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52)
452화
정민수 회장의 말에 박연철 감독은 벙찐 얼굴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자신이 계약 해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대뜸 위약금 이야기가 나오면 당황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박연철 감독뿐 아니라 조성현도 단호한 정민수 회장의 말에 조금은 당황하고 있는 차였다.
정민수 회장이 어느 정도 마음의 결정을 했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단호한 모습을 보일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으니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궤변입니까.”
“궤변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일 못 하겠다고 먼저 말한 건 박 감독인데.”
황당하다는 듯 묻는 박연철 감독의 목소리에 정민수 회장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는 도리어 박연철 감독에게 물어보듯, 의아한 얼굴로 박 감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 제 말은….”
박 감독이 어버버 거리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그 말이 아니면, 설마 나를 협박하려는 의도였던 건가?”
정민수 회장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조성현은 그런 정민수 회장을 보며, 속으로 감탄을 삼켜야 했다.
진짜 한 기업의 머리였던 사람은 다른 것인지, 정민수 회장이 사람을 다루는 기술은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박연철 감독은 어쩔 줄 몰라서 쩔쩔매고 있었다.
“협박이라뇨.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협박도 아니고, 계약 해지하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면 도대체 뭐지?”
“…….”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박연철 감독은 정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당연했다.
무슨 대답을 해도 함정이 있었으니까.
정답이 없는 문제에서 어떻게 정답을 찾아내겠는가.
“아무리 내가 뒷방늙은이라고 해도, 박 감독 하나 처리 못 하는 사람 아니에요.”
“회장님.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아니, 이게 참….”
박연철 감독은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내 보려고 말을 길게 늘였지만….
정민수 회장은 그걸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그의 말을 끊으면서 입을 열었다.
“잘 생각해요. 박 감독. 나는 이미 결정을 내렸는데, 박 감독이 어떤 결정을 내리냐에 따라 내가 오늘 이 자리가 끝나고 나서 전화를 걸 상대가 정해지는 거야.”
“전화를 걸 상대라니, 그게 무슨.”
박 감독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정민수 회장을 바라보며 묻는다.
정민수 회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태연하게 할 말을 해나간다.
그리고 그 말은, 박연철 감독에게는 최악의 말이었다.
“그냥 내 아들한테 투정 한 번 부리느냐. 아니면 업계 인사들한테 전화 한 번 돌려보느냐. 그 차이겠지.”
“회장님. 살려주십쇼. 제가 잘 못 했습니다.”
박 감독이 그야말로, 납작 엎드린다.
살기 위해서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정민수 회장의 아들이라면 그가 이끌던 기업의 현재 수장이고.
그 외에 업계 인사들에게 전화를 돌린다면… 박연철 감독은 업계에서 매장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당장 정민수 회장과 함께 일을 하다가 틀어졌다는 소문만 나도 들어오던 일거리가 뚝 끊길 텐데, 정민수 회장이 직접 나서서 그렇게까지 한다면… 희망은 없다.
“허허… 내가 뭐 박 감독을 죽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회장님. 진짜 이러시깁니까.”
“다시 말하지만, 먼저 일 못 하겠다고 한 건 박 감독이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김 비서 통해 전달 할 테니까, 오늘은 이만하죠.”
정민수 회장은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는 듯 단호한 어조로 말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연철 감독이 정민수 회장과, 자연스럽게 그의 뒤를 따르는 김 비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조성현도 갑자기 정리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정민수 회장이 싱긋 웃으며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성현씨.”
“네, 회장님.”
“우리는 자리 이동해서 미팅 계속 이어나갈까요?”
“좋습니다.”
조성현이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긴 했지만, 어쨌든 그가 예상했던 것과 결과는 같았다.
* * *
장소는 동물원으로 옮겼다.
따로 뭔가 장소를 잡는 것도 어색해서, 정민수 회장과 조성현은 동물원을 돌아다니며 일 이야기를 계속해나갔다.
“놀랐을 텐데, 죄송합니다. 성현씨.”
“아닙니다. 회장님. 안 그래도 저도 조금 불편했던 터라, 시원했습니다.”
조성현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원하던 결말이었고, 정민수 회장이 조성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깔끔하게 처리해주었으니.
조성현으로서는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에 정민수 회장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원래는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해보려고 했는데, 김 비서한테 막 대하는 걸 보고 못 참겠더군요. 나이는 먹었는데 아직 혈기가 다 안 죽었나.”
정민수 회장이 허허 웃으면서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조성현은 가볍게 웃음을 보였다.
“아직 정정하신걸요.”
“말이라도 고맙네요. 근데, 이제는 정말 늙어가는 게 느껴져서… 원래는 동물원을 두 바퀴를 돌아도 멀쩡했는데 지금은 한 바퀴만 돌아도 지칩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잠시 벤치에 앉자는 듯 슬쩍 벤치 쪽을 가리켰다.
조성현은 정민수 회장과 함께 나란히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생각보다 빠르게 상황이 정리되어서 오히려 다행이네요.”
조성현이 말을 먼저 꺼냈다.
정민수 회장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행동을 보였다.
“빠르게 다른 감독을 찾아서, CF 촬영을 최대한 빠르게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해볼게요. 마음 편히 먹고 기다리고 있으면 될 것 같아요.”
