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25)
425화
조성현은 채윤이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아직 물기가 조금 남아 있어서, 손끝에 시원한 느낌이 감돌았다.
채윤이는 멀뚱멀뚱 조성현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시선을 피하지 못한 조성현은 결국 입을 열었다.
“글쎄. 사람들도 원래 취향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 채윤이의 연주가 자기 취향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
조성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묘한 얼굴을 했다.
그게 정말 진실일까?
채윤이의 연주가 취향과 안 맞았다고?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좋은 연주지만, 취향이 아니다는 것과 형편없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니까.
지금 채윤이와 조성현, 그리고 서울 오케스트라의 결정을 욕하는 이들은 조성현과 채윤이의 연주를 들어보지도 않은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취향을 어떻게 따지겠는가.
거기에….
‘애초에, 들어봤다면 알겠지.’
채윤이의 연주가 취향을 가릴 만한 연주가 아니라는 것을, 들으면 알 것이다.
조성현은 후우 하고 숨을 깊게 내쉰 후에 다시 입을 열어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아마, 채윤이랑 아빠가 같이 연주 했던 게 별로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연주를 직접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야.”
“… 들어보지도 않고 왜 안 좋아한다고 그러는 거야?”
채윤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성현은 말문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참,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들어보지도 않고 안 좋다고 말하는 것에 어떤 이유를 붙여야 할까.
결국 조성현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게. 아빠도 잘 모르겠네.”
그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채윤이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아이가 조성현의 뜻을 알아차리고 다시 정면을 바라본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머리를 마저 말려주며 부드러운 손길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채윤이가 금세 기분 좋은 얼굴이 되었다.
거울을 통해 아이의 표정을 살피던 조성현은, 채윤이의 머리가 다 마른 것을 확인하고는 슬쩍 의자를 돌렸다.
채윤이의 몸이 스르륵 돌아간다.
조성현은 아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춰준 후 채윤이를 안았다.
아이가 꺄르르 웃음을 흘린다.
채윤이를 안고 침대에 누우니 채윤이가 자연스럽게 조성현의 품을 파고들어 왔다.
그는 아이의 등을 토닥여주며 입을 열었다.
“사람들 참 이상하지?”
“… 응.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
“왜 싫어하는지?”
“응. 아빠랑 같이 연주한 거 들으면 다 좋아할 텐데.”
채윤이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루종일 심각한 고민거리가 있는 얼굴이었는데, 그래도 조성현과 대화를 하고 있어서 그런가 지금은 조금 편안해진 느낌이다.
아이는 조성현의 가슴팍에 이마를 대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아빠.”
“응 채윤아.”
“사람들이 우리 연주 듣고 나서도 싫어하진 않겠지?”
“음…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모두가 우리를 좋아할 수는 없잖아.”
“맞아. 학교에도 나 별로 안 좋아하는 애들도 있으니까.”
“그렇지. 근데, 채윤이는 영준이랑 한율이, 그리고 현서가 있으니까 괜찮잖아.”
“아니야.”
아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채윤이의 그 행동에, 조성현은 눈을 조금 크게 떴다.
혹시 자신을 안 좋아하는 아이들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데, 채윤이가 말을 이었다.
“나는 아빠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지. 친구가 100명 있어도 아빠 없으면 안 돼.”
채윤이가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의 말에 조성현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어쩜 이리 예쁜 말을 할 수 있을까.
조성현은 채윤이를 안고 있는 팔에 살짝 힘을 주었다.
“아빠도 채윤이 없으면 안 돼.”
채윤이가 없는 인생은, 의미 없는 인생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조성현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채윤이가 기분 좋은 웃음을 보였다.
아이는 잠시 동안 입을 다물었다가, 말을 꺼냈다.
“우리 연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까, 아니면 싫어하는 사람이 많을까?”
“글쎄. 반반 아닐까?”
“얼른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연주 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연주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훨씬 많아질 텐데.”
채윤이가 말한다.
조성현은 픽 웃었다.
지금은 무리겠지만, 나중에 언젠간 채윤이의 연주와 곡을 온 세상에 알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장현아가 말한 것처럼, 정말 채윤이가 파가니니, 베토벤과 같이 된다면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채윤이가 휙 하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한 눈빛.
“왜?”
“예나 언니랑 유미 언니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거야?”
“… 그렇지.”
조성현은 마지못해 답했다.
채윤이는 미간을 찡긋거렸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나 예나 언니랑 유미 언니 보고 싶어.”
“지금?”
“아니, 지금은 졸려. 나중에.”
“예나 언니랑 유미 언니한테 한 번 물어볼까? 같이 놀자고.”
“응.”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조성현은 미소를 지으며 점점 감기는 채윤이의 눈 위로 살짝 손을 올려 아이의 눈을 완전히 감겨주었다.
“오늘은 얼른 자자.”
그가 말했다.
* * *
다음날도 같은 일상이 반복되었다.
아이가 충격을 많이 받으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씩씩한 모습이었지만….
채윤이였기에 그 정도로 씩씩할 수 있었던 거 아닐까.
때때로 채윤이는 생각이 깊기도 하고, 반대로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번에는, 그 반반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들이 이유 없이 욕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민에 잠긴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게 아니라 ‘욕’ 자체에 집중하고 상처를 받았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조성현이 작게 숨을 토해내며 걸음을 옮겼다.
“선배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현아씨. 안녕하세요.”
