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58)
458화
박한율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마친 채윤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이는, 자신이 방금 본 장면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뭐야 저게….’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지?
그런 생각이 하나 둘 떠오른다.
박한율은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들을 애써 떨쳐내고는 후우 하고 숨을 내뱉었다.
심장이 너무 거세게 뛰고 있었다.
자신이 정말 만족스러운 연주를 끝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이런 느낌을 받은 거다.
그만큼 박한율 자신도 채윤이의 노래에 몰입할 수 있었고, 음악적 기교에 놀란 상태였다.
그냥 반주도 아니고, EDM 무대 위에서 저렇게 차분하게 발라드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빨라지는 BPM 속에서 흐름을 잃지 않으면서 끝까지 노래를 완주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곡의 주인인 서예나는 할 수 있으려나?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박한율도 한 명의 피아니스트로서, 음악에 대해 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편이었다.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그래도 음악적 이해도나 실력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채윤이는… 너무 멀리 나아가고 있었다.
지난번에 발매한 앨범을 들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눈앞에서 채윤이가 이런 무대를 펼쳐 보이는 것은 전혀 달랐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저런 건 흉내조차 낼 수 없었다.
피아노로 어찌어찌 호흡을 맞춰보라고 한다면… .
‘그래도 안 될 것 같은데.’
말도 안 되는 리듬감과, 음악적 이해도가 있어야 하는 일이었다.
박한율이 알지 못하는 기교들도 분명 들어가 있겠지.
그가 아무리 음악을 잘 알고 있다고 해도 결국 그는 대중음악 앞에서는 일개 피아니스트일 뿐이니까.
클래식 쪽은 몰라도 EDM 쪽으로는 대중음악을 하는 이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런 이들이 방금 무대를 봤다면,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더욱 놀라워했겠지.
“아들.”
“…네.”
안소현의 부름에, 박한율은 그제야 충격에서 벗어나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싱긋, 안소현이 미소를 보인다.
“열심히 해야겠네.”
그녀가 말하고.
박한율은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조채윤이라는 존재는 언제든, 박한율에게 도전이 되는 존재였다.
함께 음악을 하고 싶고, 또 뛰어넘어보고 싶은 음악가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안소현의 말처럼 열심히 해야 하리라.
‘…진짜로?’
정말 그런 걸까.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박한율은, 지금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었으니까.
그의 연주 실력은 성장하고 있지만, 그게 음악적 성장으로 이어지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박한율은 눈을 잠시 감았다가 뜨며 무대 위를 다시 바라보았다.
여전히, 무대 위에는 채윤이가 조성현과 함께 있었다.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채윤이를 보는 순간.
박한율은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뇨.”
“…그래?”
“다른 무엇보다 음악을 좋아하고, 정말 진심으로 즐기면서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만, 채윤이와 함께 음악을 할 수 있으리라.
박한율은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평생 그는 채윤이와 음악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다른 무엇보다 음악을 좋아하는 일은, 박한율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아이에겐 이미 음악보다 좋아하는 존재가 있었다.
박한율의 시선은, 신이 난 듯 무대 위에 설치된 디제잉 장비를 살피는 채윤이에게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 * *
“세상에.”
막스 게릴슨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팔을 올려 자신의 머리를 붙잡았다.
그는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혹시 저 작은 몸에 뭐 막, 100년 동안 음악만 한 사람이 숨어 있고 그런 건 아니죠?”
“하하.”
막스는 너무 흥분해서, 마이크도 들지 않고 말하고 있었다.
통역사가 당황해하며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고 조성현이 어색하게 웃음을 흘렸다.
채윤이는 자신을 칭찬하는 말에도 반응하지 않고, 턴테이블을 향해 손을 뻗었다.
“어떻게 하는 거예요?”
“디제잉이요.”
“네. 막 이렇게 저렇게 곡을 마음대로 바꾸잖아요. 대단해요.”
채윤이가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의도라고는 전혀 있을 수가 없는 채윤이의 순수한 말에, 막스 게릴슨은 웃음을 터트렸다.
“저는 오히려 변화하는 곡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채윤 양과 아버님이 더 대단해 보이는데요?”
통역사가 잘 전달을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채윤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왜 대단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똑같이 부르면 되는데 그게 왜 대단해요?”
채윤이가 눈을 깜빡거리며 물었다.
아이의 물음에, 막스 게릴슨은 어? 하고 당혹스러운 소리를 흘렸다.
“왜 대단하냐고요…? 어, 그러니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얼굴로, 막스가 멈칫거렸다.
버퍼링에라도 걸린 것 같은 그의 모습을 보며, 조성현은 속으로 막스 게릴슨의 심정을 공감했다.
“저거 만져 봐도 돼요?”
멍하니 채윤이를 바라보고 있는 막스 게릴슨을 뒤로하고, 아이는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물었다.
막스는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물론이죠.”
그가 흔쾌하게 허락하는 모습에 조성현은 조금 당황했다.
아무리 그래도 무대 중인데, 아이가 장비를 만져도 되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조성현은 슬쩍 몸을 움직여 채윤이가 장비를 만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채윤이는 조심스럽게 장비를 조작했고, 스피커를 통해 잠깐 분해된 노래 파편들이 흘러나가다가 멈췄다.
