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26)
426화
서예나의 표정을 보고, 조성현은 복잡했던 머리를 어느 정도 비울 수 있었다.
확실히 서예나는 채윤이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사실, 그녀 뿐 아니라 유미도 채윤이와 비슷한 부분이 여럿 있었다.
뭔가 성격적으로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성향이 비슷하다.
음악을 대하는 태도라든지, 팬들을 대하는 마음도 그렇다.
서예나도 그렇고 유미도, 기본적으로 팬들에게 무척이나 감사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휘둘리려고 하지 않으려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유미야 아직 경험이 많지 않으니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조금씩 흔들리기는 하지만, 그것도 사실 다른 아티스트에 비하면 조금 덜 한 편이었다.
서예나는… 멘탈이 강한건지 아니면 자신의 기준이 확실히 정해져 있는 덕분인지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고.
그런 것을 생각했을 때, 채윤이도 서예나나 유미와 반응하는 것이 비슷할 거다.
주변 인물, 그리고 자신의 음악에 확신을 가지고 있기에 대중들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 모습.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고마운 마음을 분명히 가지고 있고, 팬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이유 없이 욕하는 것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말씀 감사합니다. 도움 많이 됐어요.”
“도움 됐다니 다행이네요. 뭐,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채윤이 잘 케어해주세요. 같이 놀러 가는 것도 좋고… 그냥 가벼운 산책 같은 것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도움이 충분히 되니까요.”
서예나가 그렇게 말하며,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도 슬슬 회의를 하러 가봐야 할 시간이었으니까.
조성현은 그런 그녀를 보고 얼른 입을 열었다.
“아, 예나씨.”
“네?”
“혹시 시간 괜찮으실 때, 채윤이랑 같이 만나주실 수 있을까요?”
“좋죠? 채윤이야 뭐, 언제든 환영이니까.”
조성현의 말에 서예나가 눈을 반짝 거렸다.
채윤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굉장히 환영하는 듯한 모습.
“채윤이는 언제 시간 되는데요?”
그녀는 조성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나섰다.
먼저 채윤이의 시간을 물어보는 그녀의 모습에 조성현은 멈칫거렸다가 말을 이었다.
“평일은 대여섯 시부터는 완전 자유롭고요, 주말에는 오전부터 프리해요.”
“음… 이번에 콘서트 하기 전에 유미 한 번 보기로 했거든요. 언제더라. 12일인데.”
“다음 주네요.”
“벌써 그렇게 됐어요? 어휴 정신없어라.”
서예나가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그녀의 말에 조성현이 픽 웃었다.
최근 서예나는 확실히 정신없이 지낼 만했다.
유미의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본격적으로 서예나의 콘서트도 진행이 되고 있던 상황이었고, 지금은 진짜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까.
“아무튼, 12일에 시간 되면 그때 같이 보는 건 어때요?”
“좋습니다. 시간은요?”
“같이 저녁 먹기로 했으니까 채윤이 학교 끝나고 바로 와요. 같이 저녁 준비나 하죠.”
“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12일 오후에 갈게요. 감사합니다. 선뜻 허락해주시고.”
“뭘… 우리 사이에.”
조성현의 말에 서예나가 어깨를 으쓱 거리며 답했다.
그녀의 답에 조성현이 눈을 깜빡였다.
우리 사이라니, 그 묘한 표현은 뭐란 말인가.
“저희 사이요?”
“채사모요.”
조성현이 그렇게 묻자, 서예나가 간단히 답했다.
“……?”
“채윤이를 사랑하는 모임이요. 유미가 자기는 채사모 멤버라고 그러던데. 처음 들어봐요?”
“아….”
서예나의 답에 조성현은 작게 소리를 흘렸다가, 이내 웃었다.
채윤이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니.
그런 모임이 있으면, 자신이 대장기를 들 수 있다.
“나중에 정식으로 모임 설립 한 번 해야겠네요. 채윤이 아빠가 채사모를 몰라서야.”
서예나는 장난스럽게 말하고는 툭, 조성현의 팔을 건드리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 * *
그날 조성현은 전날처럼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거리지 않을 수 있었다.
서예나와 대화를 한 게 확실히 도움이 된 것.
그렇게 일을 마치고, 조성현은 아이의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로 향했다.
채윤이가 현서, 그리고 영준이와 함께 걸어 나오고 있었다.
아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고민이 가득한 얼굴이었는데, 오늘은 웃음이 가득하니 너무 다행이다.
“안녕 현서야, 영준이도 안녕?”
“안녕하세요!”
현서가 발랄하게 인사한다.
영준이가 고개를 꾸벅하고 숙였다.
채윤이가 웃으며 조성현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조성현은 현서, 영준이와 인사를 나누고 채윤이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그는 아까 서예나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채윤아.”
“응?”
“우리 오늘 공원 갔다가 갈까? 밥도 밖에서 먹고 들어가자.”
“좋아!”
아이가 활짝 웃으면서 얼른 답한다.
최근 같이 공원에 놀러간 적이 없었으니, 신이 난 것이다.
자주 나가서 놀고 싶긴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최근에는 서울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연주회를 준비하느라 둘 다 연습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으니 더욱 그랬고 말이다.
“아, 그리고 다음 주 화요일에 예나 언니 집에 놀러가기로 했어.”
“진짜?”
“응. 그때 유미 언니도 올 거래.”
“완전 좋아.”
채윤이가 눈을 크게 뜨고는 말했다.
아이의 커다란 눈에 기쁨이라는 감정이 넘치도록 담겨 있었다.
조성현은 아이와 함께 근처에 있는 호수공원으로 향했다.
