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51)
451화
조성현은 일단, 프린주 측과의 미팅을 뒤로하고 당장 정해져 있는 스케줄들부터 소화를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프린주, 그리고 박연철 감독과의 미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도 최대한 빨리 잡아봐야겠지만, 스케줄 상 먼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밀린 것.
조성현이 미팅을 미루고 한 것은 바로, 채윤이와 현서를 데리고 서예나의 콘서트에 가는 것이었다.
티켓도 받았고, 한아름과 함께 촬영하기로 해서 빼기 힘든 스케줄이었다.
조성현이 생각했을 때, 굳이 박연철 감독 때문에 빼야 하는 스케줄도 아니었고 말이다.
“진짜… 최고다.”
현서가 입을 벌리고 말한다.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지난번에 서예나의 집에 갈 때도 그렇더니만, 현서는 확실히 서예나와 관련이 된 모든 것에 반응이 큰 것 같았다.
리액션이 좋다고 해야 할까.
채윤이는 그런 현서를 보면서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난번에 유미가 콘서트를 열 때 콘서트장에 방문한 적이 있던 채윤이였지만.
지금은 그때와 규모 자체가 달랐다.
유미 때와는 최소 서너 배 정도 차이 나는 규모에다가, 걸려 있는 현수막에 몰려있는 팬들의 수도 정말 대단했다.
막연하게 유미의 콘서트 때를 떠올리던 채윤이도 옆에서 현서와 비슷하게 입을 벌리고 놀라고 있었다.
물론 현서는 순수하게 서예나의 콘서트에 왔다는 것에 대한 흥분감으로 입을 벌리고 있고, 채윤이는 놀란 것이겠지만… 어쨌든 표정은 비슷했다.
조성현은 아이들을 데리고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바로 무대에 가서 자리를 잡을 수도 있겠지만, 서예나가 일부러 자신의 대기실로 와서 인사나 한 번 하고 가라고 요청을 했었기에 그녀를 찾아가는 것.
조성현이나 채윤이에게는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있겠지만, 콘서트 직전 백스테이지에 가서 아티스트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현서에게 정말 엄청난 경험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걸 증명하듯, 벌써부터 현서는 심장이 두근거리는지 자신의 두 손을 가슴께에 얹고 후우 하고 소리를 내며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긴장돼?”
“네. 살면서 이렇게 긴장한 거 처음이에요.”
현서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거리면서 답했다.
채윤이는 현서가 긴장을 하자, 손을 들어 현서의 등을 몇 번 토닥여 주면서 긴장할 필요 없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재미있는 점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채윤이도 콘서트장의 공기 때문인지 조금은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점일까.
“어? 어서 와요. 채윤이, 현서. 안녕?”
마지막으로 의상을 체크하고 있던 서예나가 거울을 통해 조성현과 채윤이, 현서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인사를 건넸다.
현서는 무대 복장을 하고 있는 서예나의 모습에,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언니…!”
애써 소리를 막으려 하는데, 못 참겠는 건지 현서의 손가락 사이로 외마디 비명 같은 소리가 새어 나온다.
현서는 이후로 너무 예쁘다면서, 열심히 칭찬했고.
서예나는 그런 현서에게 잘 맞장구를 쳐주면서 무대 준비를 이어나갔다.
“그럼, 끝나고 봐요.”
“예, 이따 뵙겠습니다.”
“사랑해요 언니!”
“진짜?”
“네!”
“그럼 응원 열심히 해줘.”
“죽어라 할게요!”
현서가 밝게 답한다.
조성현은 채윤이와 현서를 데리고 자신들의 좌석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콘서트는 정말로 금방 시작되었다.
첫 곡부터 서예나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분위기는 더 이상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띄워져 있었다.
조성현은 서예나의 콘서트를 보면서, 유미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유미가 서예나를 따라잡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최근 유미는 아티스트로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비단 그녀의 인지도뿐 아니라, 아티스트로서의 기질도 많은 부분 변화하고 있었고 성숙해지고 있었는데.
더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것은 유미뿐만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금 서예나의 모습은, 조성현이 과거로 돌아오기 직전 보았던 서예나의 모습과도 겹쳐 보였다.
