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92)
492화
그날의 촬영은 정현석 감독이 말했던 것처럼, 저녁 전에 끝이 났다.
특별히 서두른 것은 아니었고, 그냥 평소와 같이 촬영하니 딱 알맞게 끝이 난 것.
“아, 역시 성현씨, 채윤이랑 같이 촬영할 때는 특유의 맛이 있어요.”
“하하. 그런가요?”
“네. 성현씨도 프로듀서로서 작업할 때 특별히 선호하는 뮤지션이 있을 거 아니에요?”
“있죠.”
조성현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의했다.
유미도 있고, 서예나, 거기에 뮤즈까지.
전부 조성현이 선호하는 아티스트들이다.
유미나 뮤즈는 아티스트로서는 사실상 조성현이 키운 것과 다름이 없으니 따로 말할 것도 없고.
서예나와도 유대감이 생기기도 했고 음악적으로 교류를 많이 하다 보니 편해진 것이다.
작업 방식이 잘 맞는 것도 있고.
어떻게 보면, 조성현의 작업 방식은 다른 일반적인 아티스트들이 이해하기는 힘든 방식이었다.
‘일단 채윤이랑 같이 작업하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긴 하지.’
조성현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정현석 감독의 얼굴을 보고 마주 미소를 지었다.
“저한테 그런 사람입니다. 성현씨하고 채윤이는.”
“좋게 봐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에이, 뭐 또 그런 감사를. 넣어두세요. 제가 감사해야 하니까.”
정현석 감독이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걸음을 옮긴다.
조성현은 그와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전체 촬영 일정은 일단 다음 주까지가 맞는 거죠?”
“네, 다음 주 월요일까지 마무리하는 게 저희 기본 일정이고. 가능하면 주말 중에 마무리하고 싶긴 합니다. 그래야 편집 작업이 조금이나마 편해지니까요.”
정현석 감독은 그렇게 말하고는, 조성현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이후 음향 작업에도 시간을 조금이나마 더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첨언했다.
조성현은 그의 말에 머릿속으로 스케줄을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
“아 감독님.”
“네. 말씀하세요.”
“현장 녹음 파일, 혹시 제가 따로 받을 수 있을까요? 음향 작업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조성현은 정현석 감독에게 음향 파일을 요청했다.
아까 들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었던 것.
집에 가서도 한 번 들어보며 천천히 사운드 작업을 어떤 식으로 진행을 할지 생각을 해보고 싶었다.
가능하면, 방향성에 대해서 정해보기도 하면 좋겠고.
“아, 그럼 미리 보내드리겠습니다. 지금 바로 정리해서 보내라고 해둘게요.”
“감사합니다.”
조성현이 감사 인사를 건네고.
정현석 감독은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고생 많으셨습니다.”
장현아가 다가와 채윤이와 조성현에게 물을 내밀었다.
채윤이가 꼴깍꼴깍 물을 마시고, 여전히 아이의 어깨에 올라가 있는 다롱이에게도 손에 물을 받아 주었다.
다롱이가 채윤이의 손 위로 올라가 홀짝 물을 마신다.
“현아씨도 고생 많았어요.”
“저야 뒤에서 감탄만 했는 걸요 뭘.”
장현아가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물을 하나 더 따서 정현석 감독에게 내민다.
정현석 감독이 장현아가 내미는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입을 열었다.
“아무튼, 앞으로 남은 촬영 기간 동안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감독님. 내일 뵙겠습니다.”
조성현이 깔끔하게 인사했다.
* * *
저녁은 밖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메뉴는… 토스트였다.
이걸 과연 토스트라고 불러도 되는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어쨌든 메뉴판에 적힌 이름은 토스트.
“굉장하네요.”
장현아가 자신의 접시 위에 올라가 있는 음식을 보고 중얼거린다.
조성현도 살짝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맛있겠다!”
