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60)
560화
채윤이의 베를린 국제 콩쿨의 입상이 확정되자, Pan 엔터테인먼트에는 비상이 걸렸다.
입상 여부에 있어서는 Pan 엔터테인먼트 내부에서도 과반수 이상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던 상황.
사실상 조성현과 알고 지낸 이들을 제외한 많은 이들이 채윤이의 입상이 힘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었다.
그냥 가장 끄트머리로 간신히 입상을 해도 두 팔을 들어 올리며 만세를 외칠 판인데.
지금은 한국 클래식의 역사를 다시 써 버린 것이다.
모두가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조성현과 채윤이도 그렇지만, 한아름과 장현아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고.
“일단… 전화부터 해야겠네요.”
장현아는 그렇게 말하며 곧바로 스마트폰을 조작해 장판석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베를린 시간으로 오후 4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으니, 한국은 아침일 터.
너무 이르진 않나 싶지만… 베를린 국제 콩쿨에 입상을 했다는 소식을 전하는데 시간이 문제겠는가.
물론 주최 측에서 공식 발표 전까지는 엠바고를 지키길 원했지만… 채윤이의 소속사 대표까지 모르도록 하라는 말은 아닐 거다.
-여보세요?
“네 아빠. 저예요.”
장현아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흥분감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조성현은 자신과 눈을 마주쳤다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는 장현아를 보고 가볍게 웃었다.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면서 ‘아빠, 우리 해냈어!’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조성현과 채윤이의 앞에서 보이는 매니저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딸로서 통화하고 싶어 하는 기색.
-그래.
“2위로 입상할 거예요. 공식 발표까지는 아직 여섯 시간 정도 남았고요.”
장현아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린다.
그녀의 말에, 전화 너머로 놀란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쁜 목소리.
-…기사 바로 내보낼 수 있도록 보도자료를 준비해 두마.
“네.”
-진짜로 입상했으니, 스케줄은 네가 지난번에 보내준 것과 동일하겠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딸이 신경 쓰이는 걸까.
장현아는 자신의 스케줄을 언급하는 장판석 대표의 목소리에 미소 지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한국으로 돌아가 자랑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일단은요. 근데 상황 봐서 더 늦게 귀국할 수도 있고요.”
-그래, 알았다. 성현씨랑 채윤이 잘 챙기고. 원하는 거 있는지 물어봐라. 선물이라도 하나씩 해야겠으니.
“원하는 거요?”
그녀가 그렇게 되물으며 고개를 돌려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조성현이 채윤이와 뭐라 이야기를 하다가, 마침 시선을 들어 올리며 눈을 마주했다.
원하는 거라니, 그런 게 있으려나.
-돈, 시간, 인력을 전부 쏟아부어도 실패하는 게 해외 진출인데… 단둘이 몇 주 만에 대한민국의 음악 역사를 다시 썼어. 뭐든 줘야지.
“…한 번 이야기해볼게요.”
정말 뭐든 주겠다는 마음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 느껴져서, 장현아는 픽 웃고는 답했다.
그녀는 전화를 마무리하고는, 조성현에게로 향했다.
장현아가 오자마자 조성현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저희 오늘 스케줄이 어떻게 되나요.”
“어, 일단 8시에 샵 예약되어 있어서 가서 환복, 메이크업 하실 거고, 그 뒤로는 시상식장으로 곧바로 이동할 것 같네요. 8시 전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식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고요.”
“좋네요. 그럼 얼른 밥부터 먹죠.”
조성현이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무릎에 앉아 있는 채윤이의 배를 톡톡 하고 두드렸다.
채윤이가 배고프다는 듯 자신의 배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장현아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네, 식당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대표님이 선배님하고 채윤이한테 원하는 거 있냐고 물어보라고 하시던데요?”
“원하는 거요?”
“네, 단둘이서 몇 주 만에 대한민국의 음악사를 다시 썼으니, 뭐든 주겠다고… 원하시는 거 있으면 말씀해달라고 하시네요.”
“음…”
장현아의 말에 조성현이 머리를 쓸어 넘겼다.
원하는 게 딱히 없다.
프로듀서로서도 열심히 일한 덕분에 금전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상황.
사실 당장 마음만 먹으면 작은 집 한 채 정도는 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뭐, 금전적인 것 외에 필요한 부분도 많지는 않았다.
대부분은 채윤이와 시간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것만 필요로 하니까.
잠시 고민을 하는데, 문득 생각나는 게 있긴 했다.
“아, 그러면 혹시 쓸만한 바이올린을 한 대 알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 열심히 알아봐서, 좋은 바이올린 한 대 선물해 드리는 거로 하겠습니다.”
“아뇨, 그냥 알아만 주세요. 바이올린 가격대가 상당할 텐데 굳이 선물해주실 필요는 없으시고. 알아봐 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조성현이 얼른 손을 흔들며 말한다.
하지만, 장현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선배님.”
“네?”
“저희 Pan 엔터테인먼트예요.(에요 예요) 성공적인 해외 진출, 그리고 거기에 더해 안 그래도 클래식 아티스트들을 전문적으로 케어하는 레이블을 만들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터진 베를린 국제 콩쿨 2위 입상 소식. 금전적인 이득이 얼마나 될지 쉽게 계산도 안 되는데, 그렇게 쩨쩨하게 나올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장현아가 자신만 믿으라는 듯 어깨를 펴며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습용이 아닌, 무대에서도 쓸 만한 바이올린을 구입하려면 최소 중형차 한 대 값은 들 거다.
