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88)
488화
조성현은 정말 이 악물고 앨범 작업에 집중했다.
이제 진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도로 급한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조성현은 그 부담을 채윤이에게까지 주지는 않았는데.
아이에게도 작업의 부담이 들어간다면 조성현은 그건 무조건 자신의 잘못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아버지로서, 실격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다.
물론 채윤이의 의견은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조성현의 생각은 그랬다.
딸에게 작업에 대한 부담을 안겨다 주는 아빠가 어디에 있는가.
‘내가 조금 더 열심히 하면 해결되는 건데, 채윤이까지 고생할 필요는 없지.’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게 그의 진심이었으니까.
다만, 그렇다고 채윤이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의견을 완벽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고.
채윤이도 조성현의 말에 따라 의견을 수용할 준비가 이미 되어 있었다.
의견 수용뿐 아니라, 사실 채윤이는 조성현이 같이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자고 하면 아주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아이였다.
그리고 최근 들어 채윤이는 이미, 조성현이 수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아빠.”
“응?”
“어제 잘 잤어?”
“잘 잤지? 왜?”
“오늘도 늦게 자고 그런 거 아니야?”
“아니야. 채윤이 잠들자마자 바로 잤어.”
아이의 물음에, 조성현이 얼른 손을 들어 흔들며 답했다.
그의 답에 채윤이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조성현을 바라본다.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의 표정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진짜로 일찍 잤어.”
“진짜지?”
“당연하지.”
“채윤이는 아빠 믿어.”
아이가, 이번에는 넘어가 주겠다는 듯한 말투로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한다.
결국 조성현은 아이의 말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니 저게 어떻게 봐서 8살짜리 아이의 입에서 나올 말이란 말인가.
물론 요즘 애들이 성숙하다고 하지만,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안 될 것 같다.
“하하. 아빠도 채윤이 믿어.”
조성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채윤이는 여전히 지켜보겠다는 듯 조성현을 빤히 바라 보았다.
아이의 눈빛을 받으며 조성현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채윤이가 잠들자마자 바로 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대여섯 시쯤 일어나서 작업을 했을 뿐이다.
채윤이가 11시쯤 잠들었으니… 그래도 여섯 시간은 잤다.
전생에는 그것도 못 자고 작업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어서 그런 걸까.
전혀 무리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물론, 채윤이가 그렇게 작업을 한다고 하면 정말 정색하면서 뜯어말리겠지만, 자신이 이 정도로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어차피 모든 프로듀서가 이렇다.
조성현은 아이의 볼을 톡 하고 건드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아침부터 먹을까?”
“내가 아침 할게. 아빠는 다시 자.”
채윤이가 조성현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한다.
조성현은 아이의 말에 눈을 깜빡거렸다.
“채윤이가 아침을?”
“응. 내가 잘 할 수 있어.”
채윤이는 자신을 믿으라는 듯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조성현은 헛웃음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루 정도는 채윤이에게 아침을 맡겨도 되겠지.
당연히 그냥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너무 기특하고, 귀엽지 않은가.
자신이 고생했으니 아이가 아침을 준비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그래 그러면 아빠는 여기 앉아서 기다릴게.”
“응!”
조성현이 식탁 의자에 앉으며 말하자, 채윤이가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아이는 얼른 부엌 쪽으로 달려가 식빵을 꺼냈다.
조성현이 평소에 채윤이가 칼을 만지려고 하면 정말 경계를 했기에, 채윤이는 다행히 칼을 건드리진 않았다.
식빵을 꺼내, 토스트기에 넣고.
잼들이 있는 곳에서 초코잼과 카야잼을 꺼내온다.
아이가 낑낑거리며 한 손에는 초코 잼을, 다른 손에는 카야잼을 들고 있는 모습은 꽤나 귀여웠다.
조성현이 자연스럽게 채윤이가 들고 있는 잼을 받으려 하는데.
“아냐, 아빠는 가만히 있어.”
채윤이가 그 손길을 거부하고 식탁 위에 잼을 올려놓았다.
조성현은 웃으며 손을 치웠다.
그는 채윤이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며, 속으로 사운드 작업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그가 이렇게 시간이 없고 앨범 작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굳이 정현석 감독과 미팅을 나가려 하는 이유.
별건 없었다.
이해도를 위해서다.
결국 사운드는 영상 매체에서 주인공이 되기는 힘들었다.
영상 작업이라는 건 시각에 가장 많이 의존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소리가 주연이 될 수 없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소리 없는 광고와 소리 있는 광고는 그 효과가 열 배 스무 배는 족히 차이가 난다.
조성현은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직접 건드리면서 고작 10분 15분짜리 영상이라고 해도… 정말 완성도 있게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걸 위해서라면 정현석 감독과 바라보는 방향성이 같아야 했고.
시선을 맞춰야 했다.
그래서 미팅을 나가려 하는 거다.
미팅이 내일모레였고.
조성현은 그전까지 지금 나와 있는 곡들은 전부 정리해 둘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나온 곡은 총 여덟 곡.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순간적인 영감을 얻어 채윤이와 조성현이 만들어낸 곡들을 모두 합치면 그렇게 된다.
가능하면 서너 곡 정도 더 만들어서 수록하고 싶었지만, 그게 정말 가능할지는 미지수.
‘그래도 뭐, 한두 곡 정도는 더 수록할 수 있을 거고…’
그 정도로도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뭐.
나쁘진 않지.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모레까지 전부 마무리를 하는 건 불가능은 아니겠지만, 분명 고생해야 할 스케줄이 맞긴 했다.
