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97)
497화
식사 자리는 금방 끝이 났다.
뭐 대단한 이야기를 나눈 건 아니었으니까.
간단하게 앞으로의 작업 방식이나 방향성에 대해서 설명하긴 했지만….
이 부분은 안소현보다는 한율이가 더 잘 알아들은 기색이었다.
계약서 같은 부분이야 안소현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음악 쪽으로 들어가면 아무래도 한율이가 이해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안소현이 전혀 모르는 건 당연히 아니었기에, 그녀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동안은 정말 정신없겠네요. 동시 녹음이라는 게 쉬운 건 또 아니니까요.”
“그렇죠.”
녹음 자체를 조성현의 바이올린과 채윤이, 그리고 한율이의 피아노 세 대가 동시에 연주하고 그걸 한 번에 녹음하기로 했다.
따로따로 녹음하는 것보다 그렇게 진행하는 게 훨씬 더 ‘현장감’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물론 디테일하게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따로따로 녹음하고 편집하는 게 좋지만….
‘그것보다 그냥 한 번에 진행하는 게 훨씬 몰입감 있게 나올 것 같으니까.’
여러모로 고민을 많이 해서 내린 결론이기에, 고생길이 보인다고 해서 뜻을 꺾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고생해서라도, 몰입감 있게 확실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런 조성현의 의지가 보인 탓일까.
아니면 음악 작업에 있어서 자신이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고 판단해서일까.
안소현은 딱히 다른 말을 하지는 않고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저희도 이제 집에 가면 될 것 같네요.”
“아, 알겠습니다.”
오늘은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굳이 따지면, 휴식?
내일부터 빡센 일정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에,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가서 쉬는 게 좋다.
조성현은 오랜만에 박한율을 만나서 기분이 좋은 채윤이는 아무래도 좋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결국, 그렇게 퇴근하는 길.
채윤이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조성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잡아 자신 쪽으로 기대게 만들었다.
오늘 채윤이는 최근 며칠 동안 보였던 표정 중 가장 밝은 표정을 지었다.
한율이랑 같이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는 꽤나 큰 응원이 되었던 모양.
그것만으로도 조성현은 한율이에게 감사했다.
그래서 채윤이가 한율이의 손목을 잡고 스스럼없이 대할 때 따로 말을 꺼내지 않은 것이다.
채윤이가 그만큼 편해하고, 좋아한다는 뜻이니까.
그런 존재가 조성현만 있을 필요는 없다.
영준이도, 한율이도 채윤이에게 위로가 된다면 그걸로 될 일이었다.
채윤이는 졸다가 조성현의 팔에 기대고는 새근새근 잠에 빠져들었다.
덕분에 조성현도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가, 묵묵히 운전하고 있는 장현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까부터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확실히, 최근 들어 고민이 많은 듯 보이더니 그게 점점 얼굴에서도 드러나는 모습.
그렇다고 일 처리가 늦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지.’
왜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장현아는 조금 조급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일 처리가 깔끔하긴 하지만, 계속 붙어 다니면서 일을 하는데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조급함을 모를 리 없는 조성현이었다.
이러나저러나 그는 장현아의 사수 아닌가.
“아직 고민거리가 해결 안 됐나 보네요.”
“아… 사실, 고민이랄 것까지도 없는 문제긴 해요.”
조성현의 말에 장현아가 짧게 놀라면서 정신을 차린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흔들며 답했다.
하지만, 고민이랄 것도 없는 문제라고 말하는 장현아의 표정에는 누가봐도 대단한 고민거리가 가득했다.
“그래요?”
“네. 정답은 정해져 있는데, 그 정답을 외칠 용기가 부족한 상태인 것뿐이거든요.”
조성현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그 되물음에 장현아가 후우 하고 숨을 토해내며 말한다.
꽤나 힘들어 보이는 장현아의 모습에, 조성현은 바로 옆에 있는 채윤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말을 이었다.
“뭐, 그런 말도 있잖아요. 두려움은 빠르게 찾아오고, 용기는 느리게 힘을 낸다.”
“…….”
“아직 용기가 힘을 내지 못하는 상황인가 보죠.”
장현아가 묵묵히 정면을 바라본다.
반응은 없었지만, 그녀가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장현아의 표정이 약간이나마 풀렸으니까.
그녀는 잠시 입을 달싹거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빠르게 힘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없겠죠?”
장현아가 묻는다.
조성현은 채윤이가 자신의 팔에 볼을 비비는 것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지난번에 말했던 것처럼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것 정도 아닐까요?”
“역시, 그게 맞겠죠….”
그렇게 말하는 장현아의 목소리에는 한숨이 뒤섞여 있었다.
장현아의 사수였기도 하고,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매니저라서 그런 걸까.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게 처음이라, 신경이 많이 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성현이 할 수 있는 말이 많지는 않았다.
정확히 무슨 일인지, 알고 있다면 또 모를까.
따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그가 길게 이야기하는 것도 이상했으니.
“걱정 말아요. 현아씨면, 뭐든 잘해 낼 테니까.”
