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61)
561화
“우와…”
채윤이가 감탄을 흘린다.
자신이 연주했던 무대에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특별 연주회를 한다는 사실에 잔뜩 기대에 부푼 채윤이었다.
아직 연주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관객석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자리해 가고 있었다.
다들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이번 콩쿨의 참가자들이 절반 이상이고, 클래식계에서 권위 있는 이들도 여럿 함께하고 있다.
가장 뒷줄에는 기자들도 있어서, 소란스럽진 않지만 그렇다고 조용한 분위기는 또 아니었다.
본선 3차까지 진출에 무대에 올랐던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상반된 감정들이 흐르고 있었다.
당연한 일.
이미 개별 연락이 끝났을 테고,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 자신이 입상하지 못했다는 뜻이니… 연락을 받은 이들은 얼굴이 밝고, 연락을 받지 못한 이들은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걸 최대한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글쎄.
그게 어떻게 티 나지 않을 종류의 감정이겠나.
누가 입상했는지, 아닌지 정도는 근처에 있는 이들이라면 구분하기 어렵지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기자들을 맨 뒷줄에 배정한 걸 수도 있겠네.’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슬쩍 시선을 움직여 제임스 스튜어트를 찾았다.
이번 베를린 국제 콩쿨에서 채윤이 다음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연주를 보였던 참가자였기에 관심이 갔던 것.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항상 같이 다니는 남자와 나란히 앉아있는 제임스 스튜어트의 얼굴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조성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제임스 스튜어트가 보여준 퍼포먼스라면, 굉장히 좋은 점수를 받았을 거고… 당연히 입상했을 텐데.
사실상 채윤이가 현재 2위였으니 1위, 아니면 3위로 입상이 확정되었을 터.
얼굴이 왜 좋지 않은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결과가 마음에 안 들었나?’
그럼 3위로 입상이 확정된 건가?
문제는, 제임스 스튜어트가 3위라면, 1위로 입상할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조성현이 본 이들 중에서 1위에 입상할 만한 후보는 제임스 스튜어트 정도가 유일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빠, 드디어 시작한다.”
채윤이가 조성현의 손을 꼭 잡으면서 신난 목소리로 말한다.
아이의 말대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하나둘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단원들이 무대에 전부 오른 후.
지휘자가 올라와 인사를 건넨다.
채윤이가 눈을 빛내며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고.
조성현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무대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베토벤, 교항곡 제1번 C장조 작품 21.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생에 처음으로 발표한 교향곡이다.
딴 따라란.
오케스트라가 웅장하게 연주를 해나가고.
조성현과 채윤이는 동시에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툭 튀어나오는 화음들을 너무 잘 살리고, 곡의 강약과 리듬감도 완벽했다.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의 지휘봉이 살랑거리듯 움직이는 것에 반해, 오케스트라가 내는 소리는 너무 강렬했다.
조성현은 헛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아야 했다.
한국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했었고, 그때도 강렬한 영감을 받았었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느낌이 또 달랐다.
그냥 바라보고 있기만 하는 건데도 압도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저 안에서 연주하면 과연 조성현은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생겼다.
자신의 연주 따위, 오케스트라에게 순식간에 잡아 먹히지 않을까.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감탄을 흘렸고.
옆에서 채윤이는 침까지 꼴깍 삼키며 손을 꽉 쥐었다.
폭풍 같은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조성현은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가 끝나자마자, 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래서 베를린 필하모닉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라고 하는 거구나.
옆에서 채윤이가 맑은 눈을 깜빡거리며 입을 연다.
“아빠.”
“응?”
“나중에 꼭 다시 보러 가자.”
“베를린 필하모닉 연주회?”
“응. 제대로 보고 싶어.”
오늘은 특별 연주회였기에 짧게 연주했을 뿐이지만… 정규 연주회의 경우 이보다 훨씬 다양한 곡을 들을 수 있을 거다.
채윤이의 말에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중에 꼭 시간 내서 베를린 필하모닉 연주회 가보자.”
“제가 연주회 표는 잘 구해보겠습니다.”
조성현이 답하고, 곧바로 채윤이의 오른편에 앉아있던 장현아가 말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회 표를 구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장현아라면 잘 구할 수 있을 터.
채윤이는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가, 아쉽다는 듯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같이 연주해 보고 싶은데… 힘들겠지?”
채윤이가 눈을 반짝이며 묻고.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리며 슬쩍 시선을 움직여 장현아를 바라보았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데에 있어서 조성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장현아가 정식으로 협연 요청을 한번 해보는 게 최선일 텐데…
“음, 요청은 한번 해볼게. 근데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
“괜찮아요. 연주회 한 번 더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
채윤이가 웃으며 말한다.
장현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눈만큼은 웃고 있지 않았다.
열심히 노력하여, 가능하다면 채윤이가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할 수 있게 만들어봐야겠다는 의지가 확연히 드러나는 눈이다.
조성현은 장현아의 눈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려, 베를린 필하모닉이 내려간 후 정리된 무대를 확인했다.