“생각이 많아 보이세요.”
“어제 채윤이랑 이야기 해봤거든요.”
“아, 네. 채윤이는 어떻던가요?”
“학교에서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에요.”
“어떡해….”
장현아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해보였다.
조성현은 그녀의 표정에 볼을 긁적거렸다.
“근데,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그래요?”
장현아가 눈을 깜빡거리며 되물었다.
고개를 끄덕거린 조성현은 말을 이어나갔다.
“사람들이 욕하는 걸 직접 본 게 아니라서 그런 건가, 딱히 그런 거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왜 사람들이 욕을 하는 건지 이해를 잘못하더라고요.”
“어….”
장현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채윤이의 생각을 완벽히 가늠할 수 없는 모양.
조성현도 사실 비슷했기 때문에, 그저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의 팔에 차가운 게 닿는다.
놀라서 고개를 돌리니, 서예나가 웃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 우경수 팀장이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그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우경수 팀장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넸다.
“뭐야, 왜 이렇게 놀라요.”
서예나가 웃음기 서린 목소리로 말한다.
“갑자기 차가운 게 팔에 닿는데, 놀라죠. 회사는 어쩐 일이세요?”
“콘서트 준비하는 거 때문에 회의하러 나왔는데요.”
서예나가 그렇게 말하면서, 들고 있던 커피를 조성현에게 내밀었다.
조성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커피를 받아 들었다.
“저 주시는 거예요?”
“그쪽 주려고 산 거예요. 요즘 남자 아이돌 그룹 앨범 작업하느라 매일 출근하고 있다면서요. 헤임달인가.”
“네. 맞아요. 잘 마실게요. 감사합니다.”
조성현은 커피를 살짝 들어 보이면서 감사 인사를 건넸다.
서예나가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든다.
그녀는 이내 대화 주제를 바꿨다.
“근데, 채윤이가 사람들이 왜 자기 욕하는지 이해 못하겠다고 그래요?”
“어… 네, 비슷해요.”
“나도 어릴 적에 비슷했는데. 다 똑같나 보다.”
“그래요? 예나씨는 어릴 적에 좀 어떠셨는데요?”
조성현이 눈을 빛내면서 물었다.
채윤이의 마음을, 서예나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
그녀는, 아티스트로서의 경험이 많으니까.
조성현도 음악을 하고 있지만, 채윤이와 조금 성향이 달랐다.
그에 비해 서예나는 채윤이와 비슷한 점이 많으니, 아이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무 적극적이다. 엘리베이터 안 탈 거예요?”
서예나는 조성현이 눈을 빛내면서 묻자 조금 당황했는지, 눈을 한 번 깜빡거리고는 어느새 도착해 있는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조성현이 아 하고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회의 시간도 좀 남았겠다. 작업실 가서 수다나 좀 떨어도 괜찮죠?”
“그럼요.”
서예나의 말에 조성현이 바로 답했다.
“나는 먼저 회의실 가 있을게.”
“예예. 남자친구분이랑 알콩달콩 시간 보내고 계세요.”
우경수 팀장의 말에 서예나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성현은 웃음을 참으며 우경수 팀장을 힐끗 바라보았고.
우경수 팀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밖에 나가서 그런 말하면 큰일 나는 거 알지?”
“당연히 알지. 걱정 마.”
서예나가 그렇게 말하고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작업실에 도착하자마자, 서예나가 입을 열었다.
“혼란스러웠어요.”
“예?”
“어릴 적에는요. 데뷔를 좀 이른 나이에 했잖아요. 물론 지금 채윤이보다는 훨씬 컸지만.”
“아… 네.”
“내가 진짜 그렇게 잘못한 건가? 사람들이 왜 이렇게까지 싫어하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예나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해나갔다.
조성현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서예나의 말은 조금, 예상과는 벗어난 말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솔직히 전 사람들이 다 좋아해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욕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진짜 안 됐어요. 어떻게 나를 싫어할 수 있지?”
“…….”
무어라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조성현은 그저 가만히 있었다.
서예나가 조성현을 보더니 픽 웃었다.
“그 ‘나’에는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 거죠. 내가 한 노력들, 그리고 우 팀장님의 노력, 회사의 노력… 그 결과물이 ‘나’인 거니까. 근데 어떻게 그걸 싫어하는 걸까.”
“아.”
조성현은 그제서야 서예나가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 이해하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냥 단순히 자기 오만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다.
수많은 노력이 더해져 있기에, 그런 의문을 품은 것이다.
“딱히 그런 것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적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이 욕하는 것보다, 우리 우 팀장님이 너 연습 안 한 거 티 난다고 말하는 게 더 무서웠는데 뭘.”
서예나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중에 시간 지나고, 알겠더라고요. 결국 그 사람들은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싫어할 상대가 필요한 거구나. 그냥 딱 그 정도로 정의가 되던데… 채윤이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 많이 상처받은 상태일까요?”
“딱히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마음고생 한 적 없어요. 채윤이도 비슷할걸요. 아빠만 좋아해 주면 다른 사람들 평가는 그리 신경 안 쓸 것 같은데.”
서예나가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
조성현은, 지난밤 자신을 바라보던 채윤이의 눈빛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아.”
그가 작게 소리를 냈다.
채윤이의 눈빛에 담긴 감정.
그걸, 이제야 완벽히 이해했다.
아이의 눈에는, 조성현을 향한 깊은 ‘신뢰’가 담겨 있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