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4)
54화
조성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말하지만 자신의 딸인 채윤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뭘 하고 있었던 그는 되도록 채윤이의 하원 시간에 맞춰서 움직였다.
유치원으로 가는 길에 채윤이의 하원 시간을 두 시간 정도 앞당겨서 아이와 더 많이 시간을 보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채윤이가 사교성을 기르고 아빠가 해주지 못하는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서는 유치원도 분명 필요한 수단이기에 지켜보는 게 좋다는 결론이 났다.
“그런 게 아니었으면 애초에 유치원에 보내지도 않았겠지.”
아마, 하루 종일 채윤이랑 시간을 함께 보냈을 것이다.
직접 공부를 가르치려고 노력했을 거고, 온종일 함께하며 그동안 부족했던 아빠로서의 사랑을 마음껏 줄 것이었다.
지금도 마음도 굴뚝같지만, 어쩌겠나.
필요한 것을.
조성현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저 멀리 보이는 유치원을 향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는 금방 도착해서 민은정 선생과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 채윤이는 어땠나요?”
“아, 주말 동안 진짜 재미있게 잘 보낸 모양이더라고요. 아까부터 영준이를 붙잡고 계속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연주회도 다녀오고, 호수공원도 다녀온 것 같던데.”
“네. 토요일에 연주회 가고 일요일에 호수공원 다녀왔는데. 영준이한테 다 말했나 보네요.”
“무슨 요정님이 소원도 들어줬다고 하더라고요.”
민은정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조성현은 채윤이가 자랑하듯 영준이에게 열심히 이야기했을 걸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슬쩍 안쪽으로 들어가 유리 너머로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여전히 영준이와 함께 있었는데, 자리는 역시나 피아노 의자였다.
피아노 의자에 영준이와 채윤이가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하는 모양새.
영준이도 음악 쪽으로 재능 있는 아버지를 둬서 그런지, 피아노랑은 친숙한 모양이었다.
조성현은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았고, 영준이 채윤이와 이야기하다가 조성현을 발견하고는 아 하고 입을 벌렸다.
채윤이에게 조성현이 온 것을 말했는지, 채윤이가 번쩍 고개를 들어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헤헤 웃으면서 피아노 의자에서 내려와 조성현에게로 다가왔다.
“채윤아. 영준이랑 무슨 이야기 했어?”
“놀러 갔다 온 거! 영준이도 어제 인어공주 보고 왔어.”
“그래?”
“응! 그리고 영준이네 엄마가 채윤이 보고 밥 먹으러 오라고 했대!”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조성현은 그 이야기를 듣고 순간 멈칫거렸다.
아무래도 영준의 어머니인 정미원이 영준이가 채윤이를 많이 좋아하니 언제 한 번 집에 초대해보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채윤이는, 정미원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게 기분 좋은지 연신 웃고 있었다.
“채윤아.”
“네에?”
“영준이가 좋아?”
왜 물어봤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조성현은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궁금증에 곧바로 물었고.
채윤이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영준이는 착해!”
아이가 웃으며 말했고.
조성현은 정말 알 수 없는 미묘한 서운함을 느꼈다.
아니, 이걸 서운함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정말 말도 안 되지만… 어쩌면, 질투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인 것 같았다.
‘나 미쳤구나?’
7살짜리 남자애한테 질투나 느끼고.
조성현은 스스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그는 고개를 흔들고는 후 하고 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이상했는지 채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중에 영준이네 어머니가 직접 초대하시면 한 번 가볼까?”
“채윤이는 좋아.”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채윤이 답했다.
정미원이 직접 날짜를 정해서 언제 한번 오라고 이야기해주면 조성현도 갈 생각이 충분히 있었다.
영준이랑 채윤이 가장 친한 친구기도 했고, 아이들끼리 놀면서 부정적인 영향은 거의 없는 모양이었으니까.
