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76)
476화
민속촌에 가기로 한 날이 밝았다.
채윤이는 이미, 민속촌에 갈 때 입을 한복을 구입한 날부터 너무 신나서 다른 일들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바로 며칠 후라서 다행이었지, 아니면 큰일 날 상황이었다.
“아빠 나 예쁘지?”
아이가 신난 얼굴로, 한복을 입고는 몸을 빙그르르 한 바퀴 돌리며 묻는다.
조성현이 할 수 있는 말은 하나 밖에 없었다.
“응. 엄청.”
진심을 가득 담아, 그가 말했다.
원래도 예쁜 채윤이인데, 한복을 입고 있으니 뭐랄까… 당장이라도 사극 드라마에서 나와도 될 정도의 비주얼이었다.
누가 봐도 예쁘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올 만한 모습.
‘한복 입고 있는 다즐링 공주 같은 느낌이기도 하네.’
다즐링에서 한국 공주를 모티브로 해서 이야기 내지는 않으려나?
조성현은 채윤이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조성현의 손을 잡아 끌었다.
“아빠도 멋있어!”
채윤이는 조성현을 거울 앞에 두고는, 바로 옆에 서서 함께 거울을 바라보았다.
어린 공주님과, 선비 한 명이 나란히 서 있다.
조성현은 손에 들린 갓을 만지작거리다가, 픽 웃었다.
지금 갓을 써버리면, 차에 가는 동안 다 망가질 것 같았다.
‘이따 도착해서 써야겠네.’
그가 속으로 생각하며, 아이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아침부터 열심히 채윤이의 머리를 단장시켜준 조성현이었다.
옥으로 만들어진 머리 장식도 달아둔 상태라서, 채윤이의 머리는 절대 망가지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한 시간이나 끙끙거리면서 열심히 단장을 시켜놨는데 머리가 망가지면 채윤이도 슬퍼하겠지만, 일단 조성현부터가 가슴이 아플 것 같다.
“자, 이제 가자.”
“응!”
채윤이가 기분 좋은 얼굴로 답한다.
조성현은 빠르게 걸음을 옮겨, 장현아의 차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장현아의 차에 올라타자마자, 장현아가 비명과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세상에. 선배님!”
“…예?”
“우리 채윤이 왜 이렇게 예쁜 거예요… 귀엽고 예쁘고 난리도 아니네요.”
“그쵸.”
장현아의 말에 조성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하긴, 누가 봐도 예쁜 모습이긴 하니 장현아가 이렇게 반응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현아씨도 예쁜데요? 잘 어울려요.”
조성현이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장현아에게 말했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장현아도 민속촌에 가기 위해 한복을 입고 있는 상태였고, 꽤 잘 어울리고 있었다.
한아름도 한복이긴 했는데, 굳이 노비 복장을 하고 싶다고 해서 그녀는 묘한 느낌이 있었다.
‘묘하게 잘 어울리긴 하는데….’
잘 어울린다고 말하면 칭찬이 되는 건지 욕이 되는 건지 모르겠어서, 조성현은 굳이 한아름에게 잘 어울린다는 말을 던지진 않았다.
“감사합니다. 선배님도 엄청 잘 어울리시는데요? 진짜 선비 같아요.”
“그래요?”
“네, 원래 성격도 선비 같….”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출발할게요!”
장현아가 장난스러운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돌린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차를 출발 시켰다.
장현아는 기분 좋은 얼굴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운전을 해나갔다.
민속촌에 가는 것도 즐거운 데, 오늘따라 유독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한아름도 꽤 신나보였고.
‘오늘… 진짜 재미있게 놀다 오겠네.’
조성현이 해맑은 얼굴을 하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 * *
민속촌에 도착한 것은, 1시간 반 정도를 달린 후였다.
민속촌이 바로 앞에 있는 건 아니기도 하고, 차도 많아서 오래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다들 어떻게 텐션을 유지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지치지 않고 계속 신난 상태로 도착할 수 있었다.
