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54)
454화
너무 오랜만에 수영해서 그런 것인지, 체력 소모가 상당했다.
아니, 사실 수영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
현서와 채윤이보다 키가 좀 더 큰 영준이와 한율이도 발끝으로 지탱을 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조성현에게 그리 깊지 않은 물이었다.
그냥 물속을 걸어 다니는 느낌인데, 구명조끼를 걸치고 있으니 반쯤 떠서 막 힘들진 않았지만….
문제는 아이들이었다.
“아빠!”
채윤이가 조성현을 부르며 두 팔을 벌리고.
현서도 채윤이의 손을 잡고 조성현 쪽으로 다가와 팔을 벌려 나무에 붙은 여름철의 매미처럼 조성현에게 들러붙었다.
영준이와 한율이는 조성현에게 매달리지 않았지만, 현서와 채윤이는 시도 때도 없이 와서 그에게 매달렸던 것.
채윤이야 당연히 조성현에게 오는 것이 맞지만, 현서도 이렇게 스스럼없이 와서 안길 줄은 조성현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현서의 어머니야 물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지만, 바로 옆에 유재균도 함께하고 있는데, 그에게는 절대 가지 않고 항상 조성현에게로만 오는 현서.
엄청 힘들진 않지만 확실히 지쳐가는 게 느껴지긴 했다.
“애들이 괜히 애들이 아니네요. 체력이 무슨….”
다시 조성현에게서 떨어져 저 앞으로 헤엄쳐 가고 있는 채윤이와 현서를 보며, 유재균이 말한다.
조성현은 픽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벌써 한 시간 넘게 놀고 있는데, 지친 기색이 없네요.”
시간을 슬쩍 확인한 조성현이 말했고, 유재균은 조금씩 멀어지는 아이들을 보며 걸음을 서둘렀다.
조성현은 약간 지쳤기에, 유재균보다는 느린 속도로 함께했다.
장현아와 한아름이 조성현과 속도를 맞춰서 걸음을 옮긴다.
“선배님도 튜브 하나 필요하신 거 아니에요?”
조성현이 흘러내리는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는데, 장현아가 한아름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한아름은 아까부터 튜브를 사수하며 튜브에 몸을 맡겨 편하게 물살을 즐기고 있었다.
“제가 튜브 차고 있으면 애들이 못 안겨 오잖아요.”
조성현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채윤이와 현서는 초반에만 물을 조금 무서워하다가, 지금은 다 적응이 되었는지 마음껏 놀고 있었다.
하지만 조성현은 오히려 그런 채윤이를 보면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긴장의 끈을 놓치는 순간 일어나는 게 사고니까.
채윤이가 안심하고 놀고 있을 때가 제일 위험했다.
언제든 달려가서 아이를 안을 수 있도록, 조성현은 튜브를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현아씨는 안 지쳐요?”
“선배님.”
조성현의 말에, 장현아가 무슨 그런 말을 하냐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장현아의 시선에 조성현이 눈을 깜빡거리고.
그녀는 키득거리며 웃고는 입을 열어 말을 이어나갔다.
“선배님은 전직 매니저시지만, 저는 현직 매니저입니다. 선배님도 아시겠지만,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소양은 역시 체력 아니겠어요.”
멀쩡하다는 듯, 장현아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히 장현아는 전혀 지친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신이 나서 더 놀고 싶어 하는 느낌이었지.
“어?”
장현아는 말을 하다 말고 앞을 바라보며 작게 소리를 냈다.
조성현이 고개를 돌려 아이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니, 유재균과 아이들이 한 곳에 멈춰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는 물을 차며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무슨 일이에요?”
“아, 기구가 있는데. 채윤이랑 현서가 조금 무서운 모양이에요.”
아무래도 드디어 정글 탐험로가 끝이 나고, 첫 번째 기구가 등장한 모양.
원하는 사람들이야 정글 탐험로를 그냥 지나쳐 기구부터 탈 수 있긴 하지만, 아이들이 가장 놀기 좋은 정글 탐험로였기에.
채윤이와 아이들은 열심히 놀면서 오느라 조금 늦었다.
