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07)
407화
탁탁탁.
파를 써는 소리가 주방을 작게 울린다.
워낙 얌전한 아이들이라 그런지, 현서가 집에 놀러 왔음에도 불구하고 조성현은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아이들은 그저 실버 버튼을 구경하고, 오늘 만든 테라리움을 꺼내서 한참 동안 들여다보기도 하는 등.
조성현이 보기에는 저게 뭐 하는 걸까 싶은 행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지금, 채윤이의 방에 들어가서 옷장을 열어 열심히 옷을 매칭시키고 있었다.
조성현은 채윤이와 패션에 대해 이야기가 통하는 아이를 처음 보았기에 조금 신기했지만, 아이들은 마냥 신난 모양이었다.
조잘조잘 떠드는 소리가 주방까지 들리는 것을 보니 말이다.
조성현은 팬에 기름을 두르고, 방금 썬 파를 투하했다.
파기름을 먼저 낸 후, 볶음밥을 할 생각이었다.
볶음밥이야 이제 금방 만든다.
밥을 넣고, 굴소스까지 넣어서 뚝딱하고 볶음밥을 완성한 조성현은 아이들을 불렀다.
“얘들아, 밥 먹자.”
조성현의 부름에, 채윤이의 방이 소란스러워진다.
아이들은 금방 나오지 않았다.
조성현이 재차 채윤이와 현서를 부르려고 입을 여는데.
달칵.
작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채윤이와 현서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한껏 꾸민 모습의 현서와 채윤이가 나타난다.
현서는 채윤이가 유치원 졸업식 무대 때 입었던 드레스를 입고 있고, 채윤이는 빨간색과 갈색의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있다.
평소의 채윤이보다 조금… 성숙한 느낌의 패션.
현서가 코디해준 모양이다.
조성현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고개를 흔들며 웃음을 흘렸다.
“얼른 와서 밥 먹자.”
“아빠, 이거 안 예뻐?”
“엄청 예뻐. 우리 채윤이랑 현서는 뭘 입어도 예뻐.”
조성현은 그렇게 말하며 채윤이와 현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채윤이와 현서는 금방 식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이제 슬슬 현서를 데려다줘야 할 타이밍이 다가왔다.
이제 슬슬 정리하고 가자고 이야기를 하려는 조성현은, 갑자기 울리기 시작하는 스마트폰 때문에 입을 열지 못했다.
그는 슬쩍, 발신자를 확인했다.
장현아에게서 걸려온 전화다.
“네, 현아씨.”
-안녕하세요. 선배님. 식사는 하셨나요?
“방금 막 먹었네요. 현아씨는요?”
장현아의 밝은 목소리에, 조성현은 힐끗 채윤이와 현서쪽을 바라보며 답했다.
-저는 이제 먹으려고 가는 길이에요. 유미씨랑.
“유미씨 콘서트가 언제였죠?”
조성현은 유미라는 말에, 곧바로 물었다.
유미의 콘서트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다음 주에요. 진짜, 완전 코앞이죠.
“제가 다 긴장되는데요?”
-그러니까요. 유미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계시긴 하는데, 긴장한 거 다 보이거든요.
“하하… 유미씨가 원래 그런 스타일이에요.”
조성현이 웃으며 말했다.
유미는 원래 티를 잘 안 내려고 노력하지만, 그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알 수밖에 없었다.
조성현이나, 장현아나.
유미를 담당한 경험이 있거나, 지금 담당하고 있는 매니저였으니까.
-맞아요. 아무튼… 아까 서울 오케스트라 쪽에서 공식적으로 스케줄 문의가 와서요. 스케줄 한 번 맞춰봐야 할 것 같아요.
“연습이야 언제든 가능하니까 그쪽 스케줄에 맞추면 될 것 같은데… 유미씨 콘서트 첫날만 빼면 될 것 같아요. 그날은 콘서트 가야 하니까.”
연습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유미의 콘서트가 열리는 날에도 연습할 생각은 없었다.
그때는 유미의 콘서트를 보러 가야지.
이번 무대에서 보일 ‘Let the wind blow’ 무대를 프로듀싱 한 프로듀서로서도 확인을 해야 했고.
조성현 개인적으로도 유미의 첫 콘서트를 직접 보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첫날 빼고 다른 날짜로 스케줄 잡는 걸로 할게요. 음 그리고 일주일에 세 번, 총 3주 정도 연습하고 4 주차에 무대가 있거든요.
“네네.”
-선배님도 이제 슬슬 긴장하셔야 합니다.
“안 그래도 잔뜩 긴장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조성현이 장난스러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농담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긴 하지만, 정말 긴장이 되기는 했다.
이제 진짜 하게 되는구나 싶고, 머리가 복잡하다.
-넵 연습하는 건 따로 촬영하지 않고, 연습하러 가는 길 정도만 잠깐씩 촬영하는 걸로 하면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촬영은 크게 신경 안 쓸게요.”
-네 그러면 스케줄 픽스하고, 정리해서 보내드릴게요.
장현아의 말에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말했던 것처럼, 긴장된다.
무대도, 당장 코앞에 직면한 합동 연습도 말이다.
약간의 긴장이 어린 얼굴을 하고 있던 조성현은 이내 자신의 눈앞에 있는 채윤이를 발견하고는 표정을 바꿨다.
“우리 연습 해야 해?”
“응. 서울 오케스트라랑 같이 연습 해야 해서, 현아씨가 그거 스케줄 잡아서 보내준다네.”
채윤이의 말에,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의 말에 반응한 것은 채윤이가 아니었다.
“멋지다….”