이런저런 생각하고 있는 조성현의 앞에 접시가 놓였다.
빵 두 조각 위에 버터가 올려져 있는 접시.
“자, 이제 잼 발라 먹으면 돼!”
채윤이가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성현은 아이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식사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채윤아. 덕분에 오늘 아침은 편하게 먹네.”
“점심은 아빠가 해야 해.”
“점심은 아빠가 맛있는 거 해줄게.”
조성현이 빵 한 조각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채윤이가 웃었다.
일상이 흘러가고 있었다.
* * *
결국 미팅 날이 다가왔다.
그리고 조성현은, 목표했던 일정에 맞출 수 있었다.
이제 하루에 한두 곡씩 정도만 녹음 작업을 진행하면 전혀 무리 없이 앨범 작업을 완성할 수 있을 거다.
새로운 곡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여전히 새로운 곡들을 수록하고 싶다는 욕심을 포기하지 못해서 조성현 개인적으로는 약간 조급하긴 했다.
어찌 됐든, 일단 눈앞에 둔 것은 정현석 감독과의 미팅.
조성현은 약간 긴장한 얼굴로 숨을 들이켰다.
“정 감독님이랑 미팅하는 게 그렇게 긴장되세요? 좋은 분이신데, 너무 긴장하시는 거 아니에요?”
장현아가 묻는다.
조성현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정 감독님이 좋은 분이시긴 한데, 일 적으로는 또 프로페셔녈 하시거든요. 정 감독님하고 만나는 게 긴장되는 게 아니라 제가 사운드 작업을 하는 것에 있어서 신뢰를 못 줄까 봐 긴장이 되는 거예요.”
그는 후우 하고 숨을 내뱉고는 말했다.
정현석 감독은 좋은 사람이었고, 그와 만나는 건 기대가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적으로 얽혔을 때 그가 얼마나 프로페셔널한 지 이미 지난 작업을 통해 조성현은 경험한 바 있었다.
정현석 감독은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는 굉장히 깐깐한 사람이었고.
그 기준은 분명, 작업을 함께 하는 이에게도 어느 정도 통용이 될거다.
그래서 일부로 좀 준비도 해왔다.
어떤 식으로 말을 해야 할지 나름 생각 정리를 한 것.
그냥 곡 작업을 하는 거였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만날 수 있었겠지만, 이건 단순 곡 작업이 아니었다.
조성현으로서도 처음 해야 하는 작업이고, 도전이다.
그렇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에이, 선배님이 직접 사운드 작업하신다고 하는데 누가 그걸 싫어하시겠어요.”
장현아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한 쪽 손을 흔들며 핸들을 돌린다.
차가 주차장으로 진입하고.
조성현의 얼굴은 조금 어두워졌다.
지하로 내려와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정말 어두워진 것인지는 조성현만이 알 일이었다.
“어서 오세요!”
정현석 감독이 소속되어 있는 제작사의 미팅 실.
그는 조성현과 채윤이가 미팅 실에 들어서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밝게 인사를 건네는 정현석 감독의 얼굴은 인사와는 대비 되고 있었다.
안색이 좋지 못한 게, 누가 봐도 지난 밤잠을 잘못 잔 것 같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피곤해 보이시는데요?”
“아, 어제 작업할 게 있어서 잠을 늦게 잤더니… 하하. 티가 많이 났나요?”
“다크서클이 진해지신 것 같아서요.”
“아, 이거는 아마 작업보다는 아이 때문일 겁니다. 아직 새벽에 자주 깨는 상황이라.”
정현석 감독이 신경 쓸 것 없다는 듯 손을 휘휘 흔들면서 말한다.
조성현은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요?”
정현석 감독은 조성현과 채윤이가 자리에 앉자마자 말했다.
뭔가 조급해 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얼른 자신이 준비해온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일단 사운드 작업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스토리 텔링과 씬 시퀀스를 이해하셔야 할 것 같아서, 준비해왔어요.”
정현석 감독이 자신의 앞에 있던 파일을 조성현에게 내민다.
조성현은 정현석 감독이 내미는 파일을 받아 들었다.
꽤나 묵직하다.
페이지를 넘기니, 스페셜 영상에 대한 자세한 플롯, 그리고 간단한 그림 콘티가 함께해 있었다.
“큰 흐름은 다 잡힌 상태고… 거기에 맞춰서 디테일하게 씬을 추가해서 진행하게 될 거예요. 현장 상황에 따라 다르니 얼마나 변화가 있을지는 확답을 못 드리지만, 최대한 변화 없이 진행할 계획입니다.”
“…….”
조성현은 정현석 감독이 준비한 파일을 훑으며 할 말을 잃었다.
자신도 이것저것 꽤 많이 준비를 해왔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건… 정성이 대단했다.
작업 과정에서 애를 먹을 조성현을 배려하고 있다는 걸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조성현이 말을 잃고 파일을 살피고 있으니, 정현석 감독이 말을 이었다.
“거기에 맞춰서 사운드 작업을 진행하시면 되는데… 일단 어,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실지는 제가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설명해주셨으면 하긴 합니다. 그래야 저도 같이 호흡을 맞춰서 도움을 드릴 수 있으니…”
정현석 감독이 무어라 더 말을 하지만, 귀에 잘 들어오지는 않았다.
다만,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든다.
‘아, 이 사람이랑 일하길 잘했다.’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 스페셜 영상 작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광고 작업 때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질 것 같았으니까.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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