아마 앞으로는 기구를 연속적으로 탈 수 있을 텐데, 채윤이와 현서가 물에는 적응했지만 기구에 타는 걸 조금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빠….”
“응. 채윤아. 좀 무서워?”
“쪼금.”
조성현의 물음에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한다.
그러면서 아이는 저것 좀 보라는 듯 손을 들어 기구의 끝을 가리켰다.
‘보오아’라는 기구가 가장 먼저 등장했는데, 물살을 타고 가다 보면 나오는 작은 섬 같은 곳에 올라서 바로 탈 수 있는 기구였다.
올라가야 하는 높이는 그리 높지 않지만, 바로 앞이 내리막길이라 기구 자체는 꽤 경사가 있는 편.
촤아악!
마침 사람이 기구 끝에 도착하며 요란하게 물보라를 일으켰다.
허우적거리던 남자가 이내 몸을 일으켜 머리를 털더니 걸음을 옮긴다.
“저것 봐봐. 내가 타면 물에 빠져 죽을 게 분명해.”
채윤이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조성현은 웃으면서 채윤이의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그래도 재미있어 보이지?”
‘보오아’는 굳이 타지 않고, 기구를 탈 수 있는 섬을 비켜 가면 자연스럽게 물살을 타고 내려갈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윤이는 ‘보오아’를 보며 갈등하고 있었다.
조금 무섭긴 하지만, 역시 재미있어 보이긴 했던 것.
그게 정답이었던 건지, 채윤이가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같이 타면 좀 덜 무섭지 않을까?”
“어? 저도 같이 탈래요.”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와 마찬가지로 조금 무서워하던 현서가 얼른 말한다.
“채윤이는 아빠랑 같이 타면 될 것 같고. 현서는….”
“제가 같이 탈게요.”
장현아가 싱긋 웃으며 손을 들어 올린다.
현서는 얼른 장현아 쪽으로 다가갔다.
“영준이랑 한율이는….”
“혼자 탈 수 있어요.”
“그래. 그럼 밑에서 보자.”
조성현이 웃으며 답했다.
가장 먼저 ‘보오아’를 탄 것은 한아름과 유재균이였다.
한아름은 촬영하고, 유재균은 밑에 가서 영준이와 한율이가 내려오는 것을 지켜보며 아이들이 잘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저희 먼저 갈게요. 선배님.”
“잘 있어! 살아서 만나!”
장현아가 손을 흔들며 말을 하는데, 현서가 채윤이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절박하게 소리 지르는 아이의 목소리에 장현아가 웃음을 흘린다.
현서는 절박한 목소리는 금방 비명을 바뀌었다.
“꺄아아악!”
하이톤의 비명을 내지르며, 현서가 쭈우욱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채윤이가 조금 긴장된 얼굴로 조성현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괜찮아. 재미있을 거야.”
조성현도 워터파크를 많이 와본 것은 아니지만, 이런 기구를 그리 무서워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채윤이도 비슷할 것 같았다.
처음에 물을 조금 무서워하다가 금방 적응 했던 것처럼, 아마 이런 기구들도 한두 번 타다 보면 익숙해져서 계속 타자고 할 게 눈에 훤했다.
“준비됐어?”
채윤이를 자신의 다리 사이에 앉히고, 조성현은 아이를 꼭 끌어안고는 물었다.
“응. 이제 가도 돼.”
아이가 침을 꼴깍하고 삼키더니 결심했다는 듯 말한다.
조성현이 미소를 보이며 슬쩍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리고.
쑤우욱.
기구 밑에서 나오는 물살에 이끌려 빠른 속도로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보오아’라는, 보아뱀에서 따온 이름에 걸맞게 기구는 구불구불했다.
채윤이는 처음에는 비명을 지르며 내려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을 짧았다.
촤악!
아이가 웃음을 한 번 터트리자마자 기구의 끝에 도달했으니까.
“어푸푸루.”
채윤이가 놀라서 숨을 내뱉는다.
조성현은 서둘러 채윤이를 잡아 물 위로 올려주었다.
채윤이는 멍한 듯 잠시 동안 눈을 깜빡거리다가 이내 조성현에게 안겼다.
