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1)
41화
이수현과 조재욱의 이상한 눈길을 본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왜요?”
“아니, 갑자기 아빠니 뭐니 하면서 무게 잡으니까. 얘가 뭘 잘못 먹었나 싶기도 하고.”
아, 어머니…….
“그래서 무슨 공부한다고?”
“…음악이요.”
조성현의 말에, 이수현이 황당하다는 듯 그를 바라본다.
“그럼 뭐, 매니저 때려치고 연예인이라도 하게?”
“설마요. 채윤이 때문에 그렇죠.”
‘A부터 Z까지 음악의 모든 것을 알려주겠다.’
이런 식의 거창한 생각은 아니다.
그저 채윤이가 궁금해하는 것을 알려줄 수 있을 정도면 충분했다.
아이가 궁금해하는데 아빠가 대답을 못하고 있으면, 조금 난감하지 않은가.
문제는 채윤이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모르는 이상, 성현도 그에 맞춰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채윤이는 천재였고, 그런 아이의 아빠로서 조성현도 노력해야 했다.
어쩌면 지난 생 보다 더 열심히.
조성현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함을 느꼈다.
‘잘 해보자.’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채윤이는 그저 해맑게 웃고 있었다.
* * *
일요일 아침.
조성현은 조금 일찍 일어났다.
채윤이도 금방 눈을 떴다.
아닌 것처럼 행동하더니, 채윤이도 은근 기대가 되었던 모양.
“아빠랑 같이 자전거!”
채윤이 신난 목소리로 외쳤다.
조성현이 피식 웃으며 채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쓰러지듯, 채윤이 조성현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채윤아. 아빠랑 같이 자전거 타러 가는 거 좋아?”
“완전완전!”
채윤이 빠르게 답한다.
아이는 음악도, 피아노도 정말 좋아하지만, 역시 조성현과 함께 밖으로 나가서 노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었다.
조성현도 상당히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 또한 지난 생에는 일을 하느라 제대로 쉰 적이 없었으니까.
채윤이와 함께 노는 게 조성현은 좋았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 그는 행복했다.
채윤의 친구네 가족과 함께 한다는 사실 또한 한몫했다.
식사는 그냥 가서 사 먹기로 했다.
메뉴는 한강라면.
평소에 잘 먹이지 않는 메뉴이긴 하지만, 이왕 한강까지 나왔으니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영준이네도 긍정했고, 성현은 간식거리만 조금 싸가기로 했다.
“채윤이가 좋아하는 요구르트도 챙기고….”
“과자!”
여러 가지 바다생물 모양으로 만들어진 과자를 들어 올리며, 채윤이 외친다.
조성현이 아이가 내미는 과자를 받아 들어 가방에 집어넣었다.
채윤이 히히 하고 웃었다.
초코바 두 개와 물을 더 챙기고, 자잘한 간식들을 조금씩 챙기자 금방 가방이 꽉 찼다.
조금 더 챙기면, 더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조성현은 채윤이 준비하는 것을 돕고, 자신도 씻었다.
편한 옷을 입고, 조성현과 채윤은 밖을 나섰다.
“날씨 좋다.”
“헤에….”
채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성현은 걸음을 옮기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처한 환경이 변한 탓일까.
퇴사를 하고 나니 정말 많은 것이 달라 보였다.
일적으로 머리가 금방 굳는 것 같다고 할까.
생각이 저절로 일 쪽으로 흐르려다가 덜컥하고 멈추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조성현은 채윤과 함께 걸어가다가 흐음 하고 소리를 냈다.
“차를 사야 하나.”
앞으로 계속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닐지, 아니면 차를 한 대 살지 고민이 된다.
회사를 다닐 때는 정말 차가 필요하면 회사 차를 이용하거나 했는데, 지금은 그럴 수는 없으니까.
애초에 회사에 다녔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 거긴 했다.
하지만, 있으면 상당히 편해지는 것은 사실이라서 조성현은 여러모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강이다!”
한강에 도착했다.
자전거를 탈 수 있게,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둔 곳.
근처에는 자전거 대여소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
영준이네와는 대여소에서 보기로 했다.
아이를 태울 수 있는 자전거 두 대와, 그냥 일반 자전거 한 대를 대여했다.
아빠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자전거를 타고, 영준의 엄마는 혼자 타기로 했다.
“채윤아, 너 자전거 타봤어?”
영준이가 채윤이에게 묻는다.
채윤은 조금 기대하고 있는 얼굴로,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었다.
“안 타봤어. 너는?”
“나는 몇 번 타봤어!”
“우와….”
자전거를 몇 번 타본 게 뭐라고 으쓱거리고, 채윤은 그것에 감탄한다.
그런 어린아이들의 모습에, 조성현은 웃음을 흘렸다.
채윤이도, 영준이도 너무 귀여웠다.
“우리 아빠가 자전거 엄청 잘 타서, 가만히 있기만 하면 돼!”
영준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하고, 채윤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아빠는 자전거 잘 타요?”
“글세. 잘 타지는 못하는데.”
“그러면 안 되는데… 넘어지면 아야하는데.”
채윤이 걱정스럽다는 눈으로 힐끗 자전거를 바라보았다.
조성현이 픽 웃으며 채윤에게 두 팔을 벌렸다.
채윤이 냉큼 다가와 조성현에게 안긴다.
“안 넘어질 거야. 걱정마 채윤아.”
자전거를 엄청 잘 탄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렇다고 못 타는 편은 절대 아니었다.
바이크 묘기를 할 수 있는 수준은 안 돼도, 가다가 넘어질 정도는 아니니까.
조성현은 채윤을 먼저 앉혔다.
