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91)
491화
드디어, 스페셜 영상을 촬영하기로 한 날.
조성현과 채윤이는 일찍부터 프린주로 향했다.
날이 좋았다.
해는 뜨겁지만 구름이 적당히 있어 힘겹지는 않았고, 바람도 불어왔다.
조성현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스읍 하고 숨을 크게 들이켰다.
오랜만에 오는 프린주였다.
그의 옆으로 채윤이가 툭 하고 내려오면서 조성현과 비슷한 포즈를 취하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오늘 다롱이도 보는 거야?”
“응. 다롱이도 아마 현장에 있을 거야.”
조성현이 채윤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해주었다.
아이는 아침부터 다롱이를 만난다는 생각에 신나 있던 상태였다.
채윤이가 얼른 가자는 듯 조성현의 손을 잡아끌었고.
조성현은 웃으며 아이의 손에 이끌려 걸음을 옮겼다.
“아, 안녕하세요. 성현씨.”
“안녕하세요. 감독님.”
정현석 감독의 조성현을 먼저 발견하고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조성현도 고개를 숙여 정현석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채윤이는 다롱이를 발견하고 얼른 그쪽으로 가려다 말고 정현석 감독의 등장에 멈칫거리고는 얼른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응 채윤이도 안녕? 오늘도 잘 부탁해.”
“네!”
정현석 감독의 말에 채윤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는 금방 다롱이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롱이는 그늘 아래, 케이지 속에 있었고 그 주변에는 다롱이의 담당 사육사도 함께하고 있었기에 안심이었다.
조성현은 다롱이 쪽으로 가는 채윤이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역시 채윤이는 다롱이를 좋아하네요.”
“지난번 촬영 때부터 정이 많이 들었나 봐요.”
“참, 착해요. 똑똑하기도 하고.”
정현석 감독의 말에 조성현은 조용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정현석 감독은 이내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몸을 돌렸다.
“오늘 촬영은 최대한 저녁 전에 마무리해보려고요. 늦어도 7시 정도에는 끝날 겁니다.”
“아, 그럼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에이, 아니에요. 법 지키려고 하는 건데요 뭘.”
정현석 감독은 그렇게 말하고는 노동법상 미성년자는 일하는 시간에 제한이 있다며 무어라 설명했다.
법 쪽으로는 크게 조예가 없는 조성현이었기에 그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사실, 뭔가 문제가 있었더라면 장현아가 이미 나서서 해결했을 것이다.
굳이 법이 아니더라도 채윤이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인다면 조성현이 곧바로 촬영을 중단시킬 것이고.
“아, 일단 배우들이 성현씨랑 채윤이니까 너무 안심이 되네요.”
정현석 감독이 후우 하고 숨을 내뱉으면서 말을 한다.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배우라는 호칭이 낯설기도 했고, 왜 안심이 되는 건지 솔직히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노래와 음악은 자신이 있어도 연기는 자신 없는 조성현이었다.
그의 표정을 보고, 정현석 감독이 피식 웃었다.
정현석 감독의 웃음에 조성현이 입을 연다.
“안심이 되신다는 게 이해가 안 돼서요.”
“일단 뭐, 척하면 척하고 바로 알아들으시잖아요. 디렉팅을.”
그의 말에, 조성현이 손을 들어 볼을 긁적거렸다.
솔직히 그건 부정할 수 없긴 했다.
정현석 감독이 디렉팅을 해주면 조성현과 채윤이는 꽤나 잘 알아듣고 바로바로 적용해나가는 편이었으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일단, 조성현과 채윤이가 녹음실을 앞에 두고 있을 때는 본인이 디렉팅하는 입장이라는 것.
아티스트를 디렉팅하고 동시에 스스로가 디렉팅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이런 것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둘째는.
“감독님이 워낙 디테일하게 잘 찝어 주시는 거죠.”
