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44)
544화
“시간이 늦어서 내일이나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결국 오늘 연락 왔네요.”
결국 다시 장현아와 한아름을 안으로 들이고.
차를 한 잔씩 앞에 둔 채로, 조성현이 말을 꺼냈다.
그제야 홍조까지 띄우며 들떠 있던 장현아와 한아름이 심호흡을 한다.
“본선 1차도 통과했겠다. 파티 열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장현아가 신난 목소리로 말을 하고.
한아름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채윤이는 파티라는 말에 무조건 동의한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결정권이 자신에게 있는 것 마냥 그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조성현이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 거죠. 내일 아침에 조식 먹고 케이크라도 하나 사서 조촐하게 파티를 해볼까요?”
“본선 1차 통과했으니까, 이제 두 번 더 남은 거죠?”
“네. 2차랑, 3차.”
조성현이 간단히 답했다.
베를린 국제 콩쿠르는 본선 3차까지 있는데, 일단 본선 1차를 통과했으니 이제 대비해야 하는 건 본선 2차.
본선 2차에서는 바이올린과 호흡을 맞추는 게 아닌, 피아노 솔로로 진행이 된다.
곡은 지난번과 같이, 주최 측으로부터 지정받는 형식.
내일 오후에 아트센터에 가서 지정곡을 확인해야 했다.
어떤 곡이 지정되느냐에 따라 꽤 많은 것이 달라지기에, 곡 지정은 중요했지만…
채윤이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무슨 곡이 나오든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일까.
조성현은 케이크를 먹을 생각으로 신난 채윤이를 보면서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초코 케이크로 먹자. 위에 초콜릿 올라가 있는 거로.”
“초콜릿 케이크 좋지.”
채윤이의 말에 한아름이 답해주면서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녀도 신이 난 것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조성현, 채윤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니 한아름도 어느새 진심으로 응원해주게 되었다.
아마, 장현아 다음으로 정말 진심을 다해 응원해주는 건 한아름이 아닐까.
결국 채윤이는 한참이나 신나서 떠들다가 12시가 넘어서야 잠들었다.
아이가 잠들고, 한아름은 자는 채윤이를 잠시 촬영하다가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그럼, 저희도 자러 갈게요.”
장현아와 한아름이 다시 한번 방을 떠나고.
조성현은 그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채윤이를 안아 안방 침대에 눕혔다.
아이는 좋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가만히 채윤이를 내려다보았다.
너무 기특했다.
본선 1차 무대에서, 채윤이는 자신만 믿으라는 듯.
조성현의 등을 떠밀며 자유롭게 연주를 할 것을 종용했다.
그렇게 해방감을 만끽하며 연주를 한 결과, 결국 채윤이는 본선 1차를 통과했다.
남은 것은 두 개의 무대.
입상이라도 하려면 본선 2차를 통과하고, 본선 3차에 진출해야 했지만…
어쨌든 제대로 된 시작을 했다.
본선 2차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상당한 커리어가 될 테니, 굳이 입상하지 않아도 괜찮을 터였다.
채윤이가 없었다면 자신의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뭐, 가정할 것도 없지.’
이미 자신은 그 결말을 겪어보지 않았던가.
후회밖에 남지 않은 최악의 인생.
그게 채윤이가 없는 조성현이라는 사람의 인생이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그런 걸까.
정말 오랜만에 술이 마시고 싶었다.
기분이 참, 묘했다.
8살짜리 딸을 두고 있는 아버지가 할 생각은 아닐 수도 있겠으나.
조성현은 지금까지, 그래도 음악을 전체적으로 보고 조절하는 부분에서는 자신이 꽤 잘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근데, 이번 본선 1차 무대에서 채윤이가 보인 모습을 돌아보면… 글쎄.
과연 자신이 채윤이보다 곡을 장악하는 부분에 있어서 뛰어난지 잘 모르겠다.
프로듀서로서, 작곡가로서의 경험이 있기에 이 부분에서만큼은 그래도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채윤이가 오히려 자신을 리드하며 디렉팅을 해준 듯한 느낌.
그 결과가 본선 1차 통과로 드러났으니 기분이 묘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외투를 걸치고 방을 빠져나왔다.
호텔 상층에 위치한, 크지 않은 칵테일 바.
“어서 오세요. 손님.”
바텐더가 친절한 미소로 그를 맞았다.
손님은 많지 않았다.
아니, 조성현이 유일하다.
“어떤 거로 드릴까요?”
“음… 테킬라 선라이즈로 부탁할게요.”
조성현이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도수 높은 거로 마시고 싶진 않고, 그냥 적당히 생각을 정리하다가 자러 가볼 생각이었다.
스륵.
바텐더는 금방 칵테일을 제조해서 그의 앞에 내밀었다.
붉은빛의 칵테일을 잠시 보던 조성현은, 가볍게 입술을 축이고 다시 잔을 내려놓았다.
본선 1차 무대에서 보여주었던 채윤이의 의지는 명확했다.
조성현이 바라는 대로, 자유롭게 한 번 연주해 보는 것.
그게 채윤이가 바라던 연주였다.
조성현은 어렴풋이나마 ‘자신의 연주’가 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채윤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이는 지난번, 베토벤의 생가에 가서 기념품으로 사 온 오르골을 돌리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아이의 음악이 아니라, 그냥 아이가 좋아서 아이의 연주를 듣는 건지 물었고, 그것은 조성현도 쉽게 답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그는 대중들에게 한번 들려주고 싶었다.
