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01)
401화
진현수와 신경화는 최근 자주 만나고 있었다.
원래도 친하고, 만나는 것에 있어서 그리 부담스러운 관계는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평소보다 훨씬 더 만남이 잦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서울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에 신경화가 함께 하기로 결정이 난 상황.
당연히 그 부분에 있어서도 서로 의견 교환이 필요했으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만나서 나쁠 건 없기에 자주 만나는 거다.
만나서 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무대에 대한 이야기였다.
신경화와 서울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나갈 무대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조성현과 채윤이의 이야기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진현수는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후우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신경화 교수의 집으로 가서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에는 신경화가 진현수의 집무실로 찾아왔다.
“여전히 못 정했나보지?”
“… 쉽게 결정할 수가 없네.”
신경화의 질문에 진현수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그는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고민하고 있는 고민들이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이 바로 ‘곡’이었다.
이번 서울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에 어떤 곡을 내세워야 할까.
그걸 고민하는 것이다.
전체적인 주제와 잘 맞아떨어져야 하고, 모든 곡들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곡 하나만 잘못 되어도 연주회 전체가 망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다른 곡들은 전부 다 정해져 있지만, 조성현과 채윤이의 무대는 특별 무대로서 갑자기 결정이 된 것이기에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스페셜 무대잖아.”
“응.”
그게 뭐가 어쨌냐는 듯, 진현수가 신경화를 바라보았다.
신경화 교수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그녀는 입을 열어 말을 이어나갔다.
“조금 더 특별하게 가도 된다는 거지.”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곡. 성현씨랑 채윤이한테 꼭 맞는 곡이 있는데 굳이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거지.”
신경화가 대수롭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그녀의 말에 진현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신경화를 바라보았다.
지금 신경화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 들었던 것이다.
“… 너 설마….”
“채윤이가 작곡한 곡 있잖아. 얼마나 좋아.”
기어코 말을 끝내는 신경화를 보고, 진현수는 헛웃음을 흘렸다.
곡 자체가 정말 좋긴 하다.
하지만, 곡이 좋은 것과 그걸 무대에 내세우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이건, 어쩔 수가 없다.
연주회를 들으러 오는 이들을 생각해보라.
그들이 과연 초등학생이 작곡한 곡을 들으러 오겠는가.
거장들의 곡을 듣고 싶어서 오는 거다.
그런 그들이 연주회를 찾았는데, 특별 무대에서 초등학생이 작곡한 곡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
진현수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중얼 거렸다.
그러자 신경화는 픽 웃으며 다시 입을 연다.
“뭐… 본인이 작곡한 곡을 무대에서 선보이는데 더 열심히 하지 않겠어?”
“진짜 제정신 아니구나.”
신경화가 조성현과 채윤이를 많이 아낀다는 것은 진즉에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애초에, 특별 무대를 하면 좋겠다고 말을 꺼내며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추천한 것 자체가 굉장히 드문 일이었고….
그 상대가 비전공자라는 것도 경악스러운 일인데, 하물며 초등학생과 그 아버지라니.
그 구성만 보더라도 신경화 교수가 채윤이와 조성현을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최근에는 성현씨 개인레슨까지 하고 있다던데….’
신경화가 개인 레슨을 하는 것 자체가 재능이 있다는 뜻인데, 그걸 하루에 30분 정도가 아니라 두 시간씩 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럼 뭐, 말 다 했지.
“제정신이면 클래식계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지도 못했지.”
“백번 양보해서 초등학생을 무대에 세우는 것까진 그렇다고 해도, 초등학생이 작곡한 곡으로 무대를 채운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
신경화 교수는 뭐가 문제냐는 듯 말을 했고.
진현수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며 차분히 답했다.
그러자, 신경화 교수는 묘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리더니 말을 이어나간다.
“그 초등학생이, 나랑 너를 반하게 만든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도?”
“아무리 그래도…”
신경화의 말에, 진현수는 무어라 답하려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말이 맞았으니까.
그 초등학생이.
고작해야 이제 8살이 된 아이가.
신경화가 특별히 신경을 쓸 만큼의 재능을 가지고 있고, 당장 진현수 자신이 결국 자신의 무대에 세울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말도 안 된다.
진현수는 채윤이가 작곡한 곡을 무대에서 선 보여야 한다는 신경화의 말에 그렇게 답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서, 네가 고민하는 이유는 뭔데.”
“그건….”
애초에, 정말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면 진현수가 이렇게까지 길게 곡을 선정하지 못하고 고민을 하고 있는 연유는 무엇인가.
어쩌면,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이미… 채윤이가 작곡한 곡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네가 인정을 하든, 인정을 하지 않든. 어쨌든 채윤이의 곡이 좋다는 걸 너도 알고 있잖아.”
“…….”
“도박을 할 거면, 확실히 해야지.”
신경화가 말한다.
어째서 일까.
진현수는 그 말이 악마의 속삭임처럼 달콤하게 들려왔다.
* * *
채윤이는 요즘 너무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집에서는 조성현이 항상 신경을 써주고, 같이 놀아준다.
같이 놀 때가 아니면, 함께 연주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하루에 아무리 적어도 두 시간 정도는 함께 연주를 할 수 있었기에, 아이는 너무 행복했다.
학교에서는 어떤가.
친구들은 여전히 채윤이와 함께하고 있고, 조금씩,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는 중이었다.
