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25)
525화
한국 예술 대학교에서 재학 중인 이소현은, 자신의 친구인 민정혜와 함께 어제부터 베를린의 삶을 즐기는 중이었다.
먼 베를린까지 온 이유는 하나.
베를린 국제 콩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했고, 이소현은 자신 있었다.
적어도 예선은 통과할 수 있을 것이고, 운이 좋으면 본선에서 작은 상 하나라도 받게 되지 않을까.
그녀는 그런 부푼 꿈을 안고, 신이 난 상태였다.
옆에 있는 민정혜는 원체 감정 표현이 적고 무뚝뚝한 친구라서 겉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마찬가지로 신이 난 것인지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 있긴 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이소현은 웃음을 흘렸다.
“야, 내가 어제 미튜브 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미튜버가 베를린 온다더라.”
“왜?”
“베를린 국제 콩쿨에 참여하려고 온다고 해서, 혹시 나중에 마주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 중.”
“네가 구독하는 미튜버 중에서 콩쿨에 참여하러 올 만한 미튜버면…”
“조성현, 조채윤.”
이소현이 미소를 보이며 이름을 내뱉었다.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민정혜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소현의 채윤이 사랑은 유명했다.
항상 붙어 다니는 민정혜가 모를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또 한참 동안 채윤이 이야기하겠네.”
“아니, 진짜 귀엽다니까. 네가 못 봐서 그래. 귀여운 것도 귀여운 건데, 피아노 연주 실력도 미쳤어. 노래도 잘하고.”
“그래. 우리 아버님은 또 얼마나 잘생겼는지 얼굴에서 빛이 나고, 프로듀싱도 완벽하고. 이번에는 뮤즈 앨범 프로듀싱해서 성공시키고.”
민정혜가 이소현의 말을 받아서 이어나간다.
그녀의 말에 이소현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장난 아니잖아.”
이소현이 뻔뻔하게 답하는 것을 보고, 민정혜는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베를린 국제 콩쿨에 온다고 해도, 볼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 어차피 우리랑 참가하는 부도 다른데.”
대학생인 그들과 아직 초등학생인 채윤이가 같이 경쟁할 리 만무했다.
당연히, 참가하는 영역이 다를 터.
합리적이고 당연한 민정혜의 말에 이소현은 쩝 입맛을 다셨다.
아쉽지만, 맞는 말이라 반박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그녀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만날 수 있을지…어?”
일말의 희망은 있다고 주장하며, 그렇게 중얼거릴 때였다.
이소현이 눈을 크게 뜨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실루엣이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어린 여자아이와, 아빠로 보이는 남자.
그 옆에 여자 둘이 서 있었는데, 그들도 왠지 모르게 익숙했다.
“헐. 미친.”
저도 모르게 욕설이 섞인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이소현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툭툭 옆에 서 있는 민정혜를 건드렸다.
“야 미쳤나 봐 진짜.”
“…”
민정혜도 설마 진짜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인지, 황당한 얼굴로 조성현과 채윤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맞죠?”
조성현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고.
그 목소리에 이소현은 꿀꺽 침을 삼킨 후 물었다.
“아마도…”
그러자, 조성현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끝을 흐리고.
이소현은 그제서야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진짜 너무 팬이에요.”
그녀는 잰걸음으로 조성현과 채윤이 쪽으로 다가가서 채윤이에게 인사를 건네기까지 했다.
그러자 채윤이가 고개를 꾸벅 숙인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까지 하는 채윤이의 모습에, 이소현은 두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맙소사… 내가 채윤이랑 인사를…”
감동한 듯, 격하게 반응하는 그녀의 모습에 채윤이가 움찔하면서 이소현과 민정혜를 살핀다.
민정혜는 작게 헛웃음을 흘렸다.
“애가 맛이 갔네.”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입을 틀어막고 있던 이소현은 심호흡하더니 말을 이었다.
“혹시 싸인이랑 사진… 어떻게 안 될까요?”
“해드릴게요.”
조성현과 채윤이도 이제 슬슬 싸인을 하고, 사진을 찍어주는 것에 익숙했다.
채윤이는 능숙하게 이소현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소현은 꾸벅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했다.
“저희도 콩쿨 참가하러 왔는데, 나중에 만날 수 있으면 또 만나면 좋겠어요.”
“아, 콩쿨 참가하러 오신 거세요?”
“네네. 저희 한국 예술 대학교 학생들이에요.”
“아 그러면 신경화 교수님 추천 받아서 오신 거세요?”
조성현이 반가운 마음에 물었다.
그리고 그의 그 물음에 이소현은 당황한 눈을 했다.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신경화 교수님의 추천?
한국 예술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맞지만, 신경화 교수님은 절대로 추천서를 써줄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정말로 인정을 받을 만한 사람에게만 추천서를 써주는 편이다 보니, 신경화 교수님이 추천서를 써준 인물은 세계적인 연주자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네? 신경화 교수님이 추천을요? 어휴 절대 아니죠. 저희는 그냥 콩쿨 경험 있어서 그걸로 참가했는데…”
“아하.”
이소현의 말에 조성현이 묘한 얼굴로 답했다.
그리고, 이소현의 옆에 있던 민정혜가 조금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설마, 신 교수님이 추천서 써주셔서 참가하시는 거세요?”
“음… 네, 그렇긴 한데. 비밀로 부탁드릴게요.”
조성현은 반가운 마음에 말한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한국 예술 대학교 재학생들에게는 굉장히 민감할 수도 있는 사안이었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으며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다행히 이 부분은 금방 넘어갔다.
