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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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화
무대를 끝내고.
조성현은 채윤이와 함께 백스테이지로 내려왔다.
무대 위에서, 지금까지 준비했던 것의 100퍼센트를 넘어선 110퍼센트를 보여준 것 같았다.
평소보다 더 호흡도 딱딱 맞아떨어졌고, 리듬감이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흠잡을 만한 구석도 없었던 무대.
조성현은 기분 좋은 얼굴을 한 채윤이를 돌아보고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채윤아, 고생했어.”
“아빠도. 잘했어!”
아이가 활짝 웃으며 조성현에게 말한다.
채윤이는 무대도 끝났겠다, 드레스나 헤어가 망가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을 모양인지 조성현을 꽉 끌어 안았다.
거진 한 달간의 대장정이 끝난 마당이었기에, 조성현도 아이의 온기가 필요하던 참이었다.
그는 채윤이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안은 후 걸음을 옮겼다.
“무대는 좀 어땠어? 채윤이가 느끼기에.”
조성현은 헝클어지려는 아이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정리하며 물었다.
채윤이는 무대에 대해 생각할게 있었는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심장이 엄청 쿵쾅거렸어.”
“그래? 긴장 됐어?”
“아니, 긴장 말고… 어… 너무 좋았어.”
너무 좋아서 심장이 쿵쾅거렸다는 채윤이의 말에 조성현이 픽 웃었다.
하긴, 조성현도 마찬가지였다.
너무나도 완벽한 무대였을뿐더러, 연주하면서도 재미있어서 더 즐겁게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채윤이도 비슷했던 모양.
“후회 없도록 진짜 열심히 연습했고, 진짜 후회 없는 무대 만들었다. 그치?”
“응. 방금 연주보다 더 잘할 수 있냐고 하면… 지금은 못 할 것 같아.”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한다.
조성현은 아이의 말에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아이가 지금까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더 잘할 수 있고, 더 잘하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은 많긴 했지만.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진짜 만족하나 보네.’
아이가 만족한다면, 조성현으로서는 그걸로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무대를 딱 끝내고 인사를 하는 순간 그런 생각을 하긴 했다.
‘아, 이거 어쩌면 진짜 입상하는거 아니야?’
그 정도 기대를 할 수 있을 만큼 만족스럽고 완성도 있는 무대라고 스스로 느꼈다.
그런데 지금 채윤이의 표정을 보니, 입상 같은 대외적으로 보이는 성과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채윤이가 이렇게 만족하는데.
조성현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대기실에 들어섰다.
나갈 때 그대로인 대기실.
조성현은 채윤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바이올린을 정리했다.
‘생각해보니까, 바이올린도 새로 구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연습용 악기를 사용할 수는 없지 않겠나.
그 누가 믿을까.
베를린 국제 콩쿨 최종 무대에서 연습용 100만 원짜리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를 했다는 사실을.
말한다면 아마 전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비웃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손에 익은 악기가 있기도 했고… 급하게 구한, 길들지 않은 악기로 무대에 서는 것보다 원래 사용하던 악기로 연주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서 그랬던 것일 뿐.
언제까지고 연습용 바이올린을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채윤이와 호흡을 맞출 테니, 좋은 악기를 최대한 빠르게 구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악기를 정리하고, 조성현은 긴장을 풀고 채윤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대기실에 설치된 모니터로 무대를 지켜보려 했는데, 다음 나온 참가자가 장 츠웬이라는 참가자였는데…
채윤이는 무대를 지켜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굳이 흥미를 갖지 않았다.
조성현도 마찬가지였다.
장 츠웬 피아니스트를 딱히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장 츠웬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딱히 듣고 싶은 마음이 드는 연주가 아니었다.
그 연주가 싫다기보다는, 정말 단순히 흥미가 안 동한다고 해야 할까.
향기 나지 않는 꽃 같은 느낌이다.
결국 조성현과 채윤이는 금방 장 츠웬의 무대에 대한 관심을 잃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
이번 무대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진짜, 다른 이들이 본다면 이게 방금 국제 콩쿨 최종 무대를 마치고 난 연주자들의 대화가 맞나 싶은 대화다.
“배고프다.”
“그러게, 아빠도 슬슬 배고파지려 해.”
무대 전에는 배도 안 고팠는데, 지금은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아니면 무대에서 에너지를 너무 쏟았던 것인지 허기가 몰려왔다.
“밥 뭐 먹지?”
“채윤이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조성현의 물음에 채윤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을 시작했다.
아이는 한참이나 고민을 하다가, 아 하고 소리를 냈다.
“음… 돈까스? 저번에 먹었던 거.”
“아, 슈니첼?”
“응. 그거.”
채윤이가 맑은 목소리로 답하며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무대도 잘 끝냈겠다, 맛있는 걸 먹을 생각에 신이 난 모습.
무대를 비춰주는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채윤이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빠.”
“응?”
“생각해보니까, 지금 무대 끝나면 그… 제임스 스튜어트 피아니스트 무대야.”
“그러네. 보러 갈까?”
“얼른 가자. 지금 무대 끝나기 전에.”
채윤이가 조성현의 손을 살짝 잡으며 보채듯 말한다.
어지간히 제임스 스튜어트의 무대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
이번 콩쿨 참가자들의 무대를 몇 번 본 채윤이었지만, 아이가 진심으로 칭찬을 한 건 제임스 스튜어트가 유일했다.
이렇게 조성현을 보채는 것을 보면, 확실히 기억에 남긴 한 모양.
