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09)
509화
“학교 측에서 이미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어서 따로 요청하지 않은 것뿐입니다.”
조성현의 말에, 성하연이 부드럽게 웃으며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미 서로 할 말이 무엇인지 파악했고, 조성현의 본론이 그냥 ‘충분하다’는 아닐 것이라는 걸 성하연도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성현이 말을 이었다.
“미튜브 촬영이 필요할 때 학교에 나오지 않는 부분도 잘 양해해주셨고요. 채윤이가 행복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그걸로 만족합니다. 물론 지원해주신다면 거절하진 않겠지만….”
“채윤이가 워낙 재능 넘치는 아이라서, 저희가 지원해 줄 수 있는 게 많진 않겠죠.”
성하연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조성현도 미소를 띠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즈니스라고 표현하는 것도 정말 우습긴 하지만, 주고받는다는 부분에 있어서 그 표현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대한 예술 사립학교의 위명이 있으니 입학할 당시에는 과연 채윤이가 잘 입학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반대다.
학교 측에서는 채윤이를 놓아주고 싶지 않을 거고.
대한 예술 사립학교가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 과정이 따로 있는 만큼 거기까지도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조성현은 채윤이가 행복했으면 하고, 아이는 대한 예술 사립학교에서 충분히 행복해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은 또 아니었다.
실질적으로 채윤이가 얻는 게 있어야 장기적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 테니까.
그냥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결국엔 아이가 배워 갈 수 있는 게 있어야 한다.
성하연은 그걸 위해서 말을 꺼내는 거다.
대한 예술 사립학교는 채윤이라는 재능 있는 학생을 놓치고 싶지 않은 거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 측에서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게 맞는 거니까.
“아버님.”
진지한 목소리로, 성하연이 조성현을 부른다.
조성현 또한 진지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성하연이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채윤이 같은 아이는 정말로 드물고, 저희 학교에서도 사실… 이렇게 말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지만, 감당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너무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에, 조성현은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속으로는 채윤이가 그 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딸은 분명 천재다.
조성현의 재능을 훌쩍 뛰어넘는 재능을 소유하고 있고.
어딜 가던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아이였다.
하지만 반대로, 대한 예술 사립학교 또한 어디에 나가 학교 이름을 꺼내면 탄성이 조심스럽게 나올 정도로 이름 있는 학교인 것도 사실.
그런 대한 예술 사립학교에서도 채윤이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왔다.
그것도, 교장선생님의 입에서.
조성현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잠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더 좋은 교육을 위해서 저희는 분명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게 채윤이에게 부족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원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를 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재능 있어서 문제가 되는 거군요.”
“아버님께서 그냥 이대로 만족하신다면, 학교 입장에서야 사실 편한 일이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불편할 것 같네요. 사립학교라는 특수한 환경은, 의도하지 않아도 학교가 채윤이를 이용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죠.”
지금의 대한 예술 사립학교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건.
결국 대한 예술 사립학교에서 수많은 인재들이 배출되었기 때문이다.
그걸 굳이 홍보하고 다니지 않더라도, 채윤이가 대한 예술 사립학교를 졸업한다면 채윤이를 보고 대한 예술 사립학교에 입학을 희망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을 터.
학교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고, 학교측에선 채윤이를 통해 반사이익을 많이 얻게 될 텐데 그에 비해 학교가 채윤이에게 해주는 것이 너무 없다고.
더 많은 지원을 해주고 싶으니, 말해달라고.
성하연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조성현은 헛웃음을 흘렸다.
어느 정도 재능 있는 아이였다면, 학교 측에 많은 도움을 요청했을 거다.
근데 채윤이는 이미 학교가 도와주지 않아도 대중들에게 음악을 알리고, 심지어 오케스트라와 협업해 무대에 서기도 하지 않았나.
학교 측에서 도와줘야 간신히 해낼 일을, 채윤이는 그냥 혼자 알아서 해버린 거다.
“채윤이는 환경만 만들어준다면 끝없이 성장할 수 있는 아이입니다. 아버님.”
“…….”
“필요한 건 더 넓은, 더 큰 환경일 뿐이죠.”
성하연의 말에 조성현은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부끄러웠다.
대한 예술 사립학교의 교장이, 직접 말하고 있다.
채윤이를 감당하기 힘들고, 아이에겐 더 넓은 환경이 주어진다면 끝없이 성장할 수 있다고.
그럼, 조성현은 과연 채윤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
아이에게 더 넓은, 더 큰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는가.
‘…그런 걸 만들어 줄 수 있을 리가 없지.’
자신이 뭐라고, 어떻게 아이에게 그런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겠는가.
교육에 있어서 이름 높은 대한 예술 사립학교 또한 아이에게는 좁은 무대라고 하는데.
조성현은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과는 다르게, 마음은 깔끔하게 정리되고 있었다.
“더 넓은 무대를 경험할 수 있게 저희가 돕겠습니다. 원하는 방향성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성하연이 그렇게 말하면서 한쪽에 있던 서류를 내밀었다.
조성현이 조용히 성하연이 내미는 서류를 받아, 펼쳤다.
꽤 두꺼웠다.
“이건….”
“국제 콩쿨 참가 신청서들입니다. 직접적으로 저희가 추천서를 넣을 수 있는 곳, 간접적으로 넣을 수 있는 곳 전부 포함했습니다.”