유아 시트가 장착되어 있어서, 사실 채윤을 태우는 것이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안전벨트까지 다 착용을 시킨 후, 영준이 쪽을 바라보니 영준은 익숙하게 그의 아빠가 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돌까요?”
“제가 코스를 몰라서, 먼저 가시면 따라갈게요.”
영준의 아빠, 유재균이 하는 말에 조성현이 답했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는 건 처음이라서, 그냥 따라가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았다.
유재균은 조성현이 처음이라는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출발했다.
조성현도 금방 유재균을 따랐다.
“우와아아!”
채윤이 뒤에서 신난 목소리로 소리를 냈다.
너무 재미있어하는 아이의 목소리에, 조성현은 미소를 지으며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는 쑤욱 쑤욱 잘 나갔다.
채윤이 무거운 편도 아니었고, 조성현의 체력이 달리는 편도 아니었으니까.
그는 일반 직장인들에 비해 상당히 활동적인 직장을 다녔다.
자주 걸어야 했고, 때로는 뛰어야 하는 상황도 많이 발생하니까 그냥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야 체력이 조금이나마 더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조성현은 유재균이 조금 지쳤을 때도 멀쩡했다.
“여기에 자리 잡을까요?”
유재균이 뒤를 돌아보며 하는 말에 조성현은 바로 손으로 오케이 싸인을 보냈다.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 영준의 어머니인 정미원이 돗자리를 먼저 깔았다.
넓은 돗자리는 다섯 사람이 앉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한 시간가량이 지나 있었다.
아이들이 페달을 밟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 지쳐 있었기 때문에 쉬기에는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조성현과 유재균은 정미원이 돗자리를 까는 동안 자전거를 주차하고, 아이들을 내렸다.
채윤이 꺄르륵 웃으며 조성현의 품에 안겼다.
처음 타본 자전거가 마음에 든 모양.
“재미있었어?”
“응!”
“간식 먹고, 이따가 또 타자.”
“채윤이는 자전거 좋아!”
아이는 웃으며 답했다.
돗자리에 옹기종기 앉아서, 그들은 함께 간식을 나눠 먹기 시작했다.
정미원이 가져온 간식은 백설기.
덕분에 오랜만에 백설기를 먹을 수 있었다.
사실 요즘에는 살다가 떡 먹을 일이 많지는 않았으니까.
채윤이도 비슷했다.
조성현이 사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수현이 떡을 따로 사서 먹는 성격도 아니었으니 채윤이도 먹어 볼 기회가 없었던 것.
채윤이는 백설기를 먹는 조성현을 보면서 눈을 깜빡거렸다.
“채윤아, 왜?”
조성현은 결국 아이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물었다.
채윤이는 힐끗 정미원을 보았다가 작게 입을 열었다.
“…맛있어요?”
“응. 맛있어. 채윤이도 먹어봐.”
작게 잘라, 채윤이에게 내미니 그제서야 채윤이 안심한 얼굴로 백설기를 먹기 시작한다.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백설기 조각을 입에 집어넣어 씹은 채윤은 금방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맛있지?”
“마싯서요!”
그렇게 말한 채윤은 요구르트를 한 모금 마셨다.
조성현은 백설기를 비슷한 크기로 잘라 채윤에게 다시 한번 주었다.
“아암.”
채윤이 조성현이 내미는 백설기를 받아먹었다.
아이는 장난스럽게 조성현의 손가락도 가볍게 깨물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키득키득 웃으며, 채윤은 백설기를 먹었다.
“성현씨는 어떤 일 하세요? 이번에 채윤이가 어디 뮤직 비디오에 출연 했다는 이야기는 영준이한테서 들었는데….”
아이들이 간식을 먹은 후,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것을 지켜보면서 유재균이 물었다.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렸다.
바로 이틀 전에 퇴사를 했는데 어떤 일을 하냐는 질문을 들으면, 조금 기분이 이상하다.
“원래 매니저 일을 했었어요. Pan 엔터테인먼트라는 곳에서.”
“아, 알아요. 서예나씨 소속 회사잖아요.”
“네 맞아요. 제가 서예나씨 담당은 아니었고… 유미씨 담당이었어요. 채윤이가 출연한 뮤직비디오도 유미씨 뮤직비디오였고요.”
“오….”
정미원이 신기하다는 듯 소리를 낸다.
조성현은, 어색하게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근데, 금요일 부로 회사를 관뒀어요.”
“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말인지, 정미원도 그렇고 유재균도 조금 당황했다.
회사를 그만둔 건, 사실 그리 좋지 못한 일일 확률이 높으니까.
특히, 조성현의 나이에는 말이다.
“회사 일이 잘 안 맞았나 보네요. 잘하셨어요.”
“잘 맞았었는데, 사실 제가 지금까지 채윤이를 많이 챙겨주지를 못했거든요. 어느 날 채윤이를 좀 더 챙겨주고, 같이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싶은 마음에 퇴사하기로 결정했어요.”
“와, 멋지네요. 저도 그냥 확 때려치우고 싶은데. 참….”
유재균이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확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은 항상 들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때려치우면 뒤가 막막해진다.
많은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어쩔 수 없이 계속 다니는 경우가 허다했다.
“재균씨는 어떤 일 하세요?”
“전, 그냥. 학교 선생하고 있어요.”
“선생님이요?”
“네. 제가 애들 가르치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어떤 거 주로 가르치시는 거예요? 국영수, 이런 거 가르치시나요?”
“그런 건 아니고… 제가 원래는 현악을 좀 했었어서. 그쪽으로 애들 가르치고 있어요. 예고에서. 바이올린.”
유재균이 웃으며 설명한다.
그리고 조성현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눈을 빛냈다.
어쩌면, 채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여러 가지 생각나는 질문들을 하려 하는데.
“꺄악!”
어디선가 채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