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1)
51화
조성현도 이곳에 분수대가 있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
애초에 공원을 올 일이 거의 없었던 데다가, 혼자 와서 분수를 보는 것도 우스운 일 아닌가.
하지만, 채윤이와 함께 있으니 은근 기대가 된다.
아이가 분수를 보고 얼마나 좋아할까.
해맑게 웃는 채윤이의 모습이 상상돼, 조성현은 슬쩍 미소를 보였다.
“채윤아.”
“아빠! 분수래요 분수!”
채윤이 조성현을 바라보며 신난 목소리로 외쳤다.
분수를 본 적 없을 채윤이다.
신기해하고, 얼른 가까이 가고 싶어 했다.
조성현은 웃으며 아이가 이끄는 대로 분수대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분수대는 호수의 가장자리에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시원하게 젖거나 하지는 못하는 모양.
채윤이는 난간 근처에 다가가서 분수대를 바라보았다.
“왜 물이 안 나와요?”
아이는 의아한 얼굴로 조성현을 돌아보며 물었고,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노래하는 분수대가 저기가 맞는 것 같긴 한데, 분수는 안 나오고 있었다.
“글쎄. 날이 추워서 그런가?”
10월 말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아직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쌀쌀한 날씨는 맞으니까.
채윤이는 조성현의 말에 눈에 띄게 실망한 얼굴을 했다.
분수를 보고 싶었던 모양.
조성현은 아이를 향해 팔을 벌렸고, 채윤이 그에게 다가와 안겼다.
“언제부터 다시 하는지 한 번 볼까?”
조성현이 그렇게 말을 하며 중앙에 있는 안내판으로 다가갔다.
노래하는 분수대의 역사와, 특징들이 기록되어 있는 안내판.
한쪽에는 노래하는 분수대의 가동시간도 나와 있었다.
“어? 딱 화요일까지만 하고 끝나나 봐. 채윤아.”
조성현이 안내판을 읽다가 말했다.
다행히, 분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따가… 2시 30분에 한다고 하니까, 아직 한 시간 정도는 남았네.”
“한 시간?”
“응. 놀이터에 가서 조금만 놀다 보면 한 시간 지나 있을걸?”
그 말에, 채윤의 얼굴이 밝아진다.
“노리터에서 놀다가 오면 분수 볼 수 있어요?”
“응. 분수 볼 수 있어.”
“헤헤. 채윤이는 좋아요!”
기분 좋은 목소리로, 채윤이 말했다.
결국 조성현은 채윤이와 함께 분수대에 다시 돌아오기로 약속하고, 시간도 보낼 겸 놀이터로 향했다.
분수대에서 놀이터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걸어서 5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였으니, 정말 가까운 편.
그는 모래가 아니라 색색의 고무 소재 타일이 깔린 바닥을 보고는 묘한 눈빛을 했다.
“노리터다!”
“응. 놀이터네. 아빠 때는 다 모랫바닥이었는데, 요즘에는 놀이터도 많이 바뀌었다.”
조성현이 그렇게 말하면서 채윤의 손을 놓았다.
채윤이 멈칫거렸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놀이터로 다가갔다.
아이가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미끄럼틀이었다.
계단을 올라간 아이는 조성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빠 안녕! 채윤이는 키 엄청 크다!”
“우리 채윤이 어떻게 거기까지 올라갔지? 대단하네. 이제 아빠보다 키 큰 거 아니야?”
조성현이 웃으며 아이의 말에 답해주었다.
채윤은 꺄르르 웃으며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다.
혹시 넘어질까, 미끄럼틀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성현은 채윤이 안전하게 내려오자 안심했다.
하긴, 채윤이도 7살이다.
너무 어린 나이지만, 미끄럼틀을 타는 걸 걱정할 나이는 또 아니었다.
조성현은 놀이터 근처에 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는 채윤이가 신나게 뛰어노는 것을 지켜보았다.
“안녕.”
누군가, 채윤이에게 말을 건다.
대여섯 살로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성현은 건너편 벤치를 바라봤다.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성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채윤이는 남자아이가 인사를 건네자 고개를 돌려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조성현은, 살짝 긴장했다.
채윤은 원래 모든 이들을 밀어내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던 아이다.
조성현이 돌아오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영준이가 인사를 해도 안 받아주지 않았던가.
아이는 그때 분명, ‘친하지 않다’고 했다.
이번에는 어떻게 반응할까?
조성현은 언제든 일어나 채윤에게 다가갈 준비를 했다.
“안녕!”
채윤이가 웃으며 인사했다.
조성현은 그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영준이의 인사도 안 받던 채윤이가, 놀이터에서 처음 보는 남자아이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아니, 그것뿐 아니라 마주 인사도 해주었다.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였다.
채윤이는 마주 인사를 해주고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다시 놀기 시작했다.
아이는 미끄럼틀을 타고, 밧줄로 만들어져 있는 그물을 오르면서 놀다가 밑으로 내려와 조성현에게로 달려왔다.
이름 모를 남자아이는 채윤이가 하는 걸 뒤따라서 그대로 따라 하다가 조성현에게는 차마 다가오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아빠아!”
“응 채윤아. 뛰지 말고.”
조성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채윤이가 뛸 때면 항상 넘어져서 다칠까 조마조마하다.
