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21)
521화
하루, 이틀, 일주일, 이주일…
빠르게 시간이 흐르고.
밤에 젖어 들 무렵.
“…”
채윤이는 피아노 앞에 앉아 가만히 건반을 내려다보았다.
조성현은 그런 아이의 뒤에 앉아, 채윤이를 바라보고.
아이가 조심스럽게 건반에 손을 올렸다가, 움찔하더니 다시 내린다.
내일, 비행기를 탄다.
가서도 며칠 동안은 컨디션을 조절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으니 곧바로 콩쿨이 시작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긴장한 건 채윤이 뿐만이 아니었다.
조성현도 이미 주먹을 꾹 쥐었다 펴기를 여러 번 반복하며 긴장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해외에 전혀 나가본 적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아티스트로서 음악가로서 나가는 건 처음이었다.
“채윤아.”
“응?”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채윤이가 곧바로 반응하며 몸을 돌린다.
조성현은 아이에게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이가 피아노 의자에서 내려와, 두 팔을 벌리며 조성현에게 다가온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채윤이를 안아 무릎에 앉힌 조성현은, 이내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콩쿨 나가면, 잘할 수 있겠지?”
“…잘 모르겠어.”
채윤이가 미간을 찡긋거리면서 말했다.
아이도, 꽤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사실 조성현보다 채윤이가 더 긴장되겠지.
아이가 본선에 올라가야 조성현이 함께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 것인데, 예선에서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채윤이도 베를린 국제 콩쿨의 시스템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고, 당연히 여러모로 생각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재미있게 하고 오자.”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미간을 좁히더니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재미있게만 하면 안 돼.”
“그럼?”
“…상 받고 싶어.”
“상 받고 싶어? 뭐, 어떤 상?”
“몰라. 제일 좋은 거.”
채윤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베를린 국제 콩쿨에 어떤 상이 있는지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어쨌든 1등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보인다.
조성현은 채윤이가 강하게 결심한 것 같은 느낌에, 더 이상 무어라 말하지 못했다.
아버지로서는 그냥…
즐기고, 좋은 경험을 하고 오면 좋겠다는 마음이지만.
동시에 그와 상반되는 마음도 분명 있었다.
‘그냥, 다 부수고 왔으면 좋겠다.’
한 명의 연주자로서, 채윤이 자신의 연주를 완벽하게 입증해내고 돌아오면 좋을 것 같다.
입증하는 방식이 굳이 상일 필요는 없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은 사실.
정말… 만에 하나라도 채윤이가 베를린 국제 콩쿨에서 우승한다면, 클래식 불모지라고 불리는 한국에서 엄청난 이야깃거리가 될 것은 뻔했다.
클래식을 전공하는 이들에게는 거의 전설의 영웅담 급이 아닐까.
조성현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다 픽 웃었다.
“열심히, 재미있게 하면서 1등도 한 번 도전해보자.”
“응!”
“1등 못하더라도 전혀 상관없으니까, 마음 편하게 먹고.”
“음… 아냐. 1등 하고 싶어.”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다시 한번 자신의 목표를 드러낸다.
그리고 조성현은 결국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음악에 관련된 채윤이의 의지는, 조성현도 꺾을 수가 없었으니까.
숨을 들이켠 조성현도 마음을 바꿨다.
“그래, 기왕 나가는 거…”
제대로 한 번 해보고 오자.
목표는, 정상이다.
* * *
다음날.
공항으로 가는 길.
장현아가 운전하는 차 안에는 피곤하지만, 긴장 때문에 눈이 똘망똘망 한 채윤이와 조성현이 나란히 앉아 있고.
조수석에는 한아름이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고 있었다.
채윤이가 한아름의 카메라에 손을 흔들어 인사하자.
한아름이 얼른 입을 열었다.
“어디 가시는 길이에요?”
“공항에요!”
“공항? 무슨 일로요?”
“…알잖아요. 저희 베를린 가요.”
채윤이가 그렇게 묻는 한아름을 보며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하지만, 어쨌든 대답은 성실하게 했다.
“베를린에는 무슨 이유로요?”
한아름이 묻고.
조성현이 슬쩍 끼어들었다.
“콩쿨에 참가해 보려고요.”
“콩쿨에 참가하시려고 베를린까지 가시는 거예요?”
한아름은 인터뷰 형식의 대화를 계속 이어나갈 생각인 것 같았다.
옆에서 눈을 깜빡이는 채윤이 대신, 조성현이 대답을 해나갔다.
“네, 베를린 국제 콩쿨이라고. 베를린에서 열리는 콩쿨이 있는데… 거기 참가하는 거예요.”
“와, 국제 콩쿨이면 가서 예선 통과만 해도 대단한 거 아닌가요?”
“대단한 거죠.”
“목표는, 그럼 본선 진출?”
한아름의 말에, 조성현은 잠시 채윤이를 돌아보았다.
지난밤, 막 목표 설정을 하지 않았나.
“아뇨, 그래도 멀리까지 가는데… 제대로 한번 해야죠.”
“그럼…”
“우승이 목표예요!”
한아름이 말끝을 흐리면서 묻고.
채윤이가 대뜸 소리치듯 말했다.
아이의 말에 조성현과 한아름, 장현아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장현아는 미소를 지으며 백미러를 통해 힐끗, 채윤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승하게 되면, 언니가 진짜 맛있는 거 사줄게.”
“좋아요!”
