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62)
562화
채윤이가 상장을 들고 기분 좋은 얼굴로 다가오자.
조성현은 활짝 웃으며 아이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아이가 걸음을 서둘러 조성현의 품에 안겨서는 볼을 비빈다.
“이것 봐봐.”
채윤이가 맑은 얼굴로 얼른 상장을 펼쳐, 그 속에 적혀 있는 ‘2nd’라는 숫자를 보여준다.
조성현이 픽 웃었다.
“2등이네.”
“잘했지?”
“응. 엄청 잘했어.”
그가 그렇게 말하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짧은 여운을 즐긴 채윤이는 얼른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다음 시상이 남아 있었기 때문.
그리고, 조성현과 채윤이는 1위 수상자가 누군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아니, 아마 그들뿐 아니라 예상할 것이 분명했다.
받을 사람이 한 명밖에 없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축하드립니다. 제임스 스튜어트.”
신경화 교수의 입에서 익숙한 이름이 흘러나온다.
채윤이는 상장을 무릎에 올려두고, 손을 들어 열심히 박수를 보냈다.
아이는 진심으로 제임스 스튜어트를 축하하고 있었다.
조성현도 마찬가지였다.
제임스 스튜어트는 1위를 할 자격이 충분한 연주를 보였고, 조성현과 채윤이도 한 번씩 그 연주에 감탄했었으니까.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그 ‘모두’에 아무래도 제임스 스튜어트 본인은 빠져 있었던 모양이다.
제임스 스튜어트는 깔끔한 슈트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만족스러운 미소가 아니라, 그저 편안해 보이는 가벼운 웃음이다.
“감사합니다. 사실, 이렇게 1위로 상을 받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거든요.”
그가 그렇게 말하니, 작은 박수가 흘러나왔다.
예의상, 의례상으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겸손함에 박수를 보낸 것이지만…
아니었다.
조성현은 약간의 의아함을 느끼고 무대 위의 제임스 스튜어트를 바라보았다.
저 말이 그냥 겸손이 아니라 진심으로 느껴졌기 때문.
제임스 스튜어트는 나이에 맞지 않는 부드러운 웃음을 보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보다 훨씬 훌륭한 연주를 선보인 연주자분이 분명 계실 텐데, 이렇게 제게 상이 돌아왔으니… 더욱 정진하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왜일까.
저렇게 말을 하면서 시선을 이쪽으로 두는 것은.
조성현은 제임스 스튜어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바로 옆, 채윤이가 앉아 있는 자리.
제임스 스튜어트는 분명 채윤이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채윤이의 연주가 자신의 연주보다 훌륭했다고 말하는 것이 그만의 착각일 리 없었다.
장현아가 눈을 깜빡이며 조성현 쪽을 바라보았다.
“선배님.”
그녀가 말을 걸어오지만, 조성현은 곧바로 답하지 못하고 제임스 스튜어트를 응시했다.
제임스 스튜어트는 금방 시선을 움직여 다른 관객석을 바라보며 수상 소감을 이어나갔다.
“항상,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는 저희 부모님께 이 상을 바칩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는 묘하게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채윤이를 바라보며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에, 조성현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수상 소감을 끝낸 제임스 스튜어트에게 다시 한번 박수가 쏟아지고.
그는 금방 무대를 내려왔다.
조성현은 무대를 내려오면서도 이쪽으로 시선을 보내는 제임스 스튜어트에게 박수를 보냈다.
제임스 스튜어트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런 수상 소감을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에게 1위로 입상할 자격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참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돌립니다. 간단한 간식거리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함께 즐기고 가시면 되겠습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작은 파티가 있다고 알린 신경화 교수가 무대를 내려왔다.
그리고 그녀는 곧장 조성현과 채윤이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채윤아, 축하해.”
“선생님! 감사합니다!”
채윤이가 밝은 얼굴로 꾸벅 고개를 숙여 신경화 교수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심사위원으로서,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신경화 교수는 추천장을 써준 이후로 조성현과 채윤이에게 거의 연락하지 않았다.
빌미를 주지 않으려 한 것도 있고, 그만큼 채윤이와 조성현을 믿은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의 믿음 대로, 채윤이는 결국 해냈다.
“개인적으로는 채윤이의 연주가 1위로 입상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연주였다고 생각하는데…”
“제임스도 엄청 잘했잖아요. 저는 제임스 스튜어트가 1위 한 것도 너무 좋아요.”
아이가 고개를 살짝 흔들면서 말을 했다.
채윤이의 말에 신경화 교수가 싱긋 웃었다.
“제임스 스튜어트도 정말 훌륭한 연주를 보여주긴 했지.”
“네. 멋지더라고요. 같이 작업해 보고 싶었어요.”
여전히 채윤이는 제임스 스튜어트와 함께 연주해 보고 싶은 모양이다.
한결같이 함께 작업해 보고 싶다는 채윤이의 말에, 조성현은 슬쩍 시선을 움직여 제임스 스튜어트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제임스 스튜어트도… 채윤이 쪽으로 시선을 두고 있었다.
역시, 이번 콩쿨의 우승자 또한 채윤이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 * *
베를린 국제 콩쿨이 끝나고 열리는 작은 파티.
항상 열렸고, 꽤나 정통적인 파티였기에 부르는 이름도 있었다.
‘파티 오브 베를린’.
클래식계의 유명인사들이 여럿 모이는 자리였기에 기자들도 출입하고 싶어 했으나, 그들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되었다.