채윤이만 신이 난 목소리로 말하며 얼른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올린다.
조성현은 헛웃음을 흘리며 앞으로 흘러내리려는 아이의 머리를 묶어주었다.
채윤이는 눈앞에 있는 음식에 시선을 고정하면서도, 조성현이 머리를 다 묶어주기 전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이제 다 됐다. 먹자.”
조성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채윤이가 얼른, 포크와 나이프를 움직인다.
최근에 생긴 토스트 집이라고 하는데, 꽤 유명한 모양이었다.
“그냥 멘보샤를 크게 만들어둔 모양새긴 한데….”
“그래도 뭐 중간에 채소도 있고… 엄청 느끼할 것 같진 않네요.”
장현아의 말에 조성현은 슬쩍 빵 한 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중간에 돈까스를 끼워 넣고 튀긴 토스트였는데, 나름 맛있어 보였다.
몸에는 딱히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지만, 뭐 음식이 맛있으면 된 거 아니겠는가.
조성현은 그런 생각하며 먹기 좋게 토스트를 잘랐다.
토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식당 내에 단 한 사람도 이걸 손으로 들어먹는 사람은 없었다.
“어? 맛있는데요?”
그보다 먼저 토스트를 맛 본 장현아가 눈을 깜빡거리면서 말하고.
채윤이가 크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장현아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조성현도 토스트를 입에 집어넣었고.
“…맛있네요.”
돈까스 맛이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안심을 튀긴 것 같은데, 간도 딱 맞고 본래의 돈까스가 빵가루를 묻혀서 튀긴다면 이건 그 빵가루 대신 식빵을 통째로 덮어서 튀긴 느낌이었다.
전문 미식가도 아니고, 맛을 자세히 묘사하기는 힘들겠지만… 확실한 건.
‘채윤이가 좋아할 맛이네.’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채윤이는 눈을 반짝거리며 벌써 다음 조각을 자르기 위해 낑낑거리고 있었다.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채윤이의 접시 위에 있는 토스트를 잘라주었다.
채윤이가 조용히 조성현이 잘라주는 것을 기다리는 것을 보며 장현아가 미소를 지었다.
“채윤이는 볼 때마다 신기해요.”
자신의 이야기에 채윤이가 고개를 들어 올린다.
“그런가요?”
조성현은 채윤이가 들고 있는 포크를 가지고 와서 토스트 한 조각을 찍어 채윤이의 손에 쥐여주며 물었다.
“네. 이럴 때는 또 한없이 귀엽고. 또 어떨 때는 한없이 성숙한 모습을 보이잖아요.”
장현아의 말에 조성현은 우물거리며 토스트를 먹고 있는 채윤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이가 맑은 눈으로 조성현과 눈을 마주하고.
이내 조성현은 픽 웃었다.
지금 이렇게 식사할 때의 채윤이는 정말 귀엽지만, 음악 작업을 할 때의 채윤이는 성숙하다.
“성숙할 때도 귀여워서 문제죠.”
조성현은 그렇게 말하며 식사를 이어나갔다.
장현아는 그 말도 맞다며 웃음을 흘렸다.
조성현의 식사 속도는, 묘하게 빨랐다.
* * *
식사를 금방 해결하고, 조성현과 채윤이는 집에 돌아와서 약속한 듯 곧바로 욕실로 향했다.
채윤이가 허물을 벗듯, 옷을 한 겹씩 벗으며 조성현에게 넘기고.
조성현은 그걸 받으며 자신도 옷을 한 꺼풀씩 벗어 정리한다.
얼른 샤워를 마친 후, 그들은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후….”
조성현은 소파에 앉아 숨을 토해내었고, 채윤이는 그런 조성현을 잠시 보다가 부엌으로 향했다.
아이는 냉장고를 열더니, 요구르트를 두 개 꺼내왔다.
잰걸음을 다가와 요구르트 하나를 조성현에게 내미는 채윤이.
