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35)
535화
눈을 뜨니, 채윤이가 오르골을 손에 쥔 채 잠들어 있었다.
조성현은 아이의 얼굴을 덮은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곤 몸을 일으켰다.
샤워를 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는다.
그가 씻고 나왔음에도, 채윤이는 피곤했던 것인지 아직 자고 있었다.
본에서 보내는 두 번째 날이고, 동시에 마지막 날이다.
오늘 저녁 열차를 타고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일정.
마음 같아서는 그냥 더 놀고 싶지만, 당장 내일 예선 결과 발표가 있다.
조성현은 조심스럽게 아이를 깨웠다.
“채윤아. 이제 일어나서 씻을까?”
그가 아이를 부르자, 채윤이는 미간을 좁히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아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두 팔을 벌리고.
조성현은 웃으며 채윤이를 안아주었다.
조성현의 품으로 파고든 채윤이가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이제 곧 10시인데.”
“엄청 오래 잤네.”
“그러게. 피곤했나 봐.”
“우음… 씻으러 가야지.”
아이가 조성현의 가슴팍에 이마를 한 번 가볍게 부딪히곤 몸을 일으킨다.
조성현은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 욕실로 향하는 아이의 뒤를 따랐다.
채윤이의 손에 칫솔을 쥐여주고, 머리카락을 잡아주는 밴드를 씌워준다.
아무리 피곤해도, 이렇게만 해주면 채윤이는 알아서 씻고 나왔다.
아이가 하품한 후 양치를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며, 조성현은 채윤이의 볼을 손가락으로 콕 하고 찔렀다.
채윤이는 신경도 쓰지 않고 거울을 보며 양치에 집중했다.
조성현은 웃으며 거실로 나왔다.
방 앞에 설치된 카메라를 향해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그는 그렇게 말하고 부엌으로 향했다.
미리 준비해둔 식재료가 있었기에, 그는 어렵지 않게 아침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메뉴는, 소세지가 들어간 스프와 빵.
너무 햄이나 소세지를 많이 먹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독일에 와서 햄이나 소세지를 안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간단히 아침을 준비하고 있자니, 준비를 다 한 장현아와 한아름이 등장했다.
“아, 선배님. 제가 했어야 하는데… 감사합니다.”
“요리는 제가 더 잘할 텐데, 제가 하는 게 맞죠.”
조성현이 슬쩍 웃으며 말하고.
장현아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장현아보다 조성현이 요리를 잘하는 게 사실이었으니.
“오늘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요?”
“아무래도, 베토벤의 생가가 있는 곳이라 그런지 진짜 이곳저곳에서 거리 공연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조성현이 흥미를 보였다.
어제도 길을 지나면서 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들을 몇 번 보긴 했는데, 제대로 구경을 하진 못했었다.
“그냥 무작정 산책하며 거리 공연 구경하는 게 선배님이나 채윤이 취향에 맞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는 건 어떨까 생각하고 있긴 했어요.”
장현아가 말하고.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자신도 그렇고 채윤이도 그냥 하루 종일 거리 공연을 구경하기만 해도 재미있어할 사람들이긴 했다.
“재미있겠네요.”
“거리 공연 스팟들을 한 번씩 돌아보면서 구경하면 될 것 같아요.”
“식사는 따로 생각해둔 거 있어요?”
“유명한 식당 몇 군데 찾아두긴 했습니다.”
장현아가 식탁에 앉으며 말한다.
조성현은 카메라를 들고 음식을 촬영하는 한아름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한아름은 조성현이 스프를 각자 그릇에 더는 것까지 촬영하고 나서야 카메라를 정리했다.
마침 채윤이가 방에서 나올 때였다.
“채윤아, 아침 먹어.”
“응!”
씻고 나와서 그런가, 방금까지 졸린 눈을 하고 있던 것과는 달리 눈동자가 초롱초롱했다.
아이는 식탁에 앉자마자 장현아를 돌아보았다.
“우리 거리 공연 보러 가요?”
채윤이가 신난 듯 물어본다.
아무래도, 거실에서 나누는 대화가 안방에서도 들리는 모양.
장현아는 웃으며 긍정했다.
“응. 좋아?”
“네. 재미있을 것 같아요.”
“취향에 맞을 줄 알았어.”
채윤이의 답에 장현아가 뿌듯한 얼굴로 답한다.
조성현이 빠르게 아침을 차렸다.
식사는, 평소보다 조금 이르게 끝났다.
채윤이가 거리 공연을 보러 간다는 말에 흥분해서 식사를 서두른 것이다.
그렇게 나온 본의 길거리.
“와…”
거리 공연 스팟에 온 채윤이는 환상적인 광경을 보는 것처럼 얼굴이 환해졌다.
커다란 광장에서, 총 세 팀의 예술가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연주를 하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모습.
채윤이는 가장 가까운, 기타와 첼로를 연주하는 팀 쪽으로 다가갔다.
흔한 조합은 아니었기에, 조성현도 흥미가 동했다.
드르릉. 드릉.
지잉. 지이이잉.
경쾌한 기타 연주와 묵직한 첼로 연주가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다.
정말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 왔다는 게 바로 보이는 연주자들이었다.
기타를 치는 남자가 즐겁다는 듯 웃으며 첼로를 연주하는 여성에게 시선을 돌리고.
첼로 연주자도 밝은 얼굴로 남자와 눈을 마주했다.
곡은 처음 들어보는 곡이었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작게 흥얼거리며 함께하는 것을 보면 자작곡은 아닌 것 같았다.
