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42)
442화
금액을 듣자마자, 뭔가 머리가 멍한 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조성현이 2500만 원이라는 큰돈을 벌어보지 못했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그도 현재 작곡가로서, 또 프로듀서로서 여러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은 상태다.
곡을 팔아 벌어들이는 소득에, 프로듀싱을 해서 벋는 것까지 포함하면 꽤 고소득자에 속하는 편.
미튜브 수익은 아직 제대로 정산받기도 전이었으니, 굳이 그걸 따질 필요는 없지만… 미튜브에서도 정산이 시작된다면 그것도 상당할 거다.
몸값 자체가 그리 가볍진 않다는 뜻.
하지만 광고 모델로서의 조성현과 채윤이의 몸값이 과연 2500만 원 정도나 할까?
그 부분에 있어서 조성현은 확신할 수 없었다.
아니, 반대로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말이 2500만 원이지, 거의 직장인들의 연봉 정도 되는 급 아닌가.
“2500만 원이… 맞는 거죠?”
-네. 조건이 달리긴 했는데, 너무 당연한 것들이라서….
“어떤 조건인데요?”
-채윤이와 선배님이 꼭 같이 출연 해야 하는 조건이고, 아. 조금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하면, 분기마다 한 번씩 와달라고 하네요.
“분기마다 와달라고요?”
조성현이 되물었다.
분기마다 와달라는 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
그냥 단순히 동물원에 놀러 오라는 뜻은 당연히 아닐 테니, 뭔가 있을 거다.
-동물원들도 계절마다 컨셉을 바꿔야 하고 홍보를 조금씩 다르게 해야 하니까요. 거기에 맞춰서 간단하게 포스터 촬영이라도 할 생각인 것 같아요.
“그런 거야… 당연히 가능하긴 하죠.”
어려울 것 없는 일이었다.
채윤이가 동물원을 좋아하는 것 같았으니, 아이에게도 나쁠 것 없는 제안이었고 말이다.
-독소 조항도 없고, 조건이 워낙 좋아서… 저는 이대로 진행하면 될 것 같은데.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장현아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정민수 회장과 일하는 걸 찬성하는 편이었다.
거기에 조건까지 좋았으니, 바로 진행을 원하고 있었다.
금전적인 이유 때문에 일을 하려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모델료가 정민수 회장이 조성현과 채윤이를 얼마나 신경 썼는지 드러내 주고 있었기에.
조성현도 일을 진행하는 것에 있어서는 당연히 찬성이었다.
다만 그는, 의문이 들었다.
정민수 회장이 이렇게까지 자신들에게 신경을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래, 최근 조성현과 채윤이의 미튜브 채널과 온스타그램 계정이 급속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근데 그게 2500만 원이라는 모델료에 대한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톱스타들이야 1년 모델료로 억대는 물론이고, 몇십억까지도 받는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이들이 모델료로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을 받으면 감사해하는 것이 현실이었으니까.
“왜 그렇게까지 주시는지 사실 잘 모르겠네요.”
-음… 저도 자세한 건 잘 모르겠네요. 근데 일단 돈이 부족한 분은 아니시니까 그렇게 진행한 것 같아요. 따님 생각이 나서 아마 더 그랬을 거고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거든요.
장현아의 말에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렸다.
그는 무어라 더 말을 하는 대신 그저 큼 하고 헛기침을 한 번 한 후 입을 열었다.
“일을 진행하게 되면,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요?”
-최대한 빨리 진행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동물원 촬영 자체는 끝났고, 모델 촬영만 남은 상황이라…
“그럼 서둘러야겠네요.”
-그래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니, 당장 내일부터 촬영하자는 말은 안 할 거예요. 빨라야 다음 주부터겠죠. 녹음 스케줄 소화하시고 촬영 진행하면 될 거예요.
“알겠습니다. 곡에 관련해서는 이야기가 어떻게 됐나요?”
-곡을 외주 형식으로 맡기는 게 아니라, 일단 계약금으로 500만 원에… 저작권은 계속 선배님과 채윤이가 가지고 있는 쪽으로 조율을 했어요. 혹시 나중에 재계약을 하게 되면 그때 다시 한번 곡 사용료에 대한 협상을 할 수 있게요.
“확실하네요.”
조성현은 가벼운 미소와 함께 말했다.
이미 2500만 원의 모델료를 받고, 곡 사용료로 500만 원까지 더 받았다.
아마 외주 형식으로 곡을 완전히 넘기는 방식이었으면 조성현은 조금 망설였을 거다.
조성현은 자신의 곡을 자신의 것이라고 부르지 못했던 과거가 있으니까.
돈을 조금 덜 받더라도 자신의 곡은 자신의 것이 되길 원했다.
장현아는 굉장히 깔끔하게 조건을 정리해 둔 상태였다.
정민수 회장이 널널하게 조건을 조율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서 조건 정리가 된 것이겠지만, 이걸 해낸 건 결국 장현아였으니 조성현은 그녀를 신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좋아요. 그럼 그렇게 진행하고, 곡은 최대한 빠르게 준비해볼게요.”
조성현이 답했다.
-네, 그럼 말씀드린 조건으로 계약서 작성하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선배님.