뛰지 말라고 하는 말에 채윤이는 속도를 늦췄지만, 나중에 또 까먹고 뛰겠지.
조성현은 채윤의 머리를 정리해주면서 아이의 말을 들었다.
“저거!”
“시소?”
채윤이 가리킨 것을 본 조성현이 되물었고, 채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고 싶은데….”
같이 가서 하자는 눈빛에, 조성현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시소를 타러 가려 했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 돌리니 남자아이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한 눈빛으로, 말을 걸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모습.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조성현은 픽 웃고 말았다.
“채윤아.”
“네에?”
“아빠랑 시소 타면 재미없을 텐데.”
“아닌데. 시소는 재미있어!”
채윤이 외친다.
조성현은 웃으며 설명했다.
“아빠가 채윤이보다 너무 무거워서, 시소는 아마 가만히 있을걸?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우으음… 채윤이도 무거운데….”
동의할 수 없다는 듯 채윤이는 애써 머리를 굴렸지만, 아이도 이미 조성현이 자신보다 무겁다는 건 알고 있었다.
“채윤아.”
“네에?”
“아빠는 너무 무거워서 힘드니까, 저기 저 애랑 같이 타는 건 어때? 채윤이랑 저 애랑 타면 아빠랑 같이 시소를 탈 수 있지 않을까? 한 번 친구한테 물어볼까?”
“…….”
채윤이는 망설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시소가 궁금하긴 했던 모양인지, 아이는 결국 슬쩍 남자아이 쪽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너는 이름이 뭐야?”
채윤이 묻는다.
남자아이는 화들짝 놀라면서 멀뚱멀뚱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자신의 엄마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가 이내 답했다.
“차승원.”
“몇 살이야?”
“여섯 살.”
승원이라는 손가락을 내밀어 숫자 6을 만들면서 말했다.
채윤이는 가만히 승원을 바라보다가 시소를 가리켰다.
“같이 탈래?”
“그래!”
승원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조성현은 미소를 보이며 채윤이와 승원이를 데리고 시소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는 채윤이 먼저 시소 위에 올라타는 것을 확인하고는, 승원이를 채윤이 앞에 태웠다.
“손잡이 다들 잡았지?”
“네에!”
“응!”
아이들이 답하는 것을 본 조성현은 반대쪽 끝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올랐다.
끼이익.
작은 마찰음과 함께 채윤이와 승원이의 몸이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채윤이 꺄르르 웃었고, 승원은 순간 무서웠는지 손잡이를 꽉 잡았다가 채윤이 웃자 함께 웃었다.
승원의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슬쩍 다가와 가까이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조성현은 내심 안심했다.
아이를 두 명 본다는 건 은근 부담이 되는 일이었으니까.
특히, 자신의 아이가 아닌 남의 아이까지 함께 보는 상황이면 더더욱.
그래도 엄마가 근처에 있어서 다행이다.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시소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끼익 끽. 끼익.
시소가 움직일 때마다 마찰음이 들렸다.
그 마찰음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금방 묻혔지만.
시소를 얼마나 탔을까?
근처에서 지켜보던 여성이 입을 열었다.
“승원아, 이제 슬슬 분수 나올 시간인데?”
“분수?”
아무래도 승원이라는 아이도 분수를 보려고 놀이터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채윤이도 분수라는 말에 고개를 들어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조성현은 조심스럽게 시소에서 내려오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감사합니다.”
“아, 아닙니다.”
“아이가 웃는 게 정말 예쁘네요.”
여성은 채윤을 보면서 말했고, 조성현은 다시 감사 인사를 하며 웃었다.
승원이네도 분수를 보러 가는 길이었기에, 결국 채윤과 승원은 분수까지도 함께 했다.
승원은 채윤을 졸졸 따라다녔고, 채윤은 그게 또 싫지는 않은 모양인지 조잘조잘 떠들면서 승원에게 뭐라 뭐라 이야기했다.
채윤이 자신이 아닌 다른 이에게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정말 진귀한 광경이라서, 조성현은 흐뭇하게 그것을 지켜보았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가는데, 금방 분수대가 보였다.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잠시 후 노래하는 분수대가…
“어디서 볼까?”
계단식으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조성현이 채윤에게 그렇게 묻자 채윤은 승원이랑 무언가를 이야기하더니 자리에 앉았다.
조성현이 아이들 옆에 앉자마자.
두웅.
드럼 소리와 함께,
푸화아아.
분수가 솟았다.
“우와아아!”
승원이 감탄했고, 채윤이도 입을 벌리고 분수를 바라보았다.
노래하는 분수대라고 하지만, 당연히 분수대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 건 아니었다.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스피커에서 드럼 베이스로 되어 있는 음악이 흘러나왔고, 그 음악에 맞춰서 분수가 솟았다.
멋지긴 했다.
음악에 맞춰서 분수가 솟아오르는 광경은,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었으니까.
채윤이와 승원은 노래하는 분수대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승원이 갑자기 아차 한 듯 입을 열었다.
“소원 빌어야 해!”
아이는 그렇게 말을 하더니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그 모습을 보고는 채윤이도 황급히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조성현은 채윤의 옆에 앉아,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두 눈을 감고, 손을 앞으로 모으고 있는 아이.
맑은 가을 하늘과, 아이의 앞에 펼쳐져 있는 넓은 호수.
오늘따라 그 모든 풍경이 새롭게 느껴졌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