조성현은 채윤이가 내미는 요구르트를 보며 잠시 눈을 깜빡거리다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고마워. 잘 마실게.”
“응!”
머리가 조금 복잡했는데, 그게 티가 났나 보다.
채윤이가 이렇게, 요구르트를 가져다주는 걸 보면 말이다.
아이는 조성현의 옆에 털썩 앉더니 요구르트를 쪽쪽 먹기 시작했다.
조성현은 채윤이처럼 빨대로 먹지는 않고, 한 번에 입에 털어 넣었다.
탁.
그가 요구르트를 작은 탁상에 내려놓고.
잠시 후.
탁.
채윤이도 조용히 요구르트를 전부 먹은 후 탁상에 빈 병을 내려놓았다.
몇 초간 침묵이 이어졌다가.
조성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제 시작해볼까?”
“응.”
그의 물음에 채윤이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곧바로 답했다.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거나 하지 않았지만, 이미 조성현과 채윤이 둘 다 집에 들어와서 뭘 할지 알고 있는 상태였다.
조성현은 미리 현장 녹음된 파일들을 받아둔 상태였고, 당연히 스페셜 영상의 사운드 작업을 위해 시간을 쓸 생각이었다.
채윤이도 아마 따로 음악 작업을 할 생각이었을 테고 말이다.
아이는 역시, 당연하다는 듯 피아노 쪽으로 다가갔다.
조성현은 안방에서 노트북을 들고나와 채윤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업을 시작했다.
이어폰을 끼고, ‘현장감’이 가득 담겨 있는 녹음들을 차분히 듣기 시작한다.
‘확실히, 다르긴 하네.’
이렇게 집에 와서 조용히 들으니 현장 녹음과 스튜디오 녹음이 차이가 있다는 걸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둘 중 깔끔하고 음악을 더 잘 살리는 것은 물론 스튜디오 녹음이다.
하지만, 왜인지 더 듣기 좋은 건 현장 녹음이었다.
조성현은 조용히 손가락으로 자신의 다리를 톡톡 두드리며 녹음을 분석했다.
동물들의 울음소리도 들려오고, 바람 소리도 간간이 들린다.
때때로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녹음되었는지 대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렇게 가만히 녹음된 것들을 듣기를 한 시간.
조성현은 쓰읍 하고 한숨을 들이켰다.
전부 다 들을 수는 없으니, 초반 부에 촬영한 것들만 반복해서 들었는데, 놀랍게도 같은 씬을 녹음 한 것인데도 같은 게 없었다.
“재미있네 진짜.”
조성현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눈을 깜빡였다.
잠을 푹 잤을 때보다 훨씬 명료해진 그의 눈빛은, 노트북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조성현은 사운드 파일을 뜯어보며 빠르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 당장 뭔가 작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긴 했다.
어차피 영상에 맞춰서 사운드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라서, 영상 편집본이 나오지 않는 이상 조성현이 확실하게 작업을 시작할 수는 없었다.
‘대신, 감각적인 부분을 좀 익혀둘 수는 있겠지.’
그걸 위한 작업을 하려고 하는 거다.
영상에 맞춰서 하는 음악 작업은 조성현도 처음이었으니, 적어도 본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연습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정현석 감독의 목표는 이번 주 주말까지 촬영을 끝내는 것.
그리고 편집이 아마 다음 주 정도에 완성이 될거다.
조성현은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확실히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는 뜻.
‘그걸 연습용을 쓸 수는 없으니까.’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손을 계속해서 움직여나갔다.
그런 그의 입꼬리는, 살짝 말려 올라가 있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보기도 하고, 분명한 이유도 있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결국 조성현이 지금 이 작업하는 게 재미있어서였다.
따라란. 따란.
채윤이의 피아노 소리가 낮게 거실에 깔리고.
달칵.
조성현의 마우스 클릭음이 조용히 울렸다.
작업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