유치원 시절, 친구가 전혀 없었던 걸 생각해보면 정말 큰 변화였다.
채윤이도 친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유치원 때는 친구들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은 아니다.
같이 있으면 즐겁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오케스트라랑 무대를 하는데 왜 네가 그림을 그리냐고.”
“그게 내 일이니까. 당연한 거지.”
“그건 서울 오케스트라에서 정하겠지.”
자신이 서울 오케스트라와 채윤이의 특별 무대에 사용 될 팜플렛에 들어갈 그림을 그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영준이와.
그런 영준이의 옆에서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핀잔을 주는 현서.
그들의 대화에 채윤이는 킥킥 웃었다.
아이의 웃음에 영준이와 현서가 고개를 돌려 채윤이를 바라본다.
“채윤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현서가 묻는다.
채윤이는 손을 들어 앞으로 넘어온 머리카락들을 다시 뒤로 쓸어 넘기고는 입을 열었다.
“나는 영준이가 그림 그려주면 좋은데… 내가 정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음… 근데 나는 그것보다는 영준이가 웹툰을 그려줬으면 좋겠어.”
“웹툰?”
“응. 아직 비밀인데… 일상툰이라는 걸 만들 거래. 그래서 그림 작가님들을 구하는 중인데, 안 구해지면 영준이한테 그려달라고 할 거라고 했어.”
“헐… 대박.”
현서는 비밀이라는 말에 주변을 황급히 둘려보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아이는 작게 ‘대박’이라고 중얼 거리며 영준이 쪽을 돌아보았고.
영준이는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긴장을 하거나 뭔가 기대할 때 나오는 영준이의 습관.
현서는 그런 영준이를 툭 하고 건드렸다.
“뭘 또 기대하고 그래.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안 되면 너한테 해달라고 한다잖아. 너라면 채윤이랑 아저씨 일상툰을 그리는 건데, 거절 하겠어?”
“… 아니.”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먼저 할걸?”
현서는 그렇게 말하며 채윤이 쪽을 돌아보았다.
자신의 말에 동조해달라는 듯.
보통 아이들의 대화는 이렇다.
영준이가 무언가 말을 하거나 하면 현서가 핀잔을 주거나 하는 형식.
그래도 현서는 내심 영준이를 응원한다.
지난번에, 언젠가 영준이가 밤늦게까지 그림을 그리느라 피곤해 할 때 초콜렛 하나를 사다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부분.
채윤이는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나는 몰라. 현아 언니가 하는 거라서. 그래도 영준이가 하면 재미있을 것 같잖아.”
채윤이는 그렇게 말을 했고, 현서는 휴 하고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채윤이 너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이런 일은 친한 사람이라고 해서 막 맡기고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친해서 해달라고 하는 건 아닌데.”
“그럼?”
“영준이가 그림 잘 그리니까 해달라고 하는 거지.”
채윤이는 그렇게 말을 하며 고개를 내려,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거렸다.
최근 채윤이는 노트에 무언가를 적는 것을 자주하고 있었다.
조성현이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
그게 악상일 때도 있지만, 보통은 그냥 아무 의미 없는 문장일 때도 많았다.
지금도, 아이가 적은 문장은 ‘영준이는 그림을 잘 그린다.’ 였으니까.
그걸 힐끗 보던 현서는 말을 돌렸다.
“근데 너 서울 오케스트라랑 무대를 하는 거면 옷 필요 하지 않아?”
“옷?”
채윤이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러자 현서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을 이어나간다.
“응 무대에서 입을 옷.”
“채윤이 옷 있어. 졸업식 때 입은 옷. 예쁜 거.”
옆에서 영준이가 현서의 말에 대신 답했다.
영준이는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 중 채윤이의 졸업식 무대를 직접 본,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확신을 담아 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서는 한심하다는 듯 영준이를 바라보았다.
“네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유치원 졸업식 무대에서 입은 옷을 어떻게 또 입니?”
“…? 왜 못 입어?”
영준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현서에게 되물었다.
유치원 졸업식 때 입은 옷을 왜 다시 못 입는 건가.
한 번 입으려고 산 것도 아닐 텐데.
“서울 오케스트라랑 같이 무대를 하는데 유치원 졸업식 때 쓴 옷을 입으면 사람들이 얼마나 비웃겠어.”
“아니야. 옷 예뻐서 다들 좋아할걸.”
“너는 좀 조용히 해봐. 아무튼 채윤아, 아저씨한테 말해서 같이 무대복 맞춰. 서울 오케스트라랑 같이 무대를 하는 건데, 그 정도는 해야지.”
영준이가 반박했지만, 현서는 손을 휘휘 흔들며 영준이를 밀쳐내고는 채윤이를 바라보며 말 했다.
채윤이는 현서의 말에 뭔가에 홀린 눈을 해보였다.
“같이 옷을 맞춰….”
“응. 평소에 너랑 아저씨랑 스타일 맞추는 것처럼. 무대 복도 그렇게 맞춰서 하는 게 좋잖아.”
현서가 말 한다.
채윤이는 그 말을 들으며, 조성현과 자신이 함께 맞춘 옷을 입고 무대 위에 올라가는 상상을 할 수 있었다.
‘멋지다.’
상상 속의 아빠는, 너무 멋졌다.
무대 복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지만, 현서의 말을 듣고 채윤이는 결심할 수 있었다.
“아빠한테 졸라봐야겠다.”
꼭, 무대복을 맞춰야겠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