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5)
45화
오늘은 조금 일찍 채윤이를 데리러 왔다.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오늘도 책을 읽다가 한 권을 다 읽어 버려서, 다음 권을 읽기 시작하는 것도 좀 애매해서 평소보다 일찍 나왔을 뿐이었다.
유치원에 도착한 조성현은 가만히 햇님반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풍경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채윤이가 아닌, 다른 아이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던 것.
다른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들이 시끄럽게 들리는 와중에, 여자아이가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다.
아무리 클래식에 대해서 잘 모르는 조성현이라고 해도, 체르니는 알 수밖에 없었다.
아주 오래전이어서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그도 피아노를 배울 때 체르니를 조금 건드린 적이 있었으니까.
체르니는 정말 대중적인 교과였고, 조성현이 아는 게 당연했다.
피아노를 치는 여자아이 옆에 서 있는 채윤이는 모를 수도 있겠지만.
가만히 보던 조성현은 채윤의 표정이 오묘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곡에 흥미를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서, 조성현은 그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곡은 금방 끝났고, 그다음은 채윤이 움직였다.
조성현은 분위기상, 여자아이들 무리가 채윤이에게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애들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아니, 아이들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사회 어디를 가던 저런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었다.
누가 누구를 질투하고, 누구는 누구를 시기하고….
정말 작고 사소한 일로도 싸움이 자주 일어나는데 하물며 어린아이들은 어떻겠는가.
아빠로서는 여러 명의 아이들이 채윤이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못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채윤이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조성현은 알고 있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결국 좋은 사람도, 싫은 사람도 만나게 되는 게 당연한 것이니.
조성현은 직접적으로 나설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채윤이 어떻게 해결하는지 보고 싶었다.
나쁜 어른들의 공격으로부터는 조성현이 지켜야겠지만,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쩌면 채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채윤은 잠시 피아노 앞에 앉아서 건반을 내려보다가,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작은 두 손이 건반 위로 올려진다.
그리고 부드럽게.
체르니의 연주가 펼쳐졌다.
통통 튀는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연주였다.
조성현은 자신의 딸을 보며, 눈빛을 빛냈다.
애초에 곡이 그리 긴 편은 아니었다.
고작해야 4~50초 정도로, 1분도 안 되는 길이의 구간이다.
채윤은 방금 다른 아이가 쳤던 체르니를 완벽하게 따라했다.
아니, 따라했다고 하기에는 방금 다른 아이가 했던 체르니보다 채윤이 연주하고 있는 체르니가 더 뛰어나서 따라한다고 하기에도 민망했다.
통통 튀는 느낌을 훨씬 더 잘 살렸고, 그렇다고 거친 느낌이 전혀 없이 부드럽게 손을 움직여 연주한다.
조성현은 그것을 보면서, 허 하고 소리를 냈다.
요 며칠 동안, 사실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채윤이에게 피아노를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럼 그녀에게 어떻게 피아노를 가르쳐야 하는가.
조성현이 음악적으로 여러 가지를 배웠고, 피아노나 바이올린, 그리고 다른 악기나 음향기기들을 조금 다룰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을 가르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당연히 여러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생각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체르니였다.
가장 기본부터.
수십 년 전부터 내려져 오는 ‘정석’ 그대로 가르치는 게 역시 가장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근데 지금 이걸 봐라.
채윤이에게 체르니를 가르치겠다고?
물론 난이도 면에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은 체르니 100에 포함된 곡이었고, 적당히 피아노를 배운 7살짜리 아이들도 충분히 연주할 수 있는 곡이었다.
하지만 그걸 한 번 보고 곡을 이해해서 방금 했던 아이의 연주보다 더 좋은 연주를 하는 것은….
‘이야기가 많이 다르지.’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계속해서 말하지만, 채윤이는 천재였다.
평범한 사람들은 아이의 재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체르니 100?
그건 채윤이가 놀면서 일주일 동안만 피아노를 치다 보면 다 배울 수 있을 거다.
이미 채윤이에게 ‘정석’은 의미가 없었다.
‘정석’이 누구의 정석인가.
평범, 혹은 적당히 재능 있는 아이들을 위한 정석이다.
채윤이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냥 단순히 곡을 치면서 피아노를 치는 것에 익숙해지고, 연습을 하는 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채윤이에게 필요한 건….
‘모르겠네.’
아직, 모르겠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조성현 자신도 음악에 있어서 완전 재능 없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채윤이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바로바로 알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쩌면, 초보 아빠이기 때문에 더 모르는 걸 수도 있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채윤이는 연주를 끝냈다.
여자 아이들은 당황한 얼굴로 채윤이를 바라보고 있었고.
조성현이 왔을 때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던 아이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손가락질을 했다.
아이는 그러면서도 제대로 말도 못 했다.
“너, 너 어떻게….”
“…….”
“반칙했지!”
여자아이가 소리를 치는 게 여기까지 들린다.
