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27)
527화
새로운 악기에 빠진 채윤이는 열정적으로 연주에 임했다.
아이는 계속 연습하고 싶어 했지만, 이미 몇 시간이나 연주한 상황.
컨디션 조절도 그렇고… 일단 식사부터 해야 할 시간이었다.
“밥 먹고 할까 채윤아?”
“…응.”
아쉬운 듯, 채윤이는 피아노를 힐끗 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자신에게 너무 큰 그랜드 피아노였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돈, 많이 벌어야겠네.’
예전에 피아노를 사러 갔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때도 채윤이는 악기사에 있는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해보고 너무 좋아했었지.
마음 같아서는 그랜드 피아노를 한 대 장만하고 싶었지만, 지금 집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이런 피아노를 집에 두고 치려면 그만한 준비가 필요한 법.
아무래도 열심히 돈을 벌어서 이사라도 가야 할 것 같았다.
조성현은 피아노 의자에서 내려오는 채윤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다른 연습실이랑 작업실도 한번 구경하고 밥 먹으러 갈까요?”
“좋죠.”
장현아의 제안에 조성현이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제 2 연습실은, 한쪽에 다양한 악기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구조를 보고, 장현아가 꽤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제 1 연습실에서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습하면 되고.
제 2 연습실에서는 다른 악기들이나 보컬 연습을 하면 될 것 같았다.
채윤이가 반짝이는 눈으로 연습실을 둘러보며 악기들을 확인했다.
“작업실도 보고 싶네요.”
조성현이 장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곳은 작업실이었으니까.
채윤이와 호흡을 맞추고 연습하는 시간도 분명히 있겠지만, 모든 무대에서 바이올린과 협연하는 건 아니었다.
솔로로 서는 무대도 있었기에, 채윤이가 홀로 연습하는 시간이 많을 것이고.
그 시간 동안 조성현은 작업실을 이용하겠지.
“여기는 말 그대로 작곡에 특화된 작업실이에요.”
연습실과 비슷하게, 작업실도 두 종류로 나뉘어 있었다.
하나는 작곡과 프로듀싱을 중심으로 다양한 설비를 마련하였고.
다른 하나는…
“녹음까지 생각했네요.”
“네. 방 하나에 다 설치할 수는 없어서, 두 개로 나눠서 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조성현의 말에 장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작업실을 하나만 사용한다면 어렵겠지만, 두 곳을 모두 이용한다면 앨범을 만들 수도 있을 법한 시설들이었다.
돈만 쓴다고 이렇게 작업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건 아니었기에, 조성현은 만족스러운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선배님. 당연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인데요.”
장현아가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회사 구경을 끝낸 그들은 식사를 위해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하는 내내, 아이는 다시 연습하고 싶어 하는 얼굴로 음식을 입에 넣고 있었다.
조성현이 피식 웃으며 아이에게 물었다.
“채윤아, 음식이 별로야?”
그렇게 물으니, 채윤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입에 안 맞는 건 아닌데, 말 그대로 신경이 피아노에 쏠려 있는 것이다.
결국 그날은 저녁까지 연습을 하다가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 * *
부드러운 햇살이 조성현의 얼굴을 비추고.
조성현은 눈을 몇 번 깜빡거리며 잠에서 깼다.
어제 너무 열정적으로 연습해서 그런지, 채윤이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슬쩍 시간을 확인하니 8시가 좀 넘었다.
그는 아이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다가, 슬그머니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역시, 좀 미끌거리네.’
다른 건 다 익숙해지더라도 물은 쉽게 익숙해지지 못할 것 같았다.
문화나, 음식 같은 것들은 그냥 받아들이면 되지만…
물만큼은 쉽지 않았다.
씻을 때마다 신경 쓰이고, 심지어 마시는 물도 느낌이 다르다.
분명 같은 생수일 텐데, 왜 물맛이 다른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또 한 번 물의 차이를 느끼며 샤워를 마치고 나와 간단한 옷을 입는다.
반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그는 거실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익숙하게 미튜브로 들어가 마지막으로 올라온 영상을 확인한다.
베를린으로 떠난다는 예고 영상.
이미 수많은 댓글이 달려 있었다.
-바보온달: 아니… 아직 한국도 1가구 1채윤 보급 안 됐는데 베를린이라뇨…
-임당수: 채윤아 잘 다녀와. 언니가 응원할게.
-오렌지스폰지밥: 부담 가지지 말고 잘 다녀와 채윤아.
-볼따따구: 열심히 연습했을 텐데, 기대한 것만큼의 결과 얻고 오길 바랍니다.
-밀싹리차: 외국에서만 하지 말고 한국에서도 무대 해주세요.
응원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지만, 조성현은 마지막 댓글을 확인하고는 잠시 생각에 잠겨야 했다.
조성현과 채윤이는, 따로 무대 활동을 하지 않는 아티스트였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일단 채윤이가 어리다 보니 행사나 음방에 나가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학교 문제도 있었고, 굳이 따지자면 채윤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였다.
‘정말 여과 없이, 대중들을 대면하게 되는거니까.’
조성현은 매니저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무대를 봤었다.