조성현과 채윤이의 음악이 아니라, 그냥 ‘나’의 음악을.
어떻게 조성현을 드러내지 않고 그의 순수한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어쩌면 그게 채윤이처럼 콩쿨에 참가하는 게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길거리 공연을 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어떤 형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응…?’
조성현은, 자신의 앞에 놓인 칵테일을 마시려다 말고 멈칫했다.
칵테일 바에 들어서고 있는 익숙한 인영.
잠옷 대용으로 입는 옷인지, 평소에는 보기 힘든 옷차림을 한 장현아다.
“어… 선배님이 계실 줄은 몰랐네요.”
“그냥 가볍게 한잔 마시고 갈 생각이었는데, 현아씨가 올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아, 저도 그냥 한 잔만 마시려고… 옷 갈아입기 귀찮아서 그냥 잠옷을 입고 나온 건데 너무 민망하네요.”
“저도 뭐, 편한 옷이에요.”
조성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장현아는 웃으면서 그의 옆에 자리를 잡고 주문했다.
“파라다이스 한 잔 주세요.”
조성현은 장현아가 칵테일을 주문하는 것을 보고, 슬쩍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한 잔만 마시는 거 확실하죠?”
언젠가 그녀와 함께 와인을 마시다 장현아가 살짝 취한 모습을 본 적이 있기에, 조성현은 장난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놀리려는 의도를 파악한 걸까, 장현아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도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온 거예요. 많이 마실 거였으면 잠옷 입고 나오지도 않았죠.”
“벌써 술 한잔하고 옷 갈아입는 거 까먹고 그냥 잠옷 차림으로 나온 건 아니고요?”
“선배!”
그만하라는 듯, 장현아가 웃으며 목소리를 낸다.
조성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마침 바텐더가 오렌지색 칵테일을 장현아의 앞에 내려놓았다.
장현아는 조심스럽게 잔을 들어 올렸고, 조성현도 자신의 앞에 있는 칵테일을 들어 가볍게 잔을 부딪쳤다.
짠.
유리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울리고.
칵테일을 한 모금씩 마신 조성현과 장현아는 동시에 잔을 내려놓았다.
“아, 칵테일은 달아서 참 좋아요.”
“과일 향 나는 술을 꽤 좋아하나 봐요.”
“맛있잖아요. 물론 다른 술도 싫어하는 편은 아니긴 한데, 맛을 따지면 아무래도.”
장현아가 싱긋 웃으며 말한다.
그녀의 말에, 조성현이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잔에 맺힌 물방울을 가만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야밤에 술은 왜 찾은 거예요?”
“그냥 달달하게 술 한잔하고 자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그런가요?”
“선배님은요? 그냥 축하주?”
“네, 뭐. 비슷하죠.”
조성현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답했다.
축하주 느낌은 아니고, 조금 더 깊은 고민이 담긴 술이었지만… 아직 이야기를 꺼낼 단계는 아닌 것 같았다.
장현아는 조성현의 대답에서 묘한 느낌을 받은 것인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는 이내, 칵테일을 한 모금 더 마신 후 말을 이었다.
“솔직히 저는 이번 무대 보면서 진짜, 더 확신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이번 본선 1차 무대 통과로 그게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점이 명확하게 입증되었고요.”
“그래요?”
“진짜 기뻐요. 계속해서 근거들이 하나둘씩 생기잖아요.”
“근거라면, 어떤 것들이요?”
“그냥 뭐… 선배님이나 채윤이랑 함께 하면 무조건 되겠구나 하는 근거들? 음악을 대하는 방식이라든지, 삶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고요. 아, 표현이 조금 이상했으려나요?”
“아뇨, 괜찮아요.”
장현아의 말에 조성현은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그가 장현아를 좋아하는 게, 바로 이런 부분들 때문이다.
장현아는 진지하고, 사소한 것 하나라도 한 번쯤은 고민해보는 습관을 가진 인물이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표현을 빌리자면, 장현아는 정말 괜찮은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조성현과 채윤이가 음악을 대하는 것처럼, 장현아는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아티스트를 소중히 대했다.
직업 정신일 수도, 아니면 단순한 책임감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녀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다.
조성현과 장현아는 이후로도 가볍지도, 그렇다고 썩 무겁지도 않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술은 이미 한 잔을 다 비웠고.
두 잔째를 거의 다 마셔갈 때쯤.
조성현은 멀쩡했지만, 장현아는 얼굴이 조금 붉어져 약간의 열이 오르고 있다는 게 보였다.
시간은 이미 새벽 두 시가 슬그머니 넘어가는 중.
조성현은 조금 남아 있는 술을 보며 칵테일 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입을 열었다.
“현아씨.”
“네 선배.”
“나중에 제가 좀 이상한 거 시도해보고 싶다고 해도, 응원해주시겠죠?”
하고 싶은 게 생긴 것 같았다.
다만,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러모로 고려를 해봐야 해서 조심스러웠을 뿐.
그래도 언젠가 한 번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렇게 물어보니, 장현아는 시원하게 웃었다.
“에이, 그럼요. 당연하죠. 선배님이 뭘 하고 싶어 하시든. 그냥 지지하겠습니다.”
그녀가 단단한 목소리로 답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완벽하게 지지하겠다는 의지가 명료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