 익숙하게 욕실로 가서 손을 씻고 나왔다.
신경화 교수는 최근, 조성현과 함께 개인 레슨을 진행하며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는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그녀는 피아노 앞에 앉아 조성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성현은 얼른 걸음을 옮겨 거실 소파에 올려둔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었다.
그의 바이올린이 모습을 드러내고.
조성현은 바이올린을 조심스럽게 꺼내 조율을 시작했다.
지잉.
그가 조율하는 것을 잠시 기다리던 신경화는, 이내 조성현이 완벽히 자세를 잡자 입을 열었다.
“바로 해볼까요??”
“네. 시작하겠습니다.”
딱히 길게 대화가 필요하진 않았다.
신경화 교수와 개인 레슨을 하는 시간은 길어봐야 두 시간.
일분일초도 소중했다.
그녀의 몸값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랬고 말이다.
연주는 십여 분 동안 이어졌다.
“확실히, 빨리 느네요.”
“… 아직 채윤이나 서울 오케스트라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죠.”
“글쎄요. 너무 겸손할 필요도 없어요. 각자 영역이 조금 다르지만, 성현씨도 천재라는 걸 분명히 알았으면 하네요.”
“하하….”
조성현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신경화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채윤이가 실제적으로 음악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 정말 뛰어나다면, 성현씨는 그걸 다루는 부분에 있어서 완벽하니까요.”
“하하, 완벽이라니. 너무… 부담스러운 말인데요?”
“완벽한 조율자인 거죠. 지휘자로서의 재능도 있다면서, 탐내던데요?”
조성현의 말에 신경화는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는 듯, 건반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조성현이 눈을 깜빡거렸다.
지휘자로서의 재능이 있다니, 너무 과하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 아닌가 싶었던 것.
신경화는 조성현의 표정을 보고는, 가볍게 웃었다.
“너무 얼 필요는 없어요. 누가 지휘자 시키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현수가 지휘자로서의 재능도 있다고 말을 했던 게 생각나서 이야기해본 거니까요. 지휘가 단순히 악단 지휘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어찌 보면, 프로듀싱도 지휘의 또 다른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
신경화는 뒷말을 삼켰다.
과연 조성현과 조채윤, 이 음악 부녀는 서울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무대에서 얼마나 좋은 무대를 보일까.
그날이 너무 기다려져, 신경화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자, 다시 한번 시작해보죠.”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
다시 한번, 연습이 시작되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