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68)
468화
“하루 세 번, 식후 30분 후 드시면 됩니다. 알약형, 액상형 둘 다 있으니까 아버님이 잘 신경 써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약사가 건네는 약을 받았다.
채윤이는 눈을 반짝거리며 조성현과 같은 자세로 고개를 끄덕거린다.
아이는 자신이 먹을 약이 궁금한 것인지, 조성현에게 두 손을 내밀었고.
조성현은 미소를 지으며 채윤이에게 약봉지를 건넸다.
본다고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뭐. 아이가 보고 싶다는데 안 보여줄 이유도 없었다.
“이제 얼른 집에 가서 쉬자 채윤아.”
약을 받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장현아가 입을 연다.
채윤이는 그 말에 조성현의 손을 잡았다.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정신이 없어서 말씀을 못 드렸던 것 같은데….”
“네.”
“오늘 저녁에 미튜브 영상 올라갑니다. 워터파크 다녀온 거 마지막 영상이에요.”
“이따 확인해봐야겠네요.”
장현아의 말에 조성현이 간단히 답하며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행동을 잠시 지켜보다가, 장현아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어, 그리고… 일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아. 네 편하게 하세요.”
“우경수 팀장님 쪽에서 정식으로 미팅 요청이 들어왔어요.”
“우 팀장님 쪽에서요?”
“네. 그… 서예나씨 일로요.”
일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야 해서 그런 것인지, 장현아의 목소리가 많이 조심스러웠다.
조금 미안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예상하던 일이고, 조성현도 서예나의 앨범 작업을 하는 게 큰 부담은 아니었기에 상관은 없었다.
“아, 콘서트도 다 끝났고… 다음 앨범 일정 슬슬 정할 때 되긴 했죠.”
“디싱부터 내고, 이후에 미니 한 번 내는 일정 어떠냐고 말씀하시긴 하셨는데. 자세한 건 미팅하면서 이야기 나누면 될 것 같아요.”
“네. 일단 앨범 작업은 진행하는 걸로 하고, 미팅 날짜는 추후에 정하는 걸로 진행해 주세요.”
“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서예나의 앨범 작업을 하는 게 무리는 아니고, 마음의 준비도 다 하고 있긴 했지만.
일단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나중에 미팅한 후 일정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논의하면 될 일.
지금은 채윤이에게 신경을 쓸 때였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아이의 체온은 여전히 조금 높았지만, 그래도 아까보단 훨씬 괜찮은 상태였다.
채윤이의 눈도 맑은 게, 컨디션이 나쁘진 않은 모양.
아이는 슬쩍 조성현의 눈치를 보고 있는 모양새가, 딱 봐도 집에 가서 음악 작업을 하면 안 되냐고 물어보고 싶어 하는 기색이었다.
그걸 장현아도 눈치챘는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입을 연다.
“채윤아.”
“네?”
아이가 조성현의 눈치를 보다가, 장현아가 말을 걸자 조금 놀라면서 답한다.
“집에 가서 밥 먹고 약 먹고 푹 쉬어야 해. 또 일하려 하지 말고.”
“네에….”
아이가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답한다.
저런 표정을 보면 항상 마음이 약해지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상태가 괜찮아졌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 되는 상황이니까.
말 그대로 약 기운 덕분에 어느 정도 괜찮은 것뿐이지, 약 기운이 떨어지면 언제 또 열이 나고 힘들어질지 모른다.
“무조건 쉬어야 하니까. 내일까지 음악 작업 금지야.”
“내일까지는 너무 긴데….”
채윤이는 그건 너무 심한 거 아니냐는 듯한 표정으로,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조성현과 눈을 마주한 채윤이는, 그가 절대 의지를 꺾지 않을 것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리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에….”
아이가 더 시무룩해져서 작은 한숨을 내쉬는 사이.
어느새 장현아가 운전하는 차는 집에 다 도착한 상태였다.
