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49)
449화
“얼른 다녀올게요.”
“다녀오세요!”
채윤이가 인사를 한다.
아이 바로 옆에 서 있던 조성현의 어머니, 이수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녁 먹기 전에 오는 거지?”
“네 늦어도 다섯 시에는 올 거예요.”
“알았다. 다녀와라.”
이수현이 손을 휘휘 흔들면서 말했다.
조성현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한 후, 마지막으로 채윤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아이가 헤헤 웃음을 흘린다.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조성현은 몸을 돌렸다.
오랜만에, 오늘 하루는 채윤이를 두고 회사에 출근할 생각이었다.
채윤이를 데리고 가도 되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기에 일부러 어머니에게 부탁한 것.
회사에 가자마자 장현아가 그를 마중 나왔다.
“어서 오세요. 선배님.”
“네 현아씨.”
“박 팀장님은 잠시 후에 오실 예정이라고 하십니다.”
“그래요?”
“네. 늦을 것 같다고, 커피 사 오신다고 하셨어요.”
장현아의 말에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늘 회의에 박중원도 함께하기로 했다.
안건이 안건인지라, 장현아 홀로 회의를 진행할 수는 없었기 때문.
결국 조성현과 장현아가 먼저 회의실에 가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중원이 형이 잔소리할 게 뻔한데. 미안해요. 현아씨.”
“아닙니다 선배님. 저도 화나서, 사실 선배님이 안 나섰으면 제가 먼저 화냈을 것 같아요.”
장현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의 답에 조성현이 픽 하고 웃었다.
자신의 일처럼 함께 화내주고 하는 게 고마웠다.
매니저로서 장현아는 확실히 일도 잘하고, 아티스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신뢰를 할 수 있는 매니저였고.
박중원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아무래도 박중원은 실질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책임자의 위치에 있으니 잔소리는 필수겠지.
조성현은 마음의 준비를 하며, 박중원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중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 왔다.”
그가 회의실 문을 몸으로 밀며 들어왔다.
조성현과 장현아는 박중원의 손에 들린 것들을 보면서 눈을 깜빡거렸다.
“그게 다 뭐에요?”
“팀장님… 뭘 이리 많이 사 오셨어요.”
그들의 말에, 박중원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내가 배고파서 사 왔어.”
박중원이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사 온 것들을 내려놓는다.
커피 세 잔과, 여러 종류의 빵들이다.
초콜릿케이크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뭐, 갑자기 당이 땡겼어요?”
“그런 것도 있고. 원래 스트레스 받을 땐 당 좀 먹어 줘야 해.”
“아, 죄송합니다. 괜히 욱해서.”
조성현이 바로 사과를 건넸다.
자신 때문에 계약된 일들이 엉망이 되었기에 박중원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고 여긴 것.
하지만 박중원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나 말고 너 스트레스 받았을 거 아니야.”
“저요?”
조성현이 의아한 듯 박중원을 바라보았다.
스트레스 받을 일이 있나?
그런 생각을 하는데, 박중원이 말을 이어나간다.
“애 앞에 담배꽁초를 던졌다면서. 현아씨한테 들었어.”
“예, 뭐.”
“야. 나였으면 진짜 바로 주먹부터 나갔어. 진짜 어디 사는 미친놈이 내 애 앞에다가 담배꽁초를 던져.”
“에이, 제가 뭐 주먹 쓰는 성격입니까.”
“그래도, 한 대 때리고 싶었을 거 아니야. 그거 참느라 스트레스 쌓였을 것 같은데. 얼른 먹자.”
박중원이 조성현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면서 말한다.
조성현은 묘한 눈빛으로 박중원을 바라보았다.
장현아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박중원이 원래 착하기도 했지만, 일 적으로 봤을 때는 항상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 주는 사람이었다.
CF 계약서를 확실하게 썼고, 여러모로 복잡하게 비즈니스로 얽혀 있는 상황에 조성현이 대뜸 폭탄을 던져 버린 것을 이렇게 가볍게 넘겨버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
박중원은 묘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조성현과 장현아를 번갈아 보면서 입 모양으로 ‘왜’하고 말했다.
“뭘 그렇게 봐?”
“아니, 난 형이 잔소리부터 할 줄 알았지.”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고 그랬다. 잔소리는 다 먹고 나서 할 테니까 일단 먹어.”
박중원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포크를 집어, 케이크를 한 입 먹었다.
그는 케이크를 삼킨 다음, 고개를 돌려 조성현과 장현아를 바라보았다.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내가 뭐 그렇게 정 없고 그런 사람으로 보였나?”
“그건 아닌데. 잔소리는 할 줄 알았죠.”
“채윤이한테 담배꽁초 던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잔소리부터 하면 그건 내가 이상한 거고.”
“정확히 채윤이한테 던진 건 아니에요.”
“뭐가 어떻게 된 거든.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으니까, 그런 거로 하자.”
박중원은 그렇게 말하고는 손을 휘휘 흔들며 얼른 먹으라는 듯한 제스쳐를 보였다.
조성현은 결국 박중원과 함께 커피와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식사하고 오긴 했지만, 달달한 게 들어가니 뭔가 눈이 띄어지는 느낌이었다.
“후. 일단 대충 알아서 정리는 해볼 텐데… 진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네 의견도 듣긴 해야 해.”
앞에 있던 군것질거리들이 어느 정도 사라지자, 박중원이 말을 꺼냈다.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일단, 진짜 솔직히 말하면… 박연철 감독하고는 더 이상 일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저도… 진짜 별로예요.”
장현아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낸다.