“모르겠어요. 솔직히, 자신 없긴 해요. 선배님이나 채윤이랑 같이하는 거면 또 모를까.”
장현아의 말에,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렸다.
조성현이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게 용기를 빠르게 힘을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 시점에서 저렇게 답하는 것은….
결국 ‘소중한 사람’이 조성현과 채윤이라는 뜻 아닌가.
조금은 민망하기도 하고 그 믿음이 고맙기도 했다.
“뭔진 모르겠지만, 같이 하면 되잖아요. 저희가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조성현이 부러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답했다.
글쎄, 솔직히 뭐 장현아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그녀가 이 업계를 떠나지는 않을 터.
비단 장현아의 아버지가 pan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장판석이라서가 아니라, 장현아라는 사람의 성질 자체가 이 업계를 떠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장현아는 항상 매니저로서 일을 하며 진심을 보여주니까.
조성현이 음악을 하며 진심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는 아무렇지 않게 답할 수 있었다.
“…제가 어딜 갈 수도 있는 거니까요.”
장현아는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는 조성현의 말에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말에 조성현은 미간을 찡긋거렸다.
어디로 간다는 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아주 큰 일이 벌어져서 장현아가 다른 회사를 가버리는 일이 있어도….
조성현은 가능하면 그녀를 따라갈 생각이었다.
그냥 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장현아의 능력을 믿어서.
“뭐, 그럼 저희도 따라갈 수 있는 방법만 고민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그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애초에 장판석 대표의 딸이 Pan 엔터를 떠날 일도 없겠지만, 혹시라도 정말 다른 회사로 가거나 하는 일이더라도 방법은 분명 있을 거다.
아티스트로서는 장현아와 함께하고, 프로듀서로서는 박중원과 함께할 수도 있는 거고 말이다.
조성현의 말에, 장현아가 눈을 깜빡거렸다.
뭔가 생각을 하는 바가 있는 것인지.
장현아는 잠시 동안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면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녀가 밝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조성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된 모양이었다.
당연히, 조성현은 자신의 조언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 * *
다음날부터.
박한율은 pan 엔터테인먼트로 출근을 하기로 했다.
따로 장현아가 픽업을 갈 필요는 없었다.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아니, 사실 진행 할 것도 크게 없었다.
조성현은 채윤이와 한율이가 손을 풀 겸 연주를 할 동안 마지막으로 사운드 트랙을 점검했다.
그게 거의 유일한 작업.
애초에, 지금까지 조성현이 고민을 해왔던 부분들이 사실상 박한율의 등장으로 해결이 된 상황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원래라면 훨씬 더 디테일하고 어렵게 들여다보며 초 단위로 뭔가 계획을 했을 텐데.
이제 그럴 필요는 없었다.
길이는 분명 정해져 있지만, 세부적인 디테일은 각 연주자에게 맡기는 방법으로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녹음만 진행하면 되는 거지.’
물론… 그 녹음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다는 게 문제지만, 어쨌든 해결책은 간단했다.
“완벽하게 합주해야지 뭐.”
조성현이 자신감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도 아니면 모.
다른 사람이 본다면 도박 수나 다름없는 작업 방식이었다.
연주자 간의 호흡과 역량에 따라 사운드 트랙의 완성도가 달라지는 거다.
조금만 호흡이 틀어져도, 혹은 역량이 아주 살짝이라도 떨어지는 연주자가 있다면 절대 완성도 있는 트랙을 만들 수 없는 작업 방식.
그래서 장현아도 처음에 우려를 표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조성현은 자신이 있었다.
박한율과 채윤이는 어제도 보여주었다시피, 애초에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는 연주자들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건 조성현도 마찬가지였다.
조성현보다 채윤이와 호흡이 잘 맞는 연주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
숨소리만 들어도 어떤 연주를 펼칠지 이해하는 이들인데.
“아빠, 나는 준비 됐어.”
조성현에게 채윤이가 다가와 말을 한다.
아까부터 피아노 소리가 안 들리더니, 한율이도 조성현 쪽으로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미리 준비 해두었던 바이올린을 들어 올렸다.
“연습 좀 하다가, 녹음 진행하자.”
“응.”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시간은 많았다.
같이 호흡을 맞추고, 연습해보면서 완성도를 점차 높여 나갈 생각이었다.
조성현은 후우 하고 숨을 내뱉었다.
채윤이는 공주의 심정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조성현 자신은 왕이 되어 바이올린을 연주하면 된다.
그리고 박한율은.
스튜디오 녹음의 한계점인, ‘현장감’을 위해 투입된 피아니스트.
박한율은 ‘자연’을 연주하게 될 것이다.
조성현이 생각한 방법.
현장감을 놓치는 것도 아쉽고, 그렇다고 현장 녹음된 파일들을 가지고 완벽한 사운드 트랙을 만들 수 없다면.
‘인위적으로 현장감을 만들어내면 되는 거지.’
그가 속으로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자, 한 번 해보자.
그렇게 그들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