‘독일 가요 같은 건가.’
듣기 좋은 연주였다.
솔직히 말해서, 채윤이가 베를린 국제 콩쿨의 예선에 참가했을 때 들었던 연주들보다도 더 듣기 좋았다.
수준의 고하를 따지는 게 아니다.
‘듣기 좋은 연주’라는 기준에서 보았을 때 지금 조성현의 눈앞에서 연주되는 거리 공연이 더 좋다는 것.
“자유로우면서도 편안하네.”
“응. 역시 재미있어.”
콩쿨에서 연주하는 연주자들은 보통, 굳어 있다.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말 그대로 굳어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연주자의 성향이 대부분 그렇다고 할까.
오랜 시간 연습을 했을 테니 기술이나 기교 숙련도가 더 높을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전체적으로 딱딱한 느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에 비해 거리 공연은?
실수도 있고, 온전히 연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서 그런지 부담이 없었다.
곡이 끝나고.
채윤이가 얼른 박수를 친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주자들이 감사 인사를 건네고.
조성현은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앞에 있는 기타 케이스에 넣었다.
지난 생에는 이렇게 거리 연주자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하지 못했었는데.
이번 생은 꽤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었다.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서 더 여유가 생긴 것도 있겠지만, 좋은 음악을 들려준 이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도 있었다.
채윤이와 조성현은 정말 쉼 없이 돌아다니며 거리 공연을 구경했다.
정신없이 음악에 몰입한 채 시간을 보내던 그때.
키보드와 클라리넷, 그리고 바이올린으로 구성된 팀의 연주가 막 끝났을 때였다.
“감사합니… 어?”
키보드를 연주하던 남자가 멈칫하며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며 눈을 크게 뜨는 남자의 모습에 채윤이가 슬쩍 조성현의 뒤로 숨는다.
“아, 죄송합니다. 겁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괜찮습니다. 근데… 저희 어디서 본 적이 있었던가요?”
조성현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저희가 봤다기보다는… 제가 거기 꼬마 피아니스트를 본 적이 있네요. 어제, 블랙 하우스에서요.”
그의 말에 채윤이가 다시 몸을 움직여 조성현의 옆에 나란히 선다.
아무래도, 남자는 어제 블랙 하우스에서 채윤이가 피아노를 칠 때 그곳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조성현은 고개를 갸웃하며 남자를 천천히 살폈다.
그리고, 그가 작게 소리를 흘렸다.
누군지 기억이 났다.
‘베토벤 이후, 가장 피아노를 잘…’
“모자를 안 쓰고 계셔서 못 알아봤네요. 어제 인사까지 나눴는데.”
“아, 기억해주시네요.”
“그렇게 좋은 말을 해주셨는데, 기억해야죠.”
“이렇게 다시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여러분들이 허락만 해주신다면, 꼬마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한 번 더 들을 기회를 얻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어제 이야기를 한참 했는데 이 친구들이 믿지를 않는지라.”
남자는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을 들고 있는 다른 연주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성현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돌려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어때 채윤아. 한 번 해볼래?”
“응.”
채윤이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애초에,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절대 빼지 않는 채윤이 아닌가.
거기에다 연주를 부탁하는 상대가 어제 채윤이에게 정말 좋은 칭찬을 해주었던 인물.
아이는 뿌듯한 얼굴로 당당하게 걸음을 옮겨 키보드 앞에 앉았다.
“높이 조절은 괜찮겠니?”
“네, 충분해요.”
채윤이가 문제없다는 듯 답한다.
클라리넷과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신기하다는 듯 키보드 연주자를 바라보았다.
“본인 키보드를 이렇게 선뜻 내주는 건 처음 보는데. 저희도 연주 기대 하겠습니다. 연주할 곡 알려주시면, 잘 맞춰볼게요. 레이디.”
바이올린 연주자가 따뜻한 미소와 함께 채윤이에게 말하고.
채윤이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베토벤의 운명. 한 번 해볼게요.”
아이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하고.
베토벤의 고향에서 베토벤의 연주를 하겠다는 아이의 대담한 선언에, 연주자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웃었다.
“좋아요. 한 번 용기를 내보겠습니다.”
클라리넷 연주자는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연주는 금방 시작되었다.
딴 따라란.
아이의 연주는 힘이 있었고, 클라리넷과 바이올린 연주자는 조금 당황하며 채윤이의 연주에 맞추려 노력했다.
호흡이 완벽히 맞아떨어지진 않았지만, 채윤이가 훌륭한 리드 연주를 선보였기에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은 열심히 따라갈 수 있었다.
피아노가 애매했더라면 오히려 더 호흡이 안 맞았을 텐데, 지금은 워낙 훌륭하니 곧바로 채윤이의 연주를 인정하고 따라가는 것.
금방 신이 나서 연주를 하는 채윤이를 지켜보며.
조성현은 지난밤, 아이가 고민하던 것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거리 공연을 하는 이들의 음악은, 오로지 음악으로만 보게 된다.
다른 요소는 없었다.
그와 정반대의 맥락으로, 콩쿨도 마찬가지였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로지 음악만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거리 공연.
그리고 음악만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로지 음악만으로 승부를 보는 콩쿨.
결국 아이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음악만을 선보일 무대로 향하고 있던 것이다.
따다란 따라란 딴딴.
베토벤의 운명이, 광장을 울린다.
그래.
어쩌면, 그냥 이렇게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음악을 입증해내는 삶을 사는 것이…
채윤이의 운명 아닐까.
환하게 웃은 조성현은 강렬한 연주를 뽐내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