물론 시기만 다를 뿐 동일 인물이니 겹쳐 보이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과거로 돌아오기 직전’이라는 거다.
앞으로 최소 8년은 더 고생하며 노력하고 성장해야 보일 만한 모습을, 서예나는 이미 지금 보여주고 있는 거다.
유미가 아티스트로서 성장하는 속도도 기존의 그녀가 보여주던 것보다 훨씬 빨랐지만.
지금 보여주고 있는 서예나의 모습은… 그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진정 아티스트였다.
물론 모든 부분에 있어서 완벽하진 않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콘서트에서 보여주고 있는 서예나의 모습은 완벽한 아티스트의 모습이었다.
중간, 약간의 브레이크 타임이 있었다.
팬들을 위한 다큐 같은 영상이 흘러나오고, 그 동안 서예나는 잠시 숨을 돌리고 의상도 갈아입고 나온다.
영상의 내용은 간단했다.
지금까지 고마웠고, 앞으로도 함께 해달라는 영상.
그게 끝나자마자 서예나는 1부에서 보여주었던 드레스가 아닌, 편한 옷을 입고 나왔다.
하얀 후드티에, 여기저기 그림이 그려져 있고 글씨가 스여 있는 의상이었는데….
그게 왠지 멋졌다.
“아 진짜, 이러니까 안 좋아할 수가 없는 거지….”
근처에 있던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조성현과 채윤이, 그리고 현서 모두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콘서트는 정말로 ‘레전드’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엄청났고.
게스트로는 유미, 그리고 뮤즈가 나왔다.
유미도 라이징 스타로서 꽤 반가운 출연이었지만, 뮤즈는 최근 정말로 반응이 뜨거웠다.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 연습생부터 조성현과 친분을 가지고 있던 이예린이 최근 예능에서 활약도 하고 있는 상황.
여자 아이돌 중에서는 독보적 1위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1, 2위를 다투는 입장이라고 봐도 괜찮은 상황이었다.
유미와 뮤즈는 섭외도 어렵지 않은데다, 원래부터 서로 친분이 있었기에 무대 위에서 케미도 잘 살아서 콘서트는 마지막까지도 완벽했다.
그날의 콘서트는 그렇게 끝났지만, 서예나의 일정은 며칠 동안 이어질 예정이었다.
그리고 조성현 또한, 그 며칠 동안 할 일이 있었다.
* * *
조성현 입장에서는 프린주, 그리고 박연철 감독과의 미팅을 그리 서두르지는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성현은 일부러 가능한 빠르게 미팅을 잡았는데.
프린주 측에서 박연철 감독에게 화가 나 있는 때 미팅을 하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가장 큰 이유는….
“놀기 전에, 마무리할 건 마무리해야지.”
채윤이의 친구들과 함께 워터파크를 가기로 한 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조성현은 아이가 마음 편히 놀 수 있도록, 워터파크에 가기 전에 모든 일을 정리해 둘 생각이었다.
채윤이가 CF 촬영을 욕심내고 있다는 것을 조성현은 확실히 알고 있었고, 이 상태로 워터파크에 가면 마음 한 구석에라도 약간의 걱정이 남아 있을 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어서 오세요. 성현씨.”
정민수 회장이 미소를 보이며 조성현에게 인사를 건넸다.
미팅 장소는 동물원 근처에 있는 카페였는데, 정민수 회장은 커피가 아닌 과일차로 보이는 음료를 시켜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제가 너무 늦었나 보네요. 죄송합니다.”
조성현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정민수 회장이 허허 웃으며 손을 흔든다.
“제가 할 일도 없고 그래서 일찍 나온 거지, 성현씨가 늦은 건 아니죠. 목마를 텐데. 어떤 거 마시겠습니까?”
“저는 바닐라 라떼로 하겠습니다.”
“김 비서.”
“아이스로 가져다드리면 될까요?”
“네, 부탁드려요.”
조성현은 김 비서에게 미소를 보이며 말했고, 김 비서도 화답하듯 미소를 한 번 보이고는 몸을 돌렸다.
박연철 감독이 카페에 도착한 것은, 약속 시간보다 5분 정도 늦은 상황이었다.