장현아와의 통화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조성현은 후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정민수 회장과 진행하는 일이었고, 완전히 비즈니스적으로 조성현과 채윤이의 몸값을 판단한 것은 아닌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성현과 채윤이가 이렇게 좋은 조건을 받은 것은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앞으로는 불편한 CF 제안을 거절하기 조금 더 수월해지겠지.
조성현과 채윤이의 몸값에 대한 기준점이 높게 책정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높은 몸값이 되었는데도 CF 제안이 계속해서 들어온다면…
‘그만큼 인정받는다는 뜻이겠지.’
광고계에서 조성현과 채윤이를 그만큼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 되리라.
“설마 이런 조건으로 제안이 더 들어오겠어.”
조성현이 픽 웃으며 중얼거렸다.
* * *
채윤이는 금방 일어났다.
지난밤, 원래 곡 작업을 하고 자려고 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피곤했는지 잠들어버린 아이였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니,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것.
채윤이는 완벽히 회복된 컨디션으로 일어나자마자 곡 작업을 하려 했다.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를 말리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결국 그는 채윤이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한 후에, 함께 곡 작업에 착수했다.
“만들고 싶은 곡은 어떤 거야?”
조성현이 아이에게 물었다.
어제, 동물원에서 채윤이가 먼저 만들고 싶은 곡이 있다고 말을 꺼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먼저 물어본 것.
조성현은 곡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 능숙하지만, 아이디어를 조율하고 악상을 모아 하나로 만드는 것을 더 편해한다는 건 지금 그가 작곡가로서 활동하기보다 프로듀서로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는 자신이 먼저 나서서 처음부터 끝까지 곡을 만들려 노력하기보다는, 채윤이가 가진 악상을 먼저 듣기로 마음먹었다.
채윤이는 기다렸다는 듯 피아노 앞에 앉아,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검은 새’라는 곡인데, 이런 거야.”
채윤이는 그렇게 말하며, 건반에 손을 올려 연주했다.
따란. 따라란.
아이의 연주가 시작되고, 조성현은 눈을 빛냈다.
묘하게 엇박으로 곡을 진행하고 있는 채윤이었고, 그런 아이의 의도를 조성현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이대로도 분명 훌륭한 곡이 될 수 있겠지만… 이건 하나의 멜로디 라인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었다.
“짝이 필요하겠네.”
“맞아.”
아이의 연주가 끝나자마자 조성현이 말했다.
그의 말에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아이는 확실히 동물원에서 보았던 흑조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 같았다.
정확히는, 흑조와 백조에게서 말이다.
아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흑조도 아름답고 우아한 한 마리의 새라는 점이었다.
항상 그렇듯, 빛과 그림자지만.
채윤이가 이번 곡에서 원하는 건, 그림자가 강조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빛이 그림자의 역할을 하는 거다.
그림자가 빛의 역할을 하며 자신을 드러내고, 반대로 빛은 그림자를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
재미있는 구성이었고, 말을 해주지 않는다면 어린아이가 생각해냈다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로… 뛰어났다.
그냥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방금 연주한 멜로디와 전체적인 흐름을 말하는 거다.
“바이올린 가지고 나올까?”
“응.”
본격적으로 곡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바이올린이 필요할 것 같았다.
조성현의 물음에 채윤이가 망설임 없이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성현은 바이올린을 서둘러 가지고 나와, 채윤이와 함께 연주했다.
채윤이의 원함대로.
조성현이 메인 멜로디를 맡았다.
그가 그림자, 즉. 곡의 주인공인 ‘검은 새’가 되는 것이었다.
채윤이도 결국, 지난번 동물원에서 장현아가 했던 것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조성현이 그저 자신을 보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게 싫었을 수도 있지.
“곡 자체는 너무 좋은데… 완성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다.”
“조금 어려운 곡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채윤이가 그렇게 말하며, 그래도 열심히 하면 재미있는 노래가 만들어질 거라며 웃었다.
조성현이 미소를 지으며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이가 생각하는 곡은, 꽤 복잡한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부분들도 디테일하게, 빈틈없이 채워 넣어 완성도를 유지하려면 정성이 필요했다.
보통 정성을 들이는 작업은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고.
이번 주 안에 마무리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작업이었기에, 조성현은 곡의 틀을 정해둔 후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지만, 채윤이는 곡에 대한 집중도를 잃지 않고 있었다.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며, 조성현이 손가락을 움직여 자신의 바이올린을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입을 열었다.
“채윤아.”
“으응?”
“‘검은 새’는 어느 정도 틀이 잡혔으니까, 다른 곡도 작업해볼까?”
“다른 곡?”
“응. 어제 이야기했던 CF 있잖아. 그거 곡도 한 번 만들어봐야지.”
조성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가 곡 작업에 몰입하고 있는데, ‘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기한 내에 보여줘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조성현 혼자 작업을 해서 넘겨주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채윤이는 CF 곡이라는 말에 눈을 빛내면서 몸을 돌렸다.
“당장 만들어보자!”
CF 송.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CM 송이다.
그런 광고 음악을 만들어보는 것은 채윤이는 물론 조성현도 처음이었다.
지난 생에도 광고 음악을 작업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곡을 만드는 것과는 조금 다르기에, 조성현은 약간의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도, 채윤이랑 같이 만들게 되면….’
완성만 한다면.
꽤 괜찮은 광고 음악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조성현이 그런 생각을 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