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74)
474화
정민수 회장은, 역시나 먼저 와 있는 상태였다.
애초에 동물원을 자주 나오는 정민수 회장이었고, 이번에 CF가 공개되고 나서부터는 매일 아침 일찍 나와서 동물원을 둘러보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이 그의 일상이기도 했다.
조성현과 채윤이는 동물원 입구에 나와 있는 정민수 회장을 바라보고 동시에 고개를 살짝 숙였다.
채윤이는 열심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채윤이와 조성현의 인사에, 정민수 회장이 껄껄 웃는다.
전에 만났을 때보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정민수 회장의 모습에 조성현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어서 오세요. 일단 들어가죠.”
입구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가 총 4줄이었는데, 그 4개의 입구에 전부 열몇 명씩은 기다리고 있는 상황.
확실히, CF를 하기 전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다.
정민수 회장은 동물원에 들어서자마자 후우 하고 숨을 내뱉으면서 입을 열었다.
“어떠십니까. CF가 만들어낸 변화가. 아니, 정확히는 우리 채윤 양과 성현씨가 만들어낸 변화죠.”
“저희는 그냥 말 그대로 CF 촬영을 한 것밖에 없는데요 뭘. 회장님께서 기획하신 결과물이죠.”
조성현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어 주변을 크게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세배는 많은 것 같았다.
동물원이 워낙 넓으니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적어서 그렇지, 이미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동물들을 구경하고 있을 터.
조성현과 채윤이는 정민수 회장과 김 비서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장현아 또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김 비서와 함께한다.
정민수 회장은 기분 좋은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매출이 엄청 뛰었어요. 방문객 자체도 많이 늘었고. 내부 식품 코너에서도 일주일 치를 이틀 만에 소모해버렸다고, 급하게 유통해오고… 난리도 아니네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니, 다행이네요.”
“채윤이와 성현씨가 사람들한테 잘 먹힌 거죠. 진짜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으니까.”
“촬영하면서 재미있긴 했습니다. 하하.”
정민수 회장의 말에, 조성현이 웃으며 답했다.
촬영이 꽤 재미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채윤이도 많이 좋아했었고.
지금도 채윤이는 열심히 두리번거리면서 다롱이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표지판을 살피는 중이었다.
채윤이는 촬영 자체도 즐겼지만, 다롱이와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한 게 더 컸으니까.
“다롱이를 만나려면, 이쪽으로 쭉 걸어가야 해.”
정민수 회장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채윤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채윤이가 정민수 회장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다.
벌써부터 다롱이를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는 아이의 얼굴에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다롱이를 만나기 위해 열심히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점점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표지판도 새로 바꿨는지 전에는 보지 못했던 사진과 글이 쓰여 있다.
광고 장면을 캡처한 사진과, 바로 밑에 ‘TV에 나온 우리 다롱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어린이들이 다롱이를 보기 위해 몰려 있고, 그런 어린이들 뒤로 부모들이 함께 서 있어서 사람들이 몰린 모양.
직원 한 명이 다롱이의 사육장 앞에서 아이들에게 안내해주고 있다가, 정민수 회장을 보고 자연스럽게 눈인사한다.
거기까지는 나름 자연스러웠는데, 그녀는 정민수 회장 바로 옆에 서 있는 조성현과 채윤이를 보고 멈칫거렸다.
“네 이쪽이 바로 다롱이의… 어?”
설명하다 말고 멈칫거리며 당혹스러운 소리를 내는 직원.
그녀의 모습에 모두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 조성현과 채윤이를 바라본다.
대부분이 광고를 한 번씩 본 사람들이고, 바로 앞에 CF 장면을 캡처해둔 사진도 있었기에 모두가 조성현과 채윤이를 알아보았다.
“공주님이다!”
“왕도 있어!”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어린이들이었다.
대여섯 살로 보이는 이들도 있고, 그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이들도, 반대로 적어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공통점은 일단.
‘눈이 진짜 초롱초롱하네.’
반짝거리는 시선으로 채윤이와 조성현을 돌아보고 있다는 부분이다.
조성현은 헛웃음을 흘리며 채윤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아이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뿌듯함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는 CF 촬영을 할 때 보였던 표정을 지으며, 우아한 공주님을 연기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카메라 앞도 아니고 수십 명의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연기를 하려니 쉽지 않은 모양.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애써 참으며 연기하다가, 갑자기 뿌듯함 넘치는 얼굴이 되었다가를 반복했다.
“공주님, 다롱이랑 친해요?”
채윤이보다 어려 보이는 여자아이가 다가와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채윤이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엄청 친해!”
아이의 목소리에 담긴 진한 행복감에 조성현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채윤이가 조성현의 손에 자신의 머리를 가져다 대고 비비적거린다.
뭔가 조금 부끄러운 모양인지, 슬쩍 조성현에게 붙기도 했다.
“너무 신기하다….”
아이들이 눈을 반짝거리면서 채윤이를 바라보고.
정민수 회장이 껄껄 웃으며 상황을 정리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채윤양이랑 다롱이가 같이 노는 걸 보여줘야겠는데?”
슬쩍, 직원에게 시선을 돌리며 그렇게 말을 하니.
