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59)
459화
워터파크에서 너무 신나게 논 탓일까.
채윤이는 집에 오자마자 기절을 해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차에서부터 잠들어서 조성현이 아이를 안아서 집까지 와야 했다.
“고생 많았어요. 현아씨.”
“선배님도 오늘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그냥 놀기만 했는데, 선배님은 애들도 보시고 정신없으셨잖아요.”
“같이 놀았는데요. 뭘.”
조성현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장현아에게 인사를 건넨다.
장현아가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항상 밝은 모습만 보여주던 장현아도, 역시 하루 종일 워터파크에서 놀고 마지막에는 EDM 파티까지 즐기고 나니 지치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차를 출발시키는 것을 확인하고, 조성현은 몸을 돌렸다.
집에 들어온 조성현은 기절한 채윤이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히고, 욕실로 향했다.
아이를 씻기긴 해야 하는데, 너무 곤히 자고 있어서 일단 조성현 자신부터 씻기로 한 것이다.
워터파크에서 한 번 씻고 와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아이를 데리고 샤워를 했어야 했을 텐데….
‘자고 있는 애를 깨워서 샤워하자고 하면 큰일 나지.’
조성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후우 하고 숨을 내뱉으며 욕실에서 나와, 여전히 침대에 누워서 자고 있는 채윤이를 보고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존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축복인지.
그는 아이가 편히 잘 수 있도록 잠옷으로 갈아입혀 준 후, 조용히 안방을 빠져나왔다.
한동안 채윤이가 깰 일은 없을 것 같고, 조성현도 지치긴 했으나 당장 잠이 오진 않았다.
그는 서재로 들어와 책상 앞에 앉아 가만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채윤이가 EDM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면서 여러 영감을 받고, 시도해보고 싶은 게 생긴 모양이지만….
영감이 떠오른 것은 아이뿐만이 아니었다.
조성현도 몸은 지쳤지만,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악상들에 정신이 없는 상태.
얼른 이걸 정리해서 하나의 곡으로 만들고 싶었다.
아니, 굳이 하나의 곡일 필요는 없지.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던 눈빛을 바로 했다.
익숙하게 헤드셋을 착용하고, 키보드를 컴퓨터와 연결한다.
그의 손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성현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곡이 빠르게 진행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조성현도 이제 슬슬 인정하고 있었다.
채윤이처럼 무대 체질인 것은 아닐지 몰라도, 조성현 자신도 음악에 있어서 확실히 재능이 있는 편이었다.
아니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악을 뽑아내듯 곡으로 찍어낼 수는 없을 테니까.
가끔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악이 너무 많고, 빨라서 자신이 작업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조금 정제된 느낌으로 곡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라 계속 이런 방식으로 곡을 쓰는 거지.’
그런 게 아니었다면, 아마 채윤이처럼 즉석에서 곡을 연주하면서 작곡을 하는 방식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이른 밤에 집에 돌아왔는데, 그가 정신을 차린 것은 새벽녘이었다.
오전 두 시가 훌쩍 넘은 상황.
조성현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손을 들어 머리를 쓸어 넘겼다.
“진짜 정신없이 일했네.”
고요한 서재에, 조성현의 목소리가 울린다.
거의 4시간 가까이 곡 작업에만 집중한 것이다.
성과는 있었다.
한 곡이 아니라, 두 곡에 대한 틀을 잡을 수 있었으니까.
당장 떠오르는 영감과 악상을 최대한 정리해서 때려 넣긴 했으나, 손 볼 구석은 많았다.
EDM을 듣고 영감을 받아 나온 곡이라 그런지, 전자음들을 추가해야 할 요소도 꽤 많았고.
더 작업을 해볼까 싶었지만, 조성현은 거기서 멈췄다.
어차피 이후에 해야 할 일은 샘플링된 음악을 듣고, 수많은 가상 악기들과 사운드들을 비교하며 사용할지 말지 판단해야 하는 일이었다.
시간이 꽤 많이 걸리는 일이었고, 조성현이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던 것들도 있었기에 익히려면 조성현도 어느 정도 공부가 필요했다.
들어보지 못한 가상 악기들과 사운드들을 알 수는 없으니까.
시간을 들여 차차 익히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너무 피곤해서 더 이상 작업할 기운이 없기도 했다.
내일부터는 당장 정해져 있는 일정은 없었으니, 음악 작업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아이도 자신의 영감을 녹여낸 곡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을 테니, 조성현도 그때 작업을 진행하면 될 것 같았다.
조성현은 작업하던 것을 저장하고, 채윤이가 자고 있는 안방으로 들어섰다.
쌔액쌔액.
채윤이의 숨소리가 조용히 울리고 있는 안방은, 따뜻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조성현은 조심스럽게 채윤이의 옆에 누었다.
“으응…”
아이는 잠결에도 조성현이 자신의 옆에 누웠다는 것을 알았는지, 소리를 내며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
조성현은 미소를 지으며 채윤이를 품에 안고, 눈을 감았다.
귓가에 들리는 채윤이의 일정한 숨소리가, 박자로 들려오고 있었다.
그걸 자장가 삼아.
조성현 또한 잠에 빠져들었다.
* * *
다음날부터.
채윤이는 조성현의 예상대로 곧바로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일찍부터 잠에 들고, 조성현은 늦게 잠자리에 들어서 그랬는지, 그날도 채윤이가 먼저 일어난 상태였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는 거실로 나와, 채윤이가 피아노를 치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이가 연주하는 음악은, 조성현도 처음 듣는 곡이었다.