무대는 순식간에 시상식용으로 탈바꿈하더니, 그 위로 심사위원들이 자리를 잡는다.
시상식을 진행하는 사람은, 신경화 교수.
심사위원들 중에서도 특히 권위 있는 축에 속하는 인물이었으니 이상할 건 없지만… 최초였다.
한국인이 베를린 국제 콩쿨에서 시상식 진행을 하게 되다니.
불과 몇 년 전, 아니… 사실 지금도 신경화 교수가 아니었다면 꿈꾸기 힘든 일이었겠지.
신경화 교수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신경화입니다.”
그녀가 짧게 인사말을 건네자마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조성현과 채윤이 또한 얼른 손을 들어 신경화 교수에게 박수를 보냈다.
신경화 교수는 박수가 멎을 때까지 조금 기다렸다가, 이내 입을 열어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지금부터 16대 베를린 국제 콩쿨의 시상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하고, 옆에 있는 다른 심사위원들과 눈을 한 차례씩 마주친 후 시상식을 시작했다.
보통 6명에서 8명이 수상하곤 하는데, 조성현과 채윤이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를 알고 있지만 이름이 불려야 실감이 될 것 같았기 때문.
그리고…
“2위는… 축하드립니다. 조채윤 양.”
신경화 교수가 밝은 목소리로 말을 하며 시선을 움직여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조성현은, 신경화 교수의 입에서 채윤이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참았던 숨을 토해내었다.
옆에서, 채윤이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빠, 나 다녀올게.”
“…응.”
너무 당연하다는 듯.
아이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겨 무대 위로 향했다.
조성현은 자신에게 다녀오겠다고 인사하는 채윤이에게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할 수 있었다.
채윤이가 무대 위로 올라가, 신경화 교수가 내미는 상장을 받아든다.
대단한 트로피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저 상장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상당했다.
채윤이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상장을 받은 후, 마이크를 향해 몸을 돌렸다.
수상 소감을 말해야 할 차례.
아이가 조성현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어… 감사합니다. 너무 재미있게 연주를 했습니다.”
채윤이가 어색하게 입을 열어 말을 꺼내고.
관객석에서는 귀엽다는 듯 작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본선 1차, 3차 무대를 같이 해준 아빠가 있어서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빠, 사랑해요.”
채윤이가 조성현을 향해 소감을 건네자.
심사위원은 물론이고 관객석에서도 박수를 보냈다.
“다른 피아니스트분들의 연주도 너무 잘 들었습니다. 나중에 같이 연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는 그렇게 말한 후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렇게, 채윤이는 정말로… 베를린 국제 콩쿨에서 2위로 입상을 해버렸다.
* * *
마에스트로 펠릭스.
그는 지금은 은퇴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베를린 필하모닉을 직접 지휘하던 인물이다.
은퇴한 후에도 그는 여전히 클래식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으며.
지금 베를린 필하모닉의 마에스트로가 그의 제자이기에, 원한다면 언제든 영향력을 선사할 수 있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그는 지금 베를린 국제 콩쿨의 시상식에 온 참이었다.
몇 년 주기로 한 번씩 있는 베를린 국제 콩쿨이었고, 전통적으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특별 연주회를 하고는 했었다.
자신도 이곳에서 특별 연주회를 지휘해본 경험이 있기에 익숙하기도 했고.
‘역시, 잘하네. 내가 참 잘 가르쳤어.’
자신의 제자 또한 천재라 불러도 부족함 없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자신이 가르쳤다기보다는 알아서 잘 배운 편에 속하지만…
그게 그거 아니겠는가.
기분 좋은 얼굴로 박수를 보낸 펠릭스는, 무대를 정리한 후 시작된 시상식을 차분히 지켜보았다.
이번 진행자는 피아니스트 겸 바이올리니스트인 신경화 교수.
한국에서 정말 압도적인 위치에 있다고 듣긴 했는데, 그녀의 연주를 들어보고, 심지어 함께 협연도 했었던 입장에서는 크게 공감할 수는 없었다.
‘아시아에서 압도적이라고 해야지 사실.’
한 나라에 국한할 게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통틀어도 압도적인 위치에 있을 그녀였다.
연주도 훌륭하고, 인품도 마찬가지.
나이도 있는 편인데, 자신처럼 그냥 은퇴하지 않고 젊은 피아니스트를 가르치는 것에 힘을 쓰기도 하는, 열정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펠릭스는 입상하게 된 참가자들 하나하나에 전부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저들이, 앞으로 클래식계를 이끌 기둥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참가자들이 하나둘 무대에 올랐다가 내려가고.
이번에는 2위로 입상한 피아니스트가 천천히 무대 위로 올랐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어린아이.
아이가 맑은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말하기 시작한다.
“저 아이는…”
그는 헛웃음을 흘렸다.
무대에 오를 때부터 익숙하다 싶었는데, 수상 소감을 말하는 아이를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지난번, 박물관에서 봤던 아이였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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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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