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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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화
박중원과의 식사는 금방 끝났다.
조성현이야 당장 해야 할 일이 많지는 않은 상황이었으니 시간을 많이 써도 상관없었지만, 박중원은 정신없이 일해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같이 식사를 하자고 제안한 것은 조성현과 장현아의 거취 문제 때문이리라.
조성현이 국내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한다면 박중원으로서는 새로운 매니저를 고민해봐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자신의 팀원이었던 장현아가 해외팀으로 발령 나는 것이었으니 마지막으로 자신이 할 일이 어떤게 있을까 파악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다시 연습실로 돌아오는 길.
연습생 한 무리가 우르르 빠져나오고 있었다.
대여섯 명의 연습생들은, 조성현을 발견하고 얼른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식사하러 가는 길이에요?”
“어….”
조성현의 질문에, 다들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그 모습에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연습생들이 월말 평가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눈치를 보는 거다.
누군가는 지적을 받았을 테고, 프로듀서들 중에서는 연습생들이 한가하게 밥이나 먹고 다닌다고 못마땅해할 만한 인물들도 여럿 있으니까.
“식사 때 늦었는데, 배고프겠다. 맛있게 먹고 와요.”
조성현은 그렇게 말을 해준 후 싱긋 미소 지었다.
“네, 네!”
“감사합니다!”
연습생들이 안심하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후다닥 걸음을 옮긴다.
조성현은 그런 연습생들을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다들 데뷔를 위해 참 열심히 산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연습실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바이올린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연습실.
‘그래도… 다행이다.’
방금 마주친 연습생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조성현은 채윤이가 저 사이에 끼어있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빠로서, 자신의 딸이 저렇게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너무 스트레스에 취약한 환경이다.
Pan 엔터테인먼트가 그나마 연습생 대우가 괜찮지만, 그렇다고 연습생들이 행복하기는 힘든 구조였다.
그에 비해 채윤이는, 원하는 음악을 편안히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채윤이랑도 이야기해 봐야 하는데.”
길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지 않았다.
개학하고 며칠 동안 아이가 너무 정신없어 보였으니까.
거기에, 조성현 개인적으로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말을 꺼내기 어렵기도 했었다.
그래도, 이제 어느 정도 생각 정리가 끝난 느낌이었다.
‘중원이 형이랑 이야기하길 너무 잘했지.’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박중원과 함께 식사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며칠 동안은 더 머리가 복잡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해외 진출이라는 부분에 꽂혀서 조성현 자신의 시야도 좁아져 있었던 모양이니까.
“영리한 선택이라….”
조성현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바이올린을 들어 올렸다.
다시 조율하면서, 그는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확실히 장현아는 영리한 선택을 했다.
조성현과 채윤이가 지는 책임은 많지 않았다.
회사에서 지원이 확실하게 될 것이고, 거기에 더해….
콘서트를 열고 행사를 다니는 다른 아티스트들과는 다르게 조성현과 채윤이는 애초에 그런 스케줄이 거의 없다.
사실상 미튜브와 음원 수익, 그리고 CF 촬영을 통해 얻는 모델료가 아티스트로서 얻는 수입원의 전부.
거기에 조성현과 채윤이가 프로듀서와 작곡가로서 발생시키는 수익은 장소가 그리 상관있는 부분도 아니었다.
최소한의 장비만 제공된다면, 해외나 국내나 다를 바가 없다는 뜻.
사실상 조성현과 채윤이로서는 해외로 미튜브 촬영을 떠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해외 진출 전략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떤 형식이든 조성현과 채윤이의 부담은 거의 없다.
“매니저가 바뀔 일도 없고.”
장현아는 조성현과 채윤이를 최대한 배려하고, 신경을 쓰며 이런 제안을 한 것이었다.
물론, 장현아가 조성현 자신과 채윤이가 해외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게 배려를 해준 것이겠지.
거기에, 사실 장현아에게 돌아오는 부담도 적다.
해외 진출이 실패한다고 해도, 조성현과 채윤이의 미튜브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면피가 될 테니까.
여전히, 해외 진출을 함께 해야 할지 아니면 거절해야 할지 결정 내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저울추는 조금이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운 것은 확실했다.
조성현은 조율을 마친 바이올린을 다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연습을 이어나간다.
지이잉.
바이올린 연주가 연습실을 가득 메웠다.
뚝.
연주를 하다 말고 든 생각에, 조성현은 손을 멈췄다.
그가 눈을 깜빡거리며 자신의 바이올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미쳤네.”
한 걸음 떨어져서, 조금 진정한 후 생각을 하다 보니 새로운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장현아가 왜 자신과 채윤이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한 것일까.
다른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놔두고, 자신과 채윤이에게 함께 하자고 이야기한 이유는 뭘까.
그냥, 정 때문에?
아니.
장현아는 그저 정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그저 매니저로서 존재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Pan 엔터테인먼트의 차기 수장이 될 수도 있는 사람으로서, 회사가 최소한으로 투자하고 최대한의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보다도 더 신중하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
그런 장현아가 그냥 정 때문에 그랬을 리는 없다.
그럼 왜일까.
간단했다.
“하.”
그가 웃음기 섞인 숨을 내뱉었다.