“에이, 그걸 말해준다고 한 번에 알아듣는 게 더 이상한 건데 채윤이도 그렇고 성현씨도 완벽하게 알아듣잖아요.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정현석 감독이 손을 휘휘 흔들며 말한다.
그는 그늘 밑에서 다롱이와 인사를 나누는 채윤이를 보며 입을 열어 말을 이었다.
“일단… 슬슬 들어가면 되겠네요.”
대충 촬영 준비는 끝났다.
이제 진짜로 촬영에 들어갈 시간.
정현석 감독이 손을 들어 짝짝하고, 손뼉을 쳤다.
“자, 기가 막히게 한 번 뽑아보자고요!”
그가 소리쳤다.
* * *
촬영은 곧바로 시작되었다.
조성현과 채윤이는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동선을 확인했다.
사실 조성현으로서는 그리 어려울 것도 없는 동선이었다.
다만 채윤이는 조금 외우기 힘들 수도 있는 길이.
어쩔 수 없는 게, 스페셜 영상의 특성상 채윤이를 메인으로 하고 있다 보니 분량도 그렇고 외워야 할 것들이 조성현보다는 채윤이에게 몰려 있었다.
“채윤아, 잘 이해했어?”
“응. 여기서 내가 아빠한테 인사하면 되는 거잖아.”
“어, 그렇지.”
채윤이는 녹색 테이프로 표시가 되어 있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고,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뮤직비디오 촬영도 몇 번 해 봐서 그런가 이렇게 뭔가를 정해두고 하는 촬영에 있어서 채윤이가 조성현보다 조금 더 익숙한 느낌이었다.
“자, 레디.”
채윤이와 조성현이 동선을 숙지한 후.
정현석 감독이 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연다.
모두가 조용히 침묵하고.
“액션!”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조성현과 채윤이의 연기도 시작되었다.
사실상, 노래에 가까운 연기였다.
대사들도 전부 흥얼거리며 노래하는 듯한 느낌이었으니까.
“오늘도 날씨는 좋아.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답답한 기분.”
채윤이가 낮은 목소리로 흥얼거리듯 대사를 내뱉으며 걸음을 옮긴다.
조성현은 아이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있었다.
채윤이가 이번 스페셜 영상에서 맡은 배역은, ‘공주’ 역.
정확히는 프린주 왕국을 조금 더 알아가고 싶은 공주역이었다.
항상 왕궁에만 살던 채윤이였기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
그래서 채윤이는 왕궁을 몰래 빠져나와 프린주 왕국, 즉 동물원 내부를 천천히 둘러본다.
스페셜 영상 자체가 프린주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길이가 긴 광고가 되는 것이다.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의 뒤를 조용히 따라다니며 아이를 걱정하지만, 그렇다고 채윤이의 행보를 막지는 않는 왕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
이번 씬이 바로 첫 씬이다.
이야기의 시작.
공주, 채윤이는 걸음을 사뿐사뿐 옮겼다.
언제나와 같이, 아이의 어깨에는 다롱이가 함께였다.
왕, 조성현은 왕좌에 앉아 그런 공주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가 깨진 것은 채윤이가 덜컥하고 몸을 멈추고, 다소곳하게 허리를 숙일 때였다.
“아바마마.”
“…어?”
“소녀, 바깥 구경을 하고 싶사옵니다.”
갑자기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예의를 차리는 공주의 모습에 왕은 당황했고.
그 순간 잠시 끊겼던 노래도 시작되었다.
“안 돼, 그건 안 될 말이다.”
“…허락해주세요.”
조성현이 단단한 보컬을 내뱉듯 대사를 내뱉었고.
채윤이도 단호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허락을 구했다.
“허락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이것 또한 리듬을 타며 내뱉어지는 대사였다.
평소의 채윤이라면 하지 않았을 말들을 대사로 하는 것을 들으며 조성현은 묘한 느낌을 받았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채윤이는 곧바로 몸을 돌려, 달려 나갔다.
“공주!”
조성현이 그렇게 외치지만.
