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77)
477화
점을 본 후로, 채윤이의 얼굴이 더욱 밝아졌다.
아무래도, 점술사 노파 역의 배우가 했던 말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안 그래도 밝았는데, 더 밝아진 아이의 얼굴을 보고 조성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빠! 그네 저기 있어!”
길을 따라 가던 채윤이가 그네를 발견하고는 조성현의 손을 꽉 잡는다.
조성현도 고개를 들어 올려, 그네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나무에 밧줄을 묶어 설치되어 있는 그네는, 딱 두 개밖에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네를 타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다행히 줄이 길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그네가 인기가 없네요.”
“요즘은 놀이터에서도 그네 타는 사람 별로 없잖아요. 애들보다는 어른들이 오히려 더 많이 타죠.”
장현아의 말에, 한아름이 답한다.
조성현은 그녀들의 대화를 들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요즘은 그네를 타는 아이들이 많이 줄긴 했다.
타더라도 정말 이런 곳에 와서야 타보고는 하지, 집 앞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아이들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이 되긴 했다.
당장 조성현이나 채윤이도 그네를 탈 일이 별로 없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채윤이는 조성현의 손을 이끌고 걸음을 옮겨, 그네를 타기 위한 줄에 섰다.
한아름이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집중이 되었다.
당연히, 조성현과 채윤이를 알아보는 이들도 하나 둘 늘어만 갔다.
“어? 채윤이 아니야?”
“… 맞는 것 같은데?”
“대박. 아빠랑 놀러왔나 봐.”
“미튜브 촬영하러 온 거지. 다 일이야 저것도.”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떠들기 시작하고.
조성현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은근 신경이 쓰여서 슬쩍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채윤이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인지 싱글벙글 웃으면서 그네만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그들의 차례가 되었고.
조성현과 채윤이가 나란히 그네에 올랐다.
앉아서 타기보다는, 보통 서서 타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조성현과 채윤이도 서서 그네를 타기 시작했다.
조성현은 너무 오랜만에 그네를 타보는 것이기에 어색했지만, 채윤이는 능숙하게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며 그네를 탔다.
“내가 아빠보다 위에 있다!”
채윤이가 맑은 목소리로 조성현에게 소리치듯 말하고.
조성현은 픽 하고 웃음을 흘렸다.
“너무 빨리 타지는 마, 위험해.”
그는 그렇게 말하며 느긋한 마음으로 그네에 적응해나갔다.
* * *
조성현과 채윤이가 그네를 타는 동안, 장현아와 한아름은 뒤에서 그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당연히, 한아름은 본업을 잊지 않고 채윤이와 조성현의 모습을 촬영했고 말이다.
“채윤이랑 선배님… 한복 입고 그네 타고 있으니까 진짜 보기 좋네요.”
“그림 자체가 너무 좋죠. 하늘도 맑아서, 잘 어울리고.”
“그러니까요.”
“뭐만 했다 하면 바로 좋은 그림이 나오니까, 촬영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편해요.”
한아름이 웃으며 말한다.
장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긍정했다.
자신이 촬영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매니저로서 스케줄을 관리하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그런 입장에서 생각을 했을 때도, 어떤 콘텐츠를 진행하고 어떤 스케줄을 소화하던 일단 조성현과 채유이는 너무 잘해내서 편했다.
이것도 한다고? 싶은 느낌의 콘텐츠들도, 잘 소화하는 편이었으니까.
‘아니, 정확히는….’
그런 콘텐츠들을 알아서 만들어서 가지고 오는 느낌이다.
‘프린쥬’의 CF 촬영도 원래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인데, 동물원에 갔다가 진행이 된 것이고.
워터파크에 다녀온 영상을 두 개로 나눈 것도, 원래였다면 하나로도 충분했겠지만.
채윤이가 현장에서 무대에 올라갔기 때문이 아닌가.
“선배님도, 채윤이도….”
