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40)
440화
정민수.
멋지게 늙었다는 것이 뭔지 몸소 보여주려고 하는 듯.
그는 정말로 멋지게 늙었다.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은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정민수의 최근 고민거리는.
아니, 벌써 몇 년 전부터 이어지는 고민거리는 하나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동물원의 방문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
적자가 나기 시작한 건 이미 3년째다.
남들처럼 관리비용을 줄인다면, 적자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돈이 부족해서 시작한 동물원이 아니었으니까.
소싯적, 회사를 이끌다 은퇴를 한 후 아이들에게 행복을 안겨다 주고 싶어서 시작한 동물원이었다.
그의 가장 소중한 기억 중 하나가 바로, 동물원의 기억이었으니까.
지금은 세상에 없는 자신의 딸이 가장 좋아하던 곳이 바로 동물원이었으니까.
딸 아이와 딱 한 번 가본 동물원이었고, 아이는 그날 자신이 본 웃음 중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지었었다.
그래서 시작한 동물원이었고.
이곳에 있는 동안 아이들이 공주, 왕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이름도 ‘프린주’라고 지었다.
어찌어찌 버텨왔다.
말했던 것처럼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돈이야 넘쳐났으니, 운영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다만, 방문객들이 줄고 줄어, 점점 텅 비어 가는 동물원을 보는 것이 참 괴로웠다.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세상은 점점 바뀌고 있다.
아니, 이미 바뀌었다.
아이들은 동물보다는 모니터 속 게임을 훨씬 더 좋아하고.
부모들은 여유를 내기가 힘들어졌다.
어쩔 수 없는 현실.
“후….”
정민수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옆에 있던 여성이 고개를 들어, 정민수를 바라본다.
“회장님, 무슨 걱정이라도….”
“… 아무것도 아닐세. CF 건은 잘 진행되어가나?”
정민수는 고개를 살짝 흔들며 말을 돌렸다.
“아, 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비서의 답에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그는 걸음을 옮겼다.
같은 길에, 비슷한 풍경.
이제는 눈 감고도 걸어갈 수 있을 만큼 익숙했다.
정민수는 동물원을 계속해서 둘러보다가, 어느 한 곳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꺄르르 웃고 있는 여자아이.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됐을 법한 나이의 아이였다.
아이의 아빠로 보이는 이가 웃으며 여자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뒤로는 여성 둘이 함께하고 있었는데… 얼굴은 잘 안 보이지만, 카메라는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
“촬영 중인 건가?”
카메라까지 들고 있는 걸 보니, 촬영 중인 모양이다.
그와 반걸음 떨어져 걷고 있던 여성은 얼른 입을 열었다.
“며칠 전에, 미튜브 촬영을 해도 되는지 물어봐서 괜찮다고 했는데. 불편하시면….”
“아니, 괜찮네.”
정민수는 손을 흔들며 답했다.
촬영이 불편해서 시선이 간 게 아니었다.
그저,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닮았네.’
오래전, 자신의 딸이 동물원에 처음 왔을 때 보였던 표정과 닮아 있었기에.
시선이 조금 오래 머물렀을 뿐이다.
그 순간, 여자아이의 아빠로 보이는 이가 고개를 돌린다.
정민수는 그와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고, 눈동자에 담긴 행복에 멈칫거렸다.
아이가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것처럼, 아이의 아버지도 행복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거다.
과연 자신은, 오래전 딸과 함께 동물원에 갔었을 때 저런 눈빛을 하고 있었을까.
그저 귀찮아서 힘없이 죽은 눈을 하고 있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하는데, 아이의 아버지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는 가버린다.
묘한 기분이었다.
“저… 회장님?”
“아, 김 비서.”
“예 회장님.”
“방금 그 아이랑, 아버지. 미튜브 촬영을 하는 거라고?”
“네. 조채윤, 조성현 부녀인데… 최근 서울 오케스트라와 연주회도 하고, 유퀴즈 인 더 하우스에도 나와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김 비서의 말에, 정민수는 픽 웃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호감을 읽었기 때문.
“김 비서도 팬인 모양이구만.”
“팬… 까지는 아닙니다만. 가끔 영상을 챙겨 보긴 합니다.”
“그 정도면 팬이지 뭐.”
정민수의 말에 김 비서는 어색하게 웃었다.
“팬심으로 미튜브 촬영을 허가한 건 아니고… 동물원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잘했네.”
“네?”
“부녀가 참 보기 좋아.”
정민수는 그렇게 말하고 걸음을 옮겼다.
항상 근심 어린 표정으로 동물원을 둘러보던 정민수였는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방금까지만 해도 분명, 근심 어린 표정이 맞았는데 조성현과 채윤이 부녀를 보자마자 묘한 표정이 자리 잡았다.
근심의 자리를 흥미가 대신한다.
정민수는 그렇게, 또 익숙하게 동물원을 둘러보았다.
걸음이 빠르지는 않았다.
꼼꼼하게 둘러보느라 어쩔 수 없는 일.
중간에 쉬기라도 했는지, 어쩌다 보니 조성현과 채윤이 부녀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었다.
묘하게 시선이 가는 부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정민수는, 조성현과 장현아가 나누는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채윤이가 백조고 조성현이 흑조라는 말.
그리고 이어지는, 채윤이와 조성현의 대화.
아이는 행복한 얼굴로 조성현에게 곡 작업을 하자는 말을 건넨다.
조성현은 흔쾌히 그렇게 하자고 답했다.
