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24)
524화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든 생각은, ‘생각보다 별거 없네?’였다.
공항은 공항이었고, 사람들은 파리에서 보았던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곳 또한 공기가 조금 다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설렘 때문인지, 묘하게 상큼한 것 같기도 하고.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채윤이가 옆에서 두리번거리며 공항을 연신 살핀다.
“일단 숙소로 이동할까요?”
“좋죠.”
“숙소에서 짐 풀고… 거리 좀 구경하다가 식사하면 될 것 같아요.”
장현아의 말에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식사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도 좋은 생각이었다.
오는 길 내내 잠을 자서 그런지, 피곤하지도 않고 시차에 딱 맞는 몸이 된 것 같은 기분.
하지만 채윤이는 조금 졸린지 눈을 꿈뻑이고 있었다.
한아름이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미소 지었다.
“얼른 가죠.”
장현아와 한아름이 먼저 걸음을 옮기고, 조성현과 채윤이가 그 뒤를 따랐다.
현지에 숙소와 사무실을 미리 구해두기도 했고, 직원도 있었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직원이 끌고 온 밴을 타고 그들은 숙소로 향했다.
시내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호텔이었기에, 조성현과 채윤이는 가는 길 내내 창밖을 보면서 감탄했다.
“뭔가 색이 달라.”
“그치? 한국이랑 분위기 자체가 다른 것 같긴 해.”
공항을 벗어나니, 낯선 분위기가 그들을 반겼다.
건물들도 그렇고, 도로 형식이나 색들이 전부 다 달랐다.
그리고 조성현은, 중간중간 보이는 신호등이 꽤나 귀엽다고 생각했다.
“신호등 모양이 특이하네요.”
“아, 저거요?”
횡단보도마다 설치된 신호등은, 한국에서 보는 그냥 특징 없는 사람이 아니라 모자를 쓴 신사와 같은 그림이었다.
정확히는, 모자 쓴 신사의 모습을 한 악동 느낌?
“모자도 쓰고 있고, 팔은 하나, 다리는 두 개… 좀 독특하게 생겼잖아요.”
“저게 암펠만이라는 캐릭터라고 하더라고요. 동독 신호등은 거의 다 저렇게 생겼다고 하네요.”
“캐릭터 이름도 있어요? 신기하네.”
조성현이 헛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그 와중에 채윤이가 관심을 가진 건 캐릭터가 아니었다.
아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장현아를 돌아보았다.
“동독이 뭐예요?”
베를린까지 왔지만, 채윤이는 아직 독일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부족한 편이었다.
조성현은 잠시 아이를 바라보다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답했다.
“독일은 동독, 서독으로 나누어져 있었거든. 통일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그러면 서로 싸우고 그랬었어?”
“그렇지. 나중에 베를린 장벽이 있었던 곳에 한번 가보자.”
“장벽?”
“응. 동독과 서독을 나누는 장벽이 세워져 있었거든.”
채윤이는 눈을 깜빡거렸다.
아무래도, 역사 공부가 조금 더 필요한 모양.
조성현이 피식 웃으며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다.
독일의 배경 설명을 전부 다 들은 후에야 채윤이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약간의 역사 강의 시간이 지나고.
그들은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층수가 엄청 높아 보이진 않았다.
주변에 있는 건물들의 높이가 대부분 높지 않은 걸 보아, 뭔가 특별한 법이라도 있는 걸까.
“어서 오세요.”
독일어로 환영하는 프론트.
그들은 장현아를 필두로 한 조성현 일행을 보고는 빙긋 빙긋 웃더니, 영어로 물었다.
“예약하셨을까요?”
장현아는 능숙하게 직원과 소통하며 하나씩 체크인했다.
“이건, 선배님하고 채윤이가 머물 방이고. 이건 저희 거.”
조성현과 채윤이가 한 방을 같이 쓰고, 장현아와 한아름이 또 다른 방을 함께한다.
바로 맞은편 방이라서, 불편함은 없을 것 같았다.
“우와…”
조성현과 채윤이에게 배정된 방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는 감탄을 흘렸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커다란 소파였다.
테이블과 TV도 있고, 옆에는 침실로 향하는 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침실에 들어서자 또 문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욕실이었다.
“진짜 좋다.”
“응! 대박이야.”
채윤이가 조성현의 말에 빠르게 긍정했다.
조성현은 캐리어를 침실 한쪽에 내려놓은 후 숙소를 차분히 살폈다.
침대는 킹사이즈.
조성현과 채윤이가 함께 자기에 넉넉하고.
욕실에 있는 커다란 욕조는 누가 봐도 채윤이와 조성현이 들어가도 한참은 남을 크기였다.
거실에 있는 소파와 테이블도 적당하고…
일단, 집에서 생활할 때와 크게 여건이 달라질 것 같진 않았다.
‘작업하는 게 좀 불편해지려나.’
집에서는 작업하고 싶으면 서재에서 작업을 하면 됐는데, 지금은 별도의 작업 공간이 없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굉장히 좋은 시설이었기에 조성현은 만족했다.
채윤이는 이미 소파에 드러누워서 기분 좋게 웃는 중이었다.
“아빠 샤워 한 번 하고 나올게. 밖에 나가볼까?”
“좋아!”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여전히 소파에 누운 채 크게 답했다.
오랜 비행이기도 했고, 중간에 파리에 들르긴 했지만 씻을 만한 환경은 아니었다.
덕분에 조성현은 샤워부터 하는 걸 선택했고…
그는 샤워를 하며 ‘물이 안 맞는다’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깨달을 수 있었다.
