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19)
419화
조성현과 채윤이가 서울 오케스트라를 방문하는 영상이 미튜브에 업로드되었다.
이제껏 꽁꽁 숨겨 두었다가 올린 영상이다.
서울 오케스트라라는 것을 특정 지을 수 없도록 조심하면서, 대신 대형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충분히 끌어 올릴 수 있게 영상을 편집해서 올렸다.
조성현은 채윤이를 재운 후, 홀로 거실에 앉아 태블릿으로 영상을 감상했다.
영상 속 채윤이가 설레는 얼굴로 연주를 듣고 있다.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손을 움직여, 영상에 달린 댓글을 확인했다.
새로운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꼬박꼬박 댓글을 달아주고, 좋아해 주는 구독자들이 있었다.
이제는 몇몇 닉네임들은 외우기도 해서, 반갑기도 했다.
-곰돌이잉잉: 채윤이 눈빛 장난 아니다… 연주할 때 한없이 진지해지면서 듣고 있을 때는 마냥 설렌 표정이고, 너무 예뻐!
-미의여신님: 사랑해 채윤아. 언니 딸 할래?
-유한: 채윤이 이번에 또 어디서 연주하게 되나요? 유미 언니랑 같이했던 것처럼 게릴라 콘서트 같은 거 하는 건가요?
-도후니외할머니: 누군가 귀여움이라는 단어의 뜻을 묻는다면, 눈을 들어 채윤이를 보게 하라.
-dreammist: 천재는 떡잎부터 다르다더니… 채윤이가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진짜 다르네요. 우리 아들은 언제 저렇게 될지…
조성현은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반응들은 대부분 괜찮았다.
딱히 뭔가 영상에 태클을 거는 사람도 없고, 있더라도 채윤이 더 많이 보여달라는 댓글들이다.
최대한 잘 소통하려 하고 있지만, 많이 업로드를 해봐야 일주일에 서너 개 정도의 영상이 업로드되고 있으니… 구독자들로서는 아쉬울 수 있었다.
이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채윤이가 방학이라도 하면 몰라도.’
조성현은 장현아가 채윤이의 방학 때 갈만한 곳을 정리해둔 리스트를 다시 한번 떠올리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리스트에 쓰여 있는 곳을 다 가기도 전에 조성현이 힘들어서 쓰러질 거다.
그래도 그때가 되면 영상 촬영도 지금보다 자주 하고, 업로드도 자주 하게 될 테니… 구독자들의 아쉬움도 줄어들겠지.
조성현은 한참 동안 댓글을 둘러보다가, 멈칫하면서 시선을 고정했다.
-박혜영: 오케스트라랑 하는 거 너무 기대되면서도 걱정이 많이 되네요. 지금까지 혼자 연주해 왔던 거랑은 많이 느낌이 다를 텐데.
채윤이와 조성현이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한다는 것 자체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충분히 이해되는 걱정이었다.
조성현도 걱정되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으니까.
하지만 조성현이 걱정하는 것은, 음악적인 부분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에 관한 부분이었다.
음악적으로는 걱정할 리가 없다.
이미 채윤이가, 자신의 딸이 어떻게 오케스트라와 함께 합을 맞췄는지 알고 있으니까.
다만 역시 사람들의 시선과 말들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너무 어리다고 욕하는 건 아니겠지.’
조성현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클래식은 생각보다 고리타분하다.
콩쿨에 나가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티스트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점수를 깎아 먹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연주를 해야 했다.
물론 그게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조성현이 가지고 있는 음악관과 조금 다를 뿐이다.
채윤이가 가지고 있는 음악관과 스타일과도 많이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아마 채윤이의 연주는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
나이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도 넘쳐날 거고.
그런 말들 사이에서 채윤이는 묵묵히 연주해야 했다.
물론 조성현이 함께하며 아이에게 돌아오는 말들을 방어해줄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었다.
조성현과 채윤이가 과연, 그런 말들을 듣지 않을 만큼 대단한 연주를 해낼 수 있을까.
‘쉽진 않겠지.’
이건 조성현과 채윤이가 연주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그걸 보고 어떻게 반응하느냐도 중요한 거니까.
압도적인 연주를 보여준다면 뒷말은 없을 수 있겠지만… 서울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에 오는 관객들이다.
기본적으로 클래식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는 뜻.
그런 이들에게 압도적인 연주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정말로 잘 해내야 했다.
“아빠아…?”
그런 생각을 하는데, 채윤이가 졸린 듯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왔다.
조성현이 얼른 태블릿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채윤이에게로 다가갔다.
“채윤아. 왜 깼어?”
“아빠가 없었잖아.”
아이가 졸린 목소리로 웅얼거리듯 말한다.
조성현은 웃으며 채윤이를 안아 들고 침대로 향했다.
머리가 복잡해서 잠이 안 왔는데, 채윤이를 재우기 위해서라도 자신도 함께 자야 할 것 같았다.
밤은 깊었다.
* * *
결국, 날은 밝았다.
조성현과 채윤이는 점심 즈음부터 열심히 준비해야 했다.
무대에 올라갈 때 입을 옷을 입어야 해서, 혹시 뭐가 묻을까 봐 일부러 점심 식사를 끝내고 나서 옷을 입었다.
저녁에 연주회가 있는 거라서, 미리 가서 마지막 리허설을 하고… 간단하게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같은 걸로 식사를 한 후에 연주회를 시작할 터였다.
조성현과 채윤이를 데리러 온 장현아는 그들을 발견하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
“와, 세상에.”