특히, 조성현은 영준이에게 계속해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혼자만의 세상에서 살던 채윤이를 조금씩 조금씩 밖으로 인도해준 사람이 영준이인 셈이니까.
물론 조성현도 노력했지만, 아빠와 친구는 어쨌든 시선이 많이 다른 법이다.
아빠가 하지 못하는 것을, 친구는 할 수 있다.
당연히 친구가 할 수 없는 걸 아빠가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분명한 건 영준이가 채윤이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더 이상하네.’
채윤이를 많이 도와준 영준이에게, 묘한 질투심을 느끼다니.
정말 미쳤나 보다.
조성현이 픽 웃으면서 채윤이를 안고 일어났다.
영준이 다가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아이의 인사에 조성현은 손을 흔들어 마주 인사해주었다.
“영준이 안녕.”
“안녕하세요. 아저씨.”
“응. 잘 지냈어? 어제 아쿠아리움 다녀왔다면서?”
“네. 엄마하고 다녀왔어요.”
영준이 어린아이 특유의 하이톤으로 말했다.
최대한 예의 바르게 말하려는 티가 나서, 조성현은 웃음을 보였다.
정미원이 영준이를 데리러 올 때까지, 조성현은 영준이와 함께 이야기했다.
고작 몇 분이지만, 채윤이 먼저 가버리면 영준이가 심심할 테니까.
아쉬워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어서 더 그렇기도 했다.
“아, 안녕하세요. 성현씨. 채윤이도 안녕?”
뒤쪽에서 정미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성현은 몸을 돌려 그녀에게 인사했다.
정미원은 집에서 급하게 나왔는지, 편한 복장이었고 옷에는 심지어 물감이 묻어 있었다.
그녀가 미술 전공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그리 이상한 일은 또 아니었다.
“아 성현씨. 오늘 저녁에 약속 있으세요?”
“오늘 저녁이요? 아뇨, 딱히 뭐가 있지는 않은데….”
“괜찮으시면 오늘 저녁 같이 드실래요? 영준이 아빠도 오늘 일찍 퇴근한다고 해서, 아마 지금 집에 가는 길일 거예요.”
“아.”
정미원의 제안에 조성현은 작게 소리를 냈다.
채윤이를 통해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는, 그냥 나중에 한 번 놀러 가는 걸 생각했었다.
오늘 당장 초대를 받을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기에,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다.
조성현은 힐끗 채윤이와 영준이를 바라보았다.
영준이는 제발 같이 먹자고 대답해달라는 듯, 간절한 얼굴이었다.
채윤이도 비슷했다.
영준이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같이 먹으면 좋겠다는 게 얼굴에 드러나고 있었다.
결국 조성현이 할 수 있는 답은 하나뿐이었다.
“저는 좋습니다. 초대 감사합니다.”
그의 답에, 정미원이 웃었다.
* * *
결국 조성현과 채윤은 함께 영준이네로 왔다.
마침 딱 영준이의 아버지, 유재균도 도착해서 집 앞에서 만나서 함께 들어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넓은 거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거실에는 작은 캔버스가 놓여 있었고, 조성현은 그림을 보자마자 숨을 들이켰다.
“와….”
그냥 저절로 감탄이 흘러나온다.
녹색의 잔디밭.
그 뒤에 있는 한강.
한쪽 구석에 있는 자전거와… 그림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채윤이가 너무 묘하게 잘 어우러져 있었다.
“대박이네요. 직접 그리신 거세요?”
“네. 한 일주일 작업해서, 오늘 겨우 마무리했어요. 아이들이 참 예쁘죠?”
“정말, 예쁘네요.”
웃고 있는 게 정말 잘 표현된 것 같았다.
해맑은 아이의 웃음이 너무 완벽하게 나타나고 있었으니까.
“사실 오늘 오전에 다 끝나서, 그거 드리려고 오늘 오시라고 한 거예요.”
“이 그림을요? 아니, 저희 주시면….”
“채윤이가 너무 잘 나와서, 성현씨 안 주고는 못 배기겠더라고요.”
