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37)
537화
“본선 진출이에요.”
장현아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한다.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됐네요.”
그가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옆에서 후 숨을 내뱉는 소리가 들려온다.
채윤이가 가슴에 손을 얹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긴장이 풀어지며 안도의 숨들이 몰아치는 것이다.
조성현은 픽 웃고는 아이를 부드럽게 안아 들었다.
채윤이가 거부감 없이 조성현의 품에 안겨 오고.
조성현은 아이를 품에 안고 아이의 등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축하해 채윤아. 고생했어.”
“응! 아빠도 고생했어!”
아이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답한다.
채윤이는 조성현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열심히 부비적거렸다.
장현아가 그런 모습을 보며 환히 웃었으며.
“아니, 그렇게 빨리 가시면 어떻게 해요…”
황급히 뛰어온 한아름이 얼른 카메라를 들이밀며 조성현과 채윤이를 촬영했다.
본선 진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의 반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촬영해 두면 쓸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한아름은 작게 한숨을 쉬면서도 촬영을 멈추지 않았다.
잠시 동안 예선 통과의 기쁨을 즐기던 조성현은 장현아에게 시선을 돌려 입을 열었다.
“따로 안내는 없나요? 오늘 곡도 정해진다고 들었는데.”
“아, 곡은 지정곡인데. 현장에서 지정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예선전 치른 아트센터까지 가야 해요.”
“몇 시까지예요?”
“오늘 저녁, 7시네요.”
“몇 시간 안 남았으니… 연습을 좀 더 하다가 출발하면 되겠죠?”
“네. 그 전에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거 준비해둘게요.”
7시까지 가야 하는 거라면 저녁 식사를 놓치게 될 것이다.
장현아는 늦어질 저녁을 대비해 간단한 요깃거리까지 준비할 생각인 듯했다.
“항상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제 일인데요.”
장현아가 웃으며 고개를 흔들고.
그런 그녀와, 한아름의 뒤로 아까 잔뜩 걱정을 늘어놓던 직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본선 진출 축하드립니다!”
장현아에게 혼쭐이 난 것인지, 아니면 본선 진출 사실에 안심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진심으로 기뻐하는 얼굴로 축하를 건넸다.
채윤이에게 고깔모자를 씌워주고, 생일 파티를 할 때나 쓰는 종이나팔을 불면서 축하하는 그들의 모습에 채윤이가 환하게 웃었다.
조성현은 채윤이가 종이나팔을 뿌우 부는 것을 보며 미소 지었다.
예선은 가뿐히 통과할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확정이 되니 조성현도 안심이 된다.
‘이제, 시작이네.’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 * *
시간에 맞춰 예선전을 치렀던 아트센터로 향하니, 이미 참가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있었다.
적어도 백수십 명에서 이백 명은 되어 보이는 인파.
전부 다 참가자들은 아닐 것이다.
지금 모인 인원은 성인 부문이 아니라, 미성년 부문의 참가자들이었으니 그 정도로 많을 리는 없다.
이미 프로로 활동 중인 연주자들이나, 참가자들의 부모도 있을 테니.
실질적으로는 3분의 1 정도가 참가자일 것이다.
전부 경쟁자이며, 동시에 같은 음악의 길을 걷는 동료들이다.
“무슨 곡이 지정될까. 너무 기대된다.”
채윤이가 조성현의 손을 힘주어 잡으며 말한다.
아이의 말에 조성현이 살짝 몸을 굽혔다.
“따로 원하는 곡 있어?”
“원하는 곡?”
“응. 이번에 연주해 보고 싶은 곡. 아니면, 자신 있는 곡도 좋고.”
조성현이 물었다.
따로 뭐, 자신 있어 하는 곡이 있을까.
그런 생각에 물은 것인데, 채윤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음… 그런 건 따로 없는데. 그래도 베토벤 곡이었으면 좋겠어.”
“베토벤? 이번에 본 다녀온 것 때문에?”
“응. 재미있을 것 같아. 지금 제일 잘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은 게 베토벤이야.”
하긴, 본에 다녀오면서 베토벤의 음악을 참 많이 들었다.
가는 길에도 듣고,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자면서도 베토벤의 곡을 들으며 왔으니 자신 있을 만했다.
“아빠도 베토벤 곡 하면 좋을 것 같긴 하다.”
“그치?”
조성현이 채윤이의 말에 공감하고, 아이가 기분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본선 1차에서는, 피아노만 연주하는 게 아니라 바이올린과도 호흡을 맞춰야 했다.
파트너가 있다면 함께 연주하면 되고, 없다면 베를린 국제 콩쿨 측에서 미리 준비한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한다.
아마, 보통은 자신과 미리 호흡을 맞춘 적 있는 연주자를 섭외해 왔을 것이다.
호흡을 오래전부터 맞춰왔던 연주자가, 일주일 만에 급하게 호흡을 맞춰봐야 하는 연주자보다 훨씬 나을 것은 자명한 일이니.
“이번에는… 좀 긴장되네.”
조성현이 채윤이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중얼거렸다.
자신도 함께 연주해야 하는 무대였기에, 조성현도 꽤나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에서 모이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일 텐데, 그들만큼 자신이 바이올린 연주를 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아니, 미지수라고 하는 것도 너무 오만한 거지.’
솔직히, 훨씬 못할 확률이 높다.
조성현에게는 커리어나 포트폴리오라고 부를 것이 전혀 없었으며.
신경화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인정받은 것이 전부였다.