즐거움과 기대감이 가득 담긴 그 표정을 보고, 결국 정민수는 참지 못했다.
궁금했다.
어쩜 저렇게 행복해할 수 있을까.
자신의 동물원에 와서 저런 행복을 느끼는 이가 많다면 참 좋을 텐데.
동물원 운영에 있어서 고민도 하지 않을 거다.
적자가 아무리 나도, 아이들이 행복해할 수 있다면 괜찮을 테니까.
애초에 그의 고민은 아이들이 더 이상 동물원에서 행복해하지 않는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것 아닌가.
그래서, 그는 나설 수밖에 없었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 * *
조성현은 자신의 앞에서 인사를 건네는 노신사를 보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아까 마주쳤던 노신사였다.
묘하게 다정한 눈을 하고 있던 이였기에 기억에 남았다.
“정민수라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프린주’를 운영하고 있어요.”
“아… 안녕하세요. 조성현입니다.”
조성현은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다가와서 인사를 건넨 이가 동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라니.
혹시 미튜브를 촬영하는 것 때문에 그런 건가 싶어서, 조성현은 힐끗 한아름이 들고 있는 카메라와 장현아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Pan 엔터테인먼트, 장현아입니다.”
장현아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한다.
그녀는 정민수를 조금 익숙하게 대하고 있었다.
그가 누군지 아는 눈치였다.
정민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혹시 장판석 대표의….”
“예. 맞습니다.”
정민수가 살짝 말끝을 흐리는데, 장현아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한다.
그녀의 답에 정민수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물들었다.
“엄청 어릴 적에 봐서 얼굴도 까먹고 있었는데… 진짜 많이 자랐네요.”
“말 편히 해주세요. 회장님.”
“허허….”
정민수가 살짝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장현아가 미소를 보이면서 말을 덧붙인다.
“저희 아버지랑도 말 편히 하시는데 제게 말 높이시면 제가 불편합니다.”
그녀의 말에, 결국 정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지.”
정민수의 답에 장현아가 감사하다는 듯 눈인사를 한다.
조성현과 채윤이는 눈을 깜빡거리며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반가운 마음에 실례했군요.”
“아닙니다. 회장님.”
“뜬금없다는 건 알지만, 너무 행복해하는 모습에 감사해서… 저녁 식사라도 대접해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민폐가 아닌가 싶은데….”
“저도 오랜만에 행복함을 느낄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정민수가 제안했다.
그의 태도는 정중했고, 뭐랄까, 거절하기 힘든 힘을 가지고 있었다.
조성현은 채윤이 쪽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자신은 좋다는 듯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조성현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감사합니다.”
그의 말에, 정민수가 미소를 지었다.
* * *
점심 식사를 끝낸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기에, 저녁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다.
그렇다고 지루하지는 않았다.
정민수가 함께 하며 동물원을 직접 설명해주었으니까.
채윤이는 훨씬 더 흥미로운 눈으로 동물원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성현과 채윤이는 생각보다 ‘프린주’의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린주’에 있는 수많은 동물들이, 세계 곳곳에서 구출해온 동물들이라는 것도.
정민수가 ‘프린주’를 각별하게 생각한다는 것도 말이다.
그렇게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니, 결국 저녁 시간이 찾아왔다.
그들은 동물원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엄청 고급진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친숙한 느낌의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
돈까스도 팔고, 함박스테이크도 팔고… 어릴 적 부모님과 한 번쯤은 가봤을 만한 그런 곳 말이다.
채윤이의 픽은 당연히 돈까스였다.
조성현은 함박스테이크를 앞에 두고, 채윤이의 돈까스를 잘라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정민수의 눈이 호선을 그린다.
“다정하시네요.”
“하하….”
조성현이 어색하게 웃었다.
돈까스를 잘라주는 걸로 다정하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사실, 그냥 이야기를 조금 듣고 싶었어요. 어떻게 그렇게… 행복할 수 있는지.”
정민수는 가벼운 목소리로 물었다.
목소리는 가벼웠지만, 진지함이 묻어 나왔기에 조성현은 가벼이 답할 수 없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정말 지독히도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행복해져 있더라고요.”
진심을 가득 담아서, 그가 답했다.
의외라는 듯, 정민수가 조성현을 바라본다.
그는 후우 하고 숨을 내쉰 후 입을 열었다.
“저도 정말 평생의 후회 거리가 있는데… 딸 아이하고 같이 동물원에 더 가지 못한 거예요. 그렇게 좋아했는데, 한 번만 가고 그 뒤로는 갈 생각도 안 했다는 게. 평생의 후회로 남더라고요.”
“그래서….”
“‘프린주’도 그래서 만들었고.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는 거죠. 다른 이들이 같은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정민수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앞에 있는 미트볼 크림 파스타를 한 입 먹었다.
맛있다는 듯, 그가 살짝 웃어 보인 후 말을 이었다.
“요즘은 동물원에서 행복해하는 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는데, 조성현씨하고 따님분 덕분에 저도 다시 한번 행복해질 수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야말로 좋은 경험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조성현이 고개를 살짝 흔들며 말했다.
“성현씨하고 채윤이가 동물원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다른 사람들도 분명….”
정민수는 말을 하다 말고, 멈칫거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있던 김 비서에게 입을 열었다.
“김 비서.”
“예 회장님.”
“우리 CF 건, 얼마나 진행됐지?”
정민수가 물었다.
뜬금없는 그의 말에, 모두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김 비서는 확신했다.
모두가 당황했지만, 자신보다 더 당황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