“아이고 안녕하세요.”
그는 넉살 좋게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조성현은 가볍게 고개로 인사를 하고, 정민수 회장도 큰 액션 없이 인사를 받았다.
5분이 그리 대단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미 점수가 많이 깎여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좋지 않은 이미지를 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기 때문.
아마 제시간에 왔었더라면 정민수 회장이 보여준 액션은 조금 더 컸을 거다.
시작부터 조성현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박연철 감독은 거기에 기름을 끼얹어 버린다.
“전 아아로요.”
그는 김 비서가 조성현에게 바닐라 라떼를 가져다주는 것을 보자마자 자리에 앉으며 그렇게 주문했다.
조성현도 그 상황이 황당했는데, 김 비서와 정민수 회장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김 비서는 멈칫거리고, 정민수 회장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말만 예쁘게 했어도, 아니면 부탁한다는 어조로 이야기를 했더라면 분위기는 조금이나마 더 부드럽게 흘러갔을 거다.
하지만 이미 박연철 감독은, 버스를 놓쳤다.
그리고 박연철 감독에게는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방금 그게 막차였다.
“박 감독님.”
“아, 예 회장님.”
“박 감독님은 내가 참 우스운가 봅니다?”
정민수 회장의 얼굴은 분명 웃고 있었다.
다만,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묻는 말은 그리 부드럽지만은 않았다.
“예? 그게 무슨….”
“김 비서가 박 감독 녹을 먹는 사람입니까?”
“당연히 아닌데… 왜 그러십니까 회장님.”
“근데 왜 박 감독님이 우리 김 비서를 부려 먹으려 하지? 나만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나?”
“… 죄송합니다. 회장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미안합니다. 김 비서.”
박연철 감독은 아차 싶었던 것인지, 얼른 사과를 건넸다.
지난번, 채윤이에게 사과할 때보다 열 배 스무 배는 빠른 사과 속도였다.
그는 나름 빠르게 사과를 했지만, 이미 막차는 떠나간 상태였다.
이후 박연철 감독은 무어라 떠들어대기 시작했지만….
박연철 감독이 무어라 말을 하던, 정민수 회장의 귀에 좋게 들릴 리가 없었다.
애초에 정민수 회장은 동물원 안에서 흡연했다는 것부터 화가 나 있었던 상황이니, 더욱 그랬다.
“이것 참… 제가 요즘 실수를 자주 하는 것 같은….”
“뭐, 좋아요. 본론부터 이야기합시다.”
정민수 회장은 박연철 감독의 말을 중간에 끊으며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이야기 하지 말고 본론부터 말하자는 그의 말에, 박연철 감독이 입을 꾹 다물었다.
“박 감독은 성현씨랑 같이 일 못 하겠다고 했지요?”
“예, 뭐. 막 못하겠다 이건 아니지만… 불편하긴 할 테니까요.”
“성현씨는 어떤 의견이에요?”
박연철 감독의 말에, 정민수 회장이 슬쩍 고개를 돌려 조성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렸다.
솔직히 말하면, 조심스럽긴 했다.
그가 감정이 있는 건 박연철이지 정민수 회장이 아니었으니까.
가능하면 정민수 회장에게는 실례하고 싶진 않았다.
그렇다고 의견을 묻는데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저도 조금 불편하긴 할 것 같습니다.”
“뭐, 좋아요 그럼. 박 감독 뜻대로 합시다.”
정민수 회장이 명쾌한 해답을 찾았다는 듯 말한다.
그 말에 박연철 감독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그리고, 그렇게 펴진 얼굴이 형편없이 구겨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다음 미팅 때는 안 나와도 되겠어요. 박 감독.”
“…예?”
박연철 감독은 잘 못 들었다는 표정으로 정민수 회장을 바라보았고.
정민수 회장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아니, 성현씨랑 같이 일 못 하겠다고 먼저 말을 해왔으니까. 일방적인 계약 의무 사항 거부인 거고, 못하겠다는데 나야 어쩔 수 없지요. 계약대로, 받은 거 3배만 토해내고 가면 되겠습니다.”
단호한 그의 목소리에, 박연철 감독이 입을 떡하고 벌렸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