박중원은 씁 하고 숨을 짧게 들이켜고는 손가락을 움직여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그는 미간을 찡긋거리고는 말을 시작했다.
“그럼 뭐, CF는 없던 일로 해버려?”
“…최대한 좋게 좋게 이야기를 해보고, 진짜 안 되겠다 싶으면 그렇게 해야죠. 아니면 CF 음악만 넘기는 식으로 해도 괜찮고요.”
“아, 아쉽긴 한데.”
꽤 큰 건이기도 하고, 조건 자체도 워낙 좋은 계약이었다.
조성현과 채윤이의 이미지에 해가 되는 CF도 아니어서, 여러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었던 일이기에 더 그런 것도 있었다.
조성현도 솔직히, 아쉽긴 했다.
채윤이가 이번 CF 건으로 얼마나 신나 했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일단 최대한 좋게 상황을 풀어나가 보려 해보고, 박연철 감독 측에서 먼저 무례했던 것을 사과하며 조심히 촬영하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여 준다면 다행이다.
그럼 일단 그대로 진행해보려 노력해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일이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채윤이랑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지.’
이야기해봤는데, 아이가 정말 너무 하고 싶어 한다면, 다른 방법을 동원해봐야지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뭐, 감독을 바꿀 순 없잖아요. 이미 일 진행이 어느 정도 된 거에 저희가 끼어든 상황인데.”
“…그렇긴 하지.”
박중원이 동의하며 중얼거렸다.
가장 중요한 안건이었던 CF 건에 대해서는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회사 측에서 다시 ‘프린주’와 이야기를 해보는 걸로.
그 외에는 전부 부가적인 내용이었다.
서예나의 콘서트 관련한 것과 워터파크를 갈 일정이 정해졌다는 것 정도.
그날 회의는 두어 시간 정도 이어지다가 끝이 났다.
조성현은 약속한 대로, 저녁 시간 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 * *
채윤이가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 댁으로 가는 길.
조성현의 스마트폰이 길게 진동했다.
저장이 되어 있지 않은 번호.
그는 잠시 번호를 보다가, 전화를 받았다.
“네, 조성현입니다.”
-아. 성현씨. 저 박연철입니다.
익숙한 목소리에, 조성현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기분 좋게 채윤이를 만나러 가는 길에 듣고 싶은 목소리는 아니었으니까.
“예. 안녕하세요. 박 감독님.”
-아니, 나는 솔직히 성현씨가 먼저 연락을 줄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예.”
-그렇게 무례하게 행동을 하고 사과도 안 한다? 이거는 어른의 모습이 아니지.
박연철 감독이 말한다.
조성현은 그의 뻔뻔한 말에, 어이가 없어서 저도 모르게 입을 열어 탄식했다.
“하.”
-기다리다 못해서 내가 직접 성현씨 전화번호를 구해서 전화 좀 해봤어요.
“굳이 전화까지 다 하시고.”
-진짜, 내가 어제는 정말 어이가 없었는데. 그래도 일은 해야 하니까 사과 한 번 하면 없던 일로 하고 촬영 들어가는 걸로 진행하죠.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는데, 조성현은 순간 속에서부터 다시 한번 화가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채윤이가 같이 없어서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조성현의 표정은 꽤나 굳어 있었다.
“박연철 감독님.”
-아니, 전화로 말고. 직접 만나서…
“지금,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사과 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사과는 박연철 감독이 해야하지 않나.
조성현 자신에게 무례하게 군 것은 그래, 그럴 수 있다.
근데 채윤이에게 그렇게 대한 건 사과를 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나.
예의상으로 하는 것이라도, 그런 사과라도 해야 넘어갈 수 있는 일인데.
자신보고 사과하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허. 이봐요. 조성현씨.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는데… 내가 지금 이쪽 판에서 몇 년을 일하면서 당신 같은 사람은 또 처음 봐. 아니 담배 그게 뭐라고 지금 이렇게까지 뻗대는 거야?
“정말 담배만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이쪽 판에서 몇 년을 일했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을 보며, 조성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박연철 감독은 뭐가 문제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애가 내 딸 같아서 머리 한 번 쓰다듬어주려고 했던 거. 그거 때문에 그러는 거야 그럼?
“박 감독님 딸 아니고, 제 딸입니다. 그리고 저는, 담배꽁초를 제 딸 쪽으로 던지지도 않고, 함부로 머리를 쓰다듬지도 않아요.”
조성현은 단단한 목소리로 분명하게 말했다.
본인 딸 같았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어떻게 채윤이가 박연철 감독의 딸이 되는가.
-진짜,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건지 모르겠네. 지금 유행이 영원할 것 같지? 몇 개월 뒤에 어떻게 되는지 보자.
결국 할 말이 없었던 건지, 박연철 감독이 협박 비스무리한 것까지 해왔다.
조성현은 탄식을 흘렸다.
어이도 없고, 이제는 끓는 것 같은 화는 사라졌다.
방금까지는 화가 났는데, 이제는 그냥 한심하다.
“…박 감독님은, 일주일 뒤에 어떻게 되는지 한 번 보시죠.”
그래, 박연철 감독의 말처럼 조성현과 채윤이의 인기는 몇 개월 뒤에 촛불처럼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불확실한 부분이다.
다만 확실한 건.
박연철 감독이 이런 식으로 말을 한순간, 조성현은 본래 했던 생각을 말끔히 지우고 새로 썼다는 부분이다.
과연.
조성현과 채윤이의 인기가 먼저 사라질까.
아니면, 박연철 감독의 자리가 먼저 사라질까.
그래, 박 감독의 말처럼 어떻게 되는지 보면 될 일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