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98)
498화
연주는 곧바로 시작되었고.
따라란 딴.
지이이잉.
딴 따라란.
조성현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생각이 정확히 들어맞았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역시, 한율이를 선택하길 너무 잘했다.
박한율은 조성현이 생각했던 대로,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며 따라왔다.
아니.
‘따라오는 것도 아니지.’
한 명의 피아니스트로서, 그저 길을 개척해낼 뿐이다.
조성현과 채윤이가 각자의 캐릭터에 맞게 자신의 연주를 해내는 것처럼.
한율이도 ‘자연’이라는 자신의 캐릭터성에 맞게 연주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건, 조성현이 생각했던 대로 인위적으로 현장감을 충분히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냥 단순히 현장감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조성현과 채윤이 둘이 호흡을 맞추며 연주를 할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
중간에 새로운 존재가 끼어들어 연주하니, 조성현과 채윤이도 신경 써야 할게 많아졌고… 당연히 연주의 난이도 자체는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연주가 너무 재미있어진다.
그리고 연주자가 재미를 느끼는 만큼, 음악은 생기를 가지기 마련이었다.
음악이 생기를 가지면, 완성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말이다.
조성현이 미소를 지었다.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연주가 이 정도인데, 차분히 호흡을 맞춰서 완성에 가깝게 다가간다면 또 얼마나 훌륭한 연주가 탄생할 수 있을까.
그런 기대감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었다.
“와아….”
연주를 끝내고.
채윤이가 작게 숨을 흘렸다.
자연스럽게 감탄이 나온다.
완벽한 연주를 추구하는 건 연주자로서 당연했고, 채윤이와 한율이는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확실하게, 한 명의 연주자였다.
고생길이 훤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게 고생길이 아니라 재미있고 도전 정신을 일깨우는 일이 된 게 분명했다.
채윤이나 박한율의 얼굴은, 아 앞으로 좀 힘들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는 얼굴은 분명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너무 재미있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에 가까웠다.
조성현은 피식 웃었다.
“좀 어때?”
“재미있어. 계속해보자.”
채윤이가 곧바로 답하고.
조성현은 고개를 돌려 한율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도 고개를 끄덕인다.
“저도 재미있어요. 근데 너무 균형이 잘 맞는 것 같아서, 상황에 맞게 균형을 무너뜨리는 연주도 필요할 것 같긴 해요.”
박한율이 말한다.
그리고 그런 한율이의 말에 조성현이 눈을 빛냈다.
상황에 맞게 균형을 무너뜨리는 건 당연히 필요하다.
각 캐릭터가 강조되어야 하는 파트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 보면 결국 그 씬 자체가 심심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공주 캐릭터가 강조되어야 하는 파트라면 채윤이의 연주가 가장 부각 되어야 캐릭터성이 잘 살지, 균형만 맞추고 있으면 상황과 조금은 동떨어진 연주가 될 수 있다는 것.
조성현도 같은 의견이었고, 아마 채윤이도 비슷한 생각이 있었을 거다.
그 증거로, 채윤이도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박한율의 말에 동조하고 있었으니.
“맞는 생각이야. 이번에는… 균형을 맞추기보다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연주한다는 생각으로 한 번 자유롭게 해볼까?”
“응!”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밝은 목소리로 답한다.
아이는 뭐가 됐든 일단 얼른 다시 연주를 시작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채윤이의 모습에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며칠 동안 조성현과 채윤이, 그리고 한율이는 이렇게 계속해서 연주하는 것을 반복할 것이다.
골방에서 홀로 방망이를 깎는 노인 마냥.
완벽한 연주가 탄생할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하겠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적어도 이 세 명의 연주자들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과정이, 멀리서 본다면 비극이고 고통이었으나.
조성현과 채윤이, 그리고 한율이를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그 누구도 그들이 고통스러워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리라.
다시, 연주는 시작되었다.
* * *
3일이 걸렸다.
그리고 그 3일 동안, 한율이고 그렇고 조성현과 채윤이는 집에서 정말 말 그대로 잠만 잤다.
식사도 밖에서 김밥이나 샌드위치로 해결했고… 중간에 김치찌개를 먹은 게 가장 든든히 챙겨 먹은 식사였다.
그것도 장현아가 끌고 나와서 같이 식사한 것.
그만큼 조성현과 채윤이, 한율이는 연주 작업에 몰입했다.
물론, 아이들이 함께하고 있었기에 조성현은 절대적으로 아이들의 수면 시간과 휴식 시간을 신경 쓰며 일했다.
채윤이는 하루 8시간 이상 잠을 잤고, 식사도 꼬박꼬박했다.
그냥, 그 외의 모든 시간을 작업실에서 음악 작업하는 데에 몰두했을 뿐이다.
“진짜, 음악에 미친 사람들 셋이 모여 있는 건 자살 행위 아닌가 싶어요.”
옆에서 장현아가 중얼거린다.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녀가 내미는 차가운 커피를 받아 마셨다.
“아이들이 있었으니까 그래도 좀 덜 했죠. 셋 다 성인이었으면 집에도 안 들어갔을걸요.”
다른 음악인들과 작업을 했으면, 정말 집에도 안 들어가고 작업만 했을 것 같다.
그게 정상은 아니지만, 글쎄.
음악인 중 어디 정상인이 있던가.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옆에서 잠을 자고 있는 채윤이를 힐끗 한 번 보았다가 마우스를 움직였다.
막 녹음 작업을 마친 상황.
채윤이와 한율이는 지쳐서 기절하듯 잠을 청했다.
하루에 8시간은 꼬박꼬박 잤지만,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연주했다.
그런 생활을 3일 동안 했는데, 지치지 않는 게 이상했다.
