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14)
414화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고생 하셨습니다!”
왁자지껄, 다들 웃고 떠드는 자리였다.
유미의 콘서트를 무사히 마치고, 함께 식사하는 자리.
물론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이틀이나 더 남은 상황이지만… 첫날을 무사히 끝냈다는 것도 축하할 일이었다.
술은 없었지만, 대신 고기와 탄산음료가 함께하고 있었다.
박중원과 우경수 팀장, 장현아, 서예나, 유미 거기에 조성현과 채윤이까지.
총 7명이 모인 상황이었기에, 엄청 소란스럽지는 않았다.
다들 워낙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으니, 서로서로 편하기도 했고.
“고생 많았는데, 앞으로 이틀 더 남았으니까 긴장 풀지는 마라.”
서예나가 유미의 어깨를 가볍게 건드리며 말한다.
유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배님.”
그녀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처음에야 서예나를 선배님이라고 불렀지, 친해진 후로는 사석에서는 보통 언니라고 호칭하는 편이었다.
지금은 선배로서 서예나가 조언을 해주는 상황이니, 장난스럽게 말한 것.
서예나는 피식 웃었다.
“벌써 SNS 난리 났네요.”
스마트폰을 통해 콘서트 반응을 모니터링하던 장현아가 말했다.
그녀의 말에 다들 시선을 움직여 장현아를 바라보았다.
서로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긴 하지만, 사실 관심이 쏠려 있는 건 결국 사람들의 반응이었으니까.
가장 중요한 것도, 오늘 콘서트를 보고 간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뭐라는데요?”
유미가 짐짓 관심 없는 척, 묻는다.
하지만 목소리가 잘게 떨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다들 가볍게 웃었다가 장현아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첫 콘서트 치고는 떨지도 않고 좋은 무대 보여준 우리 유미 파이팅…이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선배님이랑 채윤이 등장한 거, 예나씨 게스트로 나온 거 언급하시는 분들도 계시네요.”
“진짜 황당하게 등장하긴 했잖아요. 나도 도착하고 나서야 성현씨랑 채윤이가 무대 올라가는 거 알았으니까.”
우경수가 자신도 황당했다는 듯 고개를 살짝 흔들며 말했다.
“직속 팀장인 나한테도 어제 이야기해주던데?”
그녀의 말에 옆에 앉아 있던 박중원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한다.
오랫동안 계획을 해서 만들어낸 그림이라기보다는, 며칠 전부터 고민해서 나온 이벤트인 것 같다.
몇 주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거라면 박중원에게 말을 하지 않았을 리는 없으니까.
‘아닌가…?’
조성현은 고개를 갸웃 거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박중원과 자신이 친분이 있으니 일부러 말을 안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
조성현은 장현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장현아가 눈을 깜빡거리며 고개를 돌려 조성현과 시선을 마주했다.
“현아씨.”
“네 선배님.”
“갑자기 그렇게 같이 무대 하는 건 언제부터 생각하고 계획하고 있던 거예요?”
“어… 한 일주일 전부터요. 콘서트 일정상 무리 되는 상황도 아니었고… 유미씨도 재미있다고 바로 찬성해주셨어요.”
장현아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일주일 정도 전부터 계획한 일이라면, 아무래도 박중원에게도 일부러 말을 아낀 것 같다.
콘서트 직전이라서 그냥 단순히 바빠서 이야기를 못 했을 수도 있지만, 따로 시간을 낼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보면….
‘굳이 이야기를 안 하려 한 게 맞겠네.’
박중원은 황당한 얼굴로 장현아를 바라보다가 이내 허허 웃었다.
“유미씨도 그럼 현아씨가 말하지 말라고 해서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 반대죠. 현아씨한테 아이디어 듣고 제가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말자고 했어요.”
유미가 고기를 한 점 먹고는 말했다.
그녀가 당당한 목소리로 말을 하니, 박중원의 어깨에 힘이 조금 빠진다.
박중원이 그리 권위적으로 일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사실 이번 같은 일이 자주 일어나면 박중원으로서도 그냥 두고 보기 힘든 것은 맞았다.
근데 유미가 장현아에게 말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꺼낸 것이라면, 장현아에게 크게 잘못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회식이 전부 끝나고, 나중에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일이 심각해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박중원도 그런 걸 바라진 않을 거고.
“다른 이야기는 없나?”
우경수가 툭 하고 사이다 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장현아가 열심히 SNS 반응을 살피다가, 무언가 발견했는지 미소를 지었다.
“왜, 또 뭐래요?”
유미가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채윤이도 궁금한지 조성현의 팔을 감싸 안으며 장현아를 바라보았다.
“선배님하고 채윤이, 엄청 잘 생기고 귀여웠다고 하네요. 실물로 보니까 숨멎하는 줄 알았다고.”
“표정은 현아씨가 숨멎하기 직전인데?”
우경수 팀장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하고, 장현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도 사실 처음에 채윤이 보고 완전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요. 지금도 가끔 채윤이 볼 때마다 심장이 빨리 뛰어요. 너무 귀여워서.”
장현아의 반응에, 우경수가 씁 하고 숨을 한 번 들이키더니 이내 인정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지. 채윤이 너무 귀엽지.”
“감사합니다.”
채윤이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건넨다.
우경수 팀장이 귀엽다는 듯 아이를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는 듯한 행동.
그녀의 손길을, 채윤이는 슬쩍 조성현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자연스럽게 피했다.