조성현은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차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장현아가 의아한 얼굴로 조성현을 바라본다.
“왜 그러세요?”
“아니, 집에 채윤이 할머니가 왔나 보네요. 저게 저희 어머니 차라서.”
아까는 그렇게 평온한 목소리로 통화를 하더니,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금방, 직접 찾아온 것을 보면 말이다.
* * *
“왔어?”
“할머니!”
들어가자마자 이수현이 조성현과 채윤이를 반겼다.
할머니의 모습에, 채윤이가 얼른 신발을 벗고 달려가 이수현에게 안긴다.
아이가 달려오자, 이수현은 미소를 보이며 채윤이를 부드럽게 껴안고 토닥여주었다.
“네. 언제 오신 거예요?”
“방금 왔지. 닭죽 좀 해왔어.”
그녀는 슬쩍 부엌 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못 보던 냄비가 있는 걸 보면, 냄비에 죽이 담겨 있는 모양.
“잘 먹을게요.”
“너 말고 채윤이 먹으라고 해온 거니까 넌 많이 먹지 말고.”
자신의 어머니의 말에, 조성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이었다면 채윤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아빠도 많이 먹어야 한다고 말을 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미 채윤이도 이수현의 말이 농담이라는 것을 분간할 수 있게 된 거다.
아이의 손을 씻기고, 상황을 조금 정리한 후.
“일은 좀 진행된 거야?”
“네?”
소파에 앉는데 대뜸 말을 던지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조성현이 되물었다.
“아니, 애가 아플 때까지 일했으면 일이 꽤 진행됐을 거 아니야. 앞으로 며칠 간은 푹 쉬어야 할 텐데 일이 계속 있는 거면….”
“아, 스케줄은 전부 미뤘어요. 미팅 말고는 일도 뭐, 음악 작업하는 것밖에 없는 건데. 그거야 앨범 발매 날짜를 미루면 되는 일이라 상관없어요.”
“채윤이가 네 딸이긴 한가 보다. 죽어라 음악만 붙잡고 있다가 아픈 걸 보면.”
“…그렇죠 뭐.”
이수현의 말에, 조성현이 묘한 표정으로 답했다.
자신도 이 악물고 일에만 집중할 때가 있었는데, 채윤이도 자신의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때까지 일하다가 결국 아프지 않았나.
“앞으로는 네가 좀 말려봐. 같이 신나서 작업하고만 있지 말고.”
“그래야죠.”
대답할 말이 그것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음악 작업을 하면서 조성현도 신이 나서 멈추지 않고 계속 일 했던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조성현은 이수현의 무릎을 베고 누워 하품을 하고 있는 채윤이를 바라보며 픽 웃었다.
“들었지 채윤아? 앞으로는 채윤이가 일 너무 열심히 하면 아빠가 말릴 거야.”
“응….”
채윤이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졸려서 그런 건지, 아니면 시무룩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30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이수현은 금방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이제 간다.”
“벌써 가시게요?”
“너희 아빠 밥도 차려줘야 하고, 나도 나름 할 일이 많아.”
그녀는 채윤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후 집을 나섰다.
채윤이는 이미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 * *
아이가 일어난 것은, 저녁 시간이 되어서였다.
약을 먹어서 그런가 채윤이는 평소보다 훨씬 피곤해했고, 조성현은 채윤이가 그나마 정신을 차렸을 때 얼른 아이에게 죽을 내밀었다.
“채윤아. 죽 먹고, 약 먹은 다음에 다시 자자.”
그렇게, 아이에게 닭죽을 먹이고.
잠옷으로 갈아입힌 후.
채윤이를 침대에 눕힌 조성현은 홀로 거실에 나와 소파에 털썩 소리 내며 앉았다.
몸을 뉘듯 소파에 앉으니,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아이가 아플 때까지 일하는 걸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으면서도 그걸 말리지 못했다는 게 너무 바보 같아서,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초보 아빠라서 그랬다고 변명하기에는, 아이가 너무 힘든 모습을 보였지 않나.