조성현은 피식 웃었다.
채윤이는 반칙 같은 걸 하지 않았다.
그저, 반칙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여자아이의 말에 채윤은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아이의 얼굴은 금방 활짝 펴졌다.
조성현과 눈이 마주친 것.
채윤은 활짝 웃으면서 다른 아이들을 지나쳐 조성현에게로 다가왔다.
조성현은 가볍게 무릎을 꿇으며 앉아 채윤을 안았다.
“아빠아.”
“응.”
안기자마자, 채윤이 억울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쟤 피아노 못 쳐!”
채윤의 말에, 조성현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이들 앞에서는 조용하다가 자신에게 안기자마자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나긴 난 모양이다.
“채윤아, 그래도 피아노 못 친다고 뭐라고 하면 안돼. 아직 많이 못 배웠을 수도 있는 거고….”
“아냐. 미현이는 피아노 괴롭혀.”
“…학원을 더 열심히 다니다 보면 채윤이 친구도 피아노를 더 잘 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피아노를 괴롭힌다는 표현에, 조성현은 멈칫거렸으나 이내 말을 이었다.
조성현은 채윤이 스스로의 재능을 조금이나마 알기를 원했다.
다른 아이들과 자신이, 적어도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차이가 크니까.
“흥.”
채윤이는 미현을 잠시 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이런 솔직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게, 조성현은 참 좋았다.
‘속 시원하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끼리의 다툼일 수도 있고, 신경전일 수도 있다.
어른에게는 그저 귀여워보일 수도 있는 것들.
하지만 그래도 채윤은 조성현의 딸이었다.
자신의 딸이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했다는 것 자체가 기특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퇴사를 해서 회사도 안 나가는데 왜 이리 하루가 빠른지, 정말 눈 깜빡하는 사이에 목요일이 되었다.
‘벌써 일주일의 절반이나 흘렀네.’
채윤이를 데리고 집에 와서, 조성현은 가만히 채윤이가 피아노를 치는 것을 지켜보았다.
최근 아이는 더욱 열심히 ‘나랑 낙엽놀이 할래?’를 연습하고 있었다.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된 것 같은데도, 채윤은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그것만 치면서 준비했다.
아이가 다른 것을 치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 다른 곡을 가르칠 수 있도록 조성현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다른 곡을 치고 싶다는 이야기를 안 하니, 결국 조성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채윤아.”
“네에?”
“다른 곡을 해보고 싶지는 않아?”
“우음… 하고 싶어요!”
“그럼 아빠가 다른 곡도 가르쳐줄까?”
하고 싶다는 말에 조성현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채윤은, 그의 말에 고민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도리도리 고개를 저어 보이는 아이의 모습에, 조성현은 의아한 얼굴을 했다.
“왜? 다른 곡 하고 싶다면서?”
“아직 채윤이는 이거 잘 못해요.”
채윤이 말한다.
아직, 부족하다고.
‘같이 낙엽놀이 할래?’의 원곡을 자신의 원함대로 편곡해서, 4계절을 표현한 채윤이.
잘 못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른 이가 들었다면 말도 안 된다고, 엄청 잘하는 거니까 다른 거 해도 괜찮다고 말했을 거다.
하지만 조성현은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채윤이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채윤이는 지난번, 유치원에서 체르니를 쳤던 때부터 평소 보여주었던 ‘같이 낙엽놀이 할래?’가 아닌, 조금씩 차이가 있는 연주를 하고 있었다.
뭔가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조성현은 채윤의 말에 순순히 수긍하고, 소파에 몸을 기대앉아 채윤을 계속 지켜보았다.
‘정말…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그의 고민은 점점 깊어져 갔다.
체르니를 한 번 경험하고 난 후, 채윤이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곡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새로운 곡을 접하고, 생각하고, 적용한다.
채윤이는 이미 스스로 발전하고 있었다.
조성현으로서는 그런 아이를 보면서 어떻게 가르쳐줘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머리가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조성현은, 고민하다가….
‘굳이 가르쳐야 하나?’
그런 결론에까지 이르렀다.
사실 채윤에게 굳이 조성현이 뭔가를 엄청 열심히 가르치기보다는 그저 기초 조금과 함께 ‘같이 낙엽놀이 할래?’를 어떻게 연주하는지 알려준 것이 전부였다.
그 이후에 곡을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 4개의 계절로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채윤이 스스로 깨달은 것.
채윤은 조금만 알려주고 보여주어도 스스로 발전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채윤을 굳이 가르쳐야 하나?
“흠….”
조성현이 작게 소리를 냈다. 여전히 연주를 하고 있는 채윤을 보면서,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렸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그 말이 갑자기 생각나는 건 왜일까.
조성현은, 연주가 끝나 건반에서 손을 떼는 채윤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채윤아.”
아이를 부르자, 아이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아빠를 바라보았다.
“주말에, 아빠랑 연주회 갈래?”
아무래도, 직접 보여줘야겠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