“예, 알겠습니다.”
“괜히 안 좋은 사람이랑 엮이게 해서 마음이 불편하네요. 채윤이에게도 참, 미안하고요.”
“신경 쓰실 필요 없으십니다. 사실 저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된 건데요.”
“이게 왜 성현씨 때문입니까. 다 박 감독 때문이지. 자기 딸 발치에 담배꽁초를 던지는데 참는 게 이상하지.”
정민수 회장은 다 이해한다는 듯 말하면서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성현은 상황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은 후, 채윤이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까지 하는 정민수 회장의 행동에 조금 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배려심 있는 사람이 기업을 이끄는 거구나 싶어서였다.
박연철 감독의 정반대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정민수 회장이 아닐까.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했다.
“아무튼, 박 감독은 신경 쓰지 말고 마음 편히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마음 편히 기다리기만 하라는 걸 너무 강조하시네요.”
조성현이 슬쩍 미소를 보이며 말한다.
정민수 회장은 아까부터, 조성현에게 마음 편히 기다리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었다.
꼭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정민수 회장은 조성현과 눈을 마주치고는 픽 웃었다.
“글쎄. 성현씨라면 미팅 전에 미리 준비한 거라도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제가요?”
“듣기로는 채윤이가 CF 촬영을 꽤 하고 싶어 한다던데. 그냥 깔끔하게 포기할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고. 성현씨가 잘못한 것도 아니니, 본인이 손해 볼 것 같지도 않고. 어떻게든 자리를 지켰을 사람 아닙니까.”
“…….”
“그러려면, 박 감독을 밀어내야 하는데. 밀어내기 위해 준비해둔 수는 몇 개 있겠죠.”
정민수 회장이 그렇지 않냐는 듯 조성현과 눈을 마주하며 조용히 말했다.
조용하지만 힘 있는 정민수 회장의 말에, 조성현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어야 했다.
“대단하시네요. 정말.”
“살아갈수록 느는 건 사람 보는 눈이더군요. 박 감독은 잘 못 봤지만.”
정민수 회장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얌전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좋아요. 괜히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으니까요.”
정민수 회장은 조성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그날은 정리가 되었다.
* * *
정민수 회장과 동물원에서의 미팅을 끝내고.
원래는 박연철 감독과의 미팅 자리가 깨졌던 그 날 촬영한 것을 적당히 편집해 올리려 했었다.
모든 상황이 조성현과 채윤이에게 유리했으니, 굳이 올리지 않을 이유도 없었던 것.
동물원 내에서 흡연하는 것도 그렇고, 아이의 발치에 담배꽁초를 던지는 것도 전부 영상에 찍혔으니 발뺌할 여지도 없었다.
당연히 확실하게 맞춤표를 찍을 생각에 올리려 했는데.
박 감독과 정민수 회장과 함께 미팅을 끝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애초에 조성현이 나설 필요도 없던 일이었다.
그래, 정민수 회장의 말처럼 굳이 손을 더럽힐 필요도 없는 일이었고 말이다.
상황은 꽤 급박하게 돌아갔다.
물론, 박연철 감독 입장에서만.
정민수 회장은 따로 전화를 돌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전화를 열심히 돌린 것은 박연철 감독이었는데, 문제는 정민수 회장과 함께 일을 하다가 쫓겨나게 되었다는 소문을 본인이 스스로 퍼트리는 꼴이 되었다는 것.
귀신같이 외주 일거리들이 끊기기 시작했고, 그런 와중에 정민수 회장과 ‘프린주’ 측은 빠르게 박연철 감독을 대신할 만한 감독을 찾아 나섰다.
그 순간 소문이 사실인 게 확정이 되었고, 결국 박연철 감독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칩거 생활을 해야 했다.
며칠 동안 벌어진 일치고는 꽤나 버라이어티했고, 반대로 조성현과 채윤이는 그 며칠 동안 꽤 평화로운 일상을 보냈다.
설렘 가득한 일상이었다.
채윤이와 음악 작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식사도 같이 준비하면서 정말로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다가.
결국 그날이 되었다.
“아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채윤이가 조성현의 어깨를 흔들어 그를 깨운다.
해가 막 떠오르고 있는, 이른 아침.
조성현도 학교에 다닐 때만큼이나 일찍 일어난 채윤이 덕에 일찍 눈을 떠야 했다.
“채윤아.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얼른 가야지.”
아이가 유독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을 한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거렸다.
“가야지… 근데 이따가 11시까지 현아씨가 데리러 오기로 했으니까. 천천히 일어나도 되는데. 아직 7시밖에 안 됐잖아.”
“그래도!”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군소리 말고 얼른 일어나라는 듯 조성현의 어깨를 툭툭 하고 건드린다.
결국 조성현은 읏차 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켜 채윤이를 껴안았다.
“얼른 가고 싶어?”
“응!”
아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며 긍정했다.
조성현은 픽 하고 웃었다.
“아침 먹고, 준비하자.”
그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채윤이를 안아 들고 거실로 나왔다.
어젯밤 미리 싸둔 옷 가방이 거실 소파에 놓여 있었다.
그렇다.
오늘은 드디어.
워터파크에 가는 날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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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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