자신의 실수 때문에 채윤이가 아팠다는 것 자체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조성현은 쯧 하고 혀를 한 번 찬 후 고개를 흔들었다.
계속 후회해봐야 사실 나아지는 건 없었으니, 앞으로 채윤이를 더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
조성현은 샤워한 후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머리를 슬쩍 털어내다가 소파 한 구석에 놓여 있는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이제 슬슬 장현아가 말한 워파크 영상이 올라올 시간이었다.
조성현은 미튜브를 들어가 방금 업로드된 영상을 확인했다.
편집본은 이미 확인을 했었으니, 영상을 보진 않았고, 댓글들만 확인한다.
-미니언송: 세상에… 미쳤다. 즉석에서 노래 부르면서 곡 같이 만들어가는 건가요? 음알못이라 상황은 이해가 안 되는데, 말도 안 되는 대단한 상황이라는 건 바로 알겠네요.
-서초: 어떻게 BPM은 빨라지는데 노래를 같은 속도로 유지하면서 BPM이랑 맞출 수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채윤이 너무 귀엽고 노래도 잘하고 난리 났다.
-망국의서: 채윤이가 채윤이 했다. 이 말로 그냥 설명 가능할 듯 ㅋㅋㅋ 조성현도 옆에서 자기 할 거 딱 하면서 버텨주는 거 보면, 조성현도 조성현 했음 ㅋㅋ
-김진환: 여름이요? 채윤이가 노래를 부르기 딱 좋은 계절이죠.
-유량: 워터파크에서 저렇게 노래 부른다는 게 말이 되나… 제가 실환지 아닌지 판정해드릴 테니, 채윤이 노래 실제로 한 번만 듣게 해주세요. 아니, 진짜 확실하게 검증해드린다니까요.
예상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었다.
채윤이의 귀여움에, 또 아이의 보컬에.
음악적 이해도와 그걸 소화하는 방식이 전보다 더 발전했다.
항상 같이 있는 조성현도 그렇게 느낄 정도면 다른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커뮤니티들도 벌써부터 반응이 올라오고 있었다.
[내 상식이 무너지고 있는데…채윤이가 진짜 말도 안 되는 천재인 거냐, 아니면 내가 그냥 바보라서 음악을 못 하는 거냐.
나도 나름 실용음악과 전공이고, 이것저것 배웠는데…
미튜브 영상 볼 때마다 이해가 안 됨.
채윤이도 그렇고, 채윤이 아빠도 마찬가지.
둘이 그냥 논외로 쳐야 하는 천재인 건지, 아니면 세상에 저런 사람들이 널려있는데 내가 재능이 없다는 걸 자각 못 하고 있는 건지 이제는 진짜 모르겠어.]
-넘버파이브: 그냥 저기가 개쌉천재인 거임. 천재가 달려오면 그냥 보내드려야 해. 그래야 교통사고 안 당함.
-씨에이치에이: 뭐, 열심히 하면 저런 묘기 같은 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저건 진짜 즉석에서 해버린 거잖아. 노력이 아니라 재능의 영역이지.
-파리스: 이악 물고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그냥 마음 편히 채윤이를 찬양하면 된다. 구독 누르고, 좋아요도 누르고 와라.
조성현은 헛웃음을 흘렸다.
‘찬양’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채윤이를 칭찬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채윤이는 음악 작업을 하다가 아픈데, 사람들은 또 채윤이가 음악을 하는 모습을 보며 열광을 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워라벨, 워라벨 하는데… 반대의 의미로 그걸 지키려고 애써야 할 줄은 몰랐네.’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음악도, 대중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너무 좋지만.
결국 그는 아버지였다.
채윤이만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존재.
비록 그 앞에 ‘초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고 해도.
앞으로도 그는 아버지일 것이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