조성현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했다.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니 뭔가 정신이 깨는 느낌.
그는 후우 하고 숨을 내뱉으며, 갓을 들어 올렸다.
“아, 선배님. 제가 해드릴게요.”
장현아가 자신이 묶어주겠다며 다가왔다.
조성현이 부드럽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괜찮아요. 제가 애도 아니고. 이 정도는 혼자 할 수 있네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갓을 똑바로 쓰고, 끈을 묶었다.
옆에서 그 광경을 보던 채윤이가, 눈을 반짝거리더니 입을 연다.
“아빠, 나도 해볼래.”
“이거 써보고 싶어?”
“아니, 나 말고. 아빠한테.”
채윤이가 말하고.
조성현은 픽 웃으면서 슬쩍 방금 묶은 끈을 풀고 갓을 아이에게 넘겼다.
그는 몸을 숙여 채윤이가 자신의 머리 위에 갓을 씌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채윤이가 조성현의 머리 위에 갓을 얹고는, 열심히 끈을 묶는다.
아이는 낑낑 거리면서도 작은 손으로 끈을 용케 묶었다.
조금 헐렁하긴 했지만, 떨어질 정도는 아니어서 조성현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했어. 신발 끈 묶는 것도 혼자 하더니, 이런 것도 이제 잘 묶네.”
“내가 애도 아니고.”
채윤이는 황당하다는 듯 조성현에게 그렇게 말했고, 아이의 발언에 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누가 봐도 애인데, 채윤이가 생각하기에 본인은 애가 아닌 모양이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발언에, 자신이 무어라 답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에 어버버거렸다.
당황하는 것은 조성현뿐만이 아니었다.
장현아도, 한아름도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조성현과 채윤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조성현은 헛웃음을 흘리면서 입을 열었다.
“채윤이도 이제 다 컸어?”
“다 큰 건 아닌데, 많이 컸어.”
아이는 당당한 목소리로 말을 하고는, 얼른 가자는 듯 조성현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그런 아이의 모습에 장현아와 한아름이 귀엽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민속촌의 정문에서.
채윤이는 덜컥하고 몸을 멈췄다.
“우와….”
민속촌의 정문에는 커다란 장승들이 박혀 있었다.
양 옆으로 놓여있는 장승들의 모습에 위압이라도 된 것인지, 채윤이는 연신 고개를 치켜들고 장승들과 눈을 마주치기 바빴다.
“신기해?”
“응… 너무 신기해. 표정이 막 이렇게 저렇게….”
채윤이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구기면서 열심히 장승의 표정을 따라하려 애쓴다.
그 모습을 카메라로 담던 한아름은 참지 못하고 키득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카메라를 들어 장승과 채윤이의 얼굴을 비교하기까지 했고.
채윤이는 얼굴을 가지고 놀다가 볼을 어루만지면서 그만두었다.
민속촌의 내부는 동물원만큼이나 넓었고, 할 것들이 꽤 많아보였다.
조성현과 채윤이는 장승들을 지나자마자 바로 나오는 나무 지도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고민에 잠겼다.
“어딜 먼저 가볼까?”
“나 이거 타보고 싶어.”
조성현의 물음에, 채윤이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손을 뻗어 지도 한 쪽을 가리켰다.
아이의 손가락 끝에는, 그네 그림이 그러져 있었다.
“좋아 그럼 이쪽으로 먼저 가보자.”
조성현은 채윤이와 함께, 그네가 있는 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네가 있는 곳에 가기 전에 걸음을 멈춰야했다.
“거기, 젊은이들.”
노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가, 조성현과 채윤이를 불렀기 때문.
돌벽에 기대어 앉아, 돗자리를 펴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채윤이가 흠칫 놀랐다가 이내 호기심 어린 눈빛을 해보였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허허. 예쁜 공주님이 오셨구만.”
“헤헤.”
“시간 나면, 점 한 번 보고 가는 건 어떤가?”