현서가 눈을 빛내며 조성현과 채윤이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 * *
그날, 현서를 무사히 집에 데려다주고 난 후로도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어느새 시간은 훅 지나.
조성현과 채윤이는 서울에 나왔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습하는 날은 아니었다.
오늘은 전에 왔던 드레스샵, ‘오데트’를 다시 한번 방문하는 날.
채윤이는 드레스를 볼 생각에 신이 나는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걸음을 옮겼다.
조성현도 옷을 맞춰서 입는다는 것이 조금 신기하기도 하고, 새로운 느낌이었기에 기분이 좋은 건 마찬가지였다.
“안녕하세요!”
채윤이가 먼저 ‘오데트’에 들어서며 인사를 한다.
조성현도 아이의 뒤를 바로 따라 들어갔다.
사장님이신 노부부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채윤이와 조성현이 도착하자마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조성현은, 그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무언가를 눈치챌 수 있었다.
‘오데트’의 풍경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게는 전에 왔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가게 안에 흘러나오는 음악이 바뀌었으니까.
원래는 그냥 클래식 음악이었는데, 지금은…
‘우리 앨범이다.’
조성현과 채윤이가 준비해서 발매했던 앨범이 나오고 있었다.
“어?”
채윤이도 그걸 금방 알아차리고,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아이가 두리번거린다.
그런 채윤이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노부부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오늘은 노래가….”
“깜짝 선물로 준비해봤는데, 마음에 드시나요?”
“너무 신기하네요. 밖에서 이렇게 저희 노래를 듣는 건 처음이라서요.”
조성현과 채윤이의 앨범은, 여전히 나쁘지 않은 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대단한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아니었다.
차트인을 못한 것은 물론, 일반 대중들은 조성현과 채윤이 앨범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당연히 이렇게, 밖에서 그들의 곡을 들을 일도 없었고.
서울 한복판, 고급스러운 드레스샵에서 자신들의 노래가 흘러나오니 기분이 이상했다.
“노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채윤이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노부부에게 인사를 건넸다.
노부인이 웃으며 손을 흔든다.
“좋은 노래 만들어줘서 저희가 감사하죠. 자, 우리 꼬마 아가씨를 위해 준비된 드레스를 한 번 보러 갈까요?”
“… 네.”
채윤이가 너무 기대된다는 듯, 침을 꿀꺽 한 번 삼키고 답했다.
아이가 노부인과 함께 자리를 옮기고.
조성현은 데이비드를 바라보았다.
데이비드가 빙긋 웃으며, 이쪽으로 오라는 듯 손짓하며 몸을 돌렸다.
채윤이가 노부인을 따라갔던 것처럼, 조성현도 데이비드를 따라 이동했고.
잠시 후 그는 가봉 된 옷을 입고 커다란 전신 거울 앞에 설 수 있었다.
“음… 제가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데, 혹시 움직이실 때 불편하시거나 한 부분 있을까요? 아니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라던가.”
데이비드가 조성현을 보면서 묻는다.
조성현은 거울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확실히 맞춤이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데이비드의 실력이 좋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옷 태가 기성복과는 차이가 느껴지긴 했다.
일반 기성복으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하던 조성현이었지만, 옷을 이렇게 맞추고 나니 왜 사람들이 옷을 맞춰 입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옷도 잘 사는데, 그냥 그뿐이 아니라 사람에 딱 맞게 잘 살아나는 느낌이다.
패션에 크게 관심이 없는 조성현이 봐도 그럴진대, 채윤이가 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는데, 데이비드가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따님분 드레스도 볼 겸, 손님 옷도 따님께 보여드릴 겸. 가볼까요?”
“아, 예. 알겠습니다.”
조성현은 조심스럽게 답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냥 가봉만 되어 있는 상태였기에 사실 깔끔하진 않았다.
그래도 옷 태가 잘 산다는 게 느껴질 정도의 실력.
채윤이가 드레스를 입은 모습도 얼른 보고 싶었다.
데이비드의 안내를 받아 간 곳에는, 채윤이가 전신 거울을 보며 방긋 웃고 있었다.
옆에서 노부인이 친절히 채윤이에게 드레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고.
솔직히 조성현은 설명을 알아들을 자신이 없었기에, 그저 채윤이에게만 집중했다.
아이는 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조성현이 온 지도 모르고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아이의 옆으로 다가가, 채윤이의 옷을 자세히 살폈다.
윤기가 나는 듯한 천으로 만들어진 드레스는, 간단한 레이스도 달려 있었다.
아직 완벽히 만들어진 상태가 아니기에 그런 것을 감안하고 봐야겠지만….
조성현의 눈에는 여기서 더 예뻐지면 얼마나 더 예뻐지는 거지 싶을 정도였다.
그냥 아이용 드레스가 으레 그렇듯, 마냥 귀여움을 강조한 느낌은 아니었다.
귀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걸 강조하는 모습은 결코 아니고.
오히려 반대로, ‘아이’의 모습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모습을 강조하려 한 것인지.
조금은 성숙한 듯한 느낌도 있었다.
성숙하다는 것이 절대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신경화 교수가 왜 이곳을 추천해줬는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묘하게 채윤이도 연주자라는 것을 드러내는 듯한 드레스였다.
저 옷을 입고 연주할 채윤이가 눈에 훤히 보이는 것만 같았다.
검은색 피아노 앞에 앉아, 그 피아노와 대비 되는 색의 실크 드레스를 입은 채윤이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너무 아름다웠다.
“어떠신가요?”
노부인이 조성현에게 묻고.
조성현은 순간, 채윤이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너무… 예쁘네요.”
그가 답했다.
아이가 활짝 웃음을 보였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