채윤이가 작곡을 하고 있다는 뜻.
멜로디는 꽤 여유로워 보이면서도, 동시에 채윤이의 손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BPM은 빠른데, 여유롭게 노래를 부른 어제의 채윤이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노래는 여유로운데, BPM이 빠르면 어쩔 수 없는 묘한 불쾌감이 생긴다.
채윤이는 그런 요소마저도 곡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로 바꾸고 싶어 하는 듯했다.
불협화음은 불쾌하다, 익숙하지 않고.
하지만 그것마저도 이용해 음악으로 만드는 이들이 있기 마련.
채윤이도 지금, 같은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조성현이었다면 시도하지 않았을 만한 도전.
그보다 훨씬 자유롭고, 음악에 있어서 자기 주관이 너무나도 또렷한 채윤이기에 나올 수 있는 곡이었다.
곡을 연주하다, 채윤이는 멈칫거리며 건반에서 손을 뗐다.
방금 전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불쾌감이 말 그대로 불쾌감으로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몰입감을 높이는 게 아니라 반대로 산산이 부수는 파트에서 채윤이는 그걸 곧바로 알아차리고 연주를 멈춘 것이다.
조성현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자연스럽게 채윤이에게 다가갔다.
“거기서 바로 엇박으로 바꿔버리면 어때?”
그의 물음에, 채윤이가 흠칫 하고 놀라면서 몸을 돌렸다.
조성현이 나와서 보고 있는지도 몰랐던 모양.
아이는 히히 웃으며 가까이 다가온 조성현의 가슴팍에 얼굴을 한 번 비비고는 입을 열었다.
“한 번 해봤는데, 그것도 안 맞았어.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니까… 재미없어져.”
채윤이가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아무리 조성현의 의견이라고 해도, 채윤이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였다.
아이의 말에 조성현은 깔끔하게 받아들였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게 좋으니 한 번 던져본 것인데, 채윤이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거다.
“반 정도는 괜찮은데, 후렴 부분에서 변화를 주려니까 자꾸 거기서 막혀.”
“어렵지?”
“응….”
“방금 연주한 거, 녹음은 해놨어?”
“응. 해놨어.”
“그럼 일단 다른 곡부터 작업하고 있을까? 풀릴지도 모르잖아.”
“…좋아.”
채윤이는 아쉽다는 듯 미련이 담긴 눈으로 잠시 피아노를 바라보다가 답했다.
작업할 다른 곡들은 많았다.
동물원에 다녀와서 작업을 하던 곡들도 있고, 채윤이 엄마를 위해서 만들던 곡도 있었으니까.
가능하면 서둘러서 곡 작업을 하는 게 좋긴 했다.
곧 CF 작업을 재개하게 될 테고, 서예나의 앨범 작업도 언제 들어가야 할지 모르니까.
상황을 조금 정리해두는 편이 가장 좋았다.
그렇게, 조성현과 채윤이가 다른 곡들을 작업하고 있을 때.
우우웅.
조성현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한창 곡 작업 중이었기에 나중에 전화를 받을까 싶었지만, 조성현은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보고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교수님. 안녕하세요.”
조성현이 전화를 받아 인사를 건넸고.
채윤이는 피아노 건반을 노려보다가, 조성현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조성현이 교수님이라고 부를 사람이 한 명밖에 없었으니까.
-성현씨. 오랜만이에요.
“그러게요. 제가 먼저 연락을 드렸어야 하는데, 채윤이가 방학하고 아이랑 시간을 보내느라 연락도 못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게 뭐가 있어요. 그냥 제가 심심해서 연락해본 건데.
신경화 교수가 웃으며 말한다.
조성현은 그녀의 웃음에 미소를 보이며 채윤이 쪽을 돌아보았다.
채윤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조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해하는 얼굴.
“그냥 심심해서 연락을 주셨을 것 같진 않은데요?”
-음… 그냥, 채윤이가 여전히 콩쿨에 나갈 생각이 없나 싶어서요.
“콩쿨이요?”
-네, 이번에 제가 콩쿨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어서요.
신경화 교수가 말한다.
그녀의 말에 조성현은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콩쿨이라는 말에, 채윤이는 고민하듯 미간을 찡긋거리고 있었다.
“잠시만요.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신경화 교수에게 그렇게 말한 조성현은, 채윤이에게 곧장 이야기를 전달했다.
차분히 이야기를 듣고, 채윤이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별로 안 해도 될 것 같아.”
채윤이의 답에 조성현이 싱긋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직,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네요. 나중에 혹시라도 마음 바뀌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이번 콩쿨이 아니더라도, 채윤이를 위한 콩쿨은 많을 테니까.
“네 교수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성현이 답했다.
그렇게 답하면서도, 조성현은 근시일 내에 채윤이가 콩쿨에 나가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이가 굳이 경쟁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 것도 있었고.
조성현 개인적으로도 채윤이에게 필요한 게 콩쿨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
콩쿨을 준비하며 힘겨워했던 채윤이의 모습을 봤기 때문도 있고, 이미 한 번 경험해 봤기에 다시 콩쿨을 나가서 고생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오히려, 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채윤이에게 도움이 되리라.
이번에 워터파크에 가서 EDM이라는 음악을 접한 게 콩쿨에 나가 몇 개월 동안 고생을 하는 것보다 훨씬 값진 경험이었을 거다.
조성현은, 채윤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아이는 정말로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