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29)
529화
채윤이의 순서는 4번째였다.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했는데, 주최 측에서는 많은 인원을 허락하지 않았다.
다행히 촬영 허가를 미리 받아둬서 촬영은 할 수 있었기에, 한아름이 채윤이와 함께 남기로 했다.
아이가 무대 위로 올라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채윤이 진짜 긴장 많이 되겠어요. 아무리 예선이라도. 이제 진짜 콩쿨 시작이니까.”
“이겨낼 거예요.”
옆에 앉아 있는 장현아의 말에, 조성현이 무겁지 않은 목소리로 답했다.
아까 확인한 채윤이의 표정은 꽤 밝았었다.
아이의 음악이 있으니, 아이의 음악을 하면 된다고.
조성현은 그렇게 말했고, 채윤이는 충분히 그 말을 이해했다.
장현아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으로 빈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해외 진출의 총 책임자로서 굉장히 부담이 클 테니까.
채윤이가 실패하면, 장현아도 실패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물론 영리하게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든 것을 설계해 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윤이의 손에 많은 것이 달린 게 사실.
조성현은 두 손을 무릎 위에 꼭 모아 얹어둔 장현아를 힐끗 보고는 이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떨어지면, 다시 도전하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요.”
“아, 그렇긴 해요. 사실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서 국제 콩쿨 스케줄 전부 확인해놨거든요.”
“…”
장현아가 빠르게 답하고.
조성현은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장현아가 멋쩍은 얼굴로 어색하게 입을 연다.
“아니,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고요… 어차피 콩쿨에서 입상을 해도 다음 스케줄 고민해야 하니까 겸사겸사… 아, 시작한다.”
장현아가 변명하듯 말을 하다가, 무대 위로 첫 번째 참가자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얼른 입을 다물었다.
조성현도 장현아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그는 굳이 그녀에게 따지지 않고 조용히 무대로 시선을 움직였다.
베를린 국제 콩쿨은 기본적으로 성년, 미성년 부문으로 나뉘는데.
당연히 채윤이는 미성년 부문 참가자였다.
아마, 채윤이가 최연소 참가자가 아닐까.
미성년 부문 참가자들은 보통 고등학생들이고 간혹 중학생 참가자들이 있는 편이었으니.
이번에 무대에 올라온 첫 번째 참가자도 고등학생 나이였다.
조금 긴장한 듯 보이던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아 심호흡을 한 번 하자마자 곧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따라란. 딴.
열정적인 연주가 이어진다.
베를린 국제 콩쿨에 참가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는 것 자체가 실력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했기에.
당연히 참가자의 연주는 훌륭했다.
조성현이 듣기에도, 옆에 있던 장현아가 듣기에도 말이다.
조금 딱딱한 느낌이긴 하지만, 손이 굳어 있어서 그렇다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스타일이 그런 듯해 보였다.
‘실력이, 다들 대단하긴 하네.’
볼을 긁적이던 조성현은 지금까지 그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전부 재정립해야 했다.
베를린 국제 콩쿨이 대단하다는 것이야 당연히 알고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이 정도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경험의 차이였다.
조성현이 마지막으로 경험했던 콩쿨은 JK 그룹에서 주최했던 콩쿨이었으니까.
그 당시에 봤던 피아노 연주가 머릿속에 남아 있었으니, 약간의 괴리가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들 이 정도 실력이겠지.’
조성현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마주 잡았다.
어느새 장현아의 포즈와 조성현의 포즈가 똑같아지고.
둘은 같은 모습으로 무대를 지켜보았다.
첫 번째 참가자의 무대가 끝나고.
짧게 박수가 터져 나온다.
조성현과 장현아도 손을 들어 박수를 쳤다.
“제가 뭐, 피아노 연주는 잘 몰라서 그런데… 엄청 잘 친 거죠?”
“네. 잘 치네요.”
장현아의 말에 조성현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순순히 답했다.
그러자, 장현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음, 그럼 굳이 점수를 주자면, 몇 점 정도…?”
장현아의 표정은 어딘가 이상했다.
클래식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 없는 장현아였기에, 연주자의 연주가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이 나지 않는 모양.
조성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요. 점수까진 잘 모르겠네요. 다른 연주자에게 제가 따로 점수를 매기는 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그래도, 저희끼리만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음… 점수의 기준은요?”
“그냥, 객관적으로요. 굳이 막 비교를 해야 한다면… 아, 신경화 교수님 연주랑 비교하면요.”
장현아는 여전히 표정이 이상했다.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을 정립하기 위해 애쓰는 듯한 모습.
신경화 교수의 이름에 조성현은 ‘흠’하고 작게 소리를 흘렸다.
신경화 교수를 언급해서 굳이 비교해 달라고 할 정도로 궁금한가 싶었던 것.
“신 교수님이랑 비교하면… 10점 만점에 6점…?”
조성현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솔직히, 누군가의 연주에 점수를 매기는 행동 자체가 낯설었다.
그래도 굳이 비교해서 점수를 매기자면, 방금 연주는 6점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훌륭한 연주였지만, 비교 대상이 신경화 교수라면 어쩔 수 없는 일.