“아무튼, 예선 파이팅이에요. 같이 본선 진출하면 좋겠네요.”
“네, 감사합니다. 학생분들도… 파이팅입니다.”
조성현이 웃으며 답했다.
그렇게, 짧은 만남은 끝이 났다.
* * *
한국 예술 대학교 학생들과의 짧은 만남 이후.
채윤이의 표정은 어딘가 이상했다.
고민이 있는 듯한 표정.
“채윤아. 왜 그래?”
“음… 그냥. 선생님이 나한테 막 대단한 걸 해준 것 같아서.”
아이가 미간을 좁혔다가 펴며 말했다.
신경화 교수의 추천서를 언급했던 게, 채윤이에게도 영향이 갔던 모양이다.
조성현은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대단한 게 맞긴 하지만, 그만큼 채윤이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그렇게 추천서를 써 주신 거야.”
“근데, 내가 못하면 어떻게 하지? 그러면 선생님도 별로 안 좋아할 텐데.”
“채윤아.”
“응?”
“못할 것 같아?”
“…아니.”
조성현의 물음에, 채윤이가 고개를 흔든다.
아이가 부정하는 것을 보고, 조성현은 빙긋 웃었다.
“그럼 왜 못할 걸 걱정하고 있어. 어차피 잘할 텐데.”
그의 말에 채윤이는 ‘으음’ 하고 침음을 흘렸다.
잘할 자신도 있고, 열심히 연습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 있어도 조금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방금 한국 예술 대학교 학생들을 만나서 신경화 교수의 추천서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고.
아이는 혹시나 신경화 교수에게 해가 갈까 봐 걱정할 수밖에 없는 듯했다.
여전히 채윤이가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자, 조성현은 픽 웃으며 아이를 안아 들었다.
“걱정 말고, 지금은 일단 밥 먹으러 갈까?”
“…응.”
밥이라는 말에 아이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조성현과 채윤이는 장현아, 한아름과 함께 미리 알아봐 두었던 식당으로 향했다.
슈니첼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었는데, 식당 안은 꽤나 시끌벅적했다.
“막 조용한 분위기는 아니네요.”
“간단하게 맥주 한 잔씩 하는 게 보통인가 봐요.”
조성현의 말에 장현아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답했다.
“저희도 한 잔씩 할까요?”
한아름이 제안하고.
조성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저는 괜찮으니, 현아씨랑 아름씨 드시고 싶으시면 편하게 드세요.”
“에이, 선배님이 안 드시는데 저희가 어떻게 먹어요.”
“독일까지 왔는데 안 먹는 것도 아쉽잖아요. 드세요.”
조성현이야 채윤이가 옆에 앉아 있으니 자제하는 것이지만, 장현아나 한아름은 그럴 이유가 없었다.
한아름은 갈등하는 얼굴이었고, 장현아는 조성현이 먹지 않으면 안 먹겠다는 얼굴.
장현아가 술을 안 마시면 한아름도 마시기 애매했기에, 아쉬워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빠도 먹어봐. 왜 안 먹어?”
채윤이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조성현은 아이의 말에 눈을 깜빡였다.
“술 냄새 나잖아. 채윤이는 아빠한테서 술 냄새 나는거 좋아?”
“그건 아닌데… 맥주는 술 아니라고 했어. 괜찮아.”
“…누가 그런 말을 했어.”
조성현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채윤이는 묘한 눈으로 장현아를 힐끗 보았다.
장현아가 당황한다.
“아니, 그… 저번에 그냥 와인이랑 맥주는 술이 아니라 음료수라고 지나가듯 말한 거였는데…”
그녀가 당황했는지 손부채질하며 말하고.
조성현은 헛웃음을 흘렸다.
결국, 조성현이 항복했다.
“그럼 맥주 한 잔씩만 곁들이는 거로 하고. 음식은 어떻게 시킬까요?”
“제가 대표로, 알아서 잘 시켜보겠습니다.”
장현아가 손을 살짝 들며 답했다.
그녀가 알아본 식당인 만큼, 생각해 둔 메뉴가 있는 모양.
그렇게 주문을 하고, 얼마 기다리지 않았는데 음식이 나왔다.
소시지가 올라간 슈니첼은 생각보다 얇았다.
평소에는 두꺼운 돈까스를 주로 먹었기에, 얇은 슈니첼을 보고 아이는 흥미를 보였다.
“이거는 그럼 그냥 돈까스랑 똑같이 잘라 먹으면 되는 거야?”
“응. 아빠가 잘라 줄게.”
조성현이 아이 얼굴의 두 배는 되는 것 같은 슈니첼을 조각내 아이의 입에 넣어주었다.
채윤이가 기대하는 얼굴로 냠 받아먹는다.
우물우물.
아이는 입안 가득 슈니첼을 넣고 맛을 음미하기 시작했고, 다들 시선이 채윤이에게 꽂혔다.
꿀꺽.
채윤이가 슈니첼을 삼키고.
밝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맛있어.”
“그래? 어떤 맛이야?”
“아니, 뭔가… 바삭해. 근데 고기도 잘 씹혀.”
채윤이가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성현도 웃으며 슈니첼을 한 조각 입에 넣었다.
튀김 옷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를 정도로 얇았는데, 굉장히 바삭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고기.
부드럽고, 생각보다 고기 향이 강했다.
기름기도 좀 있는 편이라, 조성현은 접시에 함께 담겨 있는 레몬의 의미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맥주 나왔습니다.”
곧이어 주문한 맥주도 나오고.
본격적으로 식사가 시작되었다.
베를린에서 먹는 첫 저녁은, 성공적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