채윤이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그저 허망하게 허공에 흩어질 뿐이었다.
“컷! 좋습니다!”
곧바로 오케이 싸인이 나고.
채윤이는 웃으며 다시 조성현 쪽으로 다가왔다.
“나 잘했어?”
“응. 엄청 잘했어.”
조성현이 채윤이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는 채윤이와 몇 마디 더 대화를 나누다가, 어느 순간 커다란 붐마이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조성현은 잠시 붐 마이크를 바라보다가, 이내 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한 곳은 바로, 음향팀이 있는 곳.
“안녕하세요. 감독님.”
“아, 네 성현씨.”
이곳에는 정현석 감독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음향 감독도 따로 있는 상황이고.
조성현은 바로 그를 찾아간 것.
“방금 씬도 녹음되어 있죠?”
“그럼요. 잘 땄습니다.”
“혹시, 한 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지금요?”
“힘들면 다음에 들어도 되고요.”
“아, 아뇨. 힘들진 않아요. 잠시만요.”
음향 감독은 손을 휘휘 흔들면서 한쪽 귀만 덮어 끼고 있던 헤드셋을 완전히 벗어 조성현에게 내밀었다.
“일단 이거 쓰세요. 들려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우리 작곡가 겸 가수 겸 배우님이 현장 사운드 듣고 싶다는데. 들려드려야죠.”
음향 감독은 당연히 해야 하는 거라며 얼른 방금 녹음한 것을 재생시켰다.
첫 번째, 채윤이의 대사부터 녹음이 되어 있었다.
아니. 굳이 따지면….
‘채윤이의 대사가 나오기 전에, 약하게 동물들 울음소리가 들리네.’
동물원이니, 동물 울음소리가 어디서든 들리는 게 당연한 일이긴 했으나.
왠지 모르게 그게 신경이 쓰였다.
조성현은 흐음 하고 작게 소리를 내며 계속해서 현장에서 녹음된 것을 들었다.
채윤이가 흥얼거리며 내뱉는 대사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메꾸는 동물들의 울음소리와 바람 소리까지.
“꽤, 풍성하네요.”
“소리요?”
“네. 대사가 없는 순간에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 같아서요.”
“어휴, 완벽한 침묵이라는 건 없는 거거든요. 사실 조마조마하긴 해요. 기가 막히게 촬영했는데 근처에 뭐 코끼리라도 한 번 울어봐요. 다시 찍어야 하는 거죠.”
음향 감독이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그의 말에 조성현은 눈을 빛냈다.
뭔가, 영감이 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 번도 야외에서 녹음해본 적이 없는 조성현이었다.
물론 뭐, 지난 광고 촬영도 녹음이라면 녹음이지만, 자신이 디렉팅하는 입장이 되어 본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그였고.
현장 녹음에 대한 고민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고민을 시작하니, 금방 스튜디오 녹음과 현장 녹음의 차이점을 알 수 있었다.
녹음실에서 녹음하는 것과 촬영 현장에서 녹음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음향 감독은 걱정스러운 듯한 말투로 말을 하고 있었지만, 조성현은 오히려 그런 순간이 은근 기대되었다.
방금 음향 감독이 말한 것이 바로 ‘현장감’ 아니겠는가.
물론, 대사를 뭉개거나 다 잡아먹을 정도의 울음소리라면 안 되겠지만… 적당한 울음소리는 현장감을 잘 전달해줄 수 있지 않을까.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했다.
“재미있겠는데.”
“…네?”
음향 감독이 놀란 눈으로 조성현을 바라보고.
“아, 죄송합니다. 혼잣말이었어요.”
조성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나머지 녹음 분량도 전부 들었다.
다시 촬영에 들어가는 조성현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집에 들어가면 좀, 열심히 작업해봐야겠네.’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현장감’이라는 단어가 그에게 주는 의미는 생각보다 컸다.
안 그래도 사운드 작업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힌트가 주어진 느낌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