그런데 그 정도를 선물로 주겠다는 말에 조성현은 헛웃음을 흘렸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결국 고개를 주억거렸다.
“감사합니다. 그럼.”
“좋아요. 그러면, 이제 채윤이 선물은 뭘로 주면 될까?”
“어, 저는 연습실에 있는 피아노. 한국 갈 때 가지고 가서 한국 연습실에 두고 싶어요.”
채윤이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요청한다.
장현아가 조성현과 채윤이를 번갈아 보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어떻게 둘 다 똑같은지 모르겠네요. 바이올린이랑 피아노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그럼 다른 악기를 했겠죠.”
조성현이 즉답하고.
장현아는 그것도 맞는 말이라며 웃었다.
* * *
제임스 스튜어트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후우’하고 숨을 내뱉은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1위라고요?”
그렇게 물으니, 전화 너머로 맑은 목소리가 곧바로 흘러나온다.
-네, 축하드립니다. 제임스 스튜어트. 베를린 국제 콩쿨에서 1위로 입상하셨습니다.
“…제가요?”
믿기 힘든 사실이었기에, 제임스는 재차 물었고.
상대는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대답에 뜸을 들였다.
-…예.
“왜요?”
-네?
상대가 당황스러운 음색을 하고.
제임스는 결국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아닙니다. 아무것도. 10시에 정식 시상식이 열린다고 했죠?”
-네, 그때 홀에서 베를린 필의 특별 연주가 있을 거고. 이후에 시상식이 열릴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그렇게 전화를 마무리하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짧은 숨을 토해내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옆에서 눈을 빛내며 기다리고 있던 레이온드가 얼른 입을 열었다.
“1위로 입상하신 거, 맞으시죠?”
“어. 그렇게 됐어.”
“축하드립니다. 도련님. 아버님과 어머님께서도…”
“오늘 오시지도 않지?”
“…예. 그래도 일주일 후에 있을 축하 무대는 참석하실 겁니다.”
“됐어. 뭘 또 굳이 그 무거운 엉덩이 움직이시겠다고.”
제임스 스튜어트는 우습지도 않다는 듯 픽 웃으며 말했다.
공사다망하신 이들이니, 시상식에 참가하지 않는 건 어차피 예상한 일이다.
일주일 후에 있을 축하 무대?
그것도 뭐, 정말 축하하러 오는 거겠는가.
“진심으로 축하하러 오시는 겁니다. 도련님.”
“축하는 무슨, 자기 아들이 이렇게 대단하다고 자랑이나 하다 돌아가겠지.”
“…”
레이온드가 할 말을 잃고 고개를 숙였다.
그가 생각해도, 제임스 스튜어트의 부모님은 본인들의 자랑을 하다 돌아갈 게 눈에 훤하긴 했으니.
물론 진심으로 축하를 할 이들이기도 했다.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분들은 아니었으니까.
다만, 겉으로 보이는 것에 목숨을 거는 이들이었을 뿐.
“그건 됐고, 문제는 왜 내가 1위냐… 이거야.”
부모님이야 어차피 예상했으니 그건 제쳐두고, 제임스 스튜어트는 의문이었다.
왜 자신이 1위지?
분명 조채윤이 자신보다 훨씬 더 훌륭한 연주를 펼쳤었다.
근데 어째서 자신이 1위를 차지한단 말인가.
조채윤이 몇 위로 입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됐던 자신이 조채윤 피아니스트 위에 있다는 게 쉽사리 납득가지 않았다.
그런 오묘한 분위기를 알아차린 레이온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도련님.”
“왜.”
“1위로 입상하신 사실이 기뻐 보이지 않으십니다.”
“기쁠 이유가 있나. 결과가 제대로 납득가지 않는데.”
분명 자신은 더 올라가고, 성장할 수 있는데.
세상이 나서서 너는 최고니까 그만 올라가고, 그만 성장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더 납득하기 힘들었다.
분명, 자신은 더 넓고 높은 창공을 보았는데.
왜 내가 어설프게 따라 한 하늘의 모습을 최고라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련님이 최고의 연주를 선보이셨으니, 당연히 1위로 입상하신 것일 텐데. 어째서 납득을 못 하신다는 건가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레이온드가 물어왔다.
그는 눈을 깜빡거리며 제임스를 바라보았고, 제임스는 쯧 하고 혀를 찼다.
“이래서 음악을 모른다는 소리를 듣는 거야.”
“…”
“나는 그냥 호수일 뿐이야.”
“호수요?”
“하늘을 비춘 호수인데, 옆에 있는 하늘 그 자체가 아니라 하늘을 비춘 호수를 최고라고 말하면 그게 얼마나 우스운 일이겠어.”
제임스 스튜어트는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솔직히, 결과가 그리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수상 결과를 지금 와서 뒤집을 수는 없었다.
자신의 권한도 아니었고, 영역 밖의 일이다.
자신은 음악을 선보이는 사람이지 평가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겠다.
그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어쩌면 이게 어린 나이의 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제임스 스튜어트는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을 뿐이었다.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이 결과를, 조금이나마 바꿔보고 싶다.
굳이 베를린 국제 콩쿨에서 바꿀 필요는 없었다.
그것만이 무대는 아니었으니까.
제임스 스튜어트는, 가장 대단하고 위대한 심사위원들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건, 어린 나이의 치기가 아니야.’
적어도 그에게는.
음악인으로서의 존경심을 표현하는 것일 뿐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