그만큼 잔인한 일들도 많이 보았고,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직접 무대에 오르는 건 자제하고 있었던 것도 있고, 무대를 할 만한 대표곡이 적은 것도 있었다.
“라인업 짜는 게 쉽진 않지.”
조성현과 채윤이는 지금까지 두 개의 앨범을 냈지만, 사실상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어울리며 부를 만한 곡은 두세 곡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껏 채윤이는 세상과의 소통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데 집중했으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음악들이 나올 수밖에 없고, 미튜브에 있는 구독자와 팬들도 그런 채윤이와 조성현의 곡을 듣고 내면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겠지만… 무대에 오르기에 조금 애매한 건 사실이었다.
‘소통할 수 있는 곡도 작업을 해 봐야 하나.’
그렇다고 아이에게 억지로 대중들과의 소통을 권유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이의 내면이 충분히 성장한다면 자연스럽게 그걸 표현하며 대중과 어우러지는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기에.
조성현은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머리가 조금 복잡해졌었는데, 그래도 빠르게 정리가 된다.
“아빠…?”
채윤이가 그사이 일어났는지, 조성현을 찾으며 거실로 나왔다.
조성현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이를 맞았다.
“일어났어?”
“응.”
슬쩍 팔을 벌리니, 채윤이가 걸음을 옮겨 조성현에게 안겨 온다.
조성현은 아이를 안아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채윤이가 하품을 한 번 한 후 고개를 흔들어 잠에서 깨어난다.
“잘 잤어?”
“응. 아빠는?”
“아빠도 잘 잤지.”
조성현이 손가락을 들어 아이의 볼을 가볍게 누르며 말했다.
최근 아이의 볼살이 조금씩 빠지고 있어서 아쉬웠다.
더 빠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만져야지.
조성현이 그런 생각을 하며 아이의 볼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잡아 늘인다.
“으베베.”
채윤이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의 볼을 만지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몸을 일으켰다.
자연스럽게 채윤이도 일어나고.
“이제 채윤이도 씻고, 나갈 준비 하자.”
“응!”
아이가 맑은 목소리로 답했다.
컨디션은 좋아보였다.
* * *
준비를 마치고, 장현아, 한아름과 함께 걸어서 회사로 향하는 길.
그들은 느긋하게 아침을 즐겼다.
거리의 분위기가 한국과는 달랐기에, 그냥 걷기만 해도 느낌이 새로웠다.
“샌드위치 어때요?”
“좋죠.”
오늘 아침은 호텔 조식이 아니라, 회사로 가는 길에 보이는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따로 맛집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그냥 길거리를 걷다가 눈에 띄는 곳에 들어가는 것도 여행의 매력 아니겠나.
작은 샌드위치 집이 눈에 들어와서 물었더니, 다들 고개를 끄덕거린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뭐로 드릴까요?”
영어로 인사를 하니, 익숙하게 영어로 답을 하는 가게 주인.
조성현은 메뉴판을 확인하고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그냥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먹으러 온 건데, 수십 가지 종류의 메뉴가 나열되어 있었다.
“샌드위치 종류가 엄청 다양하네요.”
“익숙하지 않으면, 제가 추천해서 만들어드릴까요?”
“부탁드려요.”
“관광객들이신 것 같은데, 처음 오셨으면 일단…”
주인장은 기분 좋은 목소리로 재료를 하나씩 설명하며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었다.
치즈, 햄, 해산물… 익숙하면서도 전혀 다른 느낌의 재료들이 모여 샌드위치가 완성되었다.
“자, 이건 서비스입니다.”
주인장은 샌드위치 4개와 함께 음료도 내주었다.
그렇게, 각자 한 손에는 샌드위치를, 다른 한 손에는 레몬에이드를 들고 가게를 나왔다.
가게 뒤편에는 작은 광장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먹는 건 어렵지 않았다.
광장에 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한다.
“이거 생각보다 맛이…”
“풍성하네요.”
“네. 맛있네요.”
한아름이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고 말하다가,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장현아가 그녀의 말을 받았다.
맛이 풍성하다는 표현에,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샌드위치 한 입을 먹었을 뿐인데, 꽤 다양한 맛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고기 향이 짙고, 재료 하나하나가 대부분 깊은 맛을 내는 느낌이었다.
‘햄이 맛있긴 하네.’
다만, 조금 짜다.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레몬에이드를 한 모금 마셨다.
생각보다 단 맛이 덜한 레몬에이드였다.
샌드위치와 나름 잘 어울리는 조합.
식사를 이어 나가면서, 장현아가 조성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채윤이 예선전 끝나고 나면 ‘본’에 가보는 건 어때요?”
“좋죠.”
장현아의 제안에 조성현이 즉답했다.
독일의 도시 중 하나인 ‘본’은, 다른 것보다 베토벤의 생가가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덕분에 관광 활성화도 잘 되어 있고,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잘 즐길 수 있는 곳.
베를린과 거리가 조금 있긴 하지만, 베토벤의 생가가 있는 곳인데 못 갈 것도 없었다.
그래도 일단, 아이가 예선전을 잘 해내야 기분 좋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조성현은 힐끗 시선을 움직여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며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걱정 없는 아이의 모습에, 조성현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