“…묘하게 미끌거리네.”
물이 미끌거린다는 표현이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 분명 해외에 한 번이라도 나가본 적 있는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조성현은 씻으면서도 헛웃음을 흘렸다.
나와서 외출 준비를 마치고 나니, 채윤이는 어느새 소파에서 잠들어 있었다.
조성현이 미소 지으며 아이 옆에 앉아 조심스럽게 채윤이를 깨웠다.
지금 자면, 이따가 못 잔다.
피곤하더라도 지금은 일어나는 게 좋았다.
“다 씻었어?”
“응. 나갈까?”
“으응…”
채윤이가 졸린 목소리로 답하며 하품한다.
아이는 두 손을 들어 눈을 몇 번 비빈 후 소파에서 일어났다.
조성현은 밖으로 나와 맞은 편, 장현아와 한아름이 있는 방의 벨을 눌렀다.
한아름이 벌컥 문을 연다.
갑자기 열린 문에 조성현이 조금 놀라서 뒤로 반걸음 물러났다.
“아, 성현씨. 무슨 일이세요?”
“밖에 나갈 건데, 같이 나갈까 해서요.”
“너무 좋죠. 음… 그러면 10분만 있다가, 로비에서 만날까요?”
“네, 그럼 로비에서 뵙겠습니다.”
뭔가 따로 준비할 게 있는 건지, 10분 뒤에 보자는 한아름의 말에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성현과 채윤이는 로비에서 한아름과 장현아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10분이 훨씬 지나서였다.
“저희가 너무 늦었죠. 죄송합니다. 선배님. 빨리 나온다고 나왔는데…”
장현아가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붙잡고 걸어오며 말한다.
숙소에 들어올 때 입고 있던 옷과는 전혀 다른 복장.
꽤나 꾸민 듯한 모습이었다.
조성현은 픽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별로 안 기다렸어요. 가볼까요?”
조성현이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채윤이도 툭툭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한아름이 카메라로 조성현과 채윤이를 번갈아 촬영한다.
독일에서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 * *
길거리에 나서니 꽤 많은 사람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여행객들이 워낙 많아서 그런가, 한아름이 조성현과 채윤이를 촬영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쏠리진 않았다.
어쩌면, 그냥 다른 사람에게 큰 관심이 없는 것일 수도 있고.
한국에서 이렇게 대놓고 길거리 촬영을 했으면 꽤 많은 사람이 바라보았을 텐데.
사람들의 시선에서 꽤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아빠, 저것 봐봐.”
거리를 걷는데, 채윤이가 조성현의 소매를 잡으면서 한쪽을 가리켰다.
시선을 움직이니, 커다란 곰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곰은 두 팔을 들고 자랑하듯 소세지를 들고 있었는데, 그 밑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보니 먹을 것을 파는 듯했다.
‘호떡집이나 붕어빵집 같은 건가.’
사람들이 손에 하나씩 뭔가를 들고 떠나는 걸 보며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식사 시간까지 아직 좀 남았으니까, 간식 하나씩 먹을까요?”
맛있어 보였는지, 장현아가 말한다.
그렇지 않아도 정체가 궁금하던 차였기에 조성현도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근처로 가니, 그림이 걸려 있어서 대충 어떤 음식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소시지에다가, 카레랑 케첩을 뿌린 음식이네요. 이름이… 좀 어려운데. 커리부어스트?”
독일 소시지는 꽤 유명하니, 맛있을 것 같았다.
카레와 케첩이 과연 어울릴까 싶었는데, 토마토소스와 카레가 꽤나 어울린다는 걸 알고 있는 조성현은 은근히 기대하며 기다렸다.
맛집이었던 걸까.
현지인부터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까지, 함께 줄을 서고 있었다.
회전율이 높아서 그런지, 조성현과 채윤이의 차례는 금방 돌아왔다.
“커리부어스트 두 개 주세요.”
나눠 먹을 생각으로 두 개만 시키니, 직원은 곧장 커다란 소시지 두 개를 들고 와서 툭툭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종이 접시에 소시지를 담아 준 후, 그 위에 케첩과 카레 가루를 뿌린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조성현이 감사 인사를 하며 두 손으로 커리부어스트를 받아 들었다.
다들 거리에 설치된 벤치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먹고 있었기에, 조성현과 채윤이도 같은 선택을 했다.
벤치에 앉아서, 소시지를 하나씩 입에 넣으니 향신료 향이 훅 올라왔다.
“꽤 맛있네요.”
“제 입맛에는 좀 짜긴 한데, 맛있긴 해요.”
“좀 짜긴 해요.”
맛은 훌륭했지만, 간은 조금 강했다.
한아름은 취향 저격이었는지, 얼른 다시 손을 뻗어 커리부어스트를 하나 더 입에 넣었다.
장현아는 입에 있는 소시지를 여전히 씹고 있었다.
채윤이도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두 번째 소시지를 입에 넣었고.
그렇게 다 같이 커리부어스트를 먹으면서 맛을 느끼고 있는데.
“헐. 미친.”
어디선가, 익숙한 언어가 들려왔다.
먼 나라에서 들리는 한국어에, 조성현과 장현아, 채윤이, 한아름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경악한 표정의 여성이 서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다른 여성도 조금 놀란 듯 눈을 깜박이는 것이, 마찬가지로 한국인인 듯했다.
“안녕하세요.”
“…맞죠?”
그렇게 묻는 여성의 모습에, 조성현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아마도…”
“너무 팬이에요. 채윤아 안녕 진짜… 실제로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베를린에 와서, 팬을 만나버렸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