“어, 저 정도가 6점. 알겠습니다.”
장현아는 귀 뒤로 머리를 넘기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게 그녀가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이, 두 번째 참가자가 무대에 올라섰다.
두 번째 참가자의 연주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첫 번째 참가자의 연주보다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있었다.
무대 경험이 많이 없는 것인지, 눈앞의 피아노와 곡에 집중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던 것.
본래의 실력을 완벽히 뽐내고 내려가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실제로, 무대를 끝내고 인사를 하는 참가자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선배님.”
“네, 현아씨.”
“방금 연주는 몇 점이에요?”
“음… 5.5점…?”
장현아가 묻고.
조성현은 이번에도 점수를 말해주었다.
그러자 장현아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저는 5.8점. 막 이렇게 생각했는데. 오차 범위 내인 것 같네요.”
조성현의 기준에 따라 장현아도 속으로 점수를 매기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의 점수와 조성현의 점수가 일치한 건, 바로 다음 이어지는 세 번째 참가자의 무대였다.
“지금까지 들은 연주 중에서는 제일 좋은 것 같네요. 저는 6.5점.”
이번에는 장현아가 먼저 점수를 말하고.
조성현이 픽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도 6.5점이요.”
“이제 선배님 기준 확실히 알겠네요.”
장현아가 말한다.
그녀의 말에 조성현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원래도 장현아는 ‘듣는 귀’가 꽤 좋은 편에 속했었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게다가, 그녀는 곡을 듣다가도 묘하게 어색하거나 불편한 부분을 잘 짚어내고는 했었다.
비록 명확하게 음악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그걸 이제 클래식에 적용을 시키며 조성현의 기준과 동일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는 중인 거다.
“이제… 채윤이 차례네요.”
다음 차례는, 채윤이다.
조성현과 장현아가 동시에 긴장 어린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채윤이가 무대 위로 올라섰다.
아이는 한국에서 챙겨온 연주용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채윤이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관객들에게 인사한 후, 피아노로 걸음을 옮겨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조성현은, 아이가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가 뜨는 것을 지켜보며 몸을 슬쩍 앞으로 기울였다.
장현아도 마찬가지로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따란. 따라란.
채윤이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오늘, 아이가 준비한 곡은 브람스의 곡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작곡자 중 하나인 요하네스 브람스.
아이는 그런 요하네스 브람스의 곡 중 ‘헝가리 무곡’을 선택했다.
이름에 어울리게 흥겹고 경쾌한 리듬의 반복인 헝가리 무곡은 연주 난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곡이었다.
빠른 타건 속도가 필요하고, 손도 격하게 움직여야 했기 때문.
특히, 손이 커야 유리한 곡이었기에 아직 초등학생인 채윤이가 연주를 하기에는 불리했다.
그걸 조성현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는 아이의 선택을 반대하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조성현의 기조는 같았다.
그냥, 채윤이가 원하는 대로.
그게 무엇이든.
아이의 음악이고, 아이의 연주였으니 채윤이의 선택을 존중해줄 뿐이다.
딴따라란 따라란.
채윤이의 피아노가 홀을 가득 채우고.
조성현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맺혔다.
경쾌하고 힘 있는 연주.
거기에 더해진, 자유로움.
아이는 헝가리 무곡이 어떤 성질의 곡인지 명확하게, 또 명료하게 이해하고 연주해 내고 있었다.
빠른 연주에, 긴장감이 높아질 법도 하지만 아이의 연주는 묘한 편안함을 선사해주었다.
장현아가 눈을 빛내면서 신기하다는 듯 채윤이의 연주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채윤이의 연주는 화르륵 하고 순식간에 타오르는 불꽃처럼, 빠르게 끝났다.
아이가 연주를 마치고,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조성현과 장현아가 동시에 손을 들어 격하게 박수를 쳤다.
박수는 아이가 무대에서 벗어날 때까지 유지되었고.
채윤이가 무대를 내려가는 모습을 보았지만, 조성현과 장현아는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조 예선이 끝나기 전까지, 관객석에 앉아 있는 이들은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예의였다.
이미 무대를 끝낸 아이들도 다시 대기실에 들어가 마지막 순서의 연주자가 연주를 끝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아이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 조성현은 의자에 몸을 기댔다.
장현아가 약간 흥분한 기색으로, 숨을 내뱉으며 조성현을 돌아본다.
“이제 알겠어요.”
“뭘요?”
뜬금없는 장현아의 말에, 조성현이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왜 선배님이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지.”
“…그래요?”
“그냥, 채윤이가 떨어질 실력이 아니었던 거네요.”
장현아가 웃으며 말한다.
조성현은 어쩐지 신이 난 듯한 그녀의 모습에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는 슬쩍 주변 눈치를 보았다가 말을 이었다.
“채윤이 연주에 점수를 매기면, 어때요?”
장현아가 묻는다.
그 질문에, 조성현은 쉽게 답하지 못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그는 마지막 참가자가 무대에 올라서는 것을 보고 나서야 작게 입을 열었다.
“역시, 점수는 못 매기겠네요.”
하지만, 하나는 확신할 수 있다.
채윤이가 예선에서 떨어질 일은 없을 거다.
조성현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