호수 한 바퀴를 다 돌려면 1시간은 훌쩍 더 걸릴 테지만, 그렇게까지 무리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채윤이와 수다나 떨면서 놀다가 갈 생각이다.
“날씨 너무 좋다.”
“응. 하늘이 완전 파래.”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답한다.
아이는 한껏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조성현이 슬쩍, 아이 쪽으로 몸을 굽히며 채윤이를 내려다보았다.
아이의 눈에 하늘대신 조성현이 담긴다.
채윤이가 키득 거리며 웃더니 조성현의 옆구리를 살짝 밀치더니 걸음을 빨리했다.
조성현이 얼른 채윤이의 뒤를 쫓았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그들은 햇살이 따뜻하게 비치고 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 가만히 호수를 바라보았다.
“헐 대박. 채윤이다.”
“어디?”
“저기, 벤치에.”
“누군데?”
“그 왜. 이번에 서울 오케스트라랑 같이 연주했다고 한 여자애 있다고 했잖아. 내가 몇 번을 이야기 했는데 왜 몰라.”
가만히 호수를 바라보고 있자니, 어디선가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성현이 슬쩍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듣지 못했는지, 평화로운 얼굴로 호수를 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름이 채윤이라고?”
“어. 조채윤. 옆에는 아버님인 것 같은데… 아버님은 조성현님이야.”
“검색해볼게.”
“미튜브에 치면 바로 나올걸.”
“어? 진짜네.”
두 여성의 대화가 계속 이어지고.
채윤이도 이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인지 눈을 깜빡거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헐. 이쪽 봤어.”
“대박 귀여워… 미쳤다.”
두 명의 여성이 놀란 듯 중얼 거렸다.
채윤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여 그들에게 인사했다.
그러자, 여성들은 화들짝 놀라더니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채윤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하세요!”
“야, 너 목소리 너무 커.”
저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가, 친구한테 핀잔을 들은 여성이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막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지난 며칠 동안 했던 자신의 걱정과 염려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나오는 헛웃음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열심히 나쁜 말들을 하고는 하지만, 결국 그건 채윤이와 조성현을 모르는 이들이 하는 말일 뿐이다.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들이고, 조성현과 채윤이를 실제로 만나서 그런 말들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실컷 욕을 하다가도, 채윤이와 조성현의 연주를 듣고, 실제로 만나면 반대로 칭찬을 하게 될 이들이 대부분이리라.
거기에….
‘결국, 채윤이를 좋아해주는 사람들도 넘쳐나니까.’
채윤이를 사랑하는 모임의 멤버라고 자청하는 이들도 있을 만큼, 채윤이를 좋아해주는 이들은 많았다.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들은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고, 채윤이는 어쩌면 그걸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닐까.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버님 다정한 것 봐… 미치겠다. 싸인 해달라고 하면 안 되겠지?”
“되겠냐?”
입을 가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소리가 들려온다.
조성현은 피식 웃었다.
채윤이가 고개를 돌려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싸인 해주면 안 되는 거야?”
“아냐, 괜찮아.”
조성현은 그렇게 말 하고, 큼 하고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싸인 해드릴게요. 오세요.”
그의 말에, 여성의 얼굴이 밝아졌다.
원래부터 채윤이와 조성현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던 그녀는 뛰듯이 걸어와, 작은 가방을 뒤적거렸다.
열심히 뒤지던 그녀는 뭔가 싸인을 할 만한 것을 찾지 못했는지, 금방 울상이 되었다.
“어어… 잠시만요.”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떻게든 뭐라도 찾아보려 했지만… 그런 게 뚝딱 튀어나올만한 곳이 아니었다.
보이는 건 잔디와 나무, 그리고 호수 밖에 없는데 뭘 찾아오겠는가.
“사진이라도 같이 찍어드릴까요?”
“헐. 그래도 되나요?”
“그럼요.”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였고.
꿀꺽 하고 침을 삼킨 여성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옆에 있던 친구에게 넘겼다.
“잘 찍어줘야 해.”
“… 알았어.”
여성의 친구는, 채윤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느릿하게 답하며 스마트폰을 받아들었다.
조성현은 슬쩍 채윤이와 거리를 벌리며 여성이 아이와 자신의 사이에 올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찰칵.
작은 소리와 함께, 사진이 찍힌다.
조성현과 채윤이는, 함께 사진을 확인했다.
채윤이와 조성현은 미소를 짓고 있는데, 가운데에 있는 여성은 이보다 행복할 수 없다는 듯 활짝 웃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진짜… 평생 간직할게요.”
“아… 저희가 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영상 올라올 때마다 챙겨볼게요!”
여성이 주먹을 쥐며 말했다.
조성현은 몇 번이나 그녀에게 응원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 자리에서 벗어났다.
“…….”
조성현은 묘한 기분을 느끼며, 채윤이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이걸 뭐라고 불러야할까.
유명세?
사람들이 알아봐주니 감사하면서, 확실히 위로가 된다.
정작 채윤이는 그런 것보다 조성현과 함께 걷고 있는 지금이 더 즐거운지 아까 사진을 찍을 때보다 더 즐거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이내 웃음을 흘렸다.
언제 유명세 같은걸 신경 썼다고.
아이의 시선 끝에는 항상 조성현이 머무르고 있듯.
조성현의 시선 끝에도 항상 채윤이가 있으면 그걸로 된 거였다.
그리고 며칠 후.
-장현아: 구독자수 20만 돌파 했습니다. 축하드려요 선배님!
여전히 조성현과 채윤이의 인지도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