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93)
493화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렀다.
조성현과 채윤이의 하루는 항상 같았다.
점심 즈음 촬영을 하러 나간다.
장현아의 차를 타고 프린주에 가면 스텝들이 정신없이 촬영 준비를 하고 있고, 간단히 간식을 먹으며 옷을 갈아입고 메이크업을 받은 후 촬영 시작.
촬영이 끝나면, 딱 저녁 시간대였다.
저녁을 간단히 때우고 집에 돌아와서는 곧바로 씻고, 음악 작업에 들어간다.
채윤이는 10시에서 늦어도 11시 정도에 재우고.
조성현은 보통 한두 시까지는 더 작업을 하다가 아이 옆에 누워 잠을 자는 것이 일상.
그렇게 며칠 동안 지내다 보니 순식간에 주말이 되었고, 일요일.
모두가 쉬는 날, 촬영팀은 촬영하러 나왔다.
불만은 없었다.
정민수 회장이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하게 보상하는 편이었으니까.
기본적으로, 평일에도 수당인 업계 평균보다 높은 편이었는데 주말에는 더 높게 챙겨주니 불만이 있을 수가 없었다.
조성현과 채윤이야 그냥 출연료를 따로 받았을 뿐 따로 휴일에 대한 추가 수당 같은 건 없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정현석 감독님이 진짜 오늘 끝내려고 마음먹었나 보네요.”
“네, 하루라도 빨리 끝내고 편집에 시간을 쓰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선배님을 신경 쓰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장현아의 말에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첫 촬영 때부터 정현석 감독은 비슷한 말을 했었다.
장현아는 슬쩍 조성현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 선배님.”
“네 현아씨.”
“앨범 커버는 일단 완성되었고, 지난번에 넘겨주신 곡까지는 일단 전부 준비해놨습니다.”
장현아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조성현이 장현아에게 넘긴 곡은 총 여섯 곡.
그 곡들은 녹음을 끝내고 전부 완벽하게 완성을 시킨 곡들이다.
그렇기에, 장현아가 지금 말만 하면 당장이라도 앨범 발매를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조성현은 장현아의 말에, 잠시 고민을 했다.
“일단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아니면, 그냥 개학 이후로 미루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스케줄 많으신데 너무 무리하실 필요는 없으실 것 같아요.”
장현아가 말하고, 조성현은 시선을 옮겨 창밖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조금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긴 했다.
그냥 이대로 앨범을 발매해도 괜찮다.
조금 아쉽긴 하겠지만, 나쁘진 않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부족하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결국 다음 앨범을 노려서 곡들을 준비해야 하는데.’
다음 앨범은 언제 준비하게 될까.
아무리 빨라도, 반년 뒤다.
채윤이가 겨울 방학을 했을 때.
그때 앨범을 낼 수 있을 텐데.
‘겨울이 되면 또 그때 만들고 표현하고 싶은 곡들이 있을 거다.’
지금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아쉬움 없이 전부 표현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조성현도 있지만, 채윤이도 있으니까.
사실 조성현보다는 채윤이가 더 중요했다.
어떻게 보면 조성현은 앞으로도 서예나의 앨범과 뮤즈의 앨범 작업을 해야 하니, 상관없지만.
채윤이는 넘치는 창작욕을 어디에 분출을 하겠는가.
곡을 만들어도 발표하지 못하면 그것만큼 슬픈 것도 없었다.
조성현이 보기에 지금 채윤이는 여전히 표현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방법을 몰라서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채윤이 스스로가 방법을 깨닫게 된다면 순식간에 한두 곡 정도는 더 만들어낼 것이다.
조성현은 아이에게 그런 시간을 주고 싶었다.
그는 힐끗 채윤이를 한 번 보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고민 좀 해볼게요.”
발매를 최대한 미룬다면, 개학하고 며칠 후에 발매하는 형식으로 가도 되긴 했다.
개학한 후에도 앨범 작업을 하느라 정신없이 보내는 게 싫어서 최대한 아이가 개학하기 전에 앨범 작업을 마무리하려는 게 목표인 거였으니까.
앨범 발매보단, 조성현과 채윤이의 앨범 작업이 개학 전에 되면 되는 거다.
“옙 알겠습니다.”
장현아는 더 이상 추가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운전에 집중했고.
동물원은 금방 모습을 드러내었다.
* * *
오늘 촬영할 장면은,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 씬이었다.
영상에서는 대략적으로 2분 정도 되는 길이의 씬.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씬이다 보니 채윤이나 조성현도 조금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특히 채윤이는 다롱이를 앞에 두고 조잘조잘 떠들며 긴장을 해소하려 노력했다.
“잘 할 수 있지? 열심히 할 테니까 너도 진짜 잘해야 해.”
채윤이가 다롱이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한다.
다롱이는 전혀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만, 채윤이의 손길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조성현은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잘할 수 있을 거야 채윤아. 걱정하지 말고. 촬영 열심히 해보자.”
“응….”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공주는 왕국을 둘러보고 와서, 지금까지 조금은 폐폐쇄적이었던 성을 왕국민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열어두자고 이야기한다.
이번 장면은, 결국 성의 정원까지 왕국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한 후 처음 열리는 파티 장면이었다.
이 파티에서 조성현과 채윤이는, 춤을 춰야 한다.
심지어 노래까지 부르면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씬.
이번 씬을 위해서 촬영 중간중간도 그렇고, 하루에 한두 시간씩 꼬박꼬박 춤을 연습했다.
“자,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정현석 감독의 목소리와 함께,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조성현은 왕이 되었고.
채윤이는 공주가 되었다.
먼저 움직인 것은 조성현이었다.