“…채윤이가 콩쿨에 참가해야 한다고 보시는 건가요?”
“굳이 콩쿨이 아니더라도 방법은 있긴 하지만, 아이의 재능을 알고 있는 건 결국 저희뿐이니까요.”
채윤이가 더 넓은 세상에 나가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증명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조성현은 가만히, 콩쿨 참가 신청서들을 내려다보았다.
장현아가 오전에 말했던 콩쿨을 통해 해외 진출을 하는 방식.
그리고, 성하연이 지금 말하는 채윤이의 성장을 위해 더 넓은 세상이 필요하다는 말이 겹친다.
결국 조성현은 헛웃음을 흘렸다.
‘이게 정해진 길이라는 건가.’
복잡했던 머리가 순식간에 정리된다.
더 넓은 세상을, 그런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없는 아버지라면.
적어도 방해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의 고민때문에 채윤이가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조성현은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채윤이는 언젠가는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 그럼 어디 한 번 채윤이를 믿어보자.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고민해 보고, 채윤이와도 충분히 상의해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해 주실 만한 콩쿨이 있으시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테니 부담 없이 추천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음… 베를린 국제 콩쿨을 추천 드리고 싶은데. 이건 저희가 직접적으로 도움을 드리기보단, 한 다리를 건너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형식이든 괜찮습니다.”
“그럼, 따로 연락이 갈 수 있도록 조치해볼게요.”
“감사합니다.”
조성현이 웃으며 말했고.
성하연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아닙니다. 저희 학교를 선택해 믿고 맡기신 만큼, 채윤이가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성하연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답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조성현은 일종의 존경심을 느꼈다.
조성현도 그녀에게 마주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학부모 면담은, 결국 조성현의 고민을 해결해 주었고.
동시에 숙제 하나를 안겨다 주고 끝이 났다.
* * *
학교가 끝나고.
조성현은 채윤이와 함께 장을 보러 마트로 향했다.
오랜만에 함께 장을 보는 것이라 그런지 채윤이는 연신 두리번거리며 눈을 빛냈다.
“젤리도 살까?”
“좋아.”
요즘 젤리를 자주 먹지 않는 채윤이였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건 여전했다.
젤리를 한 통 사들고, 일주일 동안 먹을 식재료들까지 골라 담으며, 조성현은 힐끗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도 마침 조성현을 바라보다가 서로 눈이 마주했다.
“뭐 말하고 싶은 거 있어?”
“만두도 먹고 싶어.”
“하하. 만두도 사자.”
아이의 말에 조성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채윤이가 신난 듯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하나씩 카트에 담는다.
그런 아이를 보며 조성현이 입을 열었다.
“채윤아.”
“으응?”
아이가 또 먹을 만한 게 없나 두리번거리다가 조성현에게 한 박자 늦게 답한다.
“콩쿨, 다시 해볼 생각은 없어?”
“다시 해보고 싶어.”
바로 튀어나온 답에, 조성현이 멈칫거렸다.
지금까지 채윤이는 콩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약간의 망설임이 담긴 답을 했었기 때문.
“그래?”
“응. 조금 무섭긴 한데, 그래도 다시 해보고 싶어. 예전에 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훨씬 더 잘하겠지.”
“친구들하고 같이 치는 것도 재미있는데, 콩쿨 나가면 진짜 잘하는 사람들이랑 피아노 할 수 있는 거잖아. 재미있어.”
아이의 답을 듣고, 조성현은 채윤이가 음악이 아닌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1년 전과 비교 했을 때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채윤이는, 꽤나 성숙해졌다.
개인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많이 성숙해졌고 그 부분이 영향을 많이 미쳤으리라.
“그럼, 콩쿨 다시 한번 해볼까?”
“응. 난 좋아.”
“혹시 다른 나라에 가서 콩쿨 나가는 건 어떻게 생각해?”
조성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국내에서 콩쿨을 나가는 것과, 해외에 나가서 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
채윤이는 그 말에 고개를 돌려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다른 나라?”
“응. 아빠랑, 현아 언니랑 같이.”
“친구들은?”
“짧으면 일주일, 길면 몇 주일 정도는 아마 친구들을 못 만날 거야.”
그 말에, 채윤이가 고민하는 듯 미간을 찡긋거렸다.
하지만, 이내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어.”
아이가 단단한 목소리로 답했다.
채윤이의 답에, 조성현이 미소 지었다.
그래, 결국 이렇게 결정이 날 일이었다.
결론은 정해져 있는데, 고민이 너무 길었다.
조성현이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그는 문득 생각이 나,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채윤아.”
“으응?”
“다음 주에 아빠가 뮤즈 언니들이랑 만나기로 해서. 하루는 현아 언니가 채윤이 데리러 갈 거야.”
촬영이 있으면 아무래도 채윤이를 데리러 가기 힘들었다.
그런 의미로 말을 했는데, 채윤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품에 안고 있던 젤리 봉지를 툭 하고 떨어뜨렸다.
“아빠 혼자 뮤즈 언니들 보러 가는 거야?”
“어…?”
예상했던 것보다 격한 반응에, 조성현이 눈을 깜빡거리며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이의 말은, 그를 더 당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건 배신이야.”
채윤이가 그렇게 말하며 젤리 봉투를 다시 주워, 먼저 걸음을 옮겼다.
조성현이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