참, 대단한 아티스트들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너무 잘 어울리는 부녀였다.
장현아는 눈이 부시게 빛나고 있는 조성현과 채윤이의 웃음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 * *
“현아씨랑 아름씨도 한 번 타보세요. 오랜만에 타니까 재미있네요.”
채윤이가 그네에서 내려오고, 조성현은 장현아와 한아름에게 제안했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한 번 해보겠습니다.”
장현아와 한아름이 차례로 그네에 오른다.
한아름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장현아는 민속촌이 처음이라고 해서 조성현은 그녀도 민속촌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다행히, 즐기고 있는 것 같긴 하네.’
그네에 올라서 행복하다는 듯 웃는 장현아를 보며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장현아와 한아름이 그네에서 내려오고.
그들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민속촌을 돌아다녔다.
“아빠, 나 저거 해보고 싶어.”
채윤이가 대뜸 손을 뻗으며 한 쪽을 가리키며 말한다.
“어떤 거?”
조성현은 그렇게 되물으며, 아이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도달한 곳에는.
푸르릉.
말 두 마리가 나란히 서 있었다.
조성현은 검은 말과 하얀 말이 나란히 함께하고 있는 것을 보고 눈을 깜빡거렸다.
“… 말?”
“응. 말 타기 체험.”
채윤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면서 말한다.
살면서 말을 타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조성현은 안 타본 축에 속했고, 앞으로 탈 계획도 전혀 없었는데….
아이가 안 되냐고 묻는 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니, 거절 할 수가 없었다.
“… 한 번 타보자 그럼.”
조성현이 그렇게 말하며 채윤이를 안아 들고 걸음을 옮겼다.
그는 슬쩍 고개를 돌려, 장현아를 바라보았다.
“현아씨도 한 번 같이….”
“어? 아, 아뇨. 저는 괜찮습니다. 선배님. 채윤이랑 같이 타시면 될 것 같아요.”
장현아가 당황하면서 얼른 손을 휘휘 흔들며 거절한다.
누가 봐도 진심으로 거절하는 듯한 모습.
조성현은 어색하게 웃는 장현아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해야 5분도 안 되는 시간을 타는 것이기에 부담은 아니지만, 솔직히 조금 긴장되긴 했다.
말이라는 동물이 순하다고는 하지만 꽤 덩치가 있는 편이고… 떨어지면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
“안녕하세요. 체험 하시려고 오셨어요?”
말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자, 말의 갈기를 쓸어주고 있던 직원이 말을 건다.
“네, 제 딸이랑 같이….”
“어? 헐.”
답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녀는 눈을 크게 뜨더니 자신의 입을 가렸다.
조성현과 채윤이가 당황해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영상 너무 재미있게 잘 봤는데 실물로 보는 게 처음이라… 저 구독도 했고 영상마다 좋아요도 다 눌렀거든요.”
“감사합니다.”
“일단, 말이 두 필이라서 뒤에 계신 분들은 한 번에 타실 순 없으시….”
“아뇨아뇨. 저희는 괜찮아요. 여기, 채윤이랑 선배님만. 타실 겁니다.”
장현아가 다시 한 번 손을 흔들며 답하고.
그 말에 직원은 하하 웃으면서 말 위의 안장을 탁탁 쳤다.
“그럼, 아버님이 채윤이를 조심스럽게 안장 위에 앉을 수 있도록 올려주시겠어요?”
“넵.”
채윤이가 팔을 퍼덕 거리며 신난 것을 표현했고, 조성현은 아이를 안장 위에 앉혀두고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직원이 재빠르게 손을 움직여, 안장과 채윤이를 고정시켰다.
어린이들도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여러모로 장치가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아버님은, 이쪽으로 오셔서 이거 밟고 오르시면 되겠습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조성현이 걸음을 옮겨 말 위에 올랐다.