예복을 차려입은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계단을 내려갔다.
밑에는 채윤이가 드레스를 입은 채 다롱이와 함께 그런 조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도를 반대로 하는 게 더 예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채윤이, 즉 공주가 전혀 권위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구도였기에 결국 이렇게 확정이 났다.
“아름답구나.”
“아빠도, 멋있어요.”
채윤이가 열심히 대사를 내뱉는다.
노래가 시작하기 전, 마지막 대사.
아무래도 그냥 대사를 하는 건 조금 어색했다.
기가 막히게 노래를 시작하면 연기가 어색하지 않아진다는 게 신기한 점이다.
조성현과 채윤이는 서로를 바라보고 속으로 2초를 센 후 몸을 움직였다.
춤을 추기 시작한다.
간단한 춤이었기에, 크게 어려울 것은 없었다.
문제는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점.
격한 안무는 아니니, 괜찮았지만 아무래도 그냥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는 훨씬 어려운 게 당연했다.
“모두가 모여서 함께해요.”
“자리에서 일어나, 이곳으로 와요.”
그렇게 노래가 시작된다.
조성현과 채윤이가 번갈아 노래를 부르고, 화음을 맞추기도 하며 열심히 춤을 춘다.
길진 않았다.
조성현과 춤을 추던 채윤이는 이내 다롱이와 함께 다른 동물 친구들을 보기 위해 이동했으니까.
카메라는 채윤이를 비춘다.
그렇게 잠시, 즐겁게 웃음을 터트리는 채윤이의 모습이 비치고.
조성현은 천천히 뒤로 물러나 그 모습을 지켜본다.
“이제, 내려올 때도 됐구나.”
왕의 대사가 울리는 것으로, 끝이다.
“컷! 너무 좋았습니다!”
익숙한 정현석 감독의 목소리가 울렸다.
* * *
“아휴,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독님도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결국 이번 주 안에 촬영이 다 마무리됐네요.”
정현석 감독의 인사에 조성현이 화답했다.
노력하겠다더니, 정말로 이번 주 안에 촬영이 마무리되어서 조성현도 그렇고 정현석도 꽤나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다행이죠. 내일부터 곧바로 편집 들어가려고요. 오늘도 녹음 파일 따로 보내드리면 되는 거죠?”
“네네. 부탁드립니다.”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오늘도 녹음 파일을 가지고 분석하고, 여러모로 다뤄볼 생각이었다.
전체적인 촬영 흐름도 전부 파악하고 있기에, 미리미리 중요한 장면들 같은 건 어떤 소리를 집어넣으면 좋을지 많이 고민하고 있는 상태.
얼른 본 작업에 들어가고 싶었다.
“오케이, 알겠습니다. 일단 그럼 녹음 파일은 따로 보내드리고, 수요일 정도까지 가편집본 한 번 드릴게요.”
“넵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하고 있을게요.”
수요일까지 정현석 감독이 가편집본을 준다면, 그때까지 고민을 끝내고 가편집본을 받는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면 될 것 같았다.
그럼,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겠지.
조성현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벌써부터 본 작업에 들어갈 생각에 기대가 되었다.
“그 전에, 며칠 동안 고생했는데… 몸보신도 할 겸, 회식 어떠세요?”
정현석 감독이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슬쩍 흰 봉투 하나를 꺼내 흔들었다.
“……?”
의아한 눈으로 흰봉투를 바라보니, 정현석 감독이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한다.
“김 비서님이 오셔서 따로 주고 가시더라고요. 정 회장님이 주시는 거라고, 고생했으니 스텝들 밥 사 맥이라고 하면서.”
“오….”
“통은 또 얼마나 크신지, 스무 장 들어있더라고요. 아, 당연히 황금색으로요. 하하.”
정현석 감독이 웃으며 흰 봉투를 흔들어 보인다.
조성현도 그와 함께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결국 그들이 가기로 한 곳은, 정현석 감독이 소속된 제작사 근처에 있는 식당.
문어 오리 전골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다.
조성현은 처음 보는 요리였는데, 말 그대로 문어와 오리고기가 들어간 전골이었다.
누가 봐도 몸보신이 될 만한 음식.
“맛있겠네요.”
보글보글 끓는 전골을 보며, 조성현이 말했다.
정현석 감독이 엄지를 들어 올린다.
“여기 진짜 죽여요. 돈 없던 시절에 와이프한테 이걸 너무 먹이고 싶어서 일주일 동안 커피 안 먹은 적 있습니다. 지금은 맘먹으면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죠.”
그렇게 말한 정현석이 오리고기 한 점에, 문어 한 점, 거기에 부추를 조금 올리고 기름장에 살짝 찍어 먹는다.
조성현과 채윤이, 그리고 장현아는 홀린 듯 그와 똑같은 방법으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게 참, 묘하네요.”
조성현이 정현석 감독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쵸? 솔직히 뭐, 진짜 건강해지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건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은 확실히 있어요.”
정현석 감독이 그렇게 말하며 다시 수저를 들어 올렸다.
그날 식사에는 술도 조금 함께했다.
서비스로 인삼주가 나왔기 때문.
조성현과 장현아는 술을 거절했다.
술을 마시고 작업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스타일이었고.
장현아는 운전 때문에 거절을 한 것.
술을 안 마신 이는 조성현과 채윤이, 그리고 장현아뿐이었다.
저녁, 8시 무렵이 다 되어서 회식이 끝났다.
“집으로 모시면 될까요?”
장현아가 물어오고.
조성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작업실로 가주세요.”
촬영도 다 끝났겠다.
이제, 본업에만 집중할 시간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