우리나라 가수가 해외 진출을 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이 뭘까.
결국, ‘언어’다.
기본적으로 말이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공감을 시키고 대중들이 듣게 만들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조성현과 채윤이는 해외 진출을 위한 최고의 선택지가 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곡에 가사를 꽤 담긴 했지만, 조성현과 채윤이의 곡을 이루고 있는 ‘기본’은.
‘피아노, 그리고 바이올린.’
클래식을 기초로 한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모든 곡의 기틀이었다.
언어의 장벽?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거다.
음악이 괜히 신의 언어라 불리겠는가.
전 세계 어딜 가든, 음악은 똑같다.
도는 도.
레는 레.
크레센도는 크레센도.
아다지오는 아다지오.
그래, 그걸 부르는 용어가 다를 순 있다.
하지만 그 의미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조성현과 채윤이는 해외 진출을 노리는 입장에서는 최고의 패였다.
일반적인 아티스트들이 아니었으니까.
작곡과 프로듀싱을 전부 직접 해내는, 심지어 언어의 장벽을 가지지 않은 음악을 하는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너무 유능한 매니저를 둔 것 같았다.
* * *
조성현의 연습은 채윤이의 하교 시간까지 이어졌다.
바이올린을 정리하고 아이의 학교에 가니, 시간에 딱 맞춰서 도착할 수 있었다.
그가 학교 정문에 들어서는 것과 거의 동시에 채윤이가 영준이와 함께 건물을 빠져나오고 있었으니까.
“아빠!”
채윤이가 손을 흔들면서 조성현에게 인사를 한다.
옆에 있는 영준이는 언제나처럼 꾸벅 고개 숙여 인사했다.
“고생했어 채윤아.”
조성현이 자신의 허리춤을 끌어안는 채윤이를 향해 말했다.
아이가 웃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거린다.
“아빠.”
“응?”
채윤이는 영준이와 시선을 교환하더니, 슬쩍 조성현의 옷을 잡으며 그를 불렀다.
조성현이 눈을 깜빡이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이번 주 주말에 영준이랑 같이 놀고 싶은데, 놀아도 돼요?”
아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존댓말까지 사용하며 물어보는 걸 보면, 꽤 놀고 싶은 모양이다.
“뭐 하고 놀 건데?”
“미술관 가보고 싶어요!”
채윤이가 신난 목소리로 말한다.
조성현은 뜬금없이 나온 미술관의 존재에, 미간을 좁혔다.
미술관에 놀러 가고 싶다는 말이 쉽게 이해되진 않았다.
“미술관은 갑자기 왜? 영준이가 보고 싶은 전시가 있는 거야?”
조성현이 물었다.
영준이가 그림을 그리니, 미술관에 가자고 일종의 데이트 신청을 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던진 질문이었다.
그에 대한 답은 채윤이가 아니라, 영준이가 해주었다.
“엄마가 미술관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채윤이한테 말해주니까 가보고 싶다고 해서요.”
“아, 어머님이 미술관에서 일하시게 됐어? 어디 미술관?”
“아름드리 미술관이요. 아름드리 도서관 지하에 있는 미술관이에요. 이번에 반 고흐 테마 특별 전시회가 있는데….”
영준이가 열심히 설명한다.
옆에서 채윤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걸 느끼고, 조성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같이 가보자.”
영준이네 어머니가 일하는 미술관을 가보고 싶다는 건데, 허락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조성현의 답에 채윤이가 활짝 웃음을 보였다.
아이는 좋아하며 조성현에게 다시 안겨 왔고, 영준이도 밝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 내일 전시회 표 가지고 올게요!”
영준이가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 영준아, 그럼 내일 보자.”
“네!”
영준이가 다시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
채윤이가 영준이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얼른 조성현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배는 안 고파?”
“아직 괜찮아.”
집에 돌아가며, 조성현이 물으니 채윤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답한다.
아이는 주말에도 영준이와 만날 생각에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 하고 소리를 낸다.
“맞다. 아빠.”
“응 채윤아.”
“선생님이 아빠한테 말하라고 한 거 있었는데.”
채윤이의 말에 조성현이 시선을 움직여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래? 담임 선생님이?”
“아니, 교장 선생님이.”
“어?”
조성현이 당황하며 멈칫거렸다.
교장 선생님이 부모님께 전달하라고 한 말이 있다는 것 자체가 학부모로서는 심장이 조금 쫄깃해질 수 있는 일이었다.
놀란 조성현의 얼굴과는 달리, 채윤이의 표정은 태연했다.
아이는 도리어 조성현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시간 될 때 면담 가능하시냐고 한 번 물어보라고 했는데.”
“학교에서 따로 별일이 있었던건 아니고?”
“아냐, 나 숙제도 다 해갔는데….”
채윤이가 눈을 깜빡거리면서 말한다.
조성현은 아이의 반응에 픽 웃었다.
귀여운 반응을 보고 있으니 당황한 마음이 조금 진정되긴 하는데, 의문이 들긴 했다.
무슨 일로 면담이 가능하냐고 물어보라고 한 걸까.
의아하긴 했지만, 조성현은 채윤이에게 더 질문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더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 채윤이도 불안해 할 것 같았다.
‘이따 전화 통화 한 번 해봐야겠네.’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