“어렵다… 막 즉석에서 곡 분위기도 빠르게 바꾸고, 사운드 추가도 하는 거 너무 멋진데.”
“직접 해보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
“응. 하나도 모르겠어.”
채윤이는 그렇게 말하며 장비에서 손을 뗐다.
통역사를 통해 채윤이와 조성현의 대화를 듣던 막스 게릴슨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번에는 마이크를 든 상태였다.
“놀라운 노래를 들려준 채윤 양이, 장비를 만지는 게 어렵다고 하네요. 자, 그럼 제가 만져 볼까요?”
막스 게릴슨은 그렇게 말하며 능숙하게 자신의 장비들을 조작하며 곡을 재생시켰다.
그는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조성현과 채윤이에게 디제잉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채윤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구경한다.
어느 정도 디제잉을 보여주다가, 막스 게릴슨은 함성을 내지르며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우리 꼬마 숙녀님과 아버님,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다시 관객이 되어주시면, 제가 책임지고 죽여주는 밤 되도록 만들어보겠습니다!”
그 뒤로는 그냥,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였다.
조성현과 채윤이는 무대 밑으로 내려왔고.
막스 게릴슨은 음악을 계속해서 선보이며 분위기를 띄웠다.
촤아악!
물대포가 모여 있던 관객들을 향해 쏘아진다.
관객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물을 맞았다.
조성현은 채윤이와 함께 일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빠.”
“응 채윤아. 어땠어?”
“너무 재미있었어. 해보고 싶은 것도 생겼고.”
“그래?”
“나중에 꼭 해볼래. 아빠랑 같이 해야 하는 거니까, 아빠도 도와줘야 해.”
“알았어. 한 번 해보자.”
뭔진 모르겠지만, 채윤이가 이렇게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음악과 관련된 것이 분명했다.
조성현은 웃으며 답했다.
* * *
“대박이에요. 워터파크 오기를 너무 잘했어요. 두 개로 딱 나눠서, 친구들이랑 물놀이 하는 거 1부. 무대 올라가는 거 2부로 영상 업로드 하면 딱이에요.”
한아름은 조성현과 채윤이가 오자마자 말했다.
그녀는 무대 근처에서 촬영을 하다가, 조성현과 채윤이가 무대를 내려오자 먼저 일행이 있는 곳에 도착해 있는 상태였다.
약간 흥분한 상태의 한아름을 보며, 조성현이 웃음을 보였다.
“괜찮게 나왔나 보네요.”
“그냥 괜찮은 정도가 아니죠. 음악에 대해서 잘 모르는 제가 들어도 말도 안 되는 무대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는데요. 채윤이 노래를 들려주는 것 자체가 좋은 그림인데, 거기에 EDM을 끼얹는다? 조회수는 보장돼 있는 거예요.”
한아름이 신난 표정으로 말한다.
그녀는 평소에는 말이 없다가도, 좋은 그림이 나오거나 할 때면 이렇게 말이 많아지고는 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한아름의 모습 중 지금이 가장 흥분하고 말을 많이 하는 모습이었기에, 조성현은 그녀가 방금 촬영한 장면을 얼마나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잘 나왔다니 다행이네요. 저는 부담스러워서 죽는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많이 있는 무대에 올라서는 건 조성현에게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채윤이는 겁도 없는 건지, 항상 망설임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지만 말이다.
“성현씨. 역시 연예인은 다르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고 왔네요.”
유재균이 웃으며 말했다.
조성현은 그의 말에 볼을 긁적거렸다.
유재균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노래도 잘하고, 곡을 가지고 놀던데.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역시 채윤이는 천재네요.”
“감사합니다.”
채윤이가 해맑은 얼굴로 감사 인사를 한다.
유재균은 그런 채윤이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보면 영락없이 애인데, 참 대단해요.”
“…대단하죠. 우리 채윤이.”
유재균의 말에 조성현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선배님, 방금 거 진짜 잘 나온 것 같은데. 저희 순서를 좀 바꿔볼까요?”
“순서요?”
“미튜브 업로드 순서요. CF 촬영 영상보다, 워터파크 영상을 먼저 올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너무 좋아서.”
“음… 그건 일정 조율 한 번 해보고 다시 이야기해보죠.”
“넵.”
조성현의 말에 장현아가 곧바로 답했다.
조성현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맡기고 들썩거리고 있는 채윤이를 보며 웃음을 흘렸다.
지금은 미튜브 영상을 신경 쓸 수 없었다.
그저, 채윤이와 함께 음악을 즐길 뿐이다.
음악을 즐기면서도 궁금해진다.
과연, EDM이라는 새로운 음악을 접한 채윤이는 어떤 음악을 만들어낼까.
아이의 음악을 가장 먼저 듣는 한 명의 청자로서, 또 한 명의 동료 음악가로서,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식으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있었다.
지금까지 채윤이가 만들어왔던 음악.
그 음악이 가지고 있던 특징들을 전부 벗어 던지고, 더욱더 자유롭고 완성도 있는 음악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점.
그리고, 아이가 앞으로 만들 모든 음악들은….
세상을 뒤흔들 것이다.
지금, EDM이 워터파크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