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5)
55화
바이올린을 한 번 켜보고 싶었지만.
그보다 먼저 식사 준비가 됐다.
“얼른 밥부터 드시죠!”
정미원의 말에, 유재균과 조성현은 움직임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았고.
영준과 채윤은 바로 부엌 쪽으로 달렸다.
“가시죠.”
“넵.”
유재균의 말에 조성현이 간단히 답했다.
식탁 위에는 음식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떡갈비를 준비했는지, 각 사람의 접시에 떡갈비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김치부침개도 있고, 콩나물국도 있다.
조성현은 풍성한 식탁에 감탄했다.
“아니, 언제 이렇게 다 준비하셨어요? 도왔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다들 간단한 거라서 뭐 할 것도 없었어요.”
정미원이 손을 흔들며 말하고, 영준이와 채윤이는 언제 먹어야 할지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걸 깨달은 유재균은 먼저 수저를 들었다.
식사는 시작되었고, 아이들은 열심히 밥을 먹었다.
채윤이는 떡갈비도, 김치부침개도 잘 먹었지만 유독 콩나물국을 좋아했다.
조성현은 아이에게 콩나물국을 한 번도 해주지 못했었다는 걸 떠올리고는 조금 미안해졌다.
그리 어려운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해주지 못했으니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콩나물국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조성현은 식사를 이어갔다.
밥을 먹으면서 하는 이야기는 그리 대단한 것도 없었다.
어차피 영준이랑 채윤이로 서로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할 이야기는 아이들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채윤이는 피아노를 언제부터 치기 시작했던 거예요?”
“아, 저도 사실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최근이었던 것 같아요.”
“학원 같은 곳을 다니면서 배운 거예요? 영준이 말로는 정말 잘 친다던데.”
“학원에 다닌 적은 없고요, 그냥 독학했어요. 어느 순간부터 보니까 애가 피아노를 치고 있길래… 제가 아는 지식 총동원해서 열심히 알려줬죠. 그런데 요즘에는 그냥 채윤이가 알아서 잘 치더라고요.”
사실 조성현이 뭘 알려줬다고 하기에도 민망했다.
그는 그냥 박자나, 음계 같은 것만 알려준 것뿐이었으니까.
채윤이는 아직 악보를 읽는 법도 몰랐다.
단 한 번도 악보를 보고 친 적이 없으니까.
“하긴. 진짜 대단해요. 지난번에 영준이도 제가 뭐 그림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고요. 근데 또 엄청 잘 그려서 놀랐잖아요.”
정미원이 고개를 흔들며 아이들이 쑥쑥 큰다며 말을 이었다.
“정말 아이들은 따로 안 가르쳐줘도 부모 하는 거 보면서 배우는 게 맞나봐요.”
조성현이 웃으며 답했다.
그 말에 채윤이 밥을 먹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맞아요! 채윤이는 아빠한테 피아노 배웠어!”
아이가 그렇게 말하면서 헤헤 웃었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입가를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영준이는 힐끗 채윤이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우리 아빠도 바이올린 잘해.”
“채윤이 아빠도 바이올린 할 수 있어!”
조성현은 채윤이의 말에 어색한 얼굴을 해 보였다.
바이올린을 조금 배운 것뿐이지, 뭔가 제대로 할 자신은 없었으니까.
“우리 아빠가 더 잘하는데.”
“헤에… 채윤이 아빠는 피아노도 잘 쳐. 노래도 잘해.”
영준이의 말에 채윤은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조성현은 허허 웃었다.
설마, 영준이랑 채윤이가 단둘이 있을 때도 이런 대화가 오가는 건 아니겠지?
* * *
식사가 끝나고, 결국 유재균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서 바이올린을 한 대 가지고 나왔다.
그는 이리저리 바이올린을 만지작거리면서 조율을 했다.
“제가 주로 쓰는 바이올린은 아닌데, 일단 성현씨 이걸로 한 번 해보시고… 제가 자세 잡아 드릴게요.”
유재균이 그렇게 말을 하면서 바이올린을 넘겼다.
조성현은 바이올린을 잡아 들고, 숨을 길게 내쉬면서 자세를 잡았다.
기본적인 자세를 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뭐, 자세를 잡는 것 정도야 바이올린을 안 배운 일반인도 눈썰미만 좋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거니까.
결국 중요한 건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있는 올바른 자세냐 아니냐였다.
모양새만 번듯할 수도 있는 거니까.
조성현이 자세를 잡고 유재균을 바라보자, 유재균은 미간을 찡긋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순식간에 진지한 얼굴이 된 유재균을 보면서 조성현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음악에 있어서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는 게 저절로 느껴졌으니까.
“성현씨, 팔꿈치 조금만 더 들어보실래요? 어깨에는 조금만 더 힘을 풀고요. 네네 지금 좋아요. 활은 잘 쥐고 계시네요. 잘하시는데요?”
“아, 그런가요?”
정말 오래전에 배운 거라서 다 엉망일 줄 알았는데, 그래도 완전 엉망은 아닌 모양이다.
다행이었다.
시작부터 엉망이었으면 채윤이와 함께 연주하는 날이 조금 더 멀어졌을 텐데.
짝짝짝.
조성현이 바이올린을 들고 자세를 잡는 걸 본 채윤이 박수를 쳤다.
아이가 박수를 치자 정미원도 웃으며 박수를 쳤고, 영준이도 함께 했다.
조성현은 괜히 민망해 웃음을 흘렸다.
“활 한 번 움직여보실래요?”
지이잉.
가볍게 움직이자, 유재균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음계는 다 잡을 줄 아시는 거죠?”
“네, 일단은요.”
원래 기억이 잘 안 났는데, 지난번에 바이올린 공부를 하면서 다시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음계를 잡는 건 문제가 없었다.