직원이 얼른 몸을 움직여 다롱이 사육장 안으로 들어가 다롱이에게 손을 뻗는다.
이미 유리 너머로 채윤이가 왔다는 것을 발견하고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던 다롱이었기에, 다롱이는 직원의 손길에 거부감 없이 얼른 밖으로 나왔다.
폴짝하고, 다롱이가 채윤이 쪽으로 몸을 달린다.
채윤이가 놀라서 멈칫거리지만, 아이의 바로 뒤에 조성현이 잘 버티고 있었다.
다롱이가 순식간에 채윤이의 옷을 타고 아이의 어깨 위로 올라선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아이들은 감탄했고.
아이의 부모님들도 신기했는지 얼른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채윤이는 아이들과, 스마트폰 카메라 앞에서 다롱이와 함께 노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주님, 노래 불러주세요!”
그러다, 아까 채윤이에게 질문을 던졌던 어린아이가 이번에는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채윤이는 그 요청을 받고 조성현을 돌아보았다.
누가 봐도 얼른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채윤이었기에, 조성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자 채윤이는 신나서 입을 열어 노래를 시작했다.
무슨 곡을 부를까 싶었는데, 채윤이는 너무 현명하게도… CM 송을 불러나가기 시작했다.
정민수 회장이 호오 하고 작게 감탄을 흘린다.
반주도 없이 그냥 보컬만 하는 아카펠라였지만, 전혀 어색하지는 않았다.
조성현은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채윤이의 보컬을 보조했다.
채윤이가 노래를 부르면서 움찔거리다가, 결국 CF 때 보였던 동작을 그대로 해 보였다.
다롱이도 익숙한 노래에 귀를 쫑긋거리다가, 채윤이의 어깨에 올라가기도 하고 머리 위로 폴짝 뛰어오르기도 하며 신나게 아이의 몸을 타고 다녔다.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어서 오세요 프린주에.
CF와 똑같이, 채윤이가 팔을 앞으로 뻗고 다롱이가 그런 채윤이의 팔을 타고 앞으로 달려 나가 아이의 손 위에서 바로 멈춘다.
그렇게 노래가 끝나고.
짝짝짝.
“너무 멋있어요. 공주님!”
“언니 짱이야!”
어린아이들이 흥분해서 박수를 친다.
조성현이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다롱이를 보러 왔다가 하나의 게릴라 콘서트를 본 느낌이겠지.
정민수 회장도 옆에서 박수를 치며 좋아하고 있는 걸 보면, 마음에 든 모양이다.
“이제 다롱이는 다시 집으로 들어갈까?”
아쉽지만, 더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이미 다롱이가 사육장 밖에 나와 꽤 많이 시간을 보낸 상황이었고, 아까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서 다롱이도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었으니까.
채윤이도 그걸 알았는지, 아쉬워하면서도 얼른 다롱이를 직원의 손에 넘기려 했다.
하지만.
“다롱아, 얼른 와.”
직원이 손을 뻗어도 다롱이는 채윤이의 옷 주머니를 파고들 뿐, 넘어가지 않았다.
“다롱이는 내가 좋나 봐!”
채윤이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결국, 채윤이가 직접 다롱이의 사육장 안으로 들어가서 다롱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와야 했다.
“잘 있어 다롱아. 다음에 또 올게!”
채윤이가 손을 흔들며 다롱이에게 인사를 하고, 사육장 밖으로 빠져나온다.
“잘했어 채윤아.”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를 안아 들고,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얼른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
밖으로 나와서, 조성현과 채윤이는 정민수 회장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리 대단한 이야기가 오간 건 아니었다.
동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CF 촬영을 할 때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정말 중요한 부분은 사실, 동물원에서 나오기 직전에 정민수 회장이 언급했다.
“아, 성현씨.”
주차장으로 이동을 하고 있는데, 정민수 회장이 조성현을 부른다.
가벼운 목소리였지만, 조성현은 살짝 긴장해야 했다.
묘하게, 중요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조금 이르긴 하지만… 마음의 준비는 해두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주어가 없었지만, 조성현은 정민수 회장이 어떤 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말하는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건 채윤이도 마찬가지여서, 기대하는 얼굴로 정민수 회장과 조성현을 번갈아 돌아보았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제가 더 감사하죠. 미튜브 영상도 조회 수가 빠르게 오르고 있던데, 덕분에 광고 효과가 더 잘 올라오고 있는 것 같아요.”
“하하… 다 저희 현아씨 덕분입니다.”
조성현이 장현아 쪽을 바라보며 말했고.
장현아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정민수 회장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 * *
그렇게, 동물원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가는 길.
장현아가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민속촌에 전화해서 예약해놨습니다. 촬영 허가도 받았고요.”
“촬영하는 건 좀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하나요?”
“네, 어디든 그냥 자유롭게 촬영하라고 하더라고요.”
“좋네요.”
다롱이도 잘 만나고, 정민수 회장과도 이야기를 잘했겠다.
이제 다음은 민속촌이었다.
물론 민속촌이라고 해서 완벽하게 전통적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전통 의상과 현장들을 보고 채윤이가 어떤 음악을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어쩌면 정말로… 세상을 뒤집어엎을 만한 음악을 만들어내지는 않을까.
그런 기대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