물론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며 피아니스트인 신경화 교수에게 인정받는 것은 물론 대단한 일이지만, 글쎄.
그런 신경화 교수의 인정도 조성현의 바이올린 연주보다는, 채윤이와의 호흡이 잘 맞는다는 부분이었다.
아이의 무대를 자신이 망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하게 되는 것은 당연했다.
조성현은 손에 땀이 나는 것을 느끼고 슬쩍 자신의 옷에 손을 문질렀다.
“선배님도 긴장하실 때가 있네요. 항상 태연하시더니.”
“저도 사람인데. 당연히 긴장하죠.”
“…”
장현아가 조성현을 가만히 바라보고.
조성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근데 현아씨는 제가 긴장되는 순간마다 항상 저도 긴장할 때가 있냐고 물어보는 것 같아요.”
“제가요?”
“네. 아니에요?”
“글쎄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진짜로 선배님이 긴장하는 거 볼 때마다 신기해서 그래요.”
장현아가 웃으며 말한다.
조성현도 픽 웃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니 그래도 긴장이 어느 정도 풀리는 게 느껴졌다.
“어, 이제 나온다.”
조성현과 채윤이를 촬영하던 한아름이 카메라를 돌리며 말한다.
그녀의 말에 조성현과 채윤이의 시선이 동시에 움직였다.
한아름의 말대로, 베를린 국제 콩쿨 측 사람 몇 명이 나와서 벽에 커다란 안내문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름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신기하게, 수많은 이름들 속에서도 찾아야 할 이름은 곧바로 눈에 보이는 법이니까.
“채윤 조… 저기 있다.”
가장 먼저, 영어로 쓰여 있는 아이의 이름.
그리고 그 옆에는 지정곡이 적혀 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아이가 바라던 베토벤의 곡이었다.
채윤이의 얼굴이 밝아졌다.
조성현도 아이가 원하던 곡을 하게 되어 좋았지만…
조금 어려운 곡이었기에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진짜 열심히 해야겠네.’
연주를 안 해본 곡은 아니었으니 다행이었지만, 여기에 모인 이들 중 지정곡을 연주해 보지 않은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평생을 연주하며 살아온 이들이고, 함께 호흡을 맞출 바이올리니스트들 또한 마찬가지일 테니 대부분 출발선이 조성현보다는 앞에 있을 거다.
그걸 따라잡기 위해서는 정말 대단한 노력이 필요할 터.
조성현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렇게, 살짝 고개를 돌리는 그의 시선에 묘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남자아이가 보였다.
정확히는, 채윤이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아이였다.
금발에 푸른 눈의, 중학생 나이 정도로 보이는 인물이다.
낯설지는 않았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다만, 기억이 잘 나지 않긴 한다.
“아빠. 얼른 돌아가서 연습하자.”
“그래.”
기억이 날 듯 말 듯 했지만, 조성현은 아이의 말에 상념을 끊고 웃으며 답했다.
* * *
제임스 스튜어트.
영국 출신의 피아니스트인 그는 해맑게 웃고 있는 채윤이와, 채윤이의 아버지로 보이는 이를 가만히 응시했다.
“도련님, 지정곡이… 바흐, G선상의 아리아군요.”
“익숙한 곡이야. 무리 없을 것 같네.”
옆에서 들린 레이온드의 목소리에 제임스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G선상의 아리아라면 수도 없이 많이 연주해 봤던 곡이다.
파트너에게도 익숙한 곡이겠지.
지정곡에서 금방 흥미를 잃은 그의 시선은 여전히 채윤이에게 꽂혀 있었다.
‘역시, 예선은 가볍게 통과할 줄 알았어.’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되는 연주였었다.
그렇게 자유롭고, 즐거운 연주를 펼쳤으니 통과하지 못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
제임스는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연주를 들어볼 수 있겠냐고 묻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
‘품격 없게.’
그는 속으로 생각하며, 움찔거리는 자신의 손을 멈췄다.
채윤이의 연주를 듣고, 그는 아이의 연주를 잊지 못해 레이온드에게 채윤이의 모든 걸 알아 오라고 지시했었다.
이름도, 미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레이온드의 조사로 알 수 있었다.
덕분에 며칠을 버틸 수 있었다.
아마, 아니었다면 정말 미쳐 버렸을 거다.
채윤이의 연주는 머릿속에서 맴돌면서 떠나지 않았으니까.
그건 마치, 사막에서 본 하나의 오아시스와 같았다.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는 순간 입술을 적신 한 방울의 물.
그게 채윤이의 연주였다.
지겹고, 심지어 이제는 한심하기까지 한 다른 연주와는 전혀 다른 연주다.
‘정말로… 압도적이었지.’
그런 연주는, 저 아이만 할 수 있는 것이리라.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연주자만 보일 수 있는 연주였으니.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채윤이가 멀어져간다.
제임스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가지. 지정곡 연습은 해야 하니까.”
“예, 도련님.”
평소에 제임스가 피아노 연습을 별로 하지 않는 편이었기에, 레이온드는 밝은 얼굴로 금방 그의 뒤를 따랐다.
걸음을 옮기며, 제임스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입이 텁텁한 게 묘하게 갈증이 나는 듯했다.
“물 있어?”
“아, 예.”
레이온드가 금방 물을 한 병 건네준다.
물을 빠르게 마셔도 갈증은 해결되지 않았다.
‘진짜 목이 마른 게 아니었으니까.’
그건 갈망이었다.
‘진짜 음악’을 향한.
제임스가 걸음을 서둘렀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연주를 해보고 싶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