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54)
554화
콩쿨 일정이 전부 끝났다.
마지막 참가자의 무대까지 끝난 후, 조성현과 채윤이는 미련 없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여태껏 침묵을 지키고 있던 장현아와 한아름이 그제서야 밝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진짜 고생 많으셨어요. 선배님, 채윤이도 진짜 엄청 고생했어. 완전 멋있더라.”
장현아가 조성현에게 웃으며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채윤이를 바라본다.
그녀는 손을 뻗어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채윤이는 장현아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기분 좋게 웃으며, 채윤이가 입을 열었다.
“언니도 멋있어요.”
“내가 뭘 멋있어. 채윤이가 최고지.”
“맨날 아빠랑 내가 음악 할 수 있게 도와주잖아요. 멋있어요.”
채윤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아름이 들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서도 고개를 꾸벅 숙였다.
“구독자님들, 감사합니다.”
미튜브 시청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고 하는 아이를 보며 한아름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조성현도 풀썩 웃음을 흘린 후 카메라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채윤이의 여정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과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부디 좋게 봐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조성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고.
장현아가 슬쩍 끼어들어 입을 열었다.
“콩쿨도 이제 다 끝났는데, 축하 파티 같은 거라도 해야죠.”
“파티?”
채윤이가 눈을 반짝이며 반응하고.
장현아가 웃으며 채윤이를 바라본다.
“응. 밥도 맛있는 거 먹고, 케이크 같은 거라도 사서 우리끼리 조촐하게라도 파티 하자.”
채윤이가 활짝 웃으며 조성현을 돌아본다.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도 좋아. 밥은 어떤 거 먹을래? 아까 이야기했던 슈니첼?”
“응. 슈니첼 먹고 싶어.”
“그럼 저녁은 슈니첼 먹고 케이크 사서 숙소 가서 작게 파티 하는 거로.”
채윤이의 말에 장현아가 말끔하게 계획을 정리했다.
조성현과 채윤이가 걸음을 옮겨 아트 센터를 빠져나가고.
한아름의 카메라가 그들의 뒤에서 뒷모습을 담았다.
조성현과 채윤이가 아트 센터를 빠져나가자마자 카메라를 정리한 한아름도 ‘후’하고 숨을 내뱉은 후 빠른 걸음으로 조성현과 채윤이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축하 인사를 길게 한 것은 아니지만, 일정이 무사히 끝난 것에 한아름도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같이 슈니첼을 파는 레스토랑으로 이동하고.
채윤이는 금방 자신의 눈앞에 놓인 슈니첼을 보고는 침을 꼴깍 삼켰다.
“황금색…”
아이가 작게 중얼거리는 말을 들으며 조성현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이런 맛있는 색이 나는지 신기하긴 해.”
“예술이야.”
채윤이가 툭 말한다.
조성현은 채윤이가 한 말에 눈을 깜빡였다.
음식을 예술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채윤이의 표현력이 좋았나 싶었던 것.
근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애초에 음악도 예술이고, 채윤이는 음악가가 아닌가.
음식을 두고 예술이라 표현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누구는 밥 한 끼 먹고 영감을 받아서 오케스트라용 곡을 하나 썼다던데 뭐.’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채윤이의 앞에 있던 슈니첼을 먹기 좋게 잘라주었다.
그는 슈니첼을 썰면서, 장현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제 앞으로 일정이 어떻게 되는거예요?”
콩쿨 일정이 전부 끝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앞으로의 계획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조성현이야 크게 생각이 없지만, 장현아는 계획이 있을 것.
그 생각에 물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장현아는 어렵지 않게 대답을 했다.
“일단 콩쿨 결과 나오기 전까지는 편히 쉬시고요.”
“솔직히 며칠 휴식이 필요하긴 했죠.”
조성현은 편히 쉬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장현아가 작게 웃음을 흘리며 설명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나서는 콩쿨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 같은데… 음, 솔직히 말하면 저는 입상할 거로 예상하고 스케줄을 짜보긴 했거든요.”
“…”
“일단 일주일은 특별 연주회 준비를 하시게 될 거고요.”
“네, 그리고요?”
“연주회 끝나시고 나면 다시 일주일 정도 편하게 관광도 하시고, 시간 보내시다가… 음.”
장현아가 거기서 말을 잠시 끊었다.
조성현은 흥미로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뭘 계획하고 있길래 말하는 걸 망설일까.
계획을 세워두긴 했지만 조성현이나 채윤이에게 말하기 부담스러운 일이 뭐가 있길래.
장현아는 입을 달싹거리다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말을 이었다.
“게릴라 콘서트라고 해야 하나, 좀 이벤트성 콘서트를 하는 건 어떨까 싶어요. 이건 근데 제가 며칠 전에야 생각한 거라서 완벽하게 어떤 계획이 세워지지는 않은 상황이긴 합니다. 허가도 아직 못 받았고요.”
그녀의 말에 채윤이가 슈니첼을 먹다 말고 눈을 반짝였다.
게릴라 콘서트를 하면 좋겠다는 말에 반응하지 않으면 채윤이가 아니다.
아이는 눈을 빛내면서 포크를 슬쩍 내려놓았다.
“콘서트는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요?”
장현아에게도 아직 명확하게 세워진 계획이 없는데, 채윤이는 이미 콘서트를 하는 걸 확정 지으며 말을 한다.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끼어들었다.