노파의 물음에, 채윤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조성현을 돌아보았다.
해보고 싶어 하는 아이의 눈빛에 조성현은 결국 거절하지 못하고, 작은 나무 의자에 쪼그려 앉았다.
채윤이가 설레는 얼굴로 나무 의자에 앉아서, 작은 테이블 위에 놓인 패들을 바라본다.
“자, 그럼 일단… 우리 선비님부터 한 번, 뽑아보시게나. 나무 패 두 개를 뽑으면 된다네.”
노파가 그렇게 말하며 통을 툭툭 하고 흔들어 나무패들을 섞었다.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무 패 두 개를 뽑았다.
사실, 이런 것에 그리 흥미를 가지고 있는 편은 아니었다.
점이나, 타로 같은걸 믿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재미로 아이와 함께 보는 건 괜찮다는 생각에 뽑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의 그런 생각은 금방 바뀌었다.
“호오… 흥미로운 패군.”
노파는 조성현이 뽑은 패 두 개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중얼 거렸다.
그녀는 흐음 하고 소리를 내더니, 날카로운 눈으로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자네.”
“예?”
“전생에 지은 죄가 얼마나 많길래, 패가 이리 나온 건가.”
“…….”
전생에 지은 죄가 많다는 말에,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일단 자신이 전생에 지은 죄가 정말 많다는 것은 조성현 본인도 항상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어둡고, 또 어둡다.”
노파가 분위기를 잡으며 중얼거린다.
채윤이가 움찔 거리며 조성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노파의 미간이 좁혀진다.
“이건 또 재미있구만. 자네는 원래 깊고 깊은 구렁텅이에 빠질 인생을 살았을 사람인데….”
노파는 그렇게 말하며 힐끗 채윤이를 바라보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촤륵.
그녀는 통을 슬쩍 흔들어 나무패를 다시 한 번 섞었다.
“일단, 우리 공주님 패도 한 번 보고 계속하지.”
노파의 말에 채윤이가 신이 나서 후다닥 두 개의 패를 골랐다.
아이가 뽑은 패를 보고, 노파가 ‘옳거니!’하고 탄성을 흘린다.
“역시 그렇구만.”
“어때요…?”
채윤이가 노파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노파는 흠흠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조성현 쪽으로 시선을 돌려 입을 열었다.
“자네.”
“예, 어르신.”
“내 말 명심하고, 꼭 이 옆의 공주님과 잘 붙어 다니게. 앞으로 평생 잘 붙어 있어야 둘 모두가 화를 면할 거야.”
“…….”
“아니, 왜 대답이 없어! 둘이 붙어 있으면 그 누구보다 환하게 빛나지만, 떨어지는 순간 둘 모두 어두운 구렁텅이로 떨어질 운명이라니까!”
노파가 짐짓 화를 내듯 목소리를 높인다.
조성현은 묘한 표정으로 입을 열어 대답했다.
“예, 꼭 붙어있겠습니다.”
“맨날 붙어 다닐게요!”
채윤이도 조성현을 따라 답했고.
“그래. 특히 그쪽 선비님은, 이쪽 공주님만이 살길이니까 꼭 잘 붙어있고.”
노파는 툭툭 자신의 무릎을 털었다.
“자, 그럼 가보게. 아. 가기 전에 이쪽에 천 원 넣는 건 잊지 말고.”
조성현은 태연하게 말하는 노파의 모습에 픽 웃음을 흘리고 지갑에서 천원을 꺼내, 작은 나무 상자 안에 넣었다.
커플들이 자주 오는 곳이다 보니, 커플들에게 맞는 대본을 가지고 연기를 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조성현과 채윤이의 상황에도 딱 들어맞지 않았나.
꽤 재미는 있었다.
‘특히….’
조성현에게 살길은, 채윤이라는 말이 너무 맞는 말이었다.
오늘, 민속촌에서 정말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의 딸.
채윤이와 함께 말이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