채윤이는 누군가 자신을 만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었다.
정확히는, 마음을 열고 있는 이에게만 허용하는 편.
유미나 장현아가 쓰다듬는 것을 피하진 않지만, 우경수 팀장은 아직인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박중원이 웃음을 흘린다.
“나도 아직 눈치 보면서 머리 쓰다듬잖아. 조심해야 해.”
박중원이 말한다.
그의 말에 우경수가 아쉽다는 듯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채윤이가 조성현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가 힐끗 우경수 쪽을 바라보며 눈치를 본다.
“아마 채윤이랑 조성현씨 미튜브 채널 구독자들 소원이 채윤이 머리 한 번 쓰다듬어보기일 걸.”
우경수 팀장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그녀의 말에 다 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유미의 콘서트 날은 행복하게 끝이 났다.
* * *
집에 돌아와서, 피곤할 법도 하지만 채윤이는 바로 잠들지 않았다.
콘서트장의 열기에 지친 것은 오히려 조성현이었다.
채윤이는 반대로, 콘서트장에서 느꼈던 열기에 중독이라도 된 듯,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집에 돌아오자마자 피아노로 향했다.
그런 아이를 말린 것은 조성현이었다.
“채윤아, 일단 씻자.”
“으응.”
아이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린다.
콘서트장에 출발하기 전에도 계속 연습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돌아오자마자 또 피아노 연습하고 싶어 할 줄은 몰랐다.
조성현은 아이가 미련이 남은 눈으로 피아노를 바라보는 것을 확인하고, 얼른 아이를 안아 들고 욕실로 향했다.
지금 연습을 시작하면 언제 끝날지 모른다.
바로 잘 수 있도록, 일단 씻기고 잠옷으로 갈아입힌 후에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채윤이는 평소보다 서둘러 씻었고, 덕분에 조성현도 빠르게 씻고 나올 수 있었다.
“만세.”
조성현의 목소리에 아이가 팔을 올린다.
아이에게 잠옷을 입힌 후, 조성현은 채윤이의 머리를 말려주었다.
머리를 말리는 동안에도 채윤이는 계속해서 피아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빨리 연주하고 싶은 모양.
그냥 단순히 연습하고 싶은 마음에 그러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아이의 눈빛이, 꽤나 강렬했다.
“채윤아.”
“으응?”
“오늘, 어땠어?”
조성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이는 그 질문에, 한참 동안 답이 없었다.
조금 의아해질 정도로 답이 없는 아이의 모습에, 조성현은 채윤이의 머리를 말리다 말고 살짝 손을 내렸다.
그러자 채윤이가 고개를 돌려, 조성현을 바라본다.
“아빠.”
“응 채윤아.”
“역시 나는 유미 언니랑 예나 언니처럼 되고 싶어.”
유미와 서예나는, 오늘 함께 좋은 무대를 보였었다.
둘은 정말 프로다운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냈었지.
조성현은 채윤이가 정말로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채윤이는 몇 번이고 말하긴 했었다.
유미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인어공주가 되고 싶어 한 이유도 사실, 노래 때문이 아니던가.
채윤이의 원함에 대해 조성현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냥 알고 있는 것과, 아이가 이렇게 진지한 모습으로.
정말로 강렬히 원하는 눈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느낌이 달랐다.
조성현은 아직 조금 덜 마른 채윤이의 머리칼을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입을 열었다.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고, 그러는 거?”
“응. 연주를 하는 것도 좋고… 아무튼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내 음악을 들려주는 게 좋아.”
채윤이가 고개를 살짝 끄덕거리면서 답했다.
아이의 얼굴은 밝았다.
“오늘 많이 좋았나 보네.”
“응. 유미 언니랑 같이 노래도 불렀잖아. 너무… 행복해.”
채윤이는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을 하다가, 이내 활짝 웃으며 행복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
아이가 좋아하는 얼굴을 보며, 조성현은 무어라 답하지 못했다.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을 뿐.
“일단 머리부터 다 말릴까?”
“좋아.”
채윤이는 얼른 다시 몸을 돌려 조성현에게 자신의 머리를 맡겼다.
위이잉.
드라이기 소리가 잠시 울린다.
머리를 다 말린 채윤이는, 자신의 머리에서 나는 장미향을 잠시 맡았다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피아노 쪽으로 향했다.
채윤이는 건반을 내려다보며,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다.
조성현은 아이가 건반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슬쩍 소파에 앉았다.
채윤이가 이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었다.
어떤 때, 아이는 성장한 연주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고.
또 어떨 때는 즉석에서 작곡해서 곡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 저렇게 한참 동안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조성현은 조금 기대하는 마음으로 채윤이가 손을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채윤이가 건반에 손을 올리고, 연주를 시작했다.
따라란.
새로운 곡은 아니었다.
아이가 작곡한, 이번에 서울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해야 하는 곡.
하지만 조성현은 아이의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무언가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채윤이의 연주에는 묘한 조급함이 깃들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전혀 없네.’
아이의 연주가 완성되었다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겠지만.
채윤이는 또 한 번, 성장했다.
그 성장의 뒤편에는 결국.
‘꿈’이라는 것, 그리고 그걸 이뤄내고 싶다는 열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서울 오케스트라랑 같이 무대하는 거… 진짜 제대로 해봐야겠네.’
무대 위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채윤이의 꿈이라면.
그게 이뤄지도록 돕고, 옆에서 함께 노력하는 것이 조성현의 몫 아니겠나.
조성현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