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11)
411화
서울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합동 연습 이후.
조성현과 채윤이의 삶은 사실 크게 바뀐 게 없었다.
바뀔 필요도 없었고, 이유도 없었으니까.
합동 연습이야 스케줄이 잡히면 하는 거고, 평소에는 그냥 항상 그랬던 것처럼 개인 연습을 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채윤이는 학교에 가고, 조성현은 회사에 가고.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계속 개인 연습을 하는 삶.
그게 조성현과 채윤이의 일상이었다.
다만 변한 부분은.
“… 마음에 안 들어.”
채윤이가 미간을 찡긋거리면서 중얼거린다.
조성현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다 말고, 현을 멈췄다.
그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개인 연습을 할 때 채윤이의 눈빛이, 서울 오케스트라와의 합동 연습 이후 조금 바뀌었다.
채윤이는 서울 오케스트라와 함께 합동 연습을 하기 전에는 분명,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연습에 임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진지하지 않게 연습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때와 지금은 채윤이가 개인 연습에 임하는 마음이 꽤 달라졌다는 뜻이었다.
전에는 조금 더 즐겁게 연습했다면, 지금은 뭐랄까….
‘조금 더 악착같이 연습하려고 하네.’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채윤이가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하는 건 너무 좋은 일이다.
아이가 욕심을 부리고, 스스로 성장하려 노력하는 것 또한 당연히 좋은 일이었고.
하지만 아버지로서,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는 딸의 모습을 보면 기분이 묘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장성한 딸도 아니고, 초등학교 1학년인 채윤이가 아닌가.
그런 채윤이가, 벌써 두 시간째 조성현과 함께 연습하면서 자신의 연주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거다.
아주 작은 실수.
아니, 실수도 아니었다.
채윤이가 원한 느낌이 완벽히 살지 않았던 것뿐, 큰 문제는 아니었다.
평소였다면 그냥 무시하고 계속 이어서 연주했을 만한 일.
굳이 매사에 완벽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결국 조성현과 채윤이가 연주를 하고 음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균형’적인 부분이었다.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만들려 하면, 결국 전체적으로 완벽해지기는 힘들다.
음악이란, 그런 것이다.
특히 채윤이가 작곡한 곡 같은 경우에는, 딱딱하게 무언가를 정해놓고 연주하려 하면 안 되는 건데….
채윤이도 그걸 잘 알고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아이는 모든 연주가 완벽하길 바라고 있었다.
아버지로서, 동료 음악가로서 걱정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 조성현은 흠 하고 소리를 내고는 입을 열었다.
“채윤아.”
“응….”
“연습하는 거, 어려워?”
“… 마음에 안 들어. 오케스트라는 진짜 잘했는데. 나만 못하면 안 되잖아.”
채윤이가 그렇게 말하며 휴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의 그런 모습에, 조성현은 들고 있던 바이올린을 내려놓고는 채윤이에게 다가갔다.
그는 조심스럽게, 채윤이의 옆에 앉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어 채윤아.”
“그래도… 오케스트라는 진짜 잘 했는 걸.”
채윤이가 자신을 탓하듯 말했다.
오케스트라는 정말 잘했는데, 자신은 못 했다고 말하는 듯한 채윤이의 말투에,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채윤이도 정말 잘했는걸? 오케스트라가 아무리 잘해도 채윤이만큼 잘할 수는 없지.”
“아니야. 나보다 더 잘했어….”
아이가 시무룩한 얼굴로 말한다.
조성현이 볼을 긁적거렸다.
지난번에, ‘바람의 왕국’을 보고 왔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지금이 조금 더 심각하게 고민에 빠져 있는 상황인 것 같았다.
‘바람의 왕국’을 보았을 때는 자신도 저런 연주를 하고 싶은데, 괜히 자신이 음악을 망칠 것 같아서 연주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상황이었고.
지금은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기가 죽어서 자신이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
채윤이는 최선을 다해서 지금보다 더 좋은 연주를 하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조성현은, 그런 아이를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마냥 이 악물고 완벽한 연주를 하려 노력하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열심히 하려는 채윤이를 쉽게 말릴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조성현은 웃으며 채윤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채윤이랑 아빠보다 곡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어. 오케스트라가 조금 더 화려하게, 멋지게, 웅장하게 연주할 수는 있어도… 이 곡을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건 채윤이랑 아빠잖아.”
조성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채윤이와 조성현, 둘만이 가장 잘 연주를 할 수 있는 곡이라고.
그는 그렇게 말했다.
어두웠던 채윤이의 얼굴이 조금 펴지며, 아이가 고개를 돌려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볼을 손가락으로 톡 하고 건드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채윤이가 곡을 만들 때, 어떻게 만들었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걸 생각하면서 만들었어?”
“아니.”
“그럼?”
“아빠랑 나랑 같이 연주하는 거 생각하면서 만들었어.”
“응. 그러니까. 채윤이랑 아빠가 제일 잘 연주할 수 있는 거야. 맞지?”
“… 맞아.”
“근데 오케스트라는 악기도 많고, 엄청 멋지게 연주하니까 기가 죽은 거잖아.”
“엄청 연주를 잘했으니까.”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아이가 자신의 볼을 조성현의 어깨에 비비적거린다.
“맞지. 서울 오케스트라니까, 연주를 잘하는 건 당연한 거야. 근데 그런 오케스트라보다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으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우리 연주를 서울 오케스트라한테 알려주면 되는 거지.”