“얼른 다른 거 또 타자!”
아이가 보채듯 말을 했고, 조성현은 피식 웃었다.
“재미있었지?”
“응. 완전 대박이야.”
“앞에 있는 아나콘다는 조금 더 무서운데, 괜찮아?”
“같이 타니까, 괜찮아!”
채윤이는 그렇게 말하며 현서가 있는 쪽으로 열심히 헤엄쳐 갔다.
워터파크에 온 지 두 시간이 조금 안 된 상황.
아이들은 이제야 제대로 놀기 시작했다.
* * *
“아 죽겠다.”
유재균이 젖은 몸으로 플라스틱 벤치에 몸을 뉘었다.
옆에 누워 있던 정미원이 웃으면서 손을 뻗어 유재균의 어깨를 툭툭 건드린다.
정미원을 포함한 다른 아이 엄마들의 얼굴은 밝았다.
기구를 한 두 번 정도 타고 난 후 따뜻한 스파에 몸을 담그고 있었던 그들이기에 체력적으로 쌩쌩한 것이다.
“고생했어.”
“애들 진짜 체력이 장난 없어. 고등학생들이랑은 또 달라.”
학교에서 일하는 유재균은, 본인의 학교 학생들보다도 더 체력이 좋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놀기 시작한 지 이제 4시간.
기구도 꽤 많이 탔고, 대충 절반 정도를 돌았다.
아이들도 이제 슬슬 지친 듯한 모습.
놀려면 한 두 시간은 더 놀 수 있는데, 잠시 쉬었다가 놀고 싶어 하는 기색이었다.
일단 무엇보다.
“배고파.”
슬슬 배고파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다들 배가 고프다는 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각자의 부모님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제가 애들 데리고 가서 먹을 것 좀 사 올게요.”
장현아가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다른 아이 엄마들이 손을 흔들었다.
“지금까지 애들이랑 노느라 고생했는데, 뭘 또 움직여요. 제가 다녀올게요.”
안소현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고.
조성현 또한 슬쩍 몸을 일으켰다.
“저는 어차피 촬영 때문에 가야 하니까, 같이 가시죠.”
“아, 네. 좋아요.”
조성현의 말에 안소현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아이 엄마들도 같이 가려고 했지만.
장현아가 먼저 나섰다.
“저도 촬영 때문에라도 같이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긴 해요.”
촬영 때문이라는데 말릴 사람은 없었기에, 결국 조성현과 장현아, 안소현이 아이들을 이끌고 먹을 걸 사러 가게 됐다.
식당 코너는 야외, 2층에 마련되어 있었다.
먹을 걸 먹을 수 있는 곳은 식당 코너와, 방금 들였던 벤치들이 모여 있는 곳뿐.
슬슬 다들 허기가 질 때라서 그런 것인지 식당가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다들 뭐 먹고 싶어?”
“나는 컵볶이.”
조성현의 말에 가장 먼저 답한 건 채윤이었다.
아이는 한쪽 코너에 있는 분식 코너에 시선을 고정한 상태였다.
“그래, 컵볶이랑….”
“저는 츄러스 먹고 싶어요!”
“좋아. 츄러스도 사 가자. 근데, 그건 밥 먹고 간식으로 먹고… 밥이 될만한 건?”
“음, 그러면 저 알감자요.”
현서가 분식코너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메뉴를 가리키며 말한다.
그 외에도, 아이들은 하나씩 먹고 싶은 걸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민하던 아이들이었지만, 나중에 가서는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음식을 말해서 아이들을 진정시켜야 했다.
그렇게, 음식을 사는 동안.
“저녁에 특별 무대가 있다는데요?”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장현아가 조성현의 팔을 살짝 건드리며 말을 걸었다.
그녀의 말에 조성현은 장현아의 시선을 쫓아, 고개를 돌렸다.
시선 끝에, 포스터 한 장이 붙어 있었다.
특별 무대도 준비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커다란 포스터.
“특별 무대까지 보고 가야겠네요.”
조성현이 그걸 보며 중얼거렸다.
이 더운 여름 마련된 특별 무대라면… 시원한 무대가 마련되어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