안전장치를 전부 매고 나니, 떨어지는 것도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고… 혹시 떨어지더라도 크게 다치진 않겠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그래도 좀 높아지니까 느낌이 이상하긴 하네.’
키가 3미터 정도 된 느낌이랄까.
말 위에 올라서, 채윤이 쪽을 돌아보는데 아이가 조금 굳은 얼굴로 가만히 고삐를 잡고 있었다.
“채윤아, 괜찮아?”
“… 무서워.”
먼저 타자고 한 건 채윤이면서, 아이는 무서워하고 있었다.
“떨어질 것 같아?”
“아니… 말이 막 꿈틀거려.”
채윤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면서 말을 했다.
떨어질까봐 무서운 게 아니라, 말이라는 생물 자체가 조금 무서웠던 모양이다.
“못 타겠어?”
“아냐, 탈거야.”
조성현의 물음에, 채윤이가 조금 단단한 목소리로 말하며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말이 무서운 건 무서운 거고, 타보고 싶은 건 확실했던 모양.
“자, 그럼 출발 하겠습니다.”
직원이 말하고, 말 두 마리는 나란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모양새가 꽤 잘 나오긴 했다.
어린 공주님이 백마를 타고, 흑마를 탄 선비와 함께 길을 가고 있는 듯한 느낌.
채윤이는 말이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움찔 거리더니 금방 적응을 해버렸다.
다그닥 다그닥.
말이 발을 움직일 때마다 특유의 소리가 묘한 느낌을 주며 들려왔다.
경쾌하다고 해야 할까, 맑다고 해야 할까.
이 커다란 생명체가 주는 신비로움과, 자신이 말과 한 몸이 된 것 같은 느낌.
말발굽이 만들어내는 소리와 진동이 고스란히 느껴지며 생기는 묘한 감정.
“좋다.”
그냥 신기하다, 정도로 그치는 게 아니었다.
아주 작은 부분에서도 영감을 얻는 게 조성현과 채윤이였던 만큼.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영감을 얻어내고 있었다.
채윤이가 꺄르르 웃음을 터트리고.
조성현도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민속촌에 오길 너무 잘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말에서 내리고, 아이도 내려주려 채윤이를 안아 들었는데.
꼬르륵.
채윤이의 배에서 작은 소리가 울렸다.
바로 앞에 있던 조성현이기에, 아이의 배에서 난 꼬르륵 소리를 못 들을 수 없었다.
채윤이가 민망하다는 듯 자신의 배에 손을 얹었다.
“배고파….”
아이가 중얼거리고.
“얼른 뭐라도 먹으러 가자 그럼. 간식거리 많이 팔 거야.”
“응!”
채윤이가 고개를 빠르게 끄덕거렸다.
일행은, 간식거리를 찾기 위해 민속촌의 중앙으로 향했다.
가까워질수록 맛있는 냄새가 풍기기 시작한다.
떡볶이 냄새도 나고, 닭강정도 파는지 특유의 양념 냄새도 훅 하고 들어와 더 허기가 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냄새 뿐 아니라….
쿵떡. 쿵떡.
뭔가를 내려치는 듯한 소리도 들려온다.
채윤이는 조성현의 손도 놓고 먹을거리를 탐색하다가, 덜컥하고 걸음을 멈췄다.
“아빠.”
아이가 조성현을 부른다.
조성현은, 자신을 부르는 채윤이의 목소리에 담긴 흥미를 느끼고 눈을 끔뻑거렸다.
민속촌이, 놀이동산만큼이나 재미있는지 채윤이는 장소를 옮길 때마다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이번에 채윤이가 관심을 가진 것은.
“저거 먹고 싶어.”
떡이었다.
조성현은 잰걸음을 달려가, 방아를 들어 올리는 채윤이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한복을 입고 나무 방아를 들고 있는 채윤이를 보니 동물 하나가 생각이 난다.
“달토끼네.”
그의 생각을 대변하듯, 장현아가 중얼 거렸다.
조성현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