조성현은 결국 채윤이와 함께 조용히 관객석으로 향했다.
본인의 무대가 끝났다고 훌쩍 가버리는 건 함께하는 참가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지만.
더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에 관객석으로 이동하는 것은 문제 될 일이 아니다.
다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정말 극도로 조심히, 그리고 한 참가자의 무대가 끝난 후 다른 참가자가 올라오기 전 짧은 시간 안에 입장과 착석을 끝내야 했다.
다행히 조성현과 채윤이는 현재 무대 위에 올라 있는 참가자가 연주를 마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장현아와 한아름이 있는 관객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따로 소리 내어 인사를 하진 않고, 그저 눈짓으로 인사를 하는 장현아와 한아름.
조성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에게 마주 인사를 했다.
동시에, 낮은 구두 소리와 함께 제임스 스튜어트가 무대 위로 올라선다.
채윤이가 눈을 반짝이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제임스 스튜어트가 몸을 굽히며 인사하고.
그 모습을 보던 채윤이는 열렬히 박수를 보냈다.
조성현은 채윤이가 열정적으로 박수를 보내고, 몸을 기울이며 무대에 집중하고 싶어 했던 피아니스트가 있나 떠올리다가 이내 미소지었다.
‘거의… 없다고 봐야지.’
물론 아이는 언제나 음악에 집중하고 진지하게 마주하는 편이지만.
이렇게까지 기대하면서 무대를 지켜보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뭐, 인어공주 정도랄까.
그 외에도 즐겁게 음악을 대하지만, 미묘하게 반응이 달랐다.
진심으로 무대를 기대하고, 듣고 싶어 하는 모습.
같은 연주자로서의 모습도 있지만, 순수한 관객으로서의 모습도 많이 섞인 모습이었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는 그 또한 제임스 스튜어트의 무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제 막 피아노 앞에 앉아, 숨을 들이켜는 그를 보며 조성현과 채윤이도 동시에 숨을 들이켰고.
무대는 시작되었다.
* * *
딴. 따라란.
딴 따라라란.
폭풍 같은 무대가 이어졌다.
젊다고 하기도 민망한, 영국 출신의 어린 신예 피아니스트 제임스 스튜어트가 자신의 음악을 보이기 위해 선택한 곡은.
작곡가 ‘야코프 루트비히 펠릭스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일반 대중들에게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제목이 낯설 수 있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누구나 ‘결혼 행진곡’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테고, 바로 그 ‘결혼 행진곡’이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이다.
본래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동명의 희곡의 극음악으로, 굉장히 널리 알려진 곡이었다.
제임스 스튜어트는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특유의 강렬함과 폭풍, 혹은 몰아치는 파도와 같은 느낌을 굉장히 잘 살려냈다.
조성현이 개인적으로 느낀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알을 완벽히 깨부수고 나오는 곡이네.’
자신의 한계를 부수기 위해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선택한 것 같았다.
강렬하게 몰아치듯 연주하며 완벽한 자신의 음악을 찾아보려는 시도가 눈에 훤히 보였다.
조성현도 보았는데, 채윤이가 못 봤을 리 없다.
아이는 정말로, 조성현과 처음 아쿠아리움에 함께 가서 인어공주의 무대를 봤을 때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완전히 무대에 빠져들어 몰입하고 있는 아이의 얼굴에 조성현은 방해하지 않고 이어지는 무대를 감상했다.
끝까지 의지를 잃지 않고,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전부 표현해낸 연주가 마무리되고.
조성현과 채윤이가 동시에 손을 들어 박수를 보냈다.
채윤이는 그제서야 조심스럽게 쉬던 숨을 토해내듯 내뱉었다.
조성현이 아이를 향해 살짝 몸을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어때?”
“너무 좋아… 다시 듣고 싶어.”
아이가 여전히 무대의 여운에 잠겨 있는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채윤이가 보기에 제임스 스튜어트 피아니스트는, 입상할 것 같아?”
“어…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입상 했으면 좋겠다.”
“그래?”
“응. 그러면 무대 다시 볼 수 있잖아.”
베를린 국제 콩쿨에 입상을 하게 된다면 입상자들이 모여서 연주회를 하게 된다.
채윤이는 순전히 제임스 스튜어트의 연주를 다시 듣고 싶어서 그가 입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조성현도 동감하는 바였다.
채윤이는 ‘음…’하고 작게 소리를 흘리다가, 말을 이었다.
“뭔가, 나중에…”
“나중에?”
“같이 연주해보고 싶다.”
아이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결국 말을 내뱉었다.
같이 연주를 해보고 싶다는 채윤이의 말.
그냥 흘려 듣고, 기회가 된다면 같이 연주하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조성현은 아이의 그 말을 마냥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없었다.
채윤이는 정말 진심으로, 제임스 스튜어트와 함께 연주하길 원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조성현은 아이의 마음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단순히 음악 작업을 함께 해보고 싶다는 건지.
아니면.
‘그 이상, 뭔가 있는 건지.’
조성현이 그런 생각을 하며 입을 다물고 시선을 움직였다.
다음 참가자가 무대 위에 올라서고 있었다.
그리고 채윤이는 다음, 그리고 그다음 참가자가 올라왔을 때도 그저 밝은 얼굴로 무대를 지켜보았을 뿐.
눈을 빛내거나, 몸을 기울이며 무대에 집중하거나, 무대가 끝난 후 함께 연주해보고 싶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