“홀을 빌려서 진행할 생각인 거예요? 아니면 그냥 버스킹 형식으로?”
“개인적으로는 버스킹 형식이 어떨까 싶어요. 지난번에 유미씨 미튜브 시작할 때 했던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요.”
“흠…”
장현아는 그렇게 말하며 조성현의 의견은 어떻냐는 듯, 그의 눈을 마주했다.
조성현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생각하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아, 플래시몹 형태는 어때요?”
“플래시몹이요?”
“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한 명씩 연주를 시작하는 거 있잖아요.”
“재미있을 것 같네요. 그림도 엄청 잘 뽑힐 것 같고. 근데 다만… 그렇게 하려면 연주자들이 있어야 할 텐데.”
조성현과 채윤이 둘이서 나타나 연주를 시작하는 것을 플래시몹이라고 할 수는 없을 터.
장현아의 그런 우려에 채윤이가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응. 채윤아.”
“제임스 스튜어트한테 부탁하자. 같이 연주해 달라고!”
채윤이가 밝은 얼굴로 말한다.
지난번에, 함께 연주를 해보고 싶다고 했던 아이의 말을 떠올린 조성현은 곤란한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일단 제임스 스튜어트는 영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만큼 부탁하는 것 자체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거기에 더해…
“피아노 두 대로 플래시몹을 하는 건 꽤 어려울 것 같은데.”
현악기, 관악기 연주자들이야 본인의 악기를 들고 다닐 수 있으니 괜찮지만… 피아니스트들 같은 경우는 게릴라 콘서트에 그리 유리하진 못했다.
채윤이는 그 말에 미간을 찡긋거렸다.
“그럼 어떻게 하지?”
“이건 일단 계속 고민을 해보자. 굳이 플래시몹 형태가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사실 제임스 스튜어트랑 같이 연주를 할 수만 있으면 어떤 형식이든 전부 괜찮을걸?”
그가 그렇게 말하며 슬쩍 장현아를 바라보니, 장현아가 얼른 고개를 끄덕거린다.
“무조건이죠. 채윤이 앞에서 이런 말을 하니까 좀 민망하긴 하지만,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했을 때 가장 좋은 인물이긴 해요.”
해외 진출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장현아인 만큼, 사업적인 부분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사업적인 근거로 판단한다면, 제임스 스튜어트는 정말 최상의 협연자였다.
물론, 함께 연주하는 게 가능할지 미지수였지만.
조성현이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근데, 입상 못 하면 어쩌려고요?”
방금까지의 모든 이야기는 사실 채윤이가 입상을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에 나온 말들.
하지만,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입상을 못 할 확률도 꽤 높았다.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하자.
“그럼 뭐, 제가 아빠한테 전화 한 번 하죠. 입상 못 하긴 했는데, 이왕 자금 지원한 거 좀 더 해달라고.”
장현아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녀의 답에 조성현이 픽 웃었다.
하긴, 대표의 딸이 여기 앉아 있는데 걱정할 게 뭐겠나.
* * *
언론사, BS의 박성은 팀장.
그녀는 당연히 베를린 국제 콩쿨의 3차 본선 무대를 지켜보았다.
표를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지만, 정말 이를 악물고 구한 끝에 볼 수 있었고.
박성은 팀장은 베를린까지 날아온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다.
조성현과 채윤이의 무대를 보는 순간, ‘환희’라는 감정이 어떤 건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던 것.
연주를 들으며 느꼈던 흥분감은, 호텔로 돌아와서도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는 ‘후우’하고 숨을 내뱉으며 침대에 뛰어들 듯 누웠다.
한참이나 가만히 엎어져 있던 그녀가 밝은 얼굴로 몸을 뒤집어 천장을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이건 진짜 대박이야.”
평소에도 음악, 특히 클래식에 관심을 꽤 가지고 있었던 박성은이었다.
그런 그녀였기에 오늘 조성현과 채윤이가 보여준 무대가 얼마나 수준 높은 무대였는지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고.
박성은이 판단하기에 이건 정말로 입상을 하지 못하면 이상한 무대였다.
감히 자신이 판단해도 될까 싶지만…
너무 아름다운 연주였다.
연주자 간의 교감에 있어서는, 부녀지간이었으니 당연히 어렵지 않게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었고.
개개인의 연주에도 확실하게 힘이 실려 있는 것이… 듣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강조하며 강렬하게 청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벌떡.
박성은은 상체를 일으켜 침대에 앉아,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노트북에 시선을 돌렸다.
오늘 채윤이와 조성현이 보여준 연주는 말 그대로… ‘탐미적’이었다.
연주 자체도 아름다웠지만,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준 것만 같달까.
‘니콜로 파가니니가 악마랑 계약했다는 소문이 돌았었지.’
박성은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저 옛날 니콜로 파가니니의 별명이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그럼, 채윤이의 별명으로는…
“천사의 피아니스트.”
아, 그래.
그게 적당하지 않을까.
니콜로 파가니니가 악마와 계약했다는 소문이 붙었다면, 채윤이에게는 천사와 계약을 했다는 소문 정도는 돌아야 정상 아니겠는가.
‘기사 헤드라인 뽑혔네.’
박성은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날 밤.
인터넷에 강렬한 기사 하나가 떴다.
‘천사의 피아니스트, 베를린에 강림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