“음… 스즈키는 몇 권까지 배우셨어요?”
“아, 제가 스즈키로 배운 게 아니라 그냥 다른 교본으로 했거든요. 미튜브 보면서 하기도 했고.”
유재균은 가장 대표적인 바이올린 교본인 스즈키를 언급했지만, 조성현은 어색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의 바이올린은 거의 대부분 미튜브를 통해서 배운 것이었으니까.
“정말로 제가 몇 년 전에 미튜브를 통해서 배운 게 다라서….”
“그런 것 치고는 자세도 그렇고, 상당히 잘 잡으시는데요? 일단… 이거 한 번 해보시겠어요?”
유재균이 웃으며 조성현을 칭찬했다.
그는 금방 몸을 움직여 스즈키 한 권을 들고 와 펼쳤다.
스즈키 3권.
“유모레스크인데… 하시다가 어려우면 바로 다른 거 가져다드릴게요.”
유재균의 말에 조성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거리면서 활을 들어 올렸다.
지잉. 지이잉.
조성현은 차분히 활을 움직이며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처음에는 조금 버벅거렸지만, 그는 금방 곡을 이해하고 익숙해졌다.
현을 누르는 왼손 끝이 조금은 아팠지만, 이건 연습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었다.
나중에 연습하면서 굳은살이 생기면 통증도 거의 없으리라.
“오. 잘하시는데요? 포지션 변경도 잘하시고. 초연 자체가 뛰어나신 편인 것 같아요.”
“아… 그런가요?”
유재균이 조금 감탄하면서 하는 말에, 조성현은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실수한 부분이 상당히 많은데, 유재균이 칭찬만 하니까 민망했던 것.
사실 어려운 것도 없는 부분이었다.
예전에 했던 것을 열심히 기억해내면서 손을 움직여 연주 흉내를 내는 것에 불과했으니까.
채윤이 해맑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민망함에 한 몫을 더했다.
아이가 보고 있는 것 자체가 은근 신경이 쓰이는 일이었다.
아빠로서 뭔가 더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달까.
‘채윤이 눈에는 엄청 웃기지 않을까.’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음악천재인 채윤이다.
아이의 눈에는 조성현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게 그냥 노는 걸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오랜만에 하시는 거 치고 안정되어 있네요. 곧바로 다음 레벨로 가도 되겠어요.”
유재균은 그렇게 말하더니 다른 책을 꺼냈다.
이번에는 스즈키 5권.
“5권부터 본격적으로 어려워지거든요. 협주곡도 있고. 음… 2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제 1악장. 이거 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넵.”
“제가 세컨할 테니, 성현씨가 1 바이올린 파트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조성현은 그저 고개를 끄덕거리며 순순히 답했다.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아들은 건 아니지만, 대충 뭘 해야 하는지는 알 것 같았다.
협주곡이라 두 개의 바이올린이 동시에 연주하는데, 자신은 거기서 제 1 바이올린 파트를 연주하면 된다.
상대방과도 호흡을 잘 맞춰야 하는 부분이었기에 혼자 연주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 것이다.
조성현이 천천히 악보를 읽는 사이, 유재균은 다른 바이올린을 꺼내 와서 조율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진지한 얼굴로 악보를 읽었다.
왠지 모르게 그는 신이 난 상태였다.
바이올린이 뭐라고 이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얼른 계속 연주하고 싶었고, 다른 곡들도 해보고 싶었다.
돌아오고 나서 억누르고 있던 음악성이 터진 걸까.
모르겠다.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유재균이 조율을 다 할 때까지 기다렸다.
“아빠 완전 잘한다!”
채윤이가 소파에서 몸을 들썩거리면서 말한다.
조성현은 웃으며 아이에게 몸을 돌렸다.
“아빠 좀 잘하는 것 같아?”
“응! 인어공주만큼 잘해!”
채윤이의 말에, 조성현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에게 인어공주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아니까.
최고의 칭찬이었다.
“저는 준비 됐어요.”
유재균이 바이올린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조성현은, 후우 하고 숨을 내쉰 후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볼 생각이었다.
바이올린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아직 어색하지만, 그래도 너무 재미있으니까.
또, 뒤에서 채윤이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조성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유재균과 눈을 한 번 마주치고는 활을 움직였다.
지이잉.
바이올린이 맑은 소리를 내며 연주가 시작되었다.
유재균이 눈을 빛냈다.
그는 조성현에게 최대한 맞춰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활을 움직여 나갔다.
지잉.
지이잉.
두 대의 바이올린 소리가 집안을 울렸다.
조성현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유재균의 바이올린은 상당히 자기주장이 강했다.
그걸 누르고 조성현 자신에게 맞춰주려는 느낌이 있지만, 아무래도 유재균의 숙련도가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저절로 조성현의 바이올린이 밀리는 건 당연했다.
‘합주를 하는 거지 바이올린으로 힘겨루기를 하는 게 당연히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균형이 맞아야 합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겠는가.
조성현은 유재균의 바이올린을 분석했다.
빈틈을 찾고, 어떻게든 그 빈틈을 파고들어 억지로나마 균형이 유지되도록 만들었다.
몸이 굳이 있었지만, 최대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연주하려 노력하면서.
그렇게 마지막 보잉이 끝나고.
조성현은 활을 들어 올렸다가, 천천히 내렸다.
유재균이 아무런 말도 없길래, 그는 몸을 살짝 돌려 유재균을 바라보았다.
멍한 얼굴의 유재균이 눈에 들어온다.
“성현씨….”
“네.”
“바이올린, 언제 배우셨다고요?”
유재균이,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조성현이 의아한 얼굴을 했다.
뭔가, 이상하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