어쩔 수 없는 일.
파티 오브 베를린에는 수많은 클래식 거장들이 참여하고,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알릴 필요는 없었으니.
덕분에 한아름도 이곳에서는 촬영을 중단해야 했다.
물론 완벽한 비밀 파티까지는 아니어서, 이곳에서 생긴 이슈들이 밖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카메라를 통해 직접적으로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것은 구분 짓고 있었다.
때문에 모처럼 카메라를 내려놓은 한아름은 일이 아니라, 그저 한 명의 파티 참가자로서 감탄을 내뱉었다.
“화려하네요.”
날카롭고, 튀는 느낌은 아니었다.
고풍스러운 화려함에 가까운 파티.
다들 점잖은 분위기였다.
애초에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인 자리였으니.
기본적으로 점잖은 느낌이 있을 수밖에.
조성현은 한아름의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긍정하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번에 특별 연주를 선보여준 베를린 필하모닉의 단원들도 몇 명 보였고, 지휘자도 눈에 띈다.
다른 오케스트라의 마에스트로도 있고, 세계적인 첼리스트, 바이올리니스트… 정말 다양한 악기 분야의 연주자들이 모여있었다.
조성현도 그렇지만, 채윤이는 특히 미튜브를 통해 다양한 연주자들의 연주를 많이 듣는 편이었기에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파티에 참여한 이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어?”
아이가 묘한 음성을 내뱉는다.
자신의 손을 잡고 파티장을 천천히 둘러보던 아이가 멈칫하자, 조성현은 아이를 따라 걸음을 멈춘 채 시선을 옮겼다.
익숙한 모습의 노신사가 조성현과 채윤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번, 박물관에서 봤던 얼굴이다.
어딘가 익숙했던 것 같더니, 음악인이었던 모양.
“안녕하십니까. 조채윤양.”
“어… 펠릭스 씨, 안녕하세요.”
채윤이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받는다.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서, ‘씨’라고 부르는 아이의 모습에 펠릭스는 빙긋 웃었다.
“수상 축하합니다.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 알았으면 그때 더 길게 이야기를 나눌 걸 그랬어요.”
“어, 네.”
채윤이는 놀라서 눈을 깜빡거릴 뿐 길게 대답하지 못했다.
아이로서도 펠릭스가 이곳에 등장한 게 정말 의외였던 모양.
채윤이가 당황하고 있을 무렵, 펠릭스에게로 한 남자가 다가왔다.
이번 특별 연주에서 지휘자로 무대에 올랐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현 수장 ‘클로이드 오펠레’다.
“마에스트로 펠릭스, 여기 계셨네요.”
그리고 그 호칭에 조성현은 곧바로 펠릭스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클로이드 오펠레가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끌기 전, 지휘자로 역임했던 인물.
클로이드 오펠레는 밝은 얼굴로 펠릭스에게 인사를 한 후 고개를 돌려 조성현과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아, 이쪽은 이번에 입상하신 조채윤 양이군요. 안녕하세요. 클로이드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마에스트로 클로이드.”
채윤이가 얼른 마에스트로 클로이드가 내미는 손을 잡아 악수하고.
클로이드 오펠레는 슬쩍 고개를 움직여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혹시… 조채윤 양의 아버님 되십니까? 무대를 함께 한 건 봤는데, 아버님이라는 소문이 있더군요.”
“아, 예.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조성현이라고 합니다.”
“와우. 클로이드 오펠레입니다. 좋은 협연 정말 잘 들었습니다. 덕분에 귀가 깨끗해지는 기분이었거든요.”
마에스트로 클로이드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수장이라고 생각하기엔 꽤 가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성격이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마에스트로 펠릭스가 앞에 있어서 평소보다 밝은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군요. 좋게 들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저도 엄청 감사합니다. 오늘 연주 진짜 좋았어요.”
조성현의 감사 인사에 뒤따라, 채윤이도 인사를 건넨다.
아이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하하. 감사합니다. 근데… 원래 알던 사이셨던가요?”
클로이드 오펠레가 채윤이와 마에스트로 펠릭스를 번갈아 보면서 물었다.
그에 대한 대답은 마에스트로 펠릭스가 했다.
“지난번에 대뜸 찾아갔던 날 있지 않은가.”
“아, 예. 웬 어린아이랑 이야기 몇 마디 나눴을 뿐인데 영감이 치솟는다면서… 설마 그 어린아이가…?”
“나도 놀랐네. 2위 수상자를 부르는데 갑자기 익숙한 아이가 나오길래.”
마에스트로 펠릭스가 웃으며 설명한다.
그의 말에 클로이드 오펠레는 헛웃음을 흘렸다.
“엄청난 우연이군요.”
“운명일지도 모르지.”
“운명이요?”
그의 물음에도 마에스트로 펠릭스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오늘도 내가 갑자기 영감이 떠오른다면 그건 운명 아니겠나.”
“은퇴 번복하고, 얼른 복귀하라는 운명이요?”
“…뭐.”
묘하게 대답을 하는 마에스트로 펠릭스.
그의 반응에 클로이드 오펠레는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정말 그런 거면 채윤 양, 얼른 영감 좀 주세요. 마에스트로 펠릭스의 복귀를 바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클로이드 오펠레가 채윤이에게 말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로서도 당연히, 가볍게 던진 말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런 장난은 그저 장난으로만 남지 않는 법 아니겠나.
내 딸은 음악천재