장현아가 감탄을 흘린다.
채윤이가 기분 좋은 미소를 보이며 얼른 차에 올라탔다.
조성현이 장현아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는 아이의 뒤를 따라 차에 올랐다.
장현아가 연신 감탄을 하면서 입을 연다.
“채윤이 진짜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네요. 너무 비현실적이다… 여기에 메이크업에다가 헤어까지 받으면… 엄청나겠네요.”
그녀가 말했고, 조수석에 앉아 있던 한아름이 격하게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성현은 피식 웃었다.
확실히,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듯.
채윤이는 날개를 되찾은 천사 마냥 환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장현아는 후우 하고 숨을 내쉬면서 차를 출발시켰다.
가면서도 그녀는 말을 계속해나갔다.
“근데 진짜, 가끔 구독자분들이 선배님도 너무 잘생기고 멋지다고 하시는 댓글 보면서. 아 맞지, 선배님 멋지시지. 이런 느낌이었거든요.”
“… 네.”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리면서 오묘한 표정으로 답했다.
장현아가 웃으면서 말을 이어나간다.
“오늘 보니까, 진짜 너무 멋지셔서 구독자분들 마음이 잘 이해가 되네요. 장난 아니시다….”
“그렇게 칭찬해주셔도 뭐 나오는 거 없을걸요?”
“에이 칭찬이라뇨. 완전 솔직한 감상인데.”
장현아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 말에 가만히 앉아 있던 한아름이 끼어든다.
“제가 듣기에도 굉장히 솔직한 감상이었어요. 저도 솔직하게 감상을 좀 하고 싶은데, 들으면 놀라실까 봐 자제하고 있는 거거든요.”
한아름의 말에 조성현은 움찔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싱글생글 웃으며, 그녀는 카메라로 조성현과 채윤이를 열심히 촬영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든 사람으로 가장 뿌듯하고 기쁠 때가 언제일까.
여러 가지 경우가 있겠지만, 일단 그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카메라에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 담기는 것이다.
지금, 한아름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이들을 촬영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채윤이를 바라보는 한아름의 눈에서 하트가 쏟아질 것 같은 느낌에 헛웃음을 흘리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그저 묵묵히 웃고 있을 뿐이다.
딱히 긴장한 기색도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결국 도착하고야 말았다.
서울 오케스트라와 함께 할 연주회가 열리는 곳.
조성현과 채윤이는 관계자들만 이용하는 통로를 통해 대기실로 향할 수 있었다.
대기실에는 이미 서울 오케스트라 단원 몇몇과 신경화가 대기하고 있었다.
조성현과 채윤이는 들어가자마자 고개를 숙이며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좋은 점심입니다.”
하나 둘 인사를 하면서, 신경화 교수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니, 그녀가 반가운 얼굴로 채윤이를 향해 손을 흔든다.
“채윤이 안녕.”
“안녕하세요. 교수님.”
채윤이가 꾸벅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신경화 교수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 엄청 예쁘네. 마냥 어린 아이 느낌만 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예뻐.”
“… 감사합니다.”
정말 진심이 가득 담긴 신경화 교수의 말에, 채윤이도 순간 당황했다가 감사 인사를 건넸다.
아이는 부끄러운 것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얼굴로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살짝 만지작거렸다.
조성현은 채윤이가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는 게 처음이었기에, 눈을 깜빡거렸다.
영준이나 한율이 앞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채윤이인데…
신경화 교수가 진심을 담아 예쁘다고 말을 해준 것을 가지고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채윤이가 그만큼 신경화 교수를 존경하고 신경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근데, 성현씨도 그렇고 채윤이도… 생각보다 긴장하진 않네요.”
신경화 교수가 조금 놀랐다는 듯 말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옆에 놓여 있던 작은 가방을 뒤졌다.
의아한 눈으로 신경화 교수를 바라보길 잠시.
신경화 교수가 가방에서 청심환 두 개를 꺼내 보인다.
“혹시 몰라서 이거 챙겨왔는데.”
“아… 하하. 그러게요. 어제까지만 해도 머리가 복잡했는데 오늘은 엄청 긴장되거나 그런 것도 없네요.”
조성현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긴장도 되고 머리도 복잡해서 잠도 안 왔었는데…
지금은 또 느낌이 달랐다.
그냥, 이게 현실이 맞나 싶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긴장을 전혀 안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진현수가 다가오며 말한다.
그의 말에, 조성현, 채윤이와 신경화가 고개를 돌려 진현수를 바라보았다.
“성현씨 손이 살짝 떨리는데… 평소에 수전증 있거나 하진 않죠?”
조성현은 그 말에 얼른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진현수의 말처럼, 손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자신도 자각을 못 하고 있었던 거라, 조성현은 황당하다는 듯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손끝이 평소에 비하면 조금 차가운 것 같은 느낌이다.
조성현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 그러게요. 저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나 보네요.”
“아빠, 걱정 마. 내가 있잖아.”
채윤이가 옆에서 웃으면서 걱정 말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말을 하는 채윤이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아이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상태로 긴장하고 있는 모양.
그런 그들을 보며, 진현수와 신경화가 짧게 웃었다.
시간은 훌쩍 지났다.
간단하게 펼친 리허설도 금방 끝이 나고.
기어코 찾아오고 말았다.
그 시간이.
“먼저 올라가 볼게요. 이따 봐요.”
신경화 교수가 웃으며 조성현에게 그렇게 말하더니, 걸음을 옮긴다.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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