정미원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영준이의 외투를 벗겨주었다.
조성현도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채윤이가 입고 있는 외투를 벗겨줬다.
“아무튼, 저 그림은 이따가 가시면서 꼭 가지고 가세요. 채윤이 옷은 저한테 주시면 정리해둘게요.”
“아, 감사합니다. 그림 진짜… 잘 받겠습니다. 제가 해드린 게 너무 없어서 죄송한데….”
“죄송할 게 뭐가 있어요. 그냥 제가 좋아서 드리는 건데.”
정미원이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들고는 부엌 쪽으로 향했다.
그 사이 채윤이와 조성현은 거실에 있는 그림을 더 구경했다.
“우리 엄마 완전 그림 잘 그리지?”
“응. 짱이야.”
영준이의 말에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한다.
채윤의 답에 영준은 뿌듯한 얼굴로 힐끗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조성현은 그의 그런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림 속 채윤이의 해맑은 웃음이, 그의 시선을 가득 채우고 있었으니까.
조성현은 처음으로, 무언가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채윤이의 이런 모습을 나중에 아이가 커서 보게 된다면 얼마나 신기할까.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영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채윤이네 아빠는 그림 잘 그려?”
영준이의 질문에, 채윤이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아이는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아빠는 그림 못 그려.”
조성현이 결국 그렇게 답했고, 채윤이와 영준은 동시에 헤에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영준이는 그렇구나 하면서 넘어가는 기색이었지만, 채윤이는 아니었다.
“그래도 아빠는 최고야. 우리 아빠는 노래도 잘하고… 어어, 피아노도 잘하고….”
“우리 아빠는 바이올린 잘한다!”
채윤의 말에 영준이 지지 않겠다는 듯 말했다.
아이들이 서로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모습에 조성현은 미소를 보였다.
그의 옆으로 유재균이 다가오면서 입을 열었다.
“애들이 참, 귀엽죠?”
“그러니까요. 너무 귀여워요.”
“지난번에 채윤이 콩쿨은 어떻게 하기로 하셨어요?”
“콩쿨을 한번 나가보고 싶긴 한데, 아무래도… 채윤이한테 벌써부터 부담을 주거나 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천천히 생각하려고요.”
조성현이 답했다.
굳이 급하게 생각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채윤이가 관심을 보였으니 콩쿨을 하긴 하겠지만, 당장 할 건 아니다.
사실,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정확히 모른다는 것도 문제였고.
“천천히 생각하는 것도 좋죠. 아이가 피아노를 조금 더 해보고 난 후에요.”
“네. 안 그래도 그냥 일단은 여러 경험을 시켜주려고요. 최근에는 바이올린이랑 같이 피아노 연주를 하고 싶다고 해서 제가 나중에 바이올린 배워서 같이 연주해보기로 했거든요.”
“오. 바이올린 할 줄 아세요?”
유재균은 바이올린 전공자로서, 또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쳐주는 교수였다. 그 탓인지 상당히 관심을 보였다.
“그냥, 완전 기초요. 그것도 어릴 적에 배운 거라서 제대로 기억도 안 나요. 집에 바이올린도 없어서… 나중에 사서 한 번 따로 연습해보려고요.”
조성현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바이올린이 한두 푼 하는 건 아니니 조금 더 공부한 후에 연습용 바이올린을 살 생각이었다.
유재균은 조성현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는 듯싶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나중에 바이올린 본격적으로 배우실 때 자세나 그런 거 봐 드릴게요. 아니다, 말 나온 김에 그냥 지금 한 번 해보시겠어요?”
전공 교수 집에 바이올린 한 대가 없을 리 없다.
유재균이 한 번 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듯 물었고, 조성현은 힐끗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반짝거리는 아이의 눈빛을 보고, 조성현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조성현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한 번 해보지 뭐.’
닳는 것도 아니고.
뭐가 문제겠는가.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당연히, 그는 오늘 일을 계기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