조성현은 자신의 어깨에 볼을 비비던 채윤이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어, 무릎에 앉히고는 말했다.
채윤이가 그런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웃음을 보인다.
“그러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
결국 결론은 더 열심히 연습하자는 것으로 가는 채윤이를 보고, 조성현은 웃음을 흘렸다.
걱정되긴 하지만… 방금 전보다는 더 밝아진 모습이니, 괜찮지 않을까.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조성현은, 우웅하고 짧게 진동하는 스마트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채윤아, 이제 현아 언니 거의 다 왔다네. 슬슬 나가야 해.”
“응….”
아이가 조금 미련이 남은 듯한 목소리로, 힐끗 피아노를 바라보았다가 답한다.
마지못해 일어난 채윤이는 얼른 외투를 챙겨 입었다.
다른 일정이었다면 아마, 집에 남아 연습을 하는 것을 선택했을 테지만….
오늘은 채윤이로서도 기대하던, 도저히 빠질 수 없는 일정이었다.
유미의 첫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었으니까.
* * *
장현아는 정말 정신이 없는 와중에 콘서트장을 빠져나온 상황이었다.
조성현과 채윤이를 픽업하기 위함도 있고, 한아름이 붙어서 영상 촬영을 하기로 했는데.
그걸 위해서는 장현아가 함께 하는 게 가장 편하기도 했기에 그런 것도 있었다.
“중원이 형은 유미씨랑 같이 있어요?”
“네. 팀장님도 오늘은 헤임달 쪽 스케줄 다른 담당한테 맡기고 오셨어요.”
아무리 장현아가 조성현, 채윤이와 함께하는 게 편하다고 해도.
박중원이 유미와 함께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콘서트장에 계속 붙어 있었어야 할 거다.
거의 이사급으로 영향력 있는 데다가, 유미와도 오래 알고 지낸 박중원이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짬을 내서 조성현과 채윤이를 픽업하러 온 거다.
“콘서트장 진짜 정신없죠?”
“어제도 리허설 하고 그랬는데, 당일 되니까 정말 정신없긴 하네요.”
“유미씨는 좀 어때요?”
조성현이 운전을 하는 장현아에게 물었다.
채윤이는 여전히 연습을 더 하지 못한 게 아쉬운 듯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드리고 있었지만….
동시에 유미의 콘서트에 간다는 것에 대한 설렘도 있어서, 얼굴은 밝았다.
귀가 쫑긋거리며 장현아의 말을 들으려고 애쓰려는 모습이기도 했고.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의 모습에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음… 확실히 긴장한 티가 많이 나고 있긴 해요. 했던 말 또하고… 채윤이랑 선배님 찾기도 하고.”
“하하.”
유미가 긴장하면서 대기실에서 불안에 떨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얼마 달리지 않아, 유미의 콘서트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벌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밖에는 유미의 콘서트가 열린다는 것을 알리는 현수막과 피켓들이 수두룩하다.
채윤이가 창문에 얼굴을 붙이고,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현수막을 구경한다.
“멋지다….”
아이가 넋을 놓고 중얼거렸다.
연습에 대한 아쉬움은 더 이상 없는 것인지, 채윤이는 그저 눈앞에 있는 유미의 콘서트에 집중하고 있었다.
차량 인도를 하고 있는 스텝들의 도움을 받아, 그들은 어렵지 않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자, 다 왔습니다.”
장현아가 그렇게 말을 하기 무섭게 문이 열리며 채윤이가 차에서 내린다.
조성현이 웃으며 아이를 따라 내렸다.
유미가 있는 대기실로 향하니, 그녀는 박중원에게 무어라 말을 하고 있었다.
“저 너무….”
말을 하다 말고, 유미는 조성현과 채윤이를 발견했다.
“오빠! 채윤이 안녕?”
유미가 환한 얼굴로 조성현과 채윤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확실히 긴장한 모습이 눈에 보이긴 했다.
몸도 약간 굳어 있고, 얼굴도 평소보다 조금 창백한 느낌이다.
유미는 채윤이를 가볍게 안으며 인사를 한 후에, 조성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와줘서 고마워요. 오빠.”
“당연히 와야죠. 유미씨 첫 콘서트인데.”
“오빠 덕분에 이렇게 콘서트까지 하게 됐네요.”
“제 덕분은요. 다 유미씨가 잘한 건데.”
유미의 말에, 조성현이 손을 흔들면서 답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박중원이 슬쩍 끼어들었다.
“내 덕도 좀 있지 않겠냐?”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피식 웃고는, 툭 하고 조성현의 팔을 쳤다.
“유미씨가 진짜 열심히 해서 해낸 것도 맞지만, 너도 고생한 건 사실이잖아. 너무 빼지는 말자.”
박중원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고개를 돌려, 장현아에게 시선을 주었다.
“아, 현아씨도 너무 고생 많았어요.”
그의 말에 장현아가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한다.
대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 대화가 시작되었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간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아무도 간식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콘서트를 해야 하는 유미도 마찬가지지만, 그 과정을 책임지는 박중원과 장현아도 그렇고.
조성현과 채윤이도 유미가 긴장했다는 것을 느끼고 덩달아 자신들도 조금씩 긴장을 해서 간식을 쳐다볼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대기실에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 스텐바이 하셔야 합니다.”
스텝이 슬쩍 다가와 말을 건넨다.
유미는 후우 하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콘서트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