채윤이가 눈을 반짝이며 답하고, 다시 한번 차 안이 웃음소리로 뒤덮였다.
베를린 국제 콩쿨 에피소드의 시작이 될 인트로 영상 촬영을 마친 한아름은 만족했는지 카메라를 슬쩍 정리했다.
그 뒤로는 일상적인 이야기와, 업무적인 이야기가 동시에 오갔다.
“지난번에 촬영했던 30초짜리 예고 영상은 편집이 끝났어요. 예약 걸어 놔서 오늘 6시에 올라갈 겁니다.”
“오늘 6시면…”
“저희는 비행기 안에 있을 시간이에요.”
“그럼 바로 확인하는 건 좀 어렵겠네요.”
“에이, 요즘 비행기에서 인터넷 다 되니까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조성현의 말에 장현아가 고개를 살짝 흔들면서 말했다.
비행기 인터넷이 꽤 느려서 영상 확인은 못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다.
‘비행기를 자주 타 봐야 알지.’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한아름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한아름은 품에 안고 있던 가방에서 태블릿을 하나 꺼내더니, 조성현에게 내밀었다.
“여기, 영상 최종본은 지금 확인 한번 해보세요.”
“감사합니다.”
조성현이 간단히 인사하며 태블릿을 받아 영상을 재생시켰다.
채윤이가 조성현의 팔에 기대며 얼굴을 들이민다.
영상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시작은, 조성현과 채윤이의 대화.
-“한번 해볼까?”
-“응. 하고 싶어.”
조성현과 채윤이가 종이를 보면서 무언가 결심했다는 듯,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비장한 음악이 깔려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엄청 중요한 결정을 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조성현과 채윤이의 연습 장면.
채윤이가 한없이 진지한 얼굴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조성현도 옆에서 바이올린을 든 채 자세를 잡고 있다.
이후 장면이 전환 되더니, 피아노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이 보인다.
카메라는 점점 줌인하며 비추는 것은, 피아노 건반 위, 보면대에 놓인 종이 한 장.
그건, 베를린 국제 콩쿨 참가서였다.
영상은 조성현과 채윤이의 베를린 국제 콩쿨 참가서를 비추며 끝났고.
채윤이가 옆에서 바로 박수를 친다.
“어때요? 괜찮나요?”
“네, 너무 잘 나왔네요.”
조성현이 태블릿을 다시 한아름에게 넘기며 말했다.
영상이 올라가면, 적어도 미튜브 구독자들이 좋아할 게 눈에 뻔히 보였다.
“얼른 베를린 시리즈 시작됐으면 좋겠네요. 반응 장난 아닐 텐데.”
장현아가 힐끗 백미러를 통해 조성현과 눈을 마주하고는 말했다.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감했다.
솔직히, 기대되긴 했다.
조성현과 채윤이 자신도 지금 베를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지 못하고, 그저 기대만 하고 있는데…
구독자 분들은 얼마나 더 기대하고 있겠는가.
콩쿨에서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생각한다면 솔직히 본선 통과까지가 한계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긴 하지만, 혹시 모르지 않은가.
채윤이의 바람처럼 우승은 못하더라도, 입상만 해도 엄청난 일이 될 거다.
아이도, 많이 행복해할 것이고.
“콩쿨이 메인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혹시 여유가 날 때 가보고 싶은 곳 있으세요? 어차피 영상 촬영도 해야 하니까 마음 편히 말씀해주시면 고려해서 스케줄 짜볼게요.”
“저야 뭐 따로 없는데… 채윤이를 위해서라도 슈니첼 파는 식당은 한번 가면 좋겠네요.”
“슈니첼…?”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바라본다.
그게 뭐냐고 묻는 듯한 아이의 눈동자에, 조성현이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돈까스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맛이 조금 다를 거야.”
“어떻게 생겼어?”
돈까스와 비슷하다는 말에 채윤이가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조성현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슈니첼의 사진을 찾아 보여주었다.
돈까스와 비슷하게 생긴 사진에, 채윤이가 맛있겠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꼭 먹어보자.”
아이가 기대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고, 장현아는 픽 웃더니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미리 슈니첼 맛집 찾아놨으니까, 도착해서 먹는 첫 끼는 슈니첼로 할까요?”
“좋아요!”
채윤이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 뒤로도 하나둘, 먹고 싶은 것과 가보고 싶은 곳들이 나온다.
조성현은 별생각이 없었는데, 오히려 채윤이가 이야기를 잔뜩 쏟아냈다.
“대학교도 가보고 싶어요.”
“대학교에?”
“베를린 음악 대학교에서 나온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거 봤는데 엄청 멋있었어.”
채윤이가 조잘조잘 떠든다.
너무 설레하는 게 눈에 바로 보일 정도라서, 조성현은 슬쩍 시선을 움직여 장현아를 바라보았다.
대학교에 그냥 막 들어가도 되는지, 조성현은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
장현아도 그건 마찬가지인지, 고개를 갸웃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거는 이따가 확인 한번 해볼게. 가게 되면 촬영 허가가 나는지도 확인해야 하니까.”
채윤이는 장현아의 말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베를린 음악 대학교에 못 가면,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거 한번 들어보고 싶어요.”
“베를린 필?”
“네.”
“어… 그것도 언니가 한 번 노력해볼게.”
장현아는 그렇게 답하고는 머릿속에 기억하려 애쓰듯, 베를린 음대와 베를린 필을 작게 중얼거렸다.
조성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인천공항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이제 베를린으로 출발할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