체력도 체력이고, 아마 연주하며 얻은 음악적 영감들도 있을 거다.
그런 걸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겠지.
조성현은 아직 작업을 끝내지 못해, 마무리만 하고 그 또한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장현아가 얌전히 작업실 의자 하나를 빼 앉아, 조성현의 작업을 지켜본다.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못하고, 조성현은 자신의 작업을 이어나갔다.
녹음 작업을 끝냈고, 어느 정도 수정이 필요한 부분만 조금 수정을 하고, 가편집본에 맞춰서 사운드를 입히는 중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프로그램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으니까.
지금 조성현과 채윤이, 한율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까지는 했지만 그 이상은 프로그램과 함께 해야 한다.
고생을 많이 한 덕분에, 직접적으로 건드릴 만한 부분은 많지 않았다.
달칵 달칵.
마우스 소리가 작게 울리고.
후릅.
조성현이 커피를 마시는 소리도 울린다.
그렇게 또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 드디어 끝났다.”
그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파일을 저장했다.
지치기도 하고, 정신도 없는 와중에 조성현은 파일을 메일로 첨부해 보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제, 그의 손을 떠났다.
나머지 일은 정현석 감독이 알아서 해줄 것이다.
“밥이나 먹고 퇴근하죠.”
조성현이 말했다.
* * *
하루가 순식간에 흘렀다.
작업을 끝내고 그냥 집에 돌아와 잠을 자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 것.
그리고 다음 날.
조성현은 일어나자마자 아침 준비를 했다.
오늘 아침 메뉴는 한식이다.
된장찌개와, 계란말이, 그리고 얼마 전 부모님이 보내준 반찬들.
조성현은 마지막 계란말이를 접시에 옮기고 몸을 돌렸다.
채윤이는 여전히 안방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컨디션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는데, 그냥 졸린 모양.
조성현은 안방으로 들어가 채윤이의 옆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채윤아, 이제 일어나서 밥 먹을까?”
“으응.”
아이는 금방 답했다.
조금 졸린 듯한 목소리지만, 채윤이는 조성현의 팔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몇 번 깜빡거리던 채윤이의 눈은 금방 초롱초롱해졌다.
아이는 얼른 부엌으로 향해 식사를 시작했다.
“맛있다.”
된장찌개를 입에 넣고 행복해하는 채윤이를 보며, 조성현이 미소를 지었다.
“계란말이도 맛있어.”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젓가락을 움직여 계란말이를 절반으로 자른다.
아이는 한입 크기로 먹기 좋게 자른 계란말이를 냠 하고 소리 내어 먹었다.
식사는 금방 끝났다.
오랜만에 집밥을 해 먹으니,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던 것.
조성현은 식사를 끝낸 후 채윤이와 나란히 앉아서 태블릿을 조작했다.
“어제 작업한 거 들려줄게.”
“응. 얼른.”
그의 말에 채윤이가 관심을 보이며 답했다.
아이가 조성현의 어깨에 들러붙고.
조성현은 태블릿 화면을 몇 번 터치 하는 것으로 어제 작업했던 작업물을 재생시켰다.
영상과 함께 흘러나오는 연주들.
조성현과 채윤이의 보컬까지 들어가 있는 버전이었다.
말 그대로, 완성본.
15분 정도 되는 영상을, 채윤이는 말 한마디 없이 끝까지 집중해서 지켜보았다.
“어때?”
영상이 끝나고 나서, 조성현이 채윤이에게 물었으나 채윤이는 그때까지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무언가 고민에 빠진 듯한 채윤이의 모습에 조성현은 가만히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고.
“음… 뭔가, 내가 지금까지 잘 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
아이가 그렇게 말을 하더니 소파에서 내려와 피아노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조성현은 곧바로 태블릿을 옆에 두고 채윤이의 행동에 집중했다.
항상 이럴 때면,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조성현은 경험상 알고 있었기 때문.
아이가 갑자기 말수가 적어지고 피아노로 향할 때는, 영감이 찾아왔거나 지금껏 고민하던 것들이 해결되었을 때만 보여주는 모습이다.
채윤이는 느릿하게 움직여 피아노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스읍 하고 소리 내어 숨을 들이켜더니 이내 손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딴. 딴.
처음부터 강렬했다.
묵직한 저음, 그리고 반대로 맑은 고음을 동시에 두드리며 귀를 사로잡는다.
조성현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채윤이가 자리 잡고 있는 피아노 쪽으로 한 걸음씩 다가갔다.
그가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채윤이가 건반을 두드린다.
따란. 따라란.
계속해서 파워풀한 연주가 이어졌다.
그렇다고 과한 힘을 준 것은 아니었다.
뭔가 생기 있고, 귀를 잡아끄는 강렬함이 있는 연주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채윤이가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곡들이 보통 잔잔하거나 감성적이었다면, 이 곡은 그 반대에 가까운 곡.
채윤이가 마지막으로 만들었던 곡은 너무 화려하고, 들어간 요소들이 많아서 아이는 과감히 곡을 버렸다.
그리고 그 이후로 고민에 잠겨있었는데….
‘해결이 됐네.’
조성현이 예상한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었지만.
어쨌든 아이는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냈다.
강렬하게 연주하고, 때때로 불협화음을 유도하기도 하며 곡에 대한 집중도를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간단한 구조로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던져나간다.
잔잔하게 많은 말을 하는 것보다, 큰 소리로 압축된 몇 마디의 말을 하는 것을 선택한 거다.
조성현은 아이의 연주가 끝날 때까지 채윤이의 뒤에서 